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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인생의 교과서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11-25 21:24 게재일 2011-11-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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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의 날씨 변화에 따라 산의 모습도 변한다. 풍족한 수분을 머금고 7,8개월을 버틴 나무와 가뭄에 작열한 태양에 시달렸던 단풍의 모습은 보는 이들이 벌써 판단해 버린다. 평지가 뻗다가 길이 멈추는 곳이 바로 산이 시작된다. 경주 시가지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야트막한 산들이 있어 철따라 변하는 풍광을 즐기면서 산을 오른다. 남쪽에는 울타리 없는 박물관-세계문화유적의 보고 남산이 있다. 천 년을 견디어 온 많은 유물이 아직도 발끝에 채이며 솔송을 머리에 이고 산을 오르면 저절로 기운이 나고 가슴이 상쾌해지고 철따라 부는 바람이 바로 활력소요 비타민이다. 동쪽에는 신라의 내성(內城) 관문산성이 있고 국토의 등줄인 태백산맥의 종점인 소금강산 산끝자락에 신라의 도읍지가 자리하고 있다. 북쪽의 형산강은 120리 달려온 물줄기가 기름진 평야를 이루다 영일만으로 흐르는 형제의 산 형산강이 평야의 젖줄이다. 서쪽에는 선도산성이 시가지를 내려다 보며 천년 사역의 깊은 역사를 가슴에 품고 많은 능선을 거느리고 있다. 메라고 하는 산은 깊은 슬픔이 있을 때에 산책에 나서면 가끔 마음의 위안을 받는 수가 있다. 심산계곡을 소요하면 한결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다. 산은 어머니의 품안과 같이 우리 인생의 고민을 어루만져 주며 솥한 인내심을 배우게 된다. 높은 산을 보라. 그것은 이미 하늘과 땅 사이에 있으면서 두 세계를 반씩 영위하고 있다. 그 위대한 모습은 사소한 인간의 번민 따위는 한 입김으로 불어내던지는 느낌이 있다. 깊은 산골에는 숭고한 정적이 있다. 갖가지 소리를 감춘 침묵 속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물결치고 있다. 거기에 사연은 순화되어 어떤 초자연적인 엄숙한 모습에 이르고 있다.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 지자는 움직이고 인자는 조용하다. 지자는 즐겁게 살고 인자는 장수한다는 말은 논어에 있다. 산이 커야 그늘이 크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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