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상징하는 국화는 식물학적으로 분류하면 엉거시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가을에 피는 대표적인 꽃이다. 옛날부터 관상용으로 가꾸어 왔으며 원예 품종이 매우 많다. 꽃의 빛깔이나 모양도 여러가지며 꽃의 크기에 따라 대국, 중국, 소국으로 나눈다. 그리고 황색이나 흰색이 국화의 정색(正色)으로 삼고 있으며` 오색 가운데 특별히 귀한 색이며 일 천 꽃 다핀 뒤에 홀로 높다`고 평해 왔다. 이제는 원예기술의 발달로 일년 내내 우리 곁에서 볼 수 있으며 조화(弔化)로도 많이 쓰이는 꽃이다. 중국의 한학자 라은이라는 사람이 쓴 국화의 예찬에 보면 “울타리 밑에서 느즈막하게 몇 포기 국화가 핀다/ 눈 보다도 더 흰 꽃술이 비단 주머니를 찢고 향내를 풍기네/천 년을 지켜온 백의주이며/일생동안 청녀의 서리를 이고 있다/봄철의 꽃은 이 꽃을 쉽게 보지 마라/모두 제 나름대로의 뜻이 있는 것이다”라 찬양했다. 그런데 이렇게 고상하고 품위있는 국화가 사람과의 식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하고 있다. 가을 음식 중에 국화를 소재로 만든 음식이 매우 많다. 국화차나 국화주 모두 가을에 마셔야 제 정취를 느낄 수 있지만 이제는 일년 내내 곁에 두고 즐긴다. 한 때 궁중에서는 국화전도 만들었다. 국화전은 찹쌀가루를 반죽해 동그랗게 빚은 후 그 위에다 국화 꽃잎을 붙여서 만드는 귀한 손님 접대용으로 쓰였다. 중국 고사에 남양이라는 곳에 감곡수라는 약수가 있었는데 산천에 핀 국화 꽃잎이 물에 떨어져서 물맛에 국화향이 베어 있었다. 꽃물이 너무 감미로워 그곳 사람들은 우물을 파지 않고 감곡수를 그대로 마셨다고 한다. 이 마을에는 장수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고령자 가운데 150세 까지 장수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국화는 우리의 생활에 가을 실재료로 만났고 국화는 장수의 상징으로 다정하게 여겨왔다. 국화는 두통을 없애고 귀를 맑게 해주며 부스럼을 치료한다고 했다. 보는 것으로도 건강해진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