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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생명과 살처분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1-25 23:01 게재일 2011-11-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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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락포항장성요양병원장
지난해 11월23일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래 약 250만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 처분`됐다. 조류 독감(AI)으로는 닭 350만 마리 등 600만 마리가 생매장을 당했다. 인간으로 말하자면, 나치 독일 시대에 아우슈비츠에 있었던 수용소에서 외국인을 대학살한 것과 비견된다. 가축들은 한국을 그들의 수용소와 같다고 하지는 않을까?

자연 상태에서는 가축들이 구제역에 걸려도 상당히 많은 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데도, 어미부터 새끼까지 죽이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옳은가? 전염성을 걱정했는가? 또는 청정지역이라는 국제적인 문제를 염려했는가?

가축들은 평생 동안 쇠창살에 갇혀있다. 그래서 덜 움직이고, 영양분을 모두 살찌거나 우유를 만드는 곳으로 돌리려 한다. 영화 워낭소리에는 농부와 소가 한 식구가 되고, 서로 사랑하며, 죽을 때까지도 동고동락을 한다. 소가 배고플까 걱정이 돼, 할아버지가 소풀을 베고, 겨울에 추위를 걱정해 장석을 소등에 덮어준다. 그야말로 한 가족이다.

근래는 서구문화가 우리의 창자 속까지 완전히 바꿔 놓았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료의 시체를 먹이고,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를 남용한다. 창살 속에 가둬 두고, 계란이나 빼 먹고, 복 전날에는 수많은 멍멍이는 인간의 배를 불리기 위해 도살되는 현실에서 우리의 매정함을 하나님께 뭐라고 변명을 할 것인가?

인간의 식욕을 위해 평생 동안 햇빛 한번 보지 못하고 죽어가야 하는 돼지들, 출생 3개월이 지나면 뚱뚱하게 살찌우려하는 우리는 과연 어진(仁)가? 사랑이 있는가? 자비로운 행위인가? 이 문제의 답에 자신 있는 종교가 있다면 대답을 해 보라.

지금은 선진 세계 문화와 문명을 따라잡기 위해, 또 풍요 속에서 손쉽게 살아가기 위해 인간은 자연을 마구 파헤치고 건설에만 몰두하고 있다. 인류의 기계문명 발전보다는 환경 보호를 주장하면, 극좌의 공산당같이 여기는 것이 오늘이다. 자연에 대한 사명감이나 에덴 동산인 이 지구를 파괴해도 하나님은 왜 침묵만 하실까? 교회 등 종교계는 애써 외면하면서 왜 맘모스 교회 건축과 정치 쪽으로만 기웃거리고 있는가?

살아있는 동물을 산 채로 묻어버려서, 땅 속에서 인간을 원망하면서 울부짓는 가축들의 울음소리가 하나님 귀에는 분명히 크게 들릴 것이다. 그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벨이 어디 있느냐?”고 묻지 않고, “너의 동료 피조물은 어디에 묻었느냐?”고 물을 것이다.

하나님은 생물체 중에서 인간을 가장 늦게 이 세상에 보내셨다. 그런 인간이 하나님의 아끼는 작품이자 사랑하는, 또 다른 자녀들(가축)을 함부로 도륙당하는 것 때문에 분명히 슬퍼 울고 계신다고 필자는 믿는다.

신자들은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한다. 일용할 양식이란 고기를 남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건강을 유지할 정도로 먹으라. 내일 아침밥은 보장한다`는 뜻이다. 60kg인 사람은 단백질이 하루에 60gm으로 충분하다. 그 몸무게에 열심히 일하는 자는 120gm이 필요하다. 체중의 kg을 gm으로 고친 숫자가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의 양이다. 60gm은 달걀 1개에 해당한다. 두부를 먹으면, 그것도 단백질 덩어리이다.

지난겨울에 우리나라가 겪은 구제역 파동은 이 시대에 풍미하는 생명경시의 풍조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언론에서도 생명존중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세상 만물을 금전적 가치로만 평가하는 황금만능의 정신을 유감없이 나타내었다. `죽임의 문명`이 생활 속속들이 녹아 있다. 이제는 사고의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인류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이야기해 주는 사건이었다.

도살되기 전에 커다란 눈망울에서 눈물을 뚝뚝 떨구던 소들에게서 `사랑과 자비, 그리고 어짐(人)`이 없이는, 생명도 없다(無)는 것을 느껴야 한다. 동원돼 `살처분`을 하던 공무원이나 농부들의 눈은 멍한 상태였고, 더러는 울기도 했다. 정신적인 충격으로 치료 받던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에 무언가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빨리, 거기서 탈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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