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기압의 변화 또는 사람이나 기계가 일으키는 공기의 움직임을 가리킨다. 하늘을 쳐다보면 구름과 바람을 생각한다. 날씨의 변화에도 영향을 주게 되므로 바람의 종류도 많다. 춘풍·미풍·추풍·설풍이 있는가 하며는 태풍과 역풍도 있다. 그 중에 역사평론가 이덕일의`고금통의(古今通義)`에 보면 가을바람에 대한 얘기가 있다. 옛 선비들은 가을바람이 불면 관직을 내던지고 귀향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을바람이란 시어는 귀향을 그리는 마음으로 해석된다. 목은 이색은 `동강조어`란 시에서 “가을바람 일기를 기다릴 것 없이/장한처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구나”라고 노래했다. 여기에 나오는 장한이 추풍을 귀향바람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장한열전`에 따르면 중국 진나라 장한은 낙양에서 벼슬자리 하던 중 가을바람이 일자 고향 오중(현재 중국 강소성)의 늘 먹던 채소, 순챗국, 농어회가 그리워졌다. 장한은 “인생은 자신의 뜻에 맞게 사는 것이 중요한데 어찌 수 천리 밖에서 좋은 벼슬을 구하며 얽매일 필요가 있겠는가”라면서 벼슬을 버리고 귀향했다고 했다. 그래서 순챗국, 농어회도 낙향을 그리워하는 시귀로 사용된다.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은 `순채가`란 그의 시에서 “가을바람 불기를 기다리지 말고 돌아가면 좋으리”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호구지책을 그만두고 낙향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가을바람이 불면 정치바람도 분다. 총선이고 대선이고 지나면 정계에도 바람이 불고 줄줄이 떨어져 나간다. 이것을 가리켜 추풍낙엽(秋風葉)이라고 한다. 회사에도, 공장에도, 기업체에도 감원 바람이 불면 모두가 안절부절이다. 순풍을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는 역풍이 불어 생각지도 않는 불상사가 생긴다. 승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는 태풍을 맞는 사람도 있다. 제발 찻잔 속에 바람이길 바라면서 바람타기를 조심한다. 그래서 찬서리가 오는 매서운 바람-겨울을 재촉하는 추풍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