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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모습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11-29 19:39 게재일 2011-11-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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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갔다온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가 있다. 친절하고 인사 잘하며 정직하고 근면 검소하고 질서 잘 지키는 국민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리적 요건이나 역사적 관계를 비추어 볼 때 정말 일본이란 나라는 우리의 한국과는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필자도 최근에 두 번이나 일본을 다녀왔고 방문 수도 수 십 차례나 된다. 그러나 그들의 속내는 정말 알기가 어렵다. 일본에서는 윗사람이라도 감사를 표시하거나 사과할 땐 아랫사람 앞에서 깍듯이 무릎을 꿇고 상체를 구부리며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경어를 쓰고 예의를 갖춘다. 평소에는 말을 놓다가도 부부싸움을 할 때 경어를 쓰는 것을 보면 오히려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야구장에서도 보면 선수들이 운동장에 들어오거나 나갈 때 모자를 벗고 “고맙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텅 빈 운동장을 향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 운동장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있기에 내가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들에게 예를 표하는 것이다. 유도나 검도나 스모 선수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일본인들이 공사에는 철두철미하다. 사회 어느 분야든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확실하다. 매사에 확인하고 또 확인하느라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확실한 신뢰를 심어준다. 인부 2, 3명이 투입되는 도로 공사에 안전요원이 5, 6명이 배치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다. 그러나 일본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에 우왕좌왕하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하철에서도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소란을 피우고 도심지에서는 자동차의 경적소리도 시끄럽다. 식당에서 어린애 바로 옆 테이블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예의 바른 일본인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단면만 보고 일본을 판단하는 것은 옛 일이다. 일방적 판단은 금물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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