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삶이라는 것, 살아간다는 것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과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오랫동안 재직해 오시던 선생님께서 갑자기 명예퇴직을 하시겠다는 것이다. 벌써 며칠 전부터 소식을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닥치고 나니 함께 풀어야 할 문제, 도움을 얻어 만들어 가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고 생각했던 필자로서는 당혹스럽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제 학과 사무실 앞에서 선생님을 만났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왜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한 번 마음을 먹은 일을 쉽게 번복하실 분도 아니기에 필자는 필자대로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분 곁에서 여러 가지 말씀을 들었다.학과 사무실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자연히 당신의 옛날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때는 갑자기 을지로 쪽에 국립도서관이 있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국어학자이신 심악(心岳) 이숭녕선생의 수필집에`대학가의 파수병`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분 수필집 원고 자료를 당신이 도서관에 가서 전부 필사를 해서 준비했다는 것이었다. 그때가 대학 1학년생 때니 1967년이었다고 했다. 그런 조그만 젊은 아이가 국립도서관에 들어가 하루종일 원고를 베끼고 있으니 도서관 사람들이 아주 귀하게 대해 주었다고 했다. 짜장면도 얻어 먹었더라는 것이었다.세월이 흘러 이 젊은 청년이 공부를 해서 대학 선생이 되고 그러고도 숱한 시계 바늘이 돌고 돌아 오늘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니 말씀을 들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이었다.왜 명예퇴직을 결심하시게 되었느냐고 조심스럽게 여쭈어 보았다. 그런데 여러 가지 다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있겠지만 비교적 최근 일로서는 서울대학교 법인화 문제가 직접적인 작용을 한 것이었다. 서울대학교 교수가 사립학교 교수들에 비해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자부심과 국가공무원으로서의 무형적인 권리 때문이었는데, 그걸 하루아침에 아무런 깊은 논의도, 대책도 없이 버리고나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하는 말씀이었다. 인문대학 학장으로 계실 때도 학장들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를 한 당신이었는데, 이런 방식으로 학교가 바뀌어 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이제 서울대학교 법인화는 기정사실이 된 것이 사실일 것이다. 비록 날치기 법안이라고 해도 법이 통과되었고 효력을 발하였으니 내년 초가 되면 서울대학교는 법인으로 재출발하게 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지금의 야당이 다수당이 된다 해도 이것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데 흥미를 가진 정파는 크지 않을 것이다. 마치 날림공사를 벌이듯이 추진하고 있는 이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게 될 사람들은 이 학교에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있는 학생들일 것이다.학과 사무실에서 긴 시간 동안을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나자 필자는 인생도, 세월도 무상하다는 상념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가 이 학교에 온지도 벌써 8년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들자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르는데 나는 무엇을 목표로 지금도 숨가쁘게 달리듯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오후가 되어 필자가 관계하고 있는 출판사에 잡지 문제로 들러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속보 하나가 떴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별세하셨다는 소식이었다. 얼마 전에 왕년의 포철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셨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그만큼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안으로 병이 깊었던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황망한 마음에`박태준 평전`을 쓴 이대환 선배에게 문자를 드리고 전화를 드렸다. “이게 웬일이우?” “그러게 말이다……”세상은 운무에 휩싸여 있는데 한 시대를 풍운아처럼 살아온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세상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이 세상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떠나고 또 새로 태어난다. 내가 이어가고 있는 이 삶이라는 것의 의미를 무겁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날이었다.

2011-12-15

존경하는 청암 박태준 선생님 영전에…

부디 포항 시민들의 등불이 되어주십시오 존경하는 청암 박태준 선생님.선생님의 타계 소식을 접한 그제 이후 저를 포함한 모든 포항시민들은 충격과 황망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꿈이라면 좋겠고,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선생님의 체취와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포스코대로, 형산강 다리, 포항제철소의 불빛이 눈에 밟혀 어떻게 떠나신다는 말씀입니까?청암 선생님.까마득한 후배로 처음 선생님 앞에 선 제게, 마땅한 호칭을 찾지 못해 불편해 하던 제게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냥 편하게 `회장님`이라고 불러. 난 그게 제일 좋아!”이 짧은 한마디에서 선생님께서 밤을 낮으로 쪼개가며 직접 만드신 포항제철, 포스코에 대한 무한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하지만 선생님.저는 이 또한 선생님 특유의 소박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여당 대표최고위원, 국무총리를 거치고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회장이나 총리 박사라는 한가지 호칭으로는 아무래도 선생님을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오롯이 선생님 한 분으로 한국의 산업사를 설명할 수 있고, 한국 경제사와 한국 선진사, 나아가 한국 현대사를 기록할 수 있는데 어찌 `회장님`이라는 호칭으로 선생님의 업적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여생을 정리하시는 마지막 순간, 집 한 칸, 주식 한 주 가지지 않고 모든 것을 국가와 사회 후배들에게 남겨주시고 떠난 청빈의 삶은 그 자체로 이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사표(師表)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존경하는 청암 박태준 선생님.3년전 포항시청에 들러 “포항은 대한민국을 가난의 늪에서 건진 특별한 도시다. 더욱 열심히 해서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어 달라”고 격려해 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제철보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직원들을 향해 “영일만 갯벌을 메워 제철소를 짓자! 만약 실패한다면 우리 모두 우향우 해서 영일만 앞바다에 몸을 던져 버리자”는 `우향우 정신` 정신과 교육보국의 신념으로 제철유치원부터 포항공대까지 설립해 영일만의 기적을 완성하신 선생님의 삶은 온전히 포항의 역사가 되고 살아있는 신화가 되었습니다. “포항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어라”는 그 주문,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존경하는 선생님.지난 2일,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를 이 곳 포항에서 배출하자며 직접 명명하신 포스텍 노벨동산에서 가진 선생님 조각상 제막 당시 선생님의 빈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던 이유가 이렇게 선생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전주곡이었다는 사실을 왜 알지 못했는지 후회가 됩니다. 그 조각상에는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강철거인, 교육위인`. 그 문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깁니다.존경하는 선생님.몇마디의 말과 글로써 선생님을 떠나 보내야 하는 저희들의 애닮은 심정을 어떻게 표현하겠습니까 마는 오는 17일 발인 날을 우리 53만 시민은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시민 애도의 날`로 정하고 시기를 조기로 달기로 했습니다.선생님.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 우리 포항과 시민들의 등불이 되어주십시오. 부디 선생님의 영면과 명복을 빕니다.

2011-12-15

포항의 신라 토성 남미질부성(南彌秩夫城)

남미질부성 원경, 남미질부성 현황도우리나라는 아직도 곳곳에 성곽이 많이 남아 있다. 높은 산에는 산성, 야트막한 산에는 토성, 평지나 바닷가에는 퇴락했지만 읍성의 성벽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곽은 군사적 방어 시설로 성은 내성, 곽(郭)은 외성을 가르키는데, 조선 시대에는 곽은 생략하고 성만 쌓기도 했다. 성은 외적의 침입이나 자연적인 재해로부터 성안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남아 있는 성지는 1천226곳에 이른다. 일찍이 조선 세종 때 양성지(梁誠之, 1414~1482)는 `우리나라는 성곽의 나라`라 했고 중국에서도 `고구려 사람들은 성을 잘 쌓고 방어를 잘 하므로 함부로 쳐들어갈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 성곽은 초기에는 토성에서 후기로 갈수록 석성으로 변한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96호로 지정된 남미질부성은 흥해읍 남쪽 남성리 평지위에 돌출된 천연적인 구릉지를 이용해 성벽을 축조한 신라시대 토성으로 북쪽으로는 고구려의 남진을 저지하고, 동쪽으로는 영일만을 통해 침입해 오는 왜적을 방어하던 군사요충지였다. 현재 잔존하는 토성은 높이 10m, 길이 약 2km 정도의 대형급 성곽으로, 성안에는 원래 1개의 못과 3개의 우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1개씩만 남아 있다. 이곳에는 지금 흥해읍 남성리의 `못산(池山)마을`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 못산 마을의 서편 구릉지에는 당시 성주의 무덤으로 전하는 고분이 7~9기 정도 남아 있다.성이 위치한 구릉은 서쪽과 동쪽이 높고 가운데가 낮아 남쪽과 북쪽에서 보면 마치 말안장 모양의 완만한 굴곡을 이루고 있다. 동서방향의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의 높이 차는 32m에 불과하고 봉우리의 직선거리는 600m이며, 성의 평면은 동서로 긴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성내에 남아있는 못은 성의 축조 당시부터 있었던 중요시설물 중의 하나로 현재 지명이 `못 안마을`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 역사성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현재는 못 둑이 도로 구실을 하고 있고, 주변 부락에서 흘러나온 폐수 및 쓰레기 등으로 못이 상당부분 메워져 둘레 350m, 면적 8천200㎡(2천500평) 정도의 규모로 남아있다. 또한 성내 동편에 위치한 망산의 서편자락에 7단의 계단식 대지가 형성되어 있어 건물지의 잔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확인된 고분은 모두 횡혈식 석실분으로 5~6세기경에 축조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우리나라의 대부분 성곽들은 축성당시의 성곽 이름을 알 수 없어서 행정구역이나 산 이름을 따라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남미질부성은 `미질부성`으로 서기 504년에 축성되었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이라 생각된다.이러한 문화재적 가치에 비해 최근 도시개발로 인해 성벽 일부가 절토되고 훼손되는 등 옛 모습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영남이공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2011-12-15

야권, 통합인가 야합인가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지난 일요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친노·시민사회 중심의 시민통합당 및 한국노총과 야권통합 결의안을 통과시켜 새 `민주당` 탄생을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고 한다. 그러나 통과 과정에서 반대파 대의원들이 의결정족수 문제로 격렬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폭력사태가 벌어졌고 이들이 전당대회 무효 가처분신청을 내겠다는 입장마저 밝혀 법원의 결정에 따라선 야권통합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이번 전당대회가 법적으로 유효하다 해도 이른바 진보세력들과는 통합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완전한 야권통합은 아니다.그러나 폭력사태까지 겪으면서 눈물겹게 통합신당을 이루려는 사태를 보면서 이들은 왜 새로운 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려고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여야 대결구도에서 야권 후보가 단일화되면 월등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지난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재미를 보았고 특히 10·26재보선에서 박원순 후보를 민주당이 참여한 야권단일 후보로 내세워 승리했던 것이 결정적 동인이 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정권대체세력의 역할을 해야함에도 후보통합 과정에서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에게 패배하는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내년 선거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더욱 절실하게 야권통합에 매달리고 있는 것같다. 야권은 이미 지난 8년동안 선거기가 올 때마다 두차례나 통합이란 명분의 이합집산으로 적잖은 이득을 본 것도 사실이다.정당의 목적이 정권을 획득하는데 있고 정권획득을 위해 가장 유리한 전략인 통합을 이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신생국가의 정당이라면 정당이 처음 생기는 단계이니까 그러려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통합정당을 만들었던 세력들이 갈라선 경험이 있다면 그 때는 왜 갈라섰는지를 국민들 앞에 밝히고 특히 정치노선이 달랐다면 어떻게 달랐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인 것이다. 이번 통합에서는 그같이 다른 노선 문제를 어떻게 조정해서 하나의 정당으로 역할을 할 것인지를 밝혀야만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당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MB정권에 실망한 유권자는 모두 반대당에 찍도록 유도할 목적의 통합 야당이라면 국민의 판단을 오도하는 꼼수정당이라 할 것이다. 그것은 정상적 통합이라기보다 국민을 속이는 야합인 것이다. 국민이 꼼수에 속는다면 선거에는 승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 임시전당대회의 경우처럼 일부 대의원들이 물리적 방법으로 통합을 반대하고 법정시비까지 벌일 태세인 것을 보면 설사 통합야당으로 정권을 잡는다 해도 노선이 다른 세력끼리 분란이 없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최근 야권통합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다수의 당소속의원들 뜻과는 달리 한미FTA 비준협상안을 거부하면서 반한미FTA 성향의 시민단체와 정치세력의 눈치를 보았던 사례가 분열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특히 통합야당은 대북문제와 대미노선, 복지와 관련한 조세정책 등에서 국민들에게 선명한 정강 정책과 이념노선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번 통합야당에는 친노세력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중에는 한미FTA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이 통합야당에서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도 아직 알 수 없다.새 `민주당`처럼 선거때만 되면 곰탕집 신장개업하듯 간판 바꿔달기식 이합집산을 밥먹듯이 하면 우리의 정치는 후진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이념대결, 정책대결과 인재대결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선호에 맞는 정당을 선택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건국된지 60년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국민이 이념과 정강정책의 흐름을 믿고 선택할 정당이 없다면 책임정치는 어떻게 구현될 수 있겠는가. 하물며 군소정당에 불과한 이른바 진보정당들도 당의 정체성 때문에 야권통합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판에 명색이 제1야당이 이런 꼼수로 정치를 해서야 될 것이가. MB정권과 한나라당에 실망한 유권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2011-12-14

몽골의 건설시장

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낮기온이 영하 15도인 강추위지만, 대절버스를 타고 울란바타르의 건축자재시장에 가봤다. 겨울이라서 시장규모가 작아져 있지만, 시멘트, 철근, 합판, 석고보드, 스치로폼 등이 팔리고 있다. 모래는 진흙이 섞인 듯 품질이 좋지 못하며, 벽돌 또한 품질이 낮다. 이러한 건축자재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 되는데, 가격은 오히려 한국 보다 비싸다. 몽골에서는 겨울이 길고 기온이 낮아서 이 기간 중 건설공사가 중지된다. 보통 4월 중순 이후에 건설공사가 시작되며, 땅파기 등을 포함한 토목공사는 10월까지 밖에 진행되지 못한다. 건축자재 가격도 성수기인 봄철보다 시장이 위축된 겨울철에는 20% 정도 높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지난 여름 세미나때 건설관련 공무원들에게 1평방미터당 건축비를 물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확실한 경로로 알아봤다. 중국인들로 구성된 건설사들이 1평방미터당 $450 정도에 공사를 수주했다는데, 그 품질은 한국기준으로 매우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건설자재 값이 50% 뛰어서 현재는 1평방미터당 $700 정도가 손익의 분기점이고 $700~$900 정도 돼야 품질도 보장되고 이익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이곳 신축건물의 품질은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은 수준의 아파트와 관공서 건물이 있는가 하면, 매우 조악한 품질의 건물들도 많다. 공사가격도 1평방미터당 $450에서 $2천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물론 대부분의 건물들은 $500 안밖의 가격에 지어졌을 것인데, 한국기업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가격일 것이다.이곳 공사현장은 대부분 중국인 건설팀을 고용한다. 이들은 노임에 비해 아주 열심히 일을 한다. 몽골인들은 대부분 건설현장을 기피한다는데, 그 이유는 아직 뿌리 깊은 사회주의의 영향, 청장년층의 알코올 문화, 낙천적인 성격 등 다양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들을 싸잡아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표현을 해서는 안된다. 많은 이들이 꿈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며 식구들을 부양하고 있을 것이니까.도시 곳곳을 돌아보다가 교외 좀 높은 구릉에 위치한 적벽돌공장 인근의 게르지역으로 가보았다. 벽돌은 폐허 같이 보일 정도의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생산되는데, 인근 마을들은 가난한 게르지역임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벽돌집이 많아 보인다.한 집의 문이 열려 있어 몽골인 운전사의 도움으로 집구경을 요청했더니 중년의 몽골여인이 쾌히 승낙한다. 이삼백평은 됨직한 널따란 공간에 빙 둘러 나무판자로 담을 만들어 놓았는데, 두 개의 게르가 있다. 한집은 자기네가 살고 한집은 동생네가 산다고 한다. 마당 한구석에 재래식 변소가 있다.게르안은 좁고 낡은 가구들만 있는데, 중간에는 밖으로 나가는 연통과 함께 난로가 있다. 안은 의외라고 할 정도로 따뜻한 편이다. 연료로는 갈탄을 사용하는데, 하루에 요즈음은 한두 부대, 아주 추울 때는 네 부대 정도 땐다고 하는데, 한겨울 연료비가 5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옆에는 식구들끼리 짓고 있는 새 건물이 있는데, 2층 구조로서 넓이는 10평정도 되어 보인다. 나무로 뼈대 및 벽을 하고 그 밖으로 보온섬유를 대고 벽돌을 쌓아 추위를 예방하고 있다. 지붕은 붉은 함석으로 대어 놓았다. 안은 아직 흙바닥인데 입구쪽 한두평 정도를 2미터 정도 파놓고 있었다. 이곳이 식료품저장고가 될 것이며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식구들이 짓는 `Self-help Housing`이다.몽골에는 제조업의 발달이 미약하다. 건설자재공장도 드물다. 많은 게르 거주민들은 대개 비공식적인 직업에 종사하며, 돈이 생기고 틈 나는 대로 자기들 스스로 주거를 향상시켜 가고 있다. 좀 서툴러 보이지만, 이들의 땀이 어린 귀중한 자산들이다. 건축자재만 값싸게 공급될 수 있다면 우리가 걱정하는 게르지역도 그리 길지 않은 세월 속에 크게 향상 될 것이다. 물론 정부가 이들이 그 땅에 장기간 거주할 수 있게 해주고 도로며 상하수도 등의 인프라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지만….

2011-12-13

경북 2년연속 서울대 수시합격 90여명

경북지역 고3 수험생 91명이 2012학년도 서울대학교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했다.지난해에도 95명이 합격해 경북지역 고3 수험생들의 서울대 수시 합격자가 2년 연속 90여명을 넘었다.12일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대 수시모집 최종 합격자 발표에서 경북도내 고등학교 41개교 학생 91명이 최종 합격했다.도내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나온 학교는 포항제철고등학교다. 포철고는 2012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전형에서 인문계열 5명, 자연계열 19명 등 총 24명의 학생이 합격하면서 전국 명문사학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특히 포철고는 지난해 역대 최고인 34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올해 수시 합격자는 지난해 23명보다 1명 더 늘어 수시와 정시를 합친 이 학교의 서울대 최종 합격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포철고가 이 같은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차별화된 특성화 프로그램과 대학에서 원하는 학생 유형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입시 지도를 하는 맞춤형 입시 전략, 학생과 교사의 신뢰 등 세 가지가 조합을 잘 이뤘기 때문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이와 함께 경산과학고 4명, 안동 풍산고·경산여고 3명, 경북과학고·포항고·포항여고·경주고·칠곡 순심고 등 14개교 각 2명 등 경북지역 47개교에서 91명의 서울대 수시 합격자가 배출됐다.예천 최고 사학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창고는 2012학년도 대학입학 수시전형에서 서울대 2명, 고려대 1명, 중앙대 1명, 동국대 1명, 인하대 2명 등이 최종 합격했다.지난 2008년 경북도 중학교학업성취도 평가고사에서 전체 수석본지 2008년 11월25일 보도을 차지해 화제를 모았던 울릉 북중학교 졸업생인 박민혁(18·상산고)군 역시 2012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했다./정안진·김두한·김남희기자

2011-12-13

고유의 떡 송편

추석날 송편을 먹는다는 기록이 문헌에 있는지는 몰라도 송편은 전통적인 명절 음식이다. 그 해의 풍성한 추수로 조상에게 햅쌀을 빚어 만든 것이라 감사의 표시가 효시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우리말에 오려송편이라는 말이 있다. `오려`는 `올벼`의 옛말로 제철보다 일찍 여무는 벼를 말한다. 즉 오려 송편은 일찍 수확된 벼를 빻은 햅쌀로 빚은 송편을 뜻한다. 송편은 다른 명절 때도 먹는 떡이지만 특별히 추석에는 오려 송편을 만들어 먹으면서 명절을 즐겼다고 한다. 한 민속학자의 견해에는 옛날 문헌에는 추석이 아닌 다른 명절에 송편을 만든다는 기록이 많다고 했다. 19세기 문인 조수삼이 쓴 `추제집`에서 정월 대보름날 솔잎으로 찐 송편을 놓고 차례를 지낸다고 했다. 2월 초하룻날 떡을 하는데 콩으로 소를 넣고 솔잎을 겹겹이 쌓아 시루에 쪄서 농사일을 준비하는 노비에게 먹이니 이것을 바로 노비 송편이라 했다는 말도 있다 팔도 음식을 기록한 허균은 송편을 봄에 먹는 떡이라 했으며 쑥떡, 느티떡, 진달래 화전도 포항시켰다. 이와같이 송편은 계절에 관계없이 이름이 난 명절이나 언제나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우리 고유의 떡인 것만은 틀림없다. 송편은 특별히 추석 때만 만드는 떡이 아니라 정월부터 6월까지 특별한 날이면 빚었던 음식이다. 그러나 송편 만드는 재료도 계절에 따라 다양한 것이라 한다. 송편은 아무 곡식이든지 가루로 만들 수 있으면 빚었다는 것이다. 조, 수수, 옥수수, 감자, 도토리도 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물에 불인 쌀을 맷돌에 간 후 체에 밭혀 가라앉힌 앙금으로 만든 무리 송편, 보리쌀로 빚는 보리 송편도 떡잔치 축제에 가면 볼 수 있다. 이제는 명절을 떠나 현대에 접어들면서 다른 명절은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기억속에 송편만이 추석의 주음식으로 여기는 것이다. 솔잎을 밑에 까는 것은 솔향의 깊은 맛이 특미이지만 찔 때 잘 붙지 않는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1-12-13

내 그래 될 줄 알았지

이경우편집국장뜰의 콩깍지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 우리말의 발음하기 어려움을 예로 들 때 대표적인 문장이다. 깐 콩깍지이면 어떻고 안 깐 콩깍지면 어떠냐, 다 같은 콩깍지인데. 그보다 우리 말에서 진짜 어려운 것은 `예, 아니오` 라고 분명하게 의사를 표시하는 것 아닐까?. 우리는 보통 직설화법으로 이야기한다. 의사 전달이 분명하고 필요없는 오해를 없애고 또 쓸데없는 유추해석을 막아 근래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소통이 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다가 보면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 곧잘 부딪치게 된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외교관처럼 간접화법을 쓸 수밖에 없다.정치인들은 더욱 그렇다. 분명하게 예, 아니오를 밝히지 않는다. 곤란한 질문엔 대체로 동문서답식 선문답을 한다. 그러고는 나중에 문제가 되면 해석을 잘못 했다고 되레 쏘아 붙인다. 때로는 언론에 무식하다고 책임을 전가하기도 하고 잘못 들었다거나 혹은 말실수였다고 핑계를 댄다. 술 핑계는 단골이다.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구설에 올랐던 것도 그런 경우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다. 안 원장의 등장으로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이자 미래권력이라 불리는 박 전 대표의 철옹성 같은 지지율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자가 박 전 대표에게 `안 원장이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앞섰다`며 의견을 묻자 “병 걸리셨어요” 했다는 것 아닌가.언론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몰아붙이자 박 전 대표는 이튿날 “지나가는 식으로 농담을 했는데 부적절했던 것 같다”며 물러섰다. 박 전 대표로서는 물론 안 원장을 자신과 비교하는 자체가 불쾌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백신 프로그램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안 원장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백신 프로그램이 필요하냐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안 원장 팬이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박 전 대표는 자리가 인천 고용노동청의 교육센터를 방문한 자리였고 전날 한 질문이 반복돼서 그랬다고 사과를 해서 일단락 되긴 했다.내년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대구 구청장들이 “내가 언제 총선 출마한다 그랬나?” 하듯 출마를 접었다. 곽대훈 대구 달서구청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주위에서 자꾸 출마 얘기가 나오니까 흔들렸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입장 표명이 늦어진 데 대해서는 사과를 했다. 이재만 동구청장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종화 북구청장도 구청장직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임병헌 남구청장은 진작 불출마를 선언했다.그들이 총선 출마 예상자로 거명되면서 이래저래 마음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과 지역민들로부터 자신의 인기도를 떠보고 지지도를 높이는데 한껏 이용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아님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용감히 총선에 뛰어들 위인이 누가 있나 면면을 봐라”라는 선배 언론인은 “내 그럴 줄 알았다”고 평한다. 그들이 분명히 선을 긋고 구정에만 전념하지 못하고 좌고우면한 죄는 분명하다. 거물 정치인도 아니면서 자신의 거취를 놓고 벌이는 설왕설래를 은근히 즐기고 여론을 농락한 것은 아닌가.그들이 분명히 입장 표명을 미루면서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구청장 보궐선거 출마후보자들은 잠시 즐겁다 말았다. 그들은 겉으로 “불출마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쉬운 감은 지우지 못한다. 퇴임하지 않는 구청장들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진작 입장을 밝혔다면 주위에서 헛물켜는 인사들이 없었을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저울질하는 수많은 예비후보들의 양다리 걸치기는 앞으로 또 얼마나 계속 될 것인가.

2011-12-12

유산소운동-자전거타기

가장 쉬운 말로 다이어트는 살빼기다. 많은 운동 가운데 유산소운동의 최고라 불리우는 자전거타기는 다이어트의 최고봉이다. 하루에 최소한 30분에서 1시간을 지속적으로 운동하면 2~3개월이면 효과를 본다. 단 체력이 약한 사람은 30~40분 정도가 좋으며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30분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꾸준한 다이어트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운동보다는 취미생활을 통해 지속적으로 몸을 단련하고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운동방법이 좋으므로 자전거 타기를 취미로 가지면 좋다. 자전거 다이어트 효과는 몸의 지방이 사라지고 지방의 크기에 1/4에 불과한 근육의 양이 늘어나면서 체형이 날씬하게 잡히면서 기초대사량이 늘어나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바뀌게 된다. 자전거 타기와 같은 취미생활은 단순 반복적인 운동에 비해 재미가 생기게 되면 계속할 수 있는 운동이며 동호회가 생기면 더욱 좋다. 자전거를 타면 땀을 흘리게 되고 이 상태를 계속해서 방치한다면 신진대사가 저하될 수 있으므로 자전거 타는 도중에도 충분한 수분의 섭취는 필수적이다. 몸건강을 잘 관리하는 사람은 유산소운동인 자전거타기를 한 이후에는 비타민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운동으로 인해 몸속에 있는 활성산소가 몸속에서 산화작용을 일으켜 세포막 손상을 일으키게 되지만 비타민은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시켜 준다. 자전거 운동은 막연히 다리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고 상체도 함께 움직이므로 허리 운동과 팔, 목운동에 좋은 것 같다. 평상시에 습관된 시간이나 코스, 그리고 속도조절이 일률적인 것이 좋다는 것이다. 기분이 상쾌하다 해서 너무 과속을 낸다든지 장시간 타면 운동의 리듬이 깨지고 평온한 마음도 바빠져서 포기하기 쉬워진다. 특히 자전거 타기 직전에 비타민C를 섭취하는 것이 좋은 효과를 내며 사과, 바나나 등을 섭취하면 더 많은 도움이 된다. 기쁜 마음으로 싱싱타자. /손경호(수필가)

2011-12-12

명품교육도시 칠곡 만든다

【칠곡】 칠곡교육지원청(교육장 이창숙)은 최근 칠곡교육행정협의회를 개최해 칠곡교육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명품 칠곡교육`이라는 공동 목표 실현을 위해 칠곡군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칠곡교육행정협의회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의 상호협력과 공동참여를 통해서 교육행정의 공동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균형 발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동협력 체제를 강화하고자 지난해 7월30일 구성됐다. 이창숙 교육장과 백선기 군수를 공동의장으로 추재천 교육위원, 군의원, 칠곡군 관계자, 칠곡교육지원청 및 관계기관 공무원, 학교운영위원장, 학교장, 지역인사 등 교육행정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1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이날 회의에서 칠곡교육지원 청은 칠곡교육행정협의회 기능 및 칠곡교육지원 청의 주요 업무 현안인 2012년 초·중학교 무상급식 추진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교육경비보조금을 올해보다 상향 지원해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교육수요자가 만족하는 명품 칠곡교육 실현을 위해서 활발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또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한 교육 기부 협약을 체결했다. 나눔과 배려로 칠곡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이번 협약으로 학생들이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진로·직업탐색의 계기가 됨은 물론 체험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교육환경 여건을 갖추게 될 것이 기대된다.이창숙 교육장은 “칠곡교육행정협의회 운영을 통해 칠곡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 개진으로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해 교육수요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김용호기자 kim112@kbmaeil.com

2011-12-12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김현욱시인·포항교육청영재교육원 팀장2006년 2월, 뉴욕에서 열린 백남준의 장례식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400여 참석자들이 서로의 넥타이를 잘라 관에 넣었다. 그날 `넥타이 자르기` 퍼포먼스를 제안한 백남준의 조카 켄 백 하쿠타는 `넥타이`라는 고루한 상징을 통해 도발과 전복의 예술혼으로 빛났던 삼촌을 기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미 1960년 독일 공연에서 백남준은 전위작곡가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른 적이 있었다. 또 피아노를 때려 부수거나 바이올린을 질질 끌고 다니기도 했다. 백남준은 `넥타이는 맬 뿐만 아니라 자를 수도 있으며,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연주할 뿐만 아니라 때려 부수거나 질질 끌고 다닐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그를 말할 때 비평가들은 `도발`, `전복`, `혁신`, `환상`이라는 낱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백남준을 지칭하는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 `환상세계의 여행자`, `비디오 철학자`, `시간과 영상의 마술사` 등의 다양한 이름들도 그의 진취적인 실험정신을 집약하여 드러낸다. 실제로 많은 비평가가 196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예술가 중에서 가장 도발적이고 혁신적인 인물로 백남준을 뽑고 있다. “콜라주 기법이 유화물감을 대신했듯이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신할 것이다”라고 공언했던 백남준은 비디오에서 현대예술의 변화무쌍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도구의 변화가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일찍 간파한 것이다. 미답(未踏)의 영토를 개척한 백남준의 퍼포먼스와 설치작품은 1980년대 들어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오늘날 세계적인 예술가로 기억되고 있다.반면, `김미루`라는 이름은 낯설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사진작가다. 도올 김용옥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데, 사족(蛇足)이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누드 퍼포먼스와 사진작품은 스스로 주목받을 만하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죽은 쥐를 사진에 담으면서 전혀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 용도 폐기된 지하철 터널, 지하묘지, 공장, 하수구와 같은 도시의 환부(患部)를 돌아다녔다. 나는 그곳에 매료되었다”2007년 7월, 김미루는 `어둠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뉴욕타임스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앞서 영국의 데일리메일에서는 그녀를 `예술을 위해 벌거벗은 탐험가`라고 소개했다. 지난 3월에는 `돼지, 고로 나는 존재한다(he Pig That Therefore I Am)`라는 누드 퍼포먼스를 선보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술관 앞에 마련된 돼지우리에서 돼지 2마리와 나체로 104시간을 지내는 누드 퍼포먼스를 관람객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줬다.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어둠에 대한 두려움, 위험함에 대한 두려움, 더러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미루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후 미술대학원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또한 철학자이자 아버지인 도올의 영향으로 도교와 불교에도 관심이 깊었다.백남준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다면, 김미루는 `누구도 가기 싫어하는 길`을 가고 있다. 미답의 길은 언제나 외롭고 쓸쓸하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오직 끝 간 데까지 가본 자만이 알 수 있다. 백남준을 기리는 것은 그가 끝까지 간 자이기 때문이다. 가끔 김미루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녀도 끝까지 가겠구나!`라는 예감이 든다.12월은 대입을 앞둔 청소년을 비롯해 많은 직장인이 진로와 이직을 고민하는 계절이다. 삶은 비디오처럼 반복, 멈춤, 빨리 감기, 되감기를 할 수 없다. 오로지 재생될 뿐이다. 수많은 `숫눈길` 앞에서 고민하는 많은 청춘들에게 폴 발레리의 이 말은 어떨까?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저만치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2011-12-09

“구미·칠곡 통합해야 동반성장”

【칠곡】 수면 아래서 진행되던 구미시와 칠곡군 통합이 가시화됐다. (가칭)칠곡·구미통합추진위(대표 조기석 의원, 석적읍)는 8일 오후 3시 교육문화회관에서 주민대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석적 읍과 북삼 읍, 약목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통합을 위한 범 군민 추진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추진위는 또 통합을 원하는 3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 이달 말까지 주민 투표권자의 2% 이상 서명을 받아 칠곡군과 경북도를 거쳐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위원회에 통합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위원회는 칠곡군이 통합건의서를 제출하면 6월 말까지 이를 수용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2014년까지 후속조치가 이어진다.통합이 논의되고 있는 석적과 북삼읍, 약목면 지역은 행정통합을 통해 경제, 교통, 교육, 문화, 복지 등의 혜택과 낙후지역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칠곡에서 통합에 적극적인 이들 지역 주민들은 구미와의 통합을 통해 인접한 칠곡지역에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하는 등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특히, 통합이 이뤄지면 정부와 광역단체로부터 재정보전금, 세금, 행정사무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는 점도 통합 논의에 탄력을 받고 있다.추진위는 또 통합 이유에 대해 구미시의 소득이 칠곡군과 비교하면 3배가 높고, 칠곡군이 도시계획 개편 명분을 제공해 대중교통수단 일원화, 교육·문화·체육·복지시설의 질적 향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허 복 구미시의회 의장은 칠곡군의 통합추진 움직임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통합을 찬성하는 편이지만 구미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제일 중요하다”며, “현재 칠곡 군민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구미 시민들은 통합론에 대해서 무감각하다. 국가적인 시책과 더불어 칠곡 군민들의 기대, 구미 시민들의 호응 등 3박자가 맞아야 통합할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칠곡군의 총 인구 12만 2천여 명 중 구미와 인접해 있는 석적 읍과 북삼 읍, 약목면 인구가 약 6만 7천여 명으로, 칠곡군 전체인구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민의 60~70%가 구미에 생활권을 두고 있어 지난 지방선거 당시 다수 출마자가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후보들이 행정통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 태세며, 통합의 필요성과 방안, 통합 찬·반 등에 대한 견해를 듣고 이를 선거에 반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김용호기자

2011-12-09

약을 물 먹듯이

국민들의 건강복지를 위해서 한 때 길거리에 `약은 남용하지도 말고 오용하지도 말자`라는 표어가 붙기도 했다. 약은 잘못 먹으면 치명적인 일이 생기기도 하며 부작용이 생긴다.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약을 가장 무분별하게 먹는 국민과 국가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은 자신이 약사요 의사인 것처럼 약에 대한 지식과 상식도 많은 편이다. 병원에 가서도 의사의 진료 결과를 기다리고 처방된 대로 약을 복용하면 되는 것인데 의사 이상으로 처방을 자신이 내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행하는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를 하고 있지만 그동안 감기로 알려진 급성 상기도감염에서의 항생제 처방률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통상적으로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므로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의학 전문가들은 말한다.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내성 세균이 늘어나는 등 보건상 문제가 되기 때문이란다. 다만 심한 감기나 폐렴 등 합병증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적절히 사용할 필요를 느낀다는 것이다. 2009년 하반기에 유행한 신종플루 영향으로 다소 조심을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항생제는 항생 물질로 된 약제인데 상당한 의학적 전문성이 없으면 약의 설명서만 듣고 사용한다는 것은 건강을 헤치는 무지한 일이다. 다행히도 복지부에서 발표한 항생제 복용의 수치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며 우리가 항암제를 함부로 쓸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보통 약국에 가서 약명을 대면서 그 약을 요구한다. 약을 처방 받으려면 의사, 약사와 상담해서 거기에 어떤 약이 적합한지 꼭 문의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의사의 처방과 진단에 따라 약국에 가서 약을 사기만 하면 된다. 집집마다 냉장고나 한적한 곳에 약봉지가 박혀있다. 약국에서 받아온 약이 며칠이 지나면 혼돈이 되고 약을 방치해 버린다. 자신이 복용하는 약인데 이렇게 처리할 수 있을까. /손경호(수필가)

2011-12-09

뒤숭숭한 서울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서울은 지금 하수상한 상태다. 젊은이들은 `나는 꼼수다`의 31회분이 나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다 드디어 나왔다고 서로 문자를 보내줬다. 그 며칠 전에는 여의도에서 FTA문제를 주제로 삼아 이 사람들이 주최한 콘서트가 열려서 3만명이다, 5만명이다, 10만명이다 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서울시장 선거 때 선거관리위원회에 `디도스 공격`이 가해졌다는 경찰의 발표를 둘러싸고 진위 여부부터 배후 문제까지, 또 선거관리위원회 내부 사람들이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냐는 주장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종합편성 채널 방송이 시작되자, 그 출연 문제로 작가 공지영 씨가 가수 인순이 씨와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씨를 비난하다 트위터리언들에게 되려 비난을 당하기도 했다. 공지영 씨는 여기에 신경질 섞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럼으로써 누구나 다 옳을 수 없음을 드러낸 꼴이었다.서울시장 선거 당일, 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의 투표소 정보가 차단된 것은 있어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디지털화 된 시스템에 민주주의 절차의 거의 모든 것을 맡겨놓은 나라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심각한 문제다. 어디선가 국기를 문란케 한 범죄행위라고 했는데, 바로 이 말이 정확한 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또 그 며칠 전에 서울대학교에서는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가 교수들에게 법인교수가 될 것인지, 국가공무원으로 남을 것인지 양자택일하라는 메일을 보냈다가 교수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날짜를 연기하는 진통을 겪었다. 이 법인화는 올초에 여당이 예산안과 함께 `날치기`로 통과시킨 법안에 따른 것이었다. 원래 법은 그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이 다 따르도록 해야 하는 것인데, 이 법은 부칙에 다시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이 자기 의사대로 국가공무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했다. 부칙이 법안 자체의 취지를 부인한 격이라고나 할까.어제 오늘 뉴스들을 보니, 경찰에서 `디도스 공격` 문제를 둘러싸고 관련자들을 소환하고 수사를 어느 정도 확대해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이 만발했다. 그냥 덮어두고 가면 되는 사건이 터진 게 이상하다는 것이었다.많은 해석 가운데 하나는 미국에서 BBK 관련 소송 결과가 나오는데, 이게 여론화 되는 것을 피하려고 `터뜨렸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요즘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 때문에 경찰 쪽에서 권력 쪽에 항의를 표시하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경찰의 어느 수준에서 고위 간부들의 뜻을 거역한 채 독자적으로 이 문제를 사건화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 있어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해석은 또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나 여당 쪽에서 누군가가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어 양심선언을 하려고 하는 상황에 이르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예방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이제 마지막 해석이 남아 있는게 상대적으로 평이하다. 그것은 `나는 꼼수다`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집요하게 진상을 파헤치려고 하자 사태의 책임이 국가 공인 기관이 선거관리위원회로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몇몇 젊은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여당에서는 지금 최고위원이 당직을 사퇴하면서 재창당까지 요구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결코 이 문제를 쉽게 넘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오랜 기간 동안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인정되어 온 박근혜 씨의 지지율이 어느 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안철수 씨에게 뒤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두고 사람들은 일종의 피로 현상이라고 했다. 이 정부 들어 이 분의 존재가 너무 뚜렷하게 부각되어 있는 탓에 이제는 관심권에서 급격히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 때 나경원 후보와 함께 다닌 것이 화근이라고도 했다. 연륜이 약점이 되는 세상에서 이 분의 자연 연령이 대중적으로 각인되었다는 것이다.이 어지러운 사태 속에서 서울 시민들은 지금 무슨 일이라도 터질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정상적인 삶의 리듬이 깨질 것 같은 불안감 속에서 사람들은 이 사태가 어디로 귀착될지 불만을 느끼면서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다.

2011-12-08

인터널 마케팅

조문제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요즈음은 신문이나 언론 매체를 접하게 되면 온통 우울한 소식밖에 없는 것 같다. 미국의 경기 둔화와 유럽의 재정위기 고조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의 제조업 지표들도 둔화세가 지속됨으로써 글로벌 전반에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더 팽배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기에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인데, 이런 때 일수록 기업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내부 조직구성원들에 대한 동기부여와 관련된 인터널 마케팅(Internal Marketing)을 재점검해볼 필요성이 있다.인터널 마케팅은 1970년대에 소개된 개념으로, 기본적 전제가 “기업이 외부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내부 직원에 대해 우선적으로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마케팅의 기본적인 원리가 직무설계를 직원의 동기부여에 적용시킨다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그 적용범위가 서비스 분야를 초월해 고객중심과 시장중심의 관점 전환에서 마케팅 철학과 경영진의 참여에 이르기까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이러한 인터널 마케팅은 크게 내부직원 만족, 외부고객 지향, 그리고 전략실행과 변화관리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다.먼저 내부직원 만족 단계는 최고 경영자가 직무제공을 상품으로, 직원을 고객으로 인식해 내부직원의 관심을 그들의 직장에 쏟게하기 위해 직무를 인간 욕구에 맞추는 전략이며, 외부고객 만족 단계는 외부고객을 접촉하는 직원의 경우, 최종 구매자의 충성심 제고를 통한 반복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항상 동기 부여되고 외부고객을 의식할 수 있도록 마케팅 기술을 내부적으로 추가하는 과정을 말한다.그리고 전략실행과 변화관리 단계에서는 내부 직원이 외부 고객을 의식하도록 동기부여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확장해 비고객 접촉직원에게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게끔 행동을 동기부여 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즉, 변화에 대한 부서간의 갈등과 저항을 극복하고 기업과 조직의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도록 내부 직원을 정렬하고 동기부여 시키며, 부서를 통합시키고자 하는 계획된 노력을 수반해야 한다.일 예로,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프로비나커버넌트 의료센터(Provena Covenant Medical Center)”는 의사, 직원, 간호사, 청소부 등의 모든 내부 직원들이 외부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첫째, 프로비나를 방문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존경과 품위를 갖추고 대할 수 있도록 고객서비스에 대한 실행 목표를 설정하여 운영했고, 환자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드문 행정 직원들에게는 최종 고객과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를 교육해 내부 고객인 의사와 간호사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프로비나는 그들이 항상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기 위해 “미션 순간(Mission Moments)”을 통해 그 결과를 환자를 통해 곧바로 확인했다. 이러한 인터널 마케팅 노력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환자를 최고로 만족시키는 병원으로서 벤치마킹 기관상을 받게 됐다.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모든 소비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경기침체 속에서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부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을 한 층 더 높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내부 조직구성원들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한 인터널 마케팅에 대한 전략과 대안개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2011-12-08

노트르담 종소리

노트르담 사원은 파리 시가지 세느강 시테섬에 있는 성당이다. 1831년작 `파리의 노트르담(Notre Dame de Paris)`은 15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성당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와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제목보다 `노트르담의 꼽추`로 유명한 이 작품은 발표 이후 전 세계에서 번역됐고 영화로 수십 차례 제작됐다. 미국 월트디즈니에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했으며 원작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은 1998년 초연 뒤 프랑스의 대표 공연이 됐다. 소설의 무대인 `콰지모도의 종`이 있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연일 관광객들로 붐빈다. 필자도 두 번이나 성당을 찾은 일이 있어 추억의 현장으로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런 노트르담의 종이 대부분 새것으로 바뀔 전망이란 뉴스가 있다. 성당 측은 대성당 완공 850주년인 내년에 현재 5개 있는 종 가운데 4개를 새로 만들어 모두 10개의 종을 운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1681년에 만들어진 남쪽 탑의 종 `에마뉘엘`만 그대로 보존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목적은 종소리의 복원이란다. 종은 평화의 상징이요 그 소리는 구원의 전령이다. 멀리서 은은하게 들리는 축복의 소리가 다시 복원된다는 얘기이다. 현재의 종은 1856년 나폴레옹 3세 때 만든 것이다. 성당 측은 이 종들의 음질이 에마뉘엘 종과 같은 17세기의 원조 종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한다. 40억원의 비용을 들여 원래의 종소리로 되살릴 계획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트르담의 종이 파리의 상징적 존재란 이유로 수많은 파리 시민이 이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파리의 한 시민 운동가는 “종은 프랑스의 대행사 때 마다 역사적 순간을 알리는 세계적 문화유산”이라며 “종이 사라지면 아무도 이를 알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축하와 슬픔을 함께 담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은 프랑스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을 국민의 뇌리에 심었다. /손경호(수필가)

2011-12-08

공주 갑사의 신라 철당간(鐵幢竿)

산사를 찾다보면 절집 어귀에 잘 다듬어진 돌기둥 두 개가 마주하고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은 예전에 절에 행사가 있을 때 당(幢)이라는 깃발을 매어 달아 올리던 곳으로 깃발을 달아 세우는 장대를 당간(幢竿)이라 하고, 그 장대를 양쪽에서 지탱해 주는 돌기둥을 당간지주라고 한다. 나무장대로 만든 당간은 오랜 세월 속에 없어져버리고 장대를 지탱해주던 돌로 만든 당간지주만 남아 있다. 1963년 보물 제256호로 지정된 공주 갑사의 철(鐵) 당간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것이다. 철로 만든 당간이라 오랜 세월 풍화 속에서도 견뎌내고 나무 당간과 달리 아직도 원형대로 남아있다. 갑사의 철 당간은 1331년 전 신라 문무왕 20년(680)에 세워진 것이다. 네 면에 구름무늬를 새긴 기단 위에 철 당간을 높게 세우고 양 옆에 당간지주를 세워 지탱하게 해놓았다. 화강석을 다듬어 만든 두 개의 지주 안에 세운 철 당간은 24개의 철통을 연결한 것인데 원래는 28개였으나 고종 30년(1893)에 벼락을 맞아 4개는 없어졌다고 한다. 갑사 동남쪽 기슭에 위치한 이 철 당간은 당간을 지탱하는 두 개의 지주가 동서로 마주 서 있는데 안쪽에 구멍을 뚫어서 단단하게 고정시켜 1300년이 넘은 지금도 옛 모습을 잘 지키고 서있다.필자는 당간지주를 볼 때마다 로마 바티칸 교황의 관저인 사도 궁전 안에 있는 시스티나 경당이 떠오른다. 신자들의 친교와 예배를 위한 장소로 사용하는 이 건물은 1480년 옛 대경당(Cappella Magna)을 복원한 것이고 그 이름은 로마교황 식스토 4세(Papa Sisto IV)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오늘날 이곳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소집되면 경당의 지붕에 굴뚝을 설치하고 신호로 연기를 피어 올려 연기의 색으로 교황 선출 여부를 외부세계에 알리는 것으로 유명하다.500년 역사를 지닌 로마의 이 의식에 비하면 1300년이 넘은 신라의 당(幢) 의식은 그보다 800년이나 더 앞선 우리 조상들의 선지식이다. 비록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의 전통 당 의식은 없어졌지만 돌기둥처럼 남아있는 절 어귀의 당간지주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요즘은 산사의 안마당까지 승용차가 너무 쉽게 드나든다. 그래서인지 당간지주와 당간, 당의 뜻이 잊혀져가고 있다. 산사의 당간지주에 당간을 다시 세우고 당 의식을 되살려 보면 어떨까. 절집은 절집다울 때가 가장 성스럽고 아름답다. 요즘은 깊은 산속의 절집마저도 간혹 불사를 빌미로 전통건축기법을 벗어난 건축행위를 하곤 한다.산사의 외관은 간소하면서 수수하고 어느 면으로는 겸허한 건축미를 풍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산사는 단아한 아름다움과 순박한 큰 맛을 겸하면서 인위적인 기교가 없는 고요한 아름다움을 지닐 때 자연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영남이공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2011-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