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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서울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2-08 23:38 게재일 2011-12-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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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
서울은 지금 하수상한 상태다. 젊은이들은 `나는 꼼수다`의 31회분이 나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다 드디어 나왔다고 서로 문자를 보내줬다. 그 며칠 전에는 여의도에서 FTA문제를 주제로 삼아 이 사람들이 주최한 콘서트가 열려서 3만명이다, 5만명이다, 10만명이다 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서울시장 선거 때 선거관리위원회에 `디도스 공격`이 가해졌다는 경찰의 발표를 둘러싸고 진위 여부부터 배후 문제까지, 또 선거관리위원회 내부 사람들이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냐는 주장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 방송이 시작되자, 그 출연 문제로 작가 공지영 씨가 가수 인순이 씨와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씨를 비난하다 트위터리언들에게 되려 비난을 당하기도 했다. 공지영 씨는 여기에 신경질 섞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럼으로써 누구나 다 옳을 수 없음을 드러낸 꼴이었다.

서울시장 선거 당일, 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의 투표소 정보가 차단된 것은 있어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디지털화 된 시스템에 민주주의 절차의 거의 모든 것을 맡겨놓은 나라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심각한 문제다. 어디선가 국기를 문란케 한 범죄행위라고 했는데, 바로 이 말이 정확한 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 그 며칠 전에 서울대학교에서는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가 교수들에게 법인교수가 될 것인지, 국가공무원으로 남을 것인지 양자택일하라는 메일을 보냈다가 교수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날짜를 연기하는 진통을 겪었다. 이 법인화는 올초에 여당이 예산안과 함께 `날치기`로 통과시킨 법안에 따른 것이었다. 원래 법은 그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이 다 따르도록 해야 하는 것인데, 이 법은 부칙에 다시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이 자기 의사대로 국가공무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했다. 부칙이 법안 자체의 취지를 부인한 격이라고나 할까.

어제 오늘 뉴스들을 보니, 경찰에서 `디도스 공격` 문제를 둘러싸고 관련자들을 소환하고 수사를 어느 정도 확대해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이 만발했다. 그냥 덮어두고 가면 되는 사건이 터진 게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많은 해석 가운데 하나는 미국에서 BBK 관련 소송 결과가 나오는데, 이게 여론화 되는 것을 피하려고 `터뜨렸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요즘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 때문에 경찰 쪽에서 권력 쪽에 항의를 표시하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경찰의 어느 수준에서 고위 간부들의 뜻을 거역한 채 독자적으로 이 문제를 사건화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 있어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해석은 또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나 여당 쪽에서 누군가가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어 양심선언을 하려고 하는 상황에 이르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예방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 해석이 남아 있는게 상대적으로 평이하다. 그것은 `나는 꼼수다`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집요하게 진상을 파헤치려고 하자 사태의 책임이 국가 공인 기관이 선거관리위원회로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몇몇 젊은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여당에서는 지금 최고위원이 당직을 사퇴하면서 재창당까지 요구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결코 이 문제를 쉽게 넘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오랜 기간 동안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인정되어 온 박근혜 씨의 지지율이 어느 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안철수 씨에게 뒤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두고 사람들은 일종의 피로 현상이라고 했다. 이 정부 들어 이 분의 존재가 너무 뚜렷하게 부각되어 있는 탓에 이제는 관심권에서 급격히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 때 나경원 후보와 함께 다닌 것이 화근이라고도 했다. 연륜이 약점이 되는 세상에서 이 분의 자연 연령이 대중적으로 각인되었다는 것이다.

이 어지러운 사태 속에서 서울 시민들은 지금 무슨 일이라도 터질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정상적인 삶의 리듬이 깨질 것 같은 불안감 속에서 사람들은 이 사태가 어디로 귀착될지 불만을 느끼면서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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