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는 겨울이 길고 기온이 낮아서 이 기간 중 건설공사가 중지된다. 보통 4월 중순 이후에 건설공사가 시작되며, 땅파기 등을 포함한 토목공사는 10월까지 밖에 진행되지 못한다. 건축자재 가격도 성수기인 봄철보다 시장이 위축된 겨울철에는 20% 정도 높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지난 여름 세미나때 건설관련 공무원들에게 1평방미터당 건축비를 물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확실한 경로로 알아봤다. 중국인들로 구성된 건설사들이 1평방미터당 $450 정도에 공사를 수주했다는데, 그 품질은 한국기준으로 매우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건설자재 값이 50% 뛰어서 현재는 1평방미터당 $700 정도가 손익의 분기점이고 $700~$900 정도 돼야 품질도 보장되고 이익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곳 신축건물의 품질은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은 수준의 아파트와 관공서 건물이 있는가 하면, 매우 조악한 품질의 건물들도 많다. 공사가격도 1평방미터당 $450에서 $2천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물론 대부분의 건물들은 $500 안밖의 가격에 지어졌을 것인데, 한국기업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가격일 것이다.
이곳 공사현장은 대부분 중국인 건설팀을 고용한다. 이들은 노임에 비해 아주 열심히 일을 한다. 몽골인들은 대부분 건설현장을 기피한다는데, 그 이유는 아직 뿌리 깊은 사회주의의 영향, 청장년층의 알코올 문화, 낙천적인 성격 등 다양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들을 싸잡아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표현을 해서는 안된다. 많은 이들이 꿈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며 식구들을 부양하고 있을 것이니까.
도시 곳곳을 돌아보다가 교외 좀 높은 구릉에 위치한 적벽돌공장 인근의 게르지역으로 가보았다. 벽돌은 폐허 같이 보일 정도의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생산되는데, 인근 마을들은 가난한 게르지역임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벽돌집이 많아 보인다.
한 집의 문이 열려 있어 몽골인 운전사의 도움으로 집구경을 요청했더니 중년의 몽골여인이 쾌히 승낙한다. 이삼백평은 됨직한 널따란 공간에 빙 둘러 나무판자로 담을 만들어 놓았는데, 두 개의 게르가 있다. 한집은 자기네가 살고 한집은 동생네가 산다고 한다. 마당 한구석에 재래식 변소가 있다.
게르안은 좁고 낡은 가구들만 있는데, 중간에는 밖으로 나가는 연통과 함께 난로가 있다. 안은 의외라고 할 정도로 따뜻한 편이다. 연료로는 갈탄을 사용하는데, 하루에 요즈음은 한두 부대, 아주 추울 때는 네 부대 정도 땐다고 하는데, 한겨울 연료비가 5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옆에는 식구들끼리 짓고 있는 새 건물이 있는데, 2층 구조로서 넓이는 10평정도 되어 보인다. 나무로 뼈대 및 벽을 하고 그 밖으로 보온섬유를 대고 벽돌을 쌓아 추위를 예방하고 있다. 지붕은 붉은 함석으로 대어 놓았다. 안은 아직 흙바닥인데 입구쪽 한두평 정도를 2미터 정도 파놓고 있었다. 이곳이 식료품저장고가 될 것이며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식구들이 짓는 `Self-help Housing`이다.
몽골에는 제조업의 발달이 미약하다. 건설자재공장도 드물다. 많은 게르 거주민들은 대개 비공식적인 직업에 종사하며, 돈이 생기고 틈 나는 대로 자기들 스스로 주거를 향상시켜 가고 있다. 좀 서툴러 보이지만, 이들의 땀이 어린 귀중한 자산들이다. 건축자재만 값싸게 공급될 수 있다면 우리가 걱정하는 게르지역도 그리 길지 않은 세월 속에 크게 향상 될 것이다. 물론 정부가 이들이 그 땅에 장기간 거주할 수 있게 해주고 도로며 상하수도 등의 인프라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