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송편을 먹는다는 기록이 문헌에 있는지는 몰라도 송편은 전통적인 명절 음식이다. 그 해의 풍성한 추수로 조상에게 햅쌀을 빚어 만든 것이라 감사의 표시가 효시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우리말에 오려송편이라는 말이 있다. `오려`는 `올벼`의 옛말로 제철보다 일찍 여무는 벼를 말한다. 즉 오려 송편은 일찍 수확된 벼를 빻은 햅쌀로 빚은 송편을 뜻한다. 송편은 다른 명절 때도 먹는 떡이지만 특별히 추석에는 오려 송편을 만들어 먹으면서 명절을 즐겼다고 한다. 한 민속학자의 견해에는 옛날 문헌에는 추석이 아닌 다른 명절에 송편을 만든다는 기록이 많다고 했다. 19세기 문인 조수삼이 쓴 `추제집`에서 정월 대보름날 솔잎으로 찐 송편을 놓고 차례를 지낸다고 했다. 2월 초하룻날 떡을 하는데 콩으로 소를 넣고 솔잎을 겹겹이 쌓아 시루에 쪄서 농사일을 준비하는 노비에게 먹이니 이것을 바로 노비 송편이라 했다는 말도 있다 팔도 음식을 기록한 허균은 송편을 봄에 먹는 떡이라 했으며 쑥떡, 느티떡, 진달래 화전도 포항시켰다. 이와같이 송편은 계절에 관계없이 이름이 난 명절이나 언제나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우리 고유의 떡인 것만은 틀림없다. 송편은 특별히 추석 때만 만드는 떡이 아니라 정월부터 6월까지 특별한 날이면 빚었던 음식이다. 그러나 송편 만드는 재료도 계절에 따라 다양한 것이라 한다. 송편은 아무 곡식이든지 가루로 만들 수 있으면 빚었다는 것이다. 조, 수수, 옥수수, 감자, 도토리도 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물에 불인 쌀을 맷돌에 간 후 체에 밭혀 가라앉힌 앙금으로 만든 무리 송편, 보리쌀로 빚는 보리 송편도 떡잔치 축제에 가면 볼 수 있다. 이제는 명절을 떠나 현대에 접어들면서 다른 명절은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기억속에 송편만이 추석의 주음식으로 여기는 것이다. 솔잎을 밑에 까는 것은 솔향의 깊은 맛이 특미이지만 찔 때 잘 붙지 않는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