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사진이 된다
시간의 물너울 밖으로 밖으로
떠밀려 나가다 어느 순간
거실 구석 가라앉은 먼지처럼
오래오래 풍경으로 남았다 상처의 딱지처럼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때
비로소 우리네 뜨거웠던 삶이 된다
바랜 사진첩으로 남은
어머니 깨꽃 같은 젊은 날 보며
이렇게 무언가를 하염없이 그리는 순간 순간들이
완전 평면의 오랜 저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다
저 낡은 몇 장의 사진이
내가 처음 떠나온
그 뜨겁고 고요한 세상임을 알겠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서 살아온 세상의 시간들과 일들을 떠올리는 시인의 눈이 고요하게 젖어있다. 바랜 사진첩 속에는 우리네 삶의 뜨거웠던 순간들과 아픔과 상처의 길들이 서려있어 우리는 간혹 그것을 꺼내보면서 추억에 잠기곤 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다시 뜨겁고 아픈 상처들,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