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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청암 박태준 선생님 영전에…

이혜영 기자
등록일 2011-12-15 23:22 게재일 2011-1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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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포항 시민들의 등불이 되어주십시오

박승호 포항시장
존경하는 청암 박태준 선생님.

선생님의 타계 소식을 접한 그제 이후 저를 포함한 모든 포항시민들은 충격과 황망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꿈이라면 좋겠고,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체취와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포스코대로, 형산강 다리, 포항제철소의 불빛이 눈에 밟혀 어떻게 떠나신다는 말씀입니까?

청암 선생님.

까마득한 후배로 처음 선생님 앞에 선 제게, 마땅한 호칭을 찾지 못해 불편해 하던 제게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냥 편하게 `회장님`이라고 불러. 난 그게 제일 좋아!”

이 짧은 한마디에서 선생님께서 밤을 낮으로 쪼개가며 직접 만드신 포항제철, 포스코에 대한 무한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저는 이 또한 선생님 특유의 소박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여당 대표최고위원, 국무총리를 거치고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회장이나 총리 박사라는 한가지 호칭으로는 아무래도 선생님을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오롯이 선생님 한 분으로 한국의 산업사를 설명할 수 있고, 한국 경제사와 한국 선진사, 나아가 한국 현대사를 기록할 수 있는데 어찌 `회장님`이라는 호칭으로 선생님의 업적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여생을 정리하시는 마지막 순간, 집 한 칸, 주식 한 주 가지지 않고 모든 것을 국가와 사회 후배들에게 남겨주시고 떠난 청빈의 삶은 그 자체로 이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사표(師表)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존경하는 청암 박태준 선생님.

3년전 포항시청에 들러 “포항은 대한민국을 가난의 늪에서 건진 특별한 도시다. 더욱 열심히 해서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어 달라”고 격려해 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제철보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직원들을 향해 “영일만 갯벌을 메워 제철소를 짓자! 만약 실패한다면 우리 모두 우향우 해서 영일만 앞바다에 몸을 던져 버리자”는 `우향우 정신` 정신과 교육보국의 신념으로 제철유치원부터 포항공대까지 설립해 영일만의 기적을 완성하신 선생님의 삶은 온전히 포항의 역사가 되고 살아있는 신화가 되었습니다. “포항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어라”는 그 주문,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지난 2일,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를 이 곳 포항에서 배출하자며 직접 명명하신 포스텍 노벨동산에서 가진 선생님 조각상 제막 당시 선생님의 빈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던 이유가 이렇게 선생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전주곡이었다는 사실을 왜 알지 못했는지 후회가 됩니다. 그 조각상에는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강철거인, 교육위인`. 그 문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깁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몇마디의 말과 글로써 선생님을 떠나 보내야 하는 저희들의 애닮은 심정을 어떻게 표현하겠습니까 마는 오는 17일 발인 날을 우리 53만 시민은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시민 애도의 날`로 정하고 시기를 조기로 달기로 했습니다.

선생님.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 우리 포항과 시민들의 등불이 되어주십시오. 부디 선생님의 영면과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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