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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나는 계란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12-07 21:39 게재일 2011-12-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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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아주 소중하고 귀중한 알짜배기를 `알토란`같다고 한다. 땅 속에 알이 많은 알줄기가 있으며 잎은 두껍고 넓은 방패 모양이다. 따뜻하고 습한 곳에서 잘 자라며 뿌리줄기를 토란이라고 하며 잎자루와 함께 식용으로 쓰인다. 열대 아시아 지역이 원산지로 채소로 널리 재배하는 식물이다. 토란국은 토란으로 인 국으로 추석의 절식으로서 1년에 한두 번 먹는 귀한 음식이다. 뿐만 아니라 당질, 인, 염분, 칼슘 등이 많이 함유된 영양가 많은 음식이기도 하다.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토란을 즐겨 먹었는데 `밭에서 나는 계란`이라고 했다. 많은 요리사들은 토란이 맛도 좋지만 영양 덩어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토란은 향기가 뛰어나며 맛은 농어회를 능가했다는 옛 선비의 말도 문헌에서 발견된다. 토란은 향료로 유명한 인도에서 한국, 중국, 일본으로 거쳤다. 한의사의 말을 빌리면 토란은 전분의 크기가 작아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다. 동의보감에도 토란은 성질이 평하며 위와 장을 잘 통하게 하는데 날 것으로 먹으면 독이 있지만 익혀 먹으면 독이 없어지고 몸을 보한다고 했다. 민간요법에서도 토란은 주로 소화제로 이용했다고 하니까 동의보감에 나오는 내용과도 일치하는 셈이다. 배를 따뜻하게 하고 더부룩한 속을 안정시키며 장을 튼튼히 하는 작용이 있어 약제로도 손색이 없는 채소이다. 갖가지 음식이 풍성한 추석에 과식으로 배탈이 나기 쉬운데 소화를 돕는다니 과학적으로도 추석과 잘 맞는 식품이다.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8월령에 “북어, 젓조기로 추석명절 쇠어보세/신도주(햅쌀 술), 올벼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산사에 제물하고 이웃집과 나누어 먹세”라고 했으니 토란국을 끓이는 것은 우리의 오랜 전통이다. 홍길동의 저자 허균도 하늘나라 음식이 어떤지는 몰라도 땅위에서 토란국보다 더 맛있는 음식이 없을 것이라고 절찬한 것이 문헌에 기록돼 있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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