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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百獸)의 왕` 사자의 매력

김만수 경기대 교수 / 남포항로타리클럽 회장몸집이 크고 기운이 세어 `백수(百獸)의 왕`으로 알려진 사자는 한때는 아프리카·유럽·아시아에도 살았으나, 지금은 주로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에만 분포해 있다. 근육질로 힘세게 생긴 사자는 긴 몸과 짧은 다리, 큰 머리를 갖고 있고, 크기나 모양이 상당히 다양하다. 커다란 수컷은 약 3m의 몸길이에 어깨높이는 약 1m이고, 몸무게는 약 230㎏에 이른다. 암컷은 수컷보다 작다. 특히 사냥을 성공하고 나면 지천을 흔드는 사자의 우렁찬 울음소리(獅子吼)는 유명하다. 또한 사자는 여느 고양이과 동물과는 달리 군집을 형성하여 무리를 짓거나 떼를 지어 산다. 먹이는 주로 사냥을 해서 얻고, 주 사냥감은 작은 곤충에서부터 자신보다 몸집이 큰 기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 일정하게 정해진 번식기가 없어 연중 아무 때나 새끼를 낳으며, 임신기간은 108일 정도이고, 한배에 태어나는 새끼는 대개 2~3마리이며 드물게는 6마리도 낳는다. 수명은 야생상태에서는 8~10년 이상 사는 일이 드물지만, 사육할 때에는 25년 정도 살 수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백수의 왕` 사자에 대한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자의 독특한 습성을 이해하고 나면 왜 사자가 `백수의 왕`이 될 수밖에 없는지 그 매력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우선 사자는 굶어 죽었으면 죽었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절대로 풀을 뜯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자는 먹이를 사냥할 때 그 대상이 얼룩말이 되었건, 아니면 자기 몸의 수백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들쥐가 되었건 일단 어떤 목표물을 사냥감으로 정하면 그 사냥을 성공하기까지는 신중하게 최선을 다한다. 즉, 결코 목표가 적다고 하찮게 여기거나 경솔하게 치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사자는 자신이 어렵게 사냥한 사냥감을 절대로 혼자 먹지 아니하고, 일단 사냥을 성공하면 산천이 떠나갈 정도의 우렁찬 사자후로 무리들을 불러 모은 다음 골고루 나누어 먹는다. 그리고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까마귀나 독수리들을 위해 남겨둔다. 하지만 자신이 잡은 사냥감을 하이에나와 같은 동물이 노력도 하지 않고 갈취하려 할 경우 먹이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응징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자는 늙고 병들어 힘이 쇠약해지면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무리에서 이탈하여 날카로운 이빨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 뒤 세균이 침투하게 하여 최후를 맞는다. 이는 백수의 왕이란 그 위세에 눌려 다른 짐승들은 감히 죽은 사자에게도 접근하지 못함을 배려하여 자신의 몸속에 저절로 생긴 벌레들이 그 시체를 깨끗이 먹어 치우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자의 독특한 습성은 백수의 왕으로서의 매력이기도 한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 `절재력`은 자신의 분수를 망각한 채 돈과 명예나 출세에 눈이 멀어 빛이 없으면 고개를 숙이고, 해가 뜨면 그 빛을 따라 고개를 치켜들고 온갖 교태를 부리는 일부 `해바라기족` 들이 한 번쯤은 본받고 새겨볼 만한 충고가 아닐까. 또한 무조건 큰 것만 쫓아 작은 것을 경시하는 한탕주의자들에게 사자의 사냥방법은 경종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으며, 특히 어렵게 일궈낸 수확이 크든 적든 욕심부리지 않고 나누는 미덕은 갈수록 인정이 메마르고 각박해지는 오늘 이 사회에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어디 그뿐인가. 하이에나와 같은 얌체족이나 불의 앞에서는 단호히 맞서며, 특히 시대의 변화와 역사의 흐름에 걸 맞는 후계자나 지도자를 양성하기보다는 크기도 전에 죽여야 직성이 풀리는 안타까운 현 세태 속에 후계자를 위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는 사자의 마지막 모습은 진한 감동의 절정이다. 자칭 지도자는 많으나 안타깝게도 존경받는 리더 부재의 시대를 살면서 아무리 배가 고파도 결코 풀을 뜯지 않는 사자의 절제와 지조, 매사에 신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리고 이기적이지 않고 항상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과 불의를 용서하지 않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후계자를 위해 스스로 마음을 비우는 위대한 동물의 왕 사자의 매력적인 모습이 오늘따라 목 메이도록 그립다.

2009-10-07

정(政)은 정(正)이다

신두환/안동대 한문학과 교수·시인공자는 정치에 대하여 수많은 언급을 하였다. 그러나 공자는 논어에서`정(政)은 정(正)이다`라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지금 우리 정치는 국정감사에 쏠려 있다. 국정감사란? 국회가 이 나라의 정치 전반에 관한 감사를 직접 하는 것이다. 전기톱과 쇠망치가 난무하는 국회. 욕설과 몸싸움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국회.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민주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의 국회이다. 이제 바로 이들의 권한이자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최고 일거리인 국정감사가 비로소 시작 되었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의 기본자질이 국민들에게 검증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들은 여기에서 자기 지역구의 진정한 대변인이자 일꾼인 국회의원을 잘 살펴보며 감시해야한다. 국회의원은 어디에서 탄생되는가? 국민에게서 나온다. 어찌 그들뿐이랴? 대통령과 행정수반, 도지사, 공무원들도 따지고 보면 모두가 국민이 만든 것이다. 바로 국민이 최고의 권리자인 샘이다. 우리는 이들을 정치라는 명목 하에 그들을 뽑는다.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바르게 정치를 하는 것일까? 다산 정약용 선생은 `원정(原政)`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정치(政)의 뜻은 바로잡는다(正)는 말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토지의 이익과 혜택을 함께 누리어 부유한 생활을 하고, 누구는 토지의 이익과 혜택을 받지 못하여 빈한하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 때문에 토지를 개량하고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어 그것을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치(政)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풍요로운 땅이 많아서 남는 곡식을 버릴 정도이고, 또 누구는 척박한 땅도 없어서 모자라는 곡식을 걱정만 해야 하는 것인가. 이 때문에 배와 수레를 만들고 무게를 다는 저울과 곡식의 양을 헤아리는 되나 말의 규격을 세워 그 고장에서 나는 것을 딴 곳으로 옮기고, 있고 없는 것을 서로 통하게 하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치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제멋대로 빼앗아 삼켜서 커지고, 누구는 연약한 위치에서 자꾸 빼앗기다가 멸망해 가야하는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군대를 조직하고 죄 있는 자를 성토하여 멸망의 위기에 있는 자를 구제하고 세대가 끊긴 자는 이어가게 하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치이다.(중략) 우인(虞人)이란 산림소택(山林沼澤)을 맡은 벼슬은 시기를 가려 산림(山林)에 들어가서 짐승과 새들을 사냥함으로써 해독을 멀리하기도 하고, 또 모든 쓰임에 공급도 하며, 의사는 병리(病理)를 연구하고 약성(藥性)을 감별하여 무서운 전염병과 일찍 죽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게 하는 것이 바로 왕정(王政)인 것이다. 왕정이 없어지면 백성들이 곤궁하기 마련이고, 백성이 곤궁하면 나라가 가난해지고, 나라가 가난해지면 세금을 많이 걷게 되어 부담스럽고, 세금을 많이 걷어 생활이 쪼들리면 인심이 이산되고, 인심이 이산되면 임금이나 황제 같은 천명(天命)도 바뀌어 제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 정치이다.” 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정치의 상상력은 다산 선생의 이 사유방식을 토대로 한다면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국회의원들을 시켜 이 나라의 정치전반에 대하여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하는 사람이건 받는 사람이건 무조건 이 글을 읽어보라. 지금 국가의 녹을 먹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말에 반드시 귀를 기우려야 한다. 옛 사람도 이러하거든 하물며 지금의 세상에 있어서이랴? 신성한 국정감사권을 남용하여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당리당략에 휘말려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지나 않는지? 그러나 엊그제는 농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농협의 비리가 발각되고, 기초의원의 외유성 해외 연수 논란에 이어 지방의원들의 비리도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우리 국회의원 중에 정치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꾸짖어 바로 잡으려는 순수한 의도가 왜 없겠는가? 국회는 좌우논쟁에 휘말리지 말고 공정한 입장에서 구석구석 잘 감시하여 국민들을 잘 받들고 있는지 철저히 감사하라. 천명도 바꿀 수 있는 것이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2009-10-07

최상위 포식동물 줄어 생태계 교란

늑대와 사자, 쿠거, 상어 같은 자연계의 `최상위` 포식동물들이 크게 줄면서 이보다 작은 `중위권` 포식동물들의 개체수가 급증, 엄청난 경제 및 생태계 붕괴를 일으키고 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최신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 연구진은 바이오사이언스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지난 200년동안 북미대륙에서 가장 몸집이 큰 최상위 육지 포식동물들이 모조리 감소한 반면 중위권 포식동물 중 60%는 개체수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현상이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점차 확대되고 심각해지고 있으나 해결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에서 사자와 표범 개체수가 격감함으로써 개코원숭이 같은 중위권 포식자 개체수가 급증했으며 그 정도가 하도 심각해 어린이들이 텃밭을 지키기 위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것이 매우 복잡한 문제로서 아직까지 결과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중위권 포식동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생태계와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상위 포식자의 개체수가 격감한 것에 대해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도 있지만 이로 인해 야기되는 경제 및 생태계 파괴는 이들 포식동물 자체가 제기하는 문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가 육지뿐 아니라 바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남획으로 상어 개체수가 격감하면서 가오리 개체수가 폭증하고 이들이 가리비 양식업을 망쳐 생태계와 경제에 막심한 손해를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중위권 포식자의 급증이 일으키는 부정적인 연쇄효과는 조류와 바다거북, 설치류, 유대류, 어류, 가리비, 곤충, 유제류(有蹄類)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2009-10-07

청람(淸覽)

지례예술촌장 김원길 시인이 시집을 보내 왔다. 제목을 `아내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한다`로 붙인 한영일(韓英日) 대역시집이다. 고택에 온 손님들 중에서 캐나다인 학자가 영어로 번역하고 일본인 번역가가 일어로 번역하여 원문인 한글과 함께 낸 의미있는 시집이다. 원래 그의 맑은 시들을 사랑해 왔는데, 이렇게 시선집을 보내 오니 더욱 반갑고 고맙다. 시집의 첫 페이지에 시인은 “김윤규 교수 淸覽”이라고 고졸한 붓글씨를 써 보냈다. 청람, 맑은 마음으로 읽으라는 뜻일 것이다. 아름다운 표현이다. 그의 시들과 함께 참으로 맑은 물같은 말이다. 가끔 남의 책을 받으면 여러 가지 증정사가 보인다. 가장 흔한 것이 “혜존(惠存)”, “혜감(惠鑑)”, “혜람(惠覽)”, “청안(淸案)”, “안하(案下)” 등이다. 은혜로이 받아 주십시오, 은혜로이 살펴 주십시오, 맑은 책상 아래 바칩니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어떤 말은 좀 너무 높인 듯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책을 내는 이의 노고를 생각하고 감사히 받는다.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은 다 좋은 뜻인데, 문제는 이런 말들이 다 한자말이라는 것이다. 한자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복잡한 획수를 다 적기도 어렵다. 혹시 다 갖추어 적어 놓아도, 한자라는 것이 익숙하게 쓰지 않으면 조잡해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각고의 노력으로 출판한 책을 받고서도 획이 빠지거나 이상하게 그어져 있으면 어이없어서 존경심이 약간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한자말은 억지로 쓸 것이 아니다. 지난날 쓰던 복잡한 한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현실적 역할을 잃고 있다. 그런데 억지로라도 한자로 써야 고급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한글이 일반화되고 사용이 다양해지면서, 실은 한글로 쓰는 것이 훨씬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한글이 본래 우리말에 맞추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더 정성껏 써 나가면 앞으로도 우리는 우리 마음을 담은 좋은 표현을 자꾸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可泉

2009-10-07

한국인의 핏줄

권오신문화중고 총동창회장·객원논설위원우리나라와 4천km쯤 떨어진 네팔에는 티베트계 몽골인들과 아리안계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사이좋게 살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만난 이들 두 인종은 몽골계와 아리안계. 처음 보는 사람들도 이목구비가 너무나 달라 쉽게 알아 볼 수 있으며 두 인종의 이동이 여기에서 끝을 맺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한국인들의 원류는 어딜까. 동북공정에 나온 `고대 중국 고구려사 속론(2003)에는 고구려인이 중국의 고대국가인 은·상나라의 씨족에서 갈라져 나갔다고 기록, 한국인과 중국 한족은 혈연적으로 한 핏줄로 묶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88개 성씨(姓氏)가 있다. 이중 김씨는 국내외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김씨는 다시 120여개 본관으로 나뉘지는 데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 김알지와 가야 김수로왕 계로 모아진다. 이같은 성씨 분포도로 보면 금궤에서 태어난 김알지에 얽힌 출생 신화를 밝혀내는 것이 바로 우리민족의 뿌리를 아는 길이다. 신라 30대 문무왕 비문(碑文)중 `투후`에 대한 해석이나 지난 4월 부산외대 권덕영 교수가 당나라 때 중국 시안(西安)에서 죽은 신라 귀족 여인의 비문에서 찾아낸 `신라 김씨의 조상이 김일제`라는 글로 인해 김일제가 다시 중심에 서게 됐다. 김일제(BC 134~ 86)는 흉노족 왕 휴도의 왕자로 태어났으나 한무제(漢武帝)에 의해 나라가 망한 뒤 무제의 말치기가 됐다. 김일제의 비범함을 알게 된 무제는 그를 투후(투 지방을 다스리는 제후)에 임명하고 김씨 성을 내렸다고 한다. 최초의 김씨 성이며 김알지의 계림의 금궤 신화보다 200년이 앞선다. 이즈음 국내 학계 일부에서는 한나라에서 승승장구하던 김일제의 후손들이 왕망의 반한(反漢)세력에 가담, 멸문의 화를 입게 되자 한반도를 피신해 신라의 지배세력이 되었다는 가설을 내기도 했었다. 경주에서 출토되는 금관과 각배, 화려한 장신구, 말안장 등 중앙아시아의 기마민족들이 쓰던 물건들이 유독 김씨계 왕릉에서 대량 발굴되는 원인이 김씨계와 관련이 있는 지도 앞으로 규명해 볼 일이다. 몽골의 초원은 돌궐(터키)족의 선조이며 몽골족의 선조일 가능성이 높은 흉노의 본고장이다. 최근 6000년 전 인류 모습이 출토된 홍산 문화와 적석총 묘제(통일신라시대 돌무덤)역시 우리민족의 이동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지난 2006년 단국대 생물학과 김욱교수는 모계유전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다. Y염색체가 아버지를 통해 아들에게만 전달되는 부계유전과는 달리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를 통해 아들과 딸 모두에게 전달되는데 따라 한국인은 중국 조선족과 만주족, 일본인 순으로 가까웠다고 한다. 특히 만주족과 중국 동북 3성인 랴오닝(遼寧)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 일대에 사는 구 조선족은 한국인과 유전적으로 더 가까워서 한반도 일대에서 활동했던 고구려인의 유전적 특징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2003년 부계를 통한 Y 염색체의 유전적 변이 분석에서도 한국인은 주로 몽골과 동남부 시베리아인에게서 흔히 나오는 유전자와 동아시아와 중국 남북부에서 흔히 보이는 유전자형이 모두 발견되고 있음을 밝힌바 있다. 우리 역사학계에서도 한족을 물리치고 중원을 차지한 금나라의 여진족(만주족)이 신라인의 후예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금사(金史)에는 “금태조가 고려에서 건너온 함보를 비롯한 3형제의 후손이다”라는 대목을 들었으며 금을 계승한 청나라 건륭제 재임시절 집필된 `흠정만루 원류고`에도 금나라라는 나라 이름이 신라 김()씨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 있다. 우린 흔히 단일민족이라고 말한다. 단일민족은 오랜 세월을 이어오면서도 유전적 동질성을 획득했다는 의미이지 한국인의 기원이 하나라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한국인은 동아시아 내에서 남방과 북방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형성된 다양성을 지닌 민족으로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2009-10-06

밤(栗)

추석에 산길을 운전했다. 밤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바퀴 밑에서 툭툭, 하는 소리가 들려 차를 세웠다. 시멘트로 새로 포장된 찻길에는 방금 떨어진 밤톨들이 터져 있었다. 전에는 아무 탈 없이 떨어지고 뒹굴던 밤톨들이 이제는 떨어지자마자 낯선 차바퀴에 밟혀 터져버렸다. 쓸쓸한 마음이 들어, 아직 터지지 않은 것들을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중에 하나가 하도 귀엽게 생겨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참 귀물(貴物)이다. 비록 작지만 반짝이는 외양에 단단한 갈색이 야무지다. 먼저 가신 부모님 산소에 갖다 드리고 올해 밤이 이렇게 잘 여물었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다. 밤을 제사에서 반드시 쓰는 이유가 이런 것인 모양이다. 새로 수확한 과일 중에서, 봐도 봐도 귀하고, 어쩌면 고마운 마음조차 들어서, 부모님과 조상께 드리고 싶은 과일, 그것을 선별하여 제사상에 올렸을 것이다. 제사에 올리는 과일을 두고, 그것은 이런 뜻이 있고 저것은 저런 기원이 담겨 있다고 설명하시는 경우를 보았다. 참 재미있고 의미 있는 상상력이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훨씬 근원적으로 감사하고 기념하는 의미가 강할 것이다. 제사는 발상적으로 과거지향이다. 자손의 장래를 기원하기 위해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부모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기념하는 것이다. 특히 계절을 맞아 지내는 제사는 더욱 그렇다. 새해를 맞아, 새 추수를 맞아, 잊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을 담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사 과일은, 자손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표하기에 어렵지 않고 모양도 아름답고 귀하여 조상께 드리고 싶은 과일을 모은 것이다. 거기 무슨 대단한 의미가 구별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바나나에 키위까지 올라오는 제사상에서 하나하나 의미를 찾으려다가는 제사보다 의미가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可泉

2009-10-06

교황 “阿는 세계의 정신적 허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4일 아프리카를 `영혼의 샘`에 비유하면서도 물질주의와 종교근본주의로 말미암아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3주간의 일정으로 이날 성 베드로 성당에서 개막된 아프리카 특별 주교시노드(주교대의원회의)에서 개막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개막식에는 아프리카의 가톨릭 고위 성직자 약 300명이 참석했으며, 봉고 드럼과 전자기타의 연주에 맞춰 콩고 성가대가 찬송가를 불렀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아프리카의 풍부한 문화적, 정신적 자산이 점점 더 믿음과 희망의 위기로 빠져드는 세계에서 “정신적인 허파”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아프리카가 서구 선진국이 전파한 “정신적 독성 폐기물”인 물질주의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식민주의가 끝났지만, 식민주의가 진정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프리카 대륙에 퍼져 나가는 종교를 내건 단체들을 거론하며 아프리카가 종교적 근본주의라는 또 다른 “바이러스”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그들은 신의 이름으로 가르치고 일한다고 말하지만, 사랑이나 자유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배타성과 폭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아프리카의 가톨릭 교회를 향해 아프리카의 여러 민족과 종교 단체들 가운데서 화해와 정의, 평화의 목소리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정부군의 발포로 반(反) 군정 시위대 157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기니 지역의 문제에 대해 화해와 대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가톨릭 교회가 급성장하고 있어 1978년 5천500만명이던 신자의 수가 2007년에는 1억4천600만명으로 늘었다. 바티칸의 통계를 보면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17% 이상이 가톨릭 신자이지만 이와 동시에 이 지역의 빈곤과 갈등, 에이즈 문제가 괴롭히고있다./연합뉴스

2009-10-06

품격 높은 국가

김윤규한동대 교수 우리나라가 내년 주요 20개국 회의를 유치했다. 경사다. 지금 세계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확보한 스무 나라가 세계 경제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기구의 첫 공식 회의로 우리나라를 지명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경사로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 일이 국가의 품격을 높인 일이라고 했다. 하여튼 잘된 일이다. 아마 이런 행사를 자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 국가의 품격이 높아질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를 알아볼 것이고, 세계의 뉴스에 우리나라가 더 많이 비칠 것이고, 다녀갈 각국 지도자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국가의 대외적 품격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것은 품격이라는 말과는 좀 다르다. 사전에 의하면 품격(品格)이라는 말은 “타고난 사람된 바탕, 사물의 품위”라는 뜻이다. 단기간에 획득된 경제력 등을 기준으로 보는 단어 같지는 않다. 국가의 품격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받는 존경과 그 국가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긍지와 행복도로 판단하면 거의 유사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품격을 높이기 위해 할 일은 다양하다. 반드시 경제력만으로 이뤄질 일은 아니다. 안팎의 여러 가지 요인과 평가가 함께 어우러져 이루는 것이 국가의 품격이다. 오십대 남성이 여덟 살 아이를 성폭행하여 치유불능의 상처를 입혔다. 온 나라가 분노하고 민심이 끓어올랐다. 사회가 이렇게 안전하지 못하다면, 그래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가 성폭행을 당했다면, 높은 긍지를 가질만한 나라는 아니다. 공자님이 꿈꾸던 세상, 노인이 평안하고 어린이가 안길 곳이 있는 곳, 이것을 이루지 못했다면 자랑스런 조국이 되기 어렵다. 전과가 17범이나 된다는 사람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못해서 이런 참사가 있었다는 것도 속이 상하는 일이다. 검찰이 그 성폭행범을 처벌하기를 청하고,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이 형을 선고하고 대법원이 판결을 확정했지만 아직도 국민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온 국민이 더 가혹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논란 중이다. 그러나 국민의 법 감정이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감정이다. 분명하고 논리적인 법률의 근거 위에 서지 않았으므로, 법 감정은 종종 과잉 표현된다. 그에 비해 법률가들은 차가운 잣대를 들고 사태를 본다. 그리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 그러므로 감정적인 국민이 냉엄한 법원의 판결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법원이 판결하는 개별 사건마다 국민이 법 감정을 들이대는 것도 품위있는 사회는 아니다. 비전문가인 국민은 그때그때의 느낌과 상황에 따라 반응할 뿐이다. 그 모든 감정적 반응에 대해 법원이 휘청거릴 수는 없다. 우리 법원은 과거 비민주적인 악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을 때 그런 엄정함을 강력하게 유지했다. 수많은 지식인과 대학생들이 그 비민주적인 법에 항의하고 그 법으로 처벌되고 있을 때에도 법원은 법의 일관성을 지나치리만큼 잘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법원이, 대통령까지 가세한 이번 논란에는 흔들리고 있다. 품격있는 국가를 원하는 우리는 이런 사실 앞에서 괴롭다. 그 어린 소녀가 그렇게 끔찍한 일을 당하도록 우리가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이 먼저 우리의 괴로움을 구성하는 요인이다. 외국에 나가면서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이 그 나라의 사회 안전망인데,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안전하지 못한 나라인가. 남들이 보기에 안전하지 못한 나라라면 우리나라는 품격이 높은가. 게다가 우리가 또 자괴하는 것은 이 판결에 대해 우리가 보이고 있는 태도이다. 우리 법률의 목적은 보복에 있는 것이 아니다. 분노와 보복으로 법률을 운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훨씬 저급한 사회규범이기도 하지만, 민심만 자극하면 어떤 가혹한 처벌도 정당화하는 법률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회의 대립상이 점점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법률이 감정적으로 생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회의 안정성을 높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품격이 높아지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경제적 지위로 그것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누구나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사회, 누구나 안정성을 신뢰할 수 있는 나라, 그것이 국가의 품격을 구성할 것이다.

2009-10-05

美 레터맨 여직원 성관계 의혹 확산

미국 CBS 방송의 심야 토크쇼 진행자인 데이비드 레터맨이 여직원과의 성관계 사실을 털어놓고, 이로 인해 협박을 받았다고 시인한 사건과 관련해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특히 이번 사건이 직장내 성희롱 또는 상사의 권한을 남용한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보도하고 있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토크쇼 황제인 레터맨(62)은 1일 자신이 진행하는 `더 레이트 쇼` 녹화에서 여성 스태프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시인하고, 한 남자로부터 200만 달러를 주지 않으면 여성 스태프와의 관계를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실을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에 신고했고, 200만달러짜리 가짜 개인 수표를 발행해 결국 범인이 잡혔다고 말했다. 앞서 레터맨은 지난 3월 여자친구 레지나 래스코와 결혼식을 올렸고, 두 사람 사이에는 다섯 살 난 아들이 있다. 레터맨이 관계를 맺었다고 밝힌 여직원은 오랫동안 개인 비서로 일해온 스테파니 버킷(34)이며, 레터맨을 협박한 용의자는 같은 CBS 방송의 `48시간 미스터리`를 연출한 프로듀서 로버트 홀더맨(51)으로 드러났다. 버킷과 홀더맨은 특히 지난달까지 코네티컷주의 한 집에서 동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홀더맨은 지난 9월9일 새벽 맨해튼의 레터맨 집 앞에서 `밀회사건`을 공개하겠다는 한장짜리 `협박편지`를 레터맨 운전기사에게 전했다. 레터맨은 직접 나서지 않고, 개인 변호사가 이날 낮 홀더맨을 만나게 했다. 홀더맨은 15일 이 변호사를 다시 만나 200만달러를 요구했고,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홀더맨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해 증거로 남겼다. 이후 레터맨 변호사는 지난 30일 경찰의 조언 아래 200만달러 수표를 건넸고, 홀더맨은 1일 오전 이 수표를 은행에 예치한뒤 방송사로 출근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연합뉴스

2009-10-05

경주시 봉황로 일대 문화테마 거리 변신

【경주】 경주시 봉황로 일대가 문화테마 거리로 변신하고 있다. 4일 시에 따르면 사업비 56억원을 들여 지난 2007년부터 침체된 옛 시가지 상권 활성화를 위해 봉황로 경관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봉황로 정비공사는 문화재 발굴 사업을 시작으로 도시가스관 매설, 노후 상수도관 및 우수관 교체, 전선과 각종 통신회선 지중화 등 지하시설물을 먼저 정비하고 있다. 이어 도심 최초로 전주 14개를 철거함으로써 법원사거리~내남사거리 구간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특히, 시는 봉황로를 차별화된 테마 있는 거리로 조성코자 인도와 차도를 구분해 화강석으로 포장하고, 법원사거리에 금관 조형물, 청기와 사거리에는 1900년 초까지 있었던 3문의 홍살문을 설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또 이 일대에 신라시대의 생활상과 신라인의 희로애락까지 엿볼 수 있는 신라토우를 소재로 한 전통조각 기법으로 만든 동물토우 조각 12개, 인물토우 조각 4개를 도로변에 배치했다. 이뿐만 아니라 첨성대 모형을 본뜬 LED 가로등, 토우항아리 모양의 화분, 수생식물을 담은 석조, 분수대, 경주의 옛사진 안내판 2개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설치하여 고도 경주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볼거리를 창출했다./윤종현기자

2009-10-05

돼지고기

민족마다 즐겨 먹는 음식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즐겨 먹는 고기도 다르다. 어떤 민족은 구더기를 먹고 어떤 민족은 개고기를 먹고 어떤 민족은 원숭이고기를 먹고, 어떤 민족은 돼지고기를 안 먹기도 한다. 우리 민족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다. 육질과 지방이 겹쳐져서 이루어진 돼지고기 삼겹살은 가히 전 국민의 기호식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돼지고기 값이 쇠고기보다 싸다. 나라에 따라서는 돼지고기가 더 비싸기도 하고, 쇠고기와 거의 같은 가격인 경우도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돼지고기가 싸고, 전에는 더 쌌다. 아마 소는 인력을 대신하는 노동력의 기능이 있어서 고기로 먹기에는 너무 귀한 탓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왕조시대에는 소를 잡는 것이 종종 국법으로 금지되었다. 부잣집에서 혼인이나 장례가 있어야 쇠고기를 볼 수 있었지만, 도살이 금지되면 전국에서 쇠고기가 자취를 감췄다. 쇠고기는 황육(黃肉)이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불렸고, 소 한 마리는 장정 두 사람의 노동력으로 품앗이를 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돼지고기는 싸고 맛있는 고기로, 쇠고기의 대체기능까지 하면서 대량으로 소비되고 있다. 돼지는 민간에서 잔치나 장례의 상징물처럼 여겨졌다. 농경문화로 서로 돕는 풍습이 있던 때에, 큰일이 있으면 돼지 한 마리는 잡아야 손님을 다 치를 수 있었다. 현대에 오면서도 돼지고기는 잔칫상과 종교적 의례에 가운뎃자리를 차지했고, 친근한 이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준비하는 음식이 되었다. 이렇게 소비가 많은데 경제력이 나아지자 돼지고기가 귀해지면서 가짜 삼겹살까지 나오고 있다. 맛이 덜한 부위의 고기에 지방을 끼워서 억지 삼겹살을 만들어서는 진짜 삼겹살처럼 팔고 있다고 한다. 그런 재주와 노력을 보면 본전도 안 나올 것 같은데, 그래도 진짜보다는 싼 모양이다. 중국에는 파라핀으로 만든 가짜 달걀도 있다더니, 참 재주들도 좋다./可泉

2009-10-05

팔면경(八面鏡)

벌초를 하려고 산소에 들렀다가, 오랜만에 고향집 마당에 자리를 폈다. 이제 머리가 허연 형제들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밥상을 치우자 바로 드러눕는다. 등에는 마당의 돌들이 배기고, 눈앞에 황홀하게 별들이 쏟아진다. 어린 시절, 바로 여기 이렇게 드러누워 세던 별들이, 오래 비워둔 고향집 하늘을 지키다가도, 저렇게 변함없이 그 낯으로 웃는다. 그 시절 이름지은 그 별자리들마다, 늙어가는 형제들의 어린 꿈이 박혀 있다. 오가는 이야기가 끝이 없다. 최고의 재미는 어린 시절 내 흉이다. 유독 어리석고 둔하던 막내, 하는 일마다 어설프던 일꾼, 무엇을 하든 꼭 한 번은 실수를 하고, 일만 하면 어른들 걱정은 도맡아 듣던 일이, 이제 즐겁고 그리운 옛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걱정하시던 부모님도 가시고, 함께 웃어주던 이웃들도 흩어져, 고향집 마당에는 발걸음이 드물다. 주인이 떠난 헛간 지붕에 풀이 자라고, 변소 가던 뒤안길에도 잡초가 우거졌다. 낮에 낫을 들고 산에 갔더니, 전에 지게지고 나무하던 산은, 너무 우거져서 길도 없어졌다. 기억을 더듬어 오르다보니, 그 길이 아니고 토끼길이다. 길가에 우거진 으름덩굴만 전에 있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게를 쉬던 낮은 밭둑에는, 누가 버린 것인지 양수기에 녹이 슨다. 추석이 온다. 고향 찾은 마음마다 허전함이 밴다. 그리운 이들은 보이지 않고. 함께 품었던 꿈도 사라져, 산천만 남은 고향으로 다들 돌아온다. 보자마자 생각나는 산모퉁이 들길들.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 친구들. 이제는 도리어 그리움이 되고 만, 그 두렵던 어른들의 꾸지람 음성. 추석에 고향을 찾으며 하나하나 되새긴다. 이번 추석에는 달을 보고 싶다. 달 속에 비치는 얼굴들 생각하며, 당신들로 인해서 제가 있습니다. 당신들이 길러주셔서 이렇게 행복합니다. 오늘은 달을 보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거기서도 저희가 그리우신지요. 아아, 참으로 저희만큼 그리우신지요. /可泉

2009-10-02

美 400대 부자들 , 3천억불 날려

미국 400대 부자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주가폭락 등으로 1년사이 재산이 3천억 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500억 달러 자산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8년에 이어 올해에도 최고 갑부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경제전문 포브스지는 30일 연례적인 `美 400대 부자 명단` 발표를 통해 이들의 순자산 규모는 지난달 10일 현재 총 1조2천700억 달러를 기록해, 1년전(1조5천700억 달러)에 비해 19%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따라 13억 달러 재산은 되어야 낄 수 있었던 400대 부자 리스트에 금년에는 9억5천만 달러만 돼도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조사를 담당한 매튜 밀러 에디터는 지난해 미국인들의 자산감소를 “대학살(bloodbath)”로 표현하면서 부유층이나 그렇지 않은 계층 모두 비슷했다고 말했다. 포브스는 이와 관련 금융위기의 내습으로 인해 2008년 자산가들의 보유주식 가격이나 부동산 가치가 폭락한 것이 주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지수를 기준으로 미국 주가는 작년 9월이후 올해 3월까지 43% 급락해, 5조 달러가 허공으로 날아간 바 있다. 10대 거부 순위는 2008년과 같았으며 빌 게이츠가 500억 달러로 16년 연속 최고 갑부의 위치를 지속했다. 그의 이 순자산은 1년 사이 70억 달러 줄어든 것이다. 2위는 400억 달러를 가진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러나 그는 주가폭락으로 재산이 무려 100억 달러나 쭈그러드는 등 최대의 손실을 겪었다. 3위는 소프트웨어 전문 오라클사 로런스 엘리슨 창업주로, 270억 달러를 보였는데 그는 10대 거부 중 유일하게 재산상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유통업체 월 마트 창업자의 후손 4명은 자산규모가 215억~190억 달러로 부자 순위 4~7위를 회복했다. 8위는 동명의 뉴스.금융정보 기업을 거느린 블룸버그 뉴욕시장으로 175억 달러, 9위는 에너지기업 코크 인더스트리의 찰스 및 데이비드 코크 형제로 각각 160억 달러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연합뉴스

2009-10-02

아무리 총명한 사람이라도…

이택용한주이진상기념사업회 이사 10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실시 등으로 각 정당은 바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 분주하다. 모든 정치는 남을 용서하지 못하고,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짖지 못한 어리석음에서 분쟁과 반목이 나타나서 정치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공직(公職)과 선량(選良)은 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이 일정기간을 위임한 것이지 영원한 자리도 아니며, 국민의 세금으로 생계를 보장해주는 자리이다. 조선 중기의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 선생의 율곡전서(栗谷全書)의 연보(年譜)중에서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남을 꾸짖는 데에는 밝고, 아무리 총명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용서하는 데에는 어둡다.”(人雖至愚 責人則明 雖有聰明 恕己則昏)라고 말했다. 선조조(宣祖朝)에 유신(儒臣) 중심의 조정 관료들이 동인(東人)과 서인(西人)으로 갈라져 분쟁하기 시작, 당론이 심각해지자 율곡 선생이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결국 조정책은 실패하고, 선생은 대사간을 사직하고 해주로 낙향했다. 율곡 선생은 해주에서 동인의 중심인물 이발(李潑)에게 쓴 편지에 인용된 글에서 얼마 전 서인의 영수인 정철(鄭澈)이 서인을 지나치게 두둔한 일이 있었는데, 선생은 이발과 함께 정철의 마음을 돌리려고 갖은 애를 다 썼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발이 오히려 서인을 가혹하게 비난하므로 이발에게 아래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지금 그대가 심의겸(沈義謙)을 소인이라 지적하고 서인을 사당(邪黨)이라고 몰아붙이니, 심모(沈某)는 그렇다 치고 서인이 모두 다 나쁘겠는가. 오늘 그대가 동인을 두둔하는 것이 정철이 서인을 두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어찌하여 정철을 책하던 것으로 자신을 책하지 않는가”라고 썼다. 위의 구절은 본래 중국 송나라 명신 범순인(范純仁)이 자제들을 경계한 말로, 소학(小學)의 가언(嘉言)에 들어 있다. 율곡 선생은 소학을 시작할 때 맨 먼저 배워야 할 책으로 꼽았다. 위 편지를 쓴 것은 소학집주(小學集註)를 완성한 그 해였다. 즉,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짖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한다면 분쟁이나 반목이 생길 리가 없다. 속수무책인 채 낙향한 율곡 선생은 이 뜻을 유신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지금의 정치현실은 법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공직후보자들은 부동산 투기, 자녀 병역의혹, 현행법 위반도 서슴지 않았으니 참으로 공직후보자로 나서기가 남부끄럽지 않은지. 국민들에게 죄송스럽지 않은지. 이런 위법을 저지른 공직후보자들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지 묻고 싶다.

2009-10-01

“해수면 2m 상승은 막을 순 없다”

인류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중단한다 해도 전세계 해수면이 최소한 2m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전문가들의 암울한 진단이 나왔다. 저명한 해수면 전문가인 독일 포츠담 대학의 슈테판 람슈도르프 교수는 “해수면 상승은 매우 느린 속도로 시작되지만 일단 시작되면 막을 수 없는 것이 본질”이라면서 “지금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로`가 된다 해도 이런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기후 관련 회의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기온이 안정된 후 해수면이 몇백년에 걸쳐 서서히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 기온은 0.7~0.8℃ 상승했고 대다수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 기온이 최소한 2℃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람슈도르프 교수는 기온이 1.5℃만 오른다 해도 몇 백 년에 걸쳐 해수면은 2m 상승하고 일부 섬나라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장 가능성이 큰 상황은 금세기중 기온이 3℃ 오르면서 해수면이 1m 상승하고 앞으로 300년에 걸쳐 해수면이 5m 상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람슈도르프 교수는 “우리가 지구 기온을 낮출 수 없다면 해수면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기온을 낮추기 위해서는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오늘날 이런 일을 대규모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네덜란드 바게닝겐 대학의 피에르 벨링가 교수는 “얼음이 일단 녹기 시작하면 주위 온도를 높이고 이것이 다시 얼음을 녹이는 순환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지구 평균 기온이 2℃ 이상 올라가면 그린란드 빙상이 녹아내릴 확률이 50% 늘어나며 해수면은 300~1천 년에 걸쳐 7m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2~3℃ 높았던 약 300만 년 전 해수면은 25~35m 높았으며 지금보다 2℃ 높았던 12만 2천 년 전 해수면은 지금보다 10m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빙상 축소 현상은 일시적인 것일 가능성도 있지만 12만2천년 전 상황이 재연되기 시작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지난 세기 해수면은 약 20㎝ 상승했지만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2009-10-01

글쓰기

생각은 매우 빠르고 광범하다. 누구나 생각만으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생각만으로는 누구보다 지혜롭다. 그러나 생각의 내용은 붙들어둘 수가 없다. 생각하는 사람 스스로도 자신이 생각한 것을 다 기억할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은 생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을 붙들어 두기 위해서 사람은 말을 고안했다. 혼자 가두어둘 수 없는 생각을 여러 사람이 공유함으로써 기억의 소실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말 역시 시공의 제한을 심하게 받았다. 결국 글이 필요하게 되었다. 글은 우리의 기억을 고정하는 기능이 훨씬 강하고 확고했다. 넓은 공간과 오랜 시간을 극복하고, 글은 우리의 생각을 확정하고 전달했다. 그러다보니 글은 광범한 역할을 가지게 되었다. 단순히 기억을 보관하는 기능을 넘어서, 새로운 생각을 전파하고, 내 생각과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기능까지 가지게 되었다. 종이와 붓의 별칭인 저생(楮生)과 모영(毛潁)은 지식과 주장의 도구로 쓰였다. 그런데 이 설득이 지나치면서, 글로 남을 판단하고 저주하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붓을 필봉(筆鋒)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글로 남을 공격하는 일을 필주(筆誅)라고 이르기도 했다. 주(誅)는 주륙(誅戮)한다는 뜻으로, 잔인하게 죽이는 형벌을 가리키는 말이다. 언제나 글의 내용이 시사(時事)에 미치면 날카로워진다. 특히 남이 보라고 신문에 쓰는 글은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드러나게 글을 쓰는 사람은 스스로 조심할 일이다. 요사이 신문에 쓰인 글들이 많이들 흥분한 것을 본다. 이 난에 쓰인 글들도 그런 경우가 있을 것이다. 조심하고 조심할 일이다. 신문은 공기(公器)이다. 홀로 편협하게 생각한 것을 남에게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 자기 생각만 있을 뿐, 근거없고 논리없이 남의 생각을 비방하는 것은 글쓰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언제나 사람을 긴장시킨다. /可泉

200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