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이야기가 끝이 없다. 최고의 재미는 어린 시절 내 흉이다. 유독 어리석고 둔하던 막내, 하는 일마다 어설프던 일꾼, 무엇을 하든 꼭 한 번은 실수를 하고, 일만 하면 어른들 걱정은 도맡아 듣던 일이, 이제 즐겁고 그리운 옛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걱정하시던 부모님도 가시고, 함께 웃어주던 이웃들도 흩어져, 고향집 마당에는 발걸음이 드물다. 주인이 떠난 헛간 지붕에 풀이 자라고, 변소 가던 뒤안길에도 잡초가 우거졌다.
낮에 낫을 들고 산에 갔더니, 전에 지게지고 나무하던 산은, 너무 우거져서 길도 없어졌다. 기억을 더듬어 오르다보니, 그 길이 아니고 토끼길이다. 길가에 우거진 으름덩굴만 전에 있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게를 쉬던 낮은 밭둑에는, 누가 버린 것인지 양수기에 녹이 슨다.
추석이 온다. 고향 찾은 마음마다 허전함이 밴다. 그리운 이들은 보이지 않고. 함께 품었던 꿈도 사라져, 산천만 남은 고향으로 다들 돌아온다. 보자마자 생각나는 산모퉁이 들길들.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 친구들. 이제는 도리어 그리움이 되고 만, 그 두렵던 어른들의 꾸지람 음성. 추석에 고향을 찾으며 하나하나 되새긴다.
이번 추석에는 달을 보고 싶다. 달 속에 비치는 얼굴들 생각하며, 당신들로 인해서 제가 있습니다. 당신들이 길러주셔서 이렇게 행복합니다. 오늘은 달을 보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거기서도 저희가 그리우신지요. 아아, 참으로 저희만큼 그리우신지요.
/可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