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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총명한 사람이라도…

슈퍼관리자
등록일 2009-10-01 22:20 게재일 2009-10-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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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용한주이진상기념사업회 이사

10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실시 등으로 각 정당은 바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 분주하다.

모든 정치는 남을 용서하지 못하고,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짖지 못한 어리석음에서 분쟁과 반목이 나타나서 정치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공직(公職)과 선량(選良)은 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이 일정기간을 위임한 것이지 영원한 자리도 아니며, 국민의 세금으로 생계를 보장해주는 자리이다.

조선 중기의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 선생의 율곡전서(栗谷全書)의 연보(年譜)중에서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남을 꾸짖는 데에는 밝고, 아무리 총명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용서하는 데에는 어둡다.”(人雖至愚 責人則明 雖有聰明 恕己則昏)라고 말했다.

선조조(宣祖朝)에 유신(儒臣) 중심의 조정 관료들이 동인(東人)과 서인(西人)으로 갈라져 분쟁하기 시작, 당론이 심각해지자 율곡 선생이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결국 조정책은 실패하고, 선생은 대사간을 사직하고 해주로 낙향했다.

율곡 선생은 해주에서 동인의 중심인물 이발(李潑)에게 쓴 편지에 인용된 글에서 얼마 전 서인의 영수인 정철(鄭澈)이 서인을 지나치게 두둔한 일이 있었는데, 선생은 이발과 함께 정철의 마음을 돌리려고 갖은 애를 다 썼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발이 오히려 서인을 가혹하게 비난하므로 이발에게 아래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지금 그대가 심의겸(沈義謙)을 소인이라 지적하고 서인을 사당(邪黨)이라고 몰아붙이니, 심모(沈某)는 그렇다 치고 서인이 모두 다 나쁘겠는가. 오늘 그대가 동인을 두둔하는 것이 정철이 서인을 두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어찌하여 정철을 책하던 것으로 자신을 책하지 않는가”라고 썼다.

위의 구절은 본래 중국 송나라 명신 범순인(范純仁)이 자제들을 경계한 말로, 소학(小學)의 가언(嘉言)에 들어 있다. 율곡 선생은 소학을 시작할 때 맨 먼저 배워야 할 책으로 꼽았다. 위 편지를 쓴 것은 소학집주(小學集註)를 완성한 그 해였다. 즉,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짖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한다면 분쟁이나 반목이 생길 리가 없다. 속수무책인 채 낙향한 율곡 선생은 이 뜻을 유신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지금의 정치현실은 법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공직후보자들은 부동산 투기, 자녀 병역의혹, 현행법 위반도 서슴지 않았으니 참으로 공직후보자로 나서기가 남부끄럽지 않은지. 국민들에게 죄송스럽지 않은지. 이런 위법을 저지른 공직후보자들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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