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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政)은 정(正)이다

슈퍼관리자
등록일 2009-10-07 22:20 게재일 2009-10-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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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환/안동대 한문학과 교수·시인
공자는 정치에 대하여 수많은 언급을 하였다. 그러나 공자는 논어에서`정(政)은 정(正)이다`라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지금 우리 정치는 국정감사에 쏠려 있다. 국정감사란? 국회가 이 나라의 정치 전반에 관한 감사를 직접 하는 것이다. 전기톱과 쇠망치가 난무하는 국회. 욕설과 몸싸움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국회.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민주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의 국회이다. 이제 바로 이들의 권한이자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최고 일거리인 국정감사가 비로소 시작 되었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의 기본자질이 국민들에게 검증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들은 여기에서 자기 지역구의 진정한 대변인이자 일꾼인 국회의원을 잘 살펴보며 감시해야한다. 국회의원은 어디에서 탄생되는가? 국민에게서 나온다. 어찌 그들뿐이랴? 대통령과 행정수반, 도지사, 공무원들도 따지고 보면 모두가 국민이 만든 것이다. 바로 국민이 최고의 권리자인 샘이다. 우리는 이들을 정치라는 명목 하에 그들을 뽑는다.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바르게 정치를 하는 것일까? 다산 정약용 선생은 `원정(原政)`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정치(政)의 뜻은 바로잡는다(正)는 말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토지의 이익과 혜택을 함께 누리어 부유한 생활을 하고, 누구는 토지의 이익과 혜택을 받지 못하여 빈한하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 때문에 토지를 개량하고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어 그것을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치(政)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풍요로운 땅이 많아서 남는 곡식을 버릴 정도이고, 또 누구는 척박한 땅도 없어서 모자라는 곡식을 걱정만 해야 하는 것인가. 이 때문에 배와 수레를 만들고 무게를 다는 저울과 곡식의 양을 헤아리는 되나 말의 규격을 세워 그 고장에서 나는 것을 딴 곳으로 옮기고, 있고 없는 것을 서로 통하게 하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치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제멋대로 빼앗아 삼켜서 커지고, 누구는 연약한 위치에서 자꾸 빼앗기다가 멸망해 가야하는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군대를 조직하고 죄 있는 자를 성토하여 멸망의 위기에 있는 자를 구제하고 세대가 끊긴 자는 이어가게 하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치이다.(중략)

우인(虞人)이란 산림소택(山林沼澤)을 맡은 벼슬은 시기를 가려 산림(山林)에 들어가서 짐승과 새들을 사냥함으로써 해독을 멀리하기도 하고, 또 모든 쓰임에 공급도 하며, 의사는 병리(病理)를 연구하고 약성(藥性)을 감별하여 무서운 전염병과 일찍 죽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게 하는 것이 바로 왕정(王政)인 것이다. 왕정이 없어지면 백성들이 곤궁하기 마련이고, 백성이 곤궁하면 나라가 가난해지고, 나라가 가난해지면 세금을 많이 걷게 되어 부담스럽고, 세금을 많이 걷어 생활이 쪼들리면 인심이 이산되고, 인심이 이산되면 임금이나 황제 같은 천명(天命)도 바뀌어 제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 정치이다.” 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정치의 상상력은 다산 선생의 이 사유방식을 토대로 한다면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국회의원들을 시켜 이 나라의 정치전반에 대하여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하는 사람이건 받는 사람이건 무조건 이 글을 읽어보라. 지금 국가의 녹을 먹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말에 반드시 귀를 기우려야 한다. 옛 사람도 이러하거든 하물며 지금의 세상에 있어서이랴?

신성한 국정감사권을 남용하여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당리당략에 휘말려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지나 않는지? 그러나 엊그제는 농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농협의 비리가 발각되고, 기초의원의 외유성 해외 연수 논란에 이어 지방의원들의 비리도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우리 국회의원 중에 정치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꾸짖어 바로 잡으려는 순수한 의도가 왜 없겠는가? 국회는 좌우논쟁에 휘말리지 말고 공정한 입장에서 구석구석 잘 감시하여 국민들을 잘 받들고 있는지 철저히 감사하라. 천명도 바꿀 수 있는 것이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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