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산길을 운전했다. 밤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바퀴 밑에서 툭툭, 하는 소리가 들려 차를 세웠다.
시멘트로 새로 포장된 찻길에는 방금 떨어진 밤톨들이 터져 있었다.
전에는 아무 탈 없이 떨어지고 뒹굴던 밤톨들이 이제는 떨어지자마자 낯선 차바퀴에 밟혀 터져버렸다.
쓸쓸한 마음이 들어, 아직 터지지 않은 것들을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중에 하나가 하도 귀엽게 생겨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참 귀물(貴物)이다. 비록 작지만 반짝이는 외양에 단단한 갈색이 야무지다. 먼저 가신 부모님 산소에 갖다 드리고 올해 밤이 이렇게 잘 여물었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다.
밤을 제사에서 반드시 쓰는 이유가 이런 것인 모양이다. 새로 수확한 과일 중에서, 봐도 봐도 귀하고, 어쩌면 고마운 마음조차 들어서, 부모님과 조상께 드리고 싶은 과일, 그것을 선별하여 제사상에 올렸을 것이다.
제사에 올리는 과일을 두고, 그것은 이런 뜻이 있고 저것은 저런 기원이 담겨 있다고 설명하시는 경우를 보았다. 참 재미있고 의미 있는 상상력이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훨씬 근원적으로 감사하고 기념하는 의미가 강할 것이다. 제사는 발상적으로 과거지향이다. 자손의 장래를 기원하기 위해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부모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기념하는 것이다. 특히 계절을 맞아 지내는 제사는 더욱 그렇다. 새해를 맞아, 새 추수를 맞아, 잊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을 담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사 과일은, 자손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표하기에 어렵지 않고 모양도 아름답고 귀하여 조상께 드리고 싶은 과일을 모은 것이다.
거기 무슨 대단한 의미가 구별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바나나에 키위까지 올라오는 제사상에서 하나하나 의미를 찾으려다가는 제사보다 의미가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可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