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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저출산 해법’은 결국 비수도권 균형발전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9일 간부회의에서 “초저출산 문제에 국가 운명이 달렸다. 모든 정책을 저출산 대책에 맞추라”고 지시했다. 저출산 문제 해법을 찾는데 경북도의 전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경북도는 전 부서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18일 하루 동안 끝장토론 형식으로 저출산 대책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지사는 “앞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민간 투자 활성화와 중앙부처 예산 확보를 비롯해 사회적·정신적 운동까지 모두 포함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도 언급했다시피, 우리나라가 지금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저출산현상이 심각해진 근본원인은 ‘수도권 병’ 때문이다. 좋은 직장과 학교를 비롯한 모든 주요 자원이 수도권에 몰려 있으니까 과도한 경쟁시스템이 유발되고,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쇼크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14세기 유럽의 흑사병보다 더하다고 했고, CNN 방송은 한국이 앞으로 국방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을 정도다.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우리사회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불필요한 과잉 경쟁’때문이라고 진단했듯이, 저출산 문제는 결국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을 분산시키지 않고는 달리 해법이 없다. 서울에 몰려드는 청년들이 학교졸업 후 결혼하고 아이양육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니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0.59명으로 우리나라 평균(0.78명)보다 훨씬 낮은 것이 이러한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다.저출산문제는 어쨌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사회적 어젠다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행도 얼마 전 “비수도권 거점도시에 산업과 인프라를 몰아주는 전략으로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자리나 부동산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등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비수도권 균형발전이 현실화돼야 대통령이 말하는 ‘불필요한 과잉경쟁’이 해소될 수 있다.

2024-01-11

1·10 부동산 진작책, 지역경기 살릴 불씨 되길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심 주택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준공 30년 이상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하고, 재개발도 지금은 30년 이상된 건물이 66%가 돼야 사업을 할 수 있으나 이를 60%로 낮추기로 했다.국토부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와 건설경기 보완 방안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또 2년 이내 신축된 빌라·오피스텔 등 소형주택을 구입하면 세금을 깎아주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세제 산정 때 주택 수에 제외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침체된 부동산 경기 진작을 위해 정부가 가용 가능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보이나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물량 과다 공급으로 미분양 주택 전국 1, 2위를 차지하는 대구와 경북의 부동산 시장이 이번 조치에 따라 경기회복의 물꼬를 찾을지 관심이 많다.정부의 이번 조치는 공급과 수요 두 측면에서 경기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완화는 주택공급을 늘리는 공급측면이다.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활성화 방안은 수요를 자극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문제는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지역시장에 이번 조치가 약발 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재건축 완화로 대구에서도 10여 개 아파트단지가 절차 간소화 등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나 공급물량이 넘쳐나는 지금 시점에 재건축 사업에 나서기는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서울과 달리 공급 과잉과 고금리 등이 부담인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당장 반응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계기로 오랜 침체에 빠졌던 지역의 부동산 시장도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이번 대책은 수도권 중심으로 초점이 맞춰진 측면이 많다. 지방단위에 맞는 경기 부양책이 보완되면 지역경기 회복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라도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연착륙 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고민해 주길 바란다.

2024-01-11

상주 곶감축제

우정구 논설위원 감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밖에 자라지 않는 동양목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초기 진상품에 감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부터 감나무 재배를 해 왔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예로부터 감나무에 얽힌 설화가 많으나 그 중 감나무 5덕(德)을 소개하면 이렇다.넓은 감잎을 잘 말리면 종이 대신 글을 쓸 수 있어 문(文)의 덕이라 했고, 부드럽지만 탄력있는 목재는 화살과 같은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돼 무(武)라 했다.또 달고 부드러워 이가 없는 노인들도 먹을 수 있어 효(孝)의 덕목을 가지고 있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모두 붉어 충(忠)이며 바람과 눈,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절(節)이라 했다.곶감과 쌀, 누에고치 등 삼백의 고장으로 소문난 상주는 우리나라 곶감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상주곶감 농업은 2019년 국가 중요농업유산(제15호)으로 지정됐다. 곶감공원과 곶감박물관 등 곶감을 테마로 하는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다.특히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하늘 아래 첫 감나무는 우리나라 최고령 감나무로 확인돼 상주가 곶감의 본고장임을 잘 알리고 있다. 이 감나무는 2009년 국립산림과학원의 감정을 통해 530년 된 감나무로 인정을 받았다.지난해는 고욤나무 접목 등 선조들의 영농기술을 입증하는 학술적 가치가 인정돼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을 받기도 했다. 아직도 한해 3천∼5천개의 감을 생산할 정도로 생육상태가 좋다고 한다.곶감의 본고장인 상주시가 12일부터 14일까지 북천시민공원 일원에서 상주곶감축제를 연다. 상주 곶감의 진미를 느끼려면 축제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11

이재명이 소환한 ‘서울 가 살자’

홍석봉 대구지사장 지역균형발전이 화두가 된 지 20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역대 정부가 줄기차게 외치고 국정 지표로 삼아 추진한 일이다. 말만 앞섰고 행동은 따라주지 못했다. 의지도 약했다. 현 정부 들어 동서화합과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추진하던 ‘달빛고속철도’도 무산위기다.‘선거용 포퓰리즘’ 주장과 ‘예타제도 무력화’ 논리에 떠밀려 좌초되는 형국이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이 뜬금없이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소환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방문 도중 피습됐다. 이 대표는 피습 직후 입원했던 소방 헬기를 이용,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갔다. 지방의료계가 부글부글 끓었다. 의사 단체들이 속속 비판 성명을 냈다. 헬기 이송은 의료 전달 체계를 뛰어넘는 선민의식과 내로남불 행태라고 주장한다.이 대표의 서울행은 본의 아니게 국민에게 ‘지방 의사는 실력이 없다. 환자는 무조건 서울 빅5 병원에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결과를 낳았다.거기다 “잘하는 곳에서 수술해야 한다”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이 불나는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순간 부산은 ‘뒤떨어진 지역’‘이류 병원’이 됐다. 부산대병원은 최고의 응급의료 체계를 갖추고도 홀대당하고 말았다.응급 현장에서는 환자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의료진의 결정 권한이 존중돼야 한다. 그런데도 응급 의료 체계의 상식과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가족의 뜻이라고 했지만, 의사 소견을 따라야 했다.이 대표는 피습 직전 가덕도 현장에서 “지방 소멸 문제는 각별하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될 부분”이라며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던 중이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지방에도 뛰어난 진료와 연구역량을 갖춘 국립대병원이 있다”고 평가하는 등 공공의료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그랬던 이 대표가 자의든 타의든 서울로 갔다. 서울 응급이송 치료는 지방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 의식 속에 도사린 서울공화국의 표출이었다.지역균형발전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지방의 몸부림이자 국정 주요 과제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핵심 가치의 하나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역 의사제와 지방 공공의대 설립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런 민주당이 이번 사태로 자가당착에 빠졌다.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지방 외면에 비난이 쏟아졌다.한 트로트 가수의 ‘그 이불솜 베게 다 버리고 우리 이제 서울 가서 살자….’라는 노래처럼 우리는 은연중에 모든 것을 팽개치고라도 서울 가서 살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산 정약용도 자식들에게 ‘서울에서 벗어나지 마라’고 당부했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조선은 (중국보다) 문명이 뒤떨어져서 한양에서 몇십 리만 멀어져도 원시사회”라며 “어떻게든 한양 근처에 살면서 문화의 안목을 잃지 마라”고 했다.200년 전 다산이 그랬던 것처럼 ‘인(IN) 서울’이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문제는 ‘인 서울’ 때문에 지방은 다 죽어간다는 것이다.

2024-01-11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언론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현대 사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 언론(言論)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치는 물론 경제와 문화도 언론에 의해 향방이 좌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언론이란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법에는 ‘방송,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및 인터넷신문’을 언론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거기에다 유튜브 같은 개인 언론 매체를 더하는 것이 현실에 맞을 것이다.언론은 고대 로마에서 시작되었다. 원로원의 각종 의사록을 원로위원들과 시민들을 위해 매일 취합해서 발표하던 일간 관보(官報)가 효시였다. 처음에는 원로원과 민회의 의사록을 공개토록 했고, 후에는 황제의 칙령, 정치토론, 재판 결과, 주요 인사의 부고, 명절과 축일 등을 수록하는 등 현대의 신문과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사회가 거대하고 복잡해지면서 직접적인 경험만으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두루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각종 대중매체를 통하여 세상과 소통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움직이는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언론을 장악하기도 한다.모바일 인터넷의 상용화는 언론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유튜브(YouTube) 개인 방송은 언론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수많은 개인매체가 쏟아내는 온갖 정보들에 누구나 실시간으로 접속할 수 있고,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눌러 언론의 확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보의 일방적 전달을 주로 했던 과거의 언론과는 전혀 다른 양상인 것이다.갑작스런 변화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모바일 인터넷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속도 경쟁을 하다보면 사실 확인 등의 검증에 소홀해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고, 조회 수를 늘이기 위해 거짓이나 선정적인 썸네일(thumbnail) 등으로 시청자를 교란하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의도로 편파적이거나 왜곡·조작된 정보를 남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민심을 교란하여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중매체를 접할 때에는 반드시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이유다.국민 각자의 참여와 노력이 여론을 형성하고 그것이 정치,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에 반영되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시대가 되었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그만큼 더 커졌다는 얘기다.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이나 사회현상에 대해서는 방관하거나 불평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각종 언론에 적극 참여하여 올바른 여론형성에 일조하는 것이 모바일 인터넷 시대 시민의 새로운 책임이자 의무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의 옥석을 구별할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 할 터인데, 그것 역시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서 얼마든지 공부할 수가 있다. 국민들 스스로 의식수준을 높여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을 시대적 과제로 삼을 일이다.

2024-01-11

세계적 슈퍼 선거의 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소한(小寒) 무렵의 추워지는 날씨에 시골집에는 납매(臘梅)가 소복이 피었다. 음력 섣달 납월(臘月)에 피는 노란 꽃을 보니 이른 봄이 온 듯하다. 연말 모임에 나가보니 벌써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들의 얼굴도 보인다.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00여 일 남아있는데 너무 이른 움직임은 아닌지….SNS에는 올해를 ‘슈퍼 선거의 해’라는 제목이 떠돌고 영국 가디언 지는 ‘2024년은 민주주의 슈퍼볼의 해, 전례 없는 투표 축제’라며 지구가 선거의 열풍으로 휩싸일 것이라고 하고 있다. 세계 70여 국가가 각종 크고 작은 선거를 치를 예정이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40억 명의 유권자가 자기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정치인 선발에 참여하는 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정치권 지형이 바뀌고 정책과 경제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와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을 나라의 경우,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와 9월의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고, 11월에는 ‘세계 대통령’을 뽑는다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선거가 있다. 그리고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선, 5월 영국 총리 선거, 6월 유럽의회 대표 선거도 예정되어 있다.곧 있을 대만의 선거는 ‘중화민국은 멸망하지 않았다’며 독립과 정통성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과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며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국민당과의 싸움으로,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해양 패권과 이념전쟁이 더 심각해지고 아시아의 정치·경제적 큰 변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관심이 큰 미국 대선은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을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또한 세계 정치의 불확실성과 함께 미래가 염려되기도 한다. 세계 정치의 흐름을 보면 우로 정렬하는 세계 즉, 우파의 강세와 자국 우선주의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큰 곳이니만큼 민주주의 의식을 갖고 주권과 안보, 경제와 무역 정책을 지키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선거철이 되면 포퓰리즘과 좌우의 정치편향이 드러나는데 선심성 공약의 남발로 돈을 풀고 경제 부양, 복지 확대 및 사회 인프라 확충 등을 내걸고 있지만 자칫 헛발을 디디면 인플레이션과 국가 부채가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게 되니 경계해야 한다. 경제는 유권자들에게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한 사회,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라온 젊은 세대들은 인권과 환경 등 인류 보편의 문제에 관심이 높아 보이니 후보자들도 폭넓은 의견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선거철이 되면 금품수수와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범죄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어 경찰도 예의 주시하고 있겠지만 유권자들도 네거티브 공약에 휘둘리지 말고 참되고 능력 있는 후보자를 택하여 이 나라가 세계의 정치 경제 파도 속에서도 굳건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사상 최대 선거의 해, 2024년은 또 여름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고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는 예고도 있다. 올바른 선거를 통해 모든 나라가 안정된 정치를 이루며 평화로운 국가가 되었으면 한다.

2024-01-11

스마트 세상, 함께 만드는 미래의 시작

스마트시티란 인공지능을 비롯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여 우리 삶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며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제조사가 알아서 잘 만들어 둔 상품을 사서 이용하는 다른 스마트 제품들과는 달리, 스마트시티는 이용자인 시민들의 이해와 주도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스마트시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스마트 세상을 꿈꾸는 공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몇 해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에 관해 물으면 알파고를 먼저 떠올렸는데, 이제 그 ‘인공지능의 대명사’ 자리를 Chat-GPT가 대신하게 된 듯하다.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두는 ‘I’자형의 인재였다면, Chat-GPT는 더 넓은 영역의 지식을 다루고 말도 제법 잘하는 ‘T’자형의 인재라고 하면 비유가 적절할까?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기술이 보여주는 파괴적 변화의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첨단의 상징인 스마트폰과 각종 스마트 가전은 물론, 지능적인 첨단 보조 기능으로 운전자와 탑승자를 보호하며 조만간 자율주행까지 바라보고 있는 자동차와 대중교통,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생태계를 이뤄가는 집과 공공 시설물 등등. 스마트화의 물결은 우리 생활환경 전체를 더 똑똑하게 바꾸며 점점 더 넓은 범위로 확대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스마트화가 도시 전반에 걸쳐 폭넓게 구현되는 경우를 우리는 스마트시티(Smart City)라고 부른다.스마트시티는 다양한 기술과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한 데이터로 도시 운영과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지능화된 도시로 정의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통해 도시 운영이 개선되는 스마트시티가 미래도시의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스마트시티를 실현하는 것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와 같은 정보통신기술들이지만, 스마트시티의 진정한 의미는 사용자 입장에서의 가치와 편리함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과거 한때 유행했던 U(유비쿼터스)-시티와 스마트시티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에서는 기술이나 기능 그 자체보다는 시민들의 수요에 맞춘 서비스와 편리한 생활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예를 들어, 교통 혼잡과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하거나, 버스 노선과 배차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대중교통이 미치지 않는 틈새에 수요응답형 교통이나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환경 오염을 줄이고 자원고갈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과 가로등을 설치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거나 쓰레기를 잘 관리하여 에너지로 변환해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보안,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의 요구와 흥미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곽지영 태재대학교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장 그래서 이제 스마트시티는 기술이라기보다는 도시의 혁신적 변화와 미래 전망을 제시하는 일종의 ‘비전’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초기에는 마치 공상 과학 미래 영화를 방불케 한, 다소 억지스러웠던 스마트시티 비전은, 세계 곳곳에서 시민들의 참여와 활약을 통해 해당 도시 특성에 맞게 하나둘 현실화되었고 성공적인 사례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스마트시티 구축의 선두 주자로서, 센서와 앱을 통해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고, 공공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자전거 전용 도로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통 문제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도를 높였다. 싱가포르 역시 스마트시티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도시로, 스마트 네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을 도시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 주차, 스마트 홈, 스마트 미디어, 스마트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며, 경제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겠다는 혁신적 도시 모델로 스마트시티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나아가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도전 과제들에 대한 해결책으로서도 스마트시티가 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이번 연재를 준비하는 며칠간, 앞으로 어떤 내용을 써나가면 좋을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Chat-GPT에게 ‘스마트시티에 대한 신문사 칼럼을 연재하려고 하는데, 독자들은 어떤 내용을 기대할지’에 관해 한 번 물어보았다. 그 결과, ‘공감될 만한 스마트시티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고, 스마트시티의 역사와 유래(과거), 현황(현재), 향후의 발전 과제와 전망(미래)을 제시하고, 스마트시티의 특징을 공간, 문화, 환경, 거버넌스, 경제, 사회, 윤리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되 알기 쉽게 이야기로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불과 몇 초 안에 내놓은 통찰치고는 제법 그럴듯한 답이 나왔다. 예전이라면 여러 동료 연구자께 차라도 대접하며 조언을 구하거나, 혼자서 몇 날 며칠 자료를 뒤적거리며 고민했을 터인데 말이다. 아무래도 Chat-GPT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 것 같다.

2024-01-10

장밋빛 인생

정미영 수필가 장미 문양 찻잔에 돋을볕이 잠겼는가. 갑진년 새해를 맞아 태양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홍차를 우려내는 중이다. 찻물을 한 모금 머금고 있으니, 인생의 행복이 별건가? 마음이 따뜻해진다.라비앙로즈 커피잔세트를 생일선물로 받았다. 트위그 뉴욕 디자이너 몰리 해치와 테라로사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으로 한국도자기에서 만들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도예가의 고풍스러운 작품을 집에서 혼자 보는 멋이란, 나만 감상하기 위해 아무도 없는 시간에 도자기 전시관을 방문한 듯 설레는 맛이 있었다.라비앙로즈는 장밋빛인생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요즘은 가수 아이즈원의 노래로 유명하지만, 에디트 피아프가 1947년에 부른 샹송 제목으로 먼저 알려져 있다. 2007년에는 올리비에 다한 감독이 그녀의 일생을 담아 영화 ‘라비앙로즈’로 제작했다. 유년시절 거리에서 곡예를 하다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중에는 스타가 되어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계속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그녀였다. 영화에서는 그녀의 성공보다 어두운 아픔이 더 시각적으로 다가와 보는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나는 순간 깨달았다. 장밋빛 인생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대부분 장밋빛인생의 아름다운 면만을 꿈꾼다. 화려한 꽃과 향기를 품고 꽃길만 걷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그러나 향기와 가시를 동시에 지닌 장미의 속성처럼 우리네 삶에는 야속하게도, 최승자 시인의 ‘나날’에 나오는 애매와 모호가 일란성 쌍둥이처럼 싸우며 죽어 갔다는 시구처럼 행복과 불행 또한 일란성 쌍둥이처럼 엎치락뒤치락하는 것 같다.나 또한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겪은 적이 있다. 상견례를 하면서 기분 좋으셨던 양가 부모님들께서 곧바로 마주 앉은자리에서 결혼 날짜를 잡을 때까지는 앞으로 장밋빛 인생 중 행복만이 보장된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친정아버지께서 공무수행 중 돌아가셨다. 호사다마! 그렇다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인생의 부정적인 면을 두려워해 집안에만 갇혀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나만의 긍정적인 면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힘차게 길을 나서야 옳은 일임에랴.그런 이유로 나는 어쩌다 한 번씩 카페에서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살 때가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비싼 항공권을 구매해 전시회를 찾아가지 않아도, 동네 카페에서 외국으로 여행나간 사람처럼 기분 전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다 몇 년 전에는 서울에서 제임스 진을 만났다. 지금은 사라진 포항시청 옆 엔제리너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제임스 진의 대표작인 ‘아우렐리안즈(Aurelians)’를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머그컵과 물병을 구입했다. 그는 세계적인 그래픽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형식을 취하는 작품) 회사인 미국의 DC코믹스 출신으로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을 오가며 만화와 회화가 결합된 독특한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었다.며칠 뒤, 롯데뮤지엄에서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 전시회가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제임스 진과 엔제리너스 아트 콜라보레이션 기념이었다. 주말에 가족들과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전시회를 둘러보다가 잠시 후에 제임스 진의 사인회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에게 진짜 행운을 잡았다면서, 전시회 기간 중 딱 한 번 있는 사인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제임스 진의 실물을 영접하다니! 당신의 작품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먼 거리인 포항에서 왔다고 말했더니, 환하게 웃으며 우리 가족의 손에 들려 있던 협업 작품에 개별로 사인을 해주었다. 행복과 불행 사이에 행운이 숨어 있기에 우리네 삶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홍차가 차갑게 식어 다시 찻물을 끓인다. 문득 에디트 피아프가 영화 마지막에 불렀던 ‘아니요,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Non, Je ne regrette rien)’가 떠오른다. 내 인생의 매 순간마다 그녀처럼 기쁨과 슬픔까지도 포용하여, 후회하지 않는 장밋빛 인생을 살았다고 말해야지.

2024-01-10

이기고 돌아오라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아시안컵 축구대회의 막이 오른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단은 역대 최강의 전력이다. 토트넘홋스퍼의 손흥민을 주장으로 파리생제르맹의 이강인,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황희찬, 바이에른뮌헨의 김민재, 츠르베나즈베즈다의 황인범 등이 함께 뛴다. 실력으로만 보면 흠잡을 데 없이 강한 팀이다. 선수들이 모든 경기를 다치지 않고 거뜬히 치러주길 기대한다. 바라기는 물론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면 한다. 아시안컵대회에서 우리는 겨우 두 번 우승했었으며 그것도 64년 전이라 한다. 오랜 숙원을 시원하게 풀어내는 우리 대표팀이 되었으면 한다. 거의 전 국민의 기대가 아닌가 싶다.놀랍게도, ‘대한민국 대표팀이 우승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사람이 둘 있다. 손흥민의 소속 팀 토트넘 홋스퍼의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리고 손흥민의 부친 손흥정 감독. 우선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까닭은 익살스럽다. 호주 출신인 그는 ‘호주가 우승했으면 좋겠다’면서 대한민국이 준우승하라고 했다는 게 아닌가. 호주의 국가대표 감독도 역임했던 그로서는 거의 당연한 주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손흥정 감독의 까닭에는 의미가 있다. 아들이 뛰는 경기에서 우승하지 말라는 그의 속셈은 무엇일까. 우선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에 뒤진다고 했다. 선수 개개인의 축구실력을 모두 모으면 한국이 일본에게 절대적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이번에 우승하면 한국이 자만하게 되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가 어두워진다고 했다. 실력뿐 아니라 경기력 향상을 위한 투자에도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에 턱없이 못 미친다고 한다. 우승이 선수들의 자만뿐 아니라 축구계의 타성과 게으름을 초래할 것을 경고한 표현으로 보인다.손 감독의 지적은 옳다. 실력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면 사람은 게을러진다. 그의 아들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데도 그는 ‘손흥민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고 선언하였다. 잘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하듯, 그는 아들이 더 나은 경지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이전 어느 때보다 가장 든든한 실력을 갖추었다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여 우승에 가까이 가 주길 기대한다. 마지막 한 경기까지 승리하여 우승컵을 거머쥐길 바란다. 손흥정 감독의 걱정어린 한 마디처럼 ‘이후에도 자만하지 않으며 조련의 고삐를 느슨하게 하지 않는 대한민국 축구’가 되어주길 소망한다.쓴소리는 약이다. 경기에 임하여 어느 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국내 상황이 여러모로 어지럽고 복잡하지만, 시원한 경기력으로 사이다처럼 이기는 축구를 해주길 바란다. 이번에는 부친의 소망을 어기는 아들이 되어주길 바란다. 60년도 넘게 못 들어본 아시안컵을 들어올리는 건각들을 기대한다. 우승하였지만 자만하지 않는 축구계의 모습을 보여주어 대한민국 축구의 앞날도 환하게 해 밝혀주길 바란다. 오랜만에 축구로 하나가 되는 몇 날이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축구, 파이팅!

2024-01-10

IB교육의 성과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공교육에 IB(국제바칼로레아)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2018년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당선된 후 취임 첫해부터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 및 공교육 혁신을 위해 IB교육을 추진해왔다. 대구교육청을 중심으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교육부와 경기, 제주 등 전국 교육청에서 IB교육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2023년 3월 기준, 세계 160개국 5천600여 개교에서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 IB 월드스쿨(IB 본부로부터 인증 받은 학교)은 대구에만 21개교가 있다. 대구가 명실공히 국내 IB교육의 중심이다.IB 프로그램은 기존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질문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다.IB 학교에서 시작된 교실수업 혁신 모델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2021년 경북대사대부고가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되는 IB 월드스쿨 닻을 올렸다. 일반계 국·공립 학교에서는 첫 시도였다. 대학입시와도 직결돼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근 발표된 대입 수시전형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수도권 주요 대학에 다수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지원생까지 나왔다. 자기주도학습의 성과다.IB 교육은 1986년 스위스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외교관이나 해외 주재관의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직업의 특성상 여러 나라를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든 것이다. 이것이 점차 확대돼 많은 나라에서 도입, 전 세계 주요 대학에서 교육과정으로 인정해 주게 됐다. IB교육이 대구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돼 학교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10

지방대 88% 정시미달…대학 혁신만이 살길

종로학원이 전국 188개 대학의 정시원서 접수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경쟁률이 3대 1에 미치지 못해 사실상 미달로 분류되는 대학의 88%가 지방소재 대학으로 밝혀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방대학에서는 연이어 무더기 모집미달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우려되는 바가 크다. 대구와 경북서도 14개 대학 중 6곳이 경쟁률 3대 1 이하 대학으로 나타났다.입시업계는 대입 정시모집에서 수험생 1명이 최대 3개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어 경쟁률 3대 1 이하이면 사실상 미달로 본다. 특히 올해 비수도권 대학들은 정원을 2천여 명 가량 줄여 학생모집에 나섰지만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경쟁률을 보여 대학 존폐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더 짙어지고 있다.정시모집에서 미달이 발생하면 추가모집에 나서야 하나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이 학생을 다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작년의 경우 한 명의 지원자도 없는 학과가 26개에 달했고 모두 지방에서 나온 바 있다. 지방소재 대학의 대규모 미달사태는 학령인구 감소가 직접적 이유다. 그러나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도 무시못할 만큼 큰 몫을 한다. 올해 수도권 대학들은 1천311명의 정원을 늘렸음에도 평균경쟁률이 5대 1을 넘었다. 정원을 줄인 지방대학은 평균경쟁률이 겨우 3.57대 1이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은 망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멀지 않아 수도권대학의 정원만으로 전국 학생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기 때문이다. 지방대학들은 과감한 구조조정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정부도 이런 점을 예상하고 지방대학을 대상으로 글로컬 대학 육성사업에 나서고 있다. 지방대학을 세계적 대학으로 육성해 지역과 동반성장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선정된 대학에는 5년간 1천억원 예산도 지원한다.이제 지방대학은 각자도생의 길로 가야 한다. 대학 스스로 담대한 혁신을 하지 않고는 존립 자체가 힘들다. 가파른 학령인구 감소로 갈수록 학생모집이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4-01-10

영일만대교 스타트, 사업속도가 중요하다

영일만횡단구간 고속도로(영일만 대교) 건설사업이 새해에 드디어 시작된다. 올해 1천35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사업 첫 단계인 실시설계를 시작하게 됐다. 영일만대교 건설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며,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포항 영일만을 찾아 공약이행 의지를 표명했었다. 지난 2008년 9월 이명박 정부 시절 ‘광역경제권 발전 30대 프로젝트’에 포함된 지 16년 만에 사업이 성사됐다. 그동안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이 보류됐다. 영일만대교는 포항 북구 흥해읍과 남구 동해면 일대 바다를 가로지르는 동해안 고속도로 연결 구간으로 전체 길이가 18km다.영일만대교 건설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3조2천억원으로 추산되며, 예상 사업 기간은 14년이다. 설계와 해저 지반조사에 4년, 공사에 10년 정도 소요된다. 부산과 경남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해상교량+해저터널)와 유사한 형태로 건설될 가능성이 크다.경북도는 새해에 포항~영덕 고속도로 공사 계속사업비(2천907억원)도 확보했다. 동해안고속도로 주요 구간인 이 고속도로(포항 북구 흥해읍~영덕 강구면, 30.92㎞) 건설 역시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장기사업이다. 그동안 영덕에서 유적지가 발견되면서 공사가 지연됐다. 현재 공정률은 70% 정도다.영일만대교 건설과 함께 완성될 동해안 고속도로는 이미 개통된 울산~포항고속도로와 연결돼 우리나라 산업용 물류이동의 핵심축 역할을 하게 된다. 지역균형발전과 동해안지역 경제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간접자본이다. 포항시로서는 남부의 포항제철소·철강산업단지·블루밸리국가산단과 북부의 영일만항·배터리 규제자유특구가 바로 연결돼 경제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은 앞으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정부와의 총사업비 협의 등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영일만대교를 포함한 동해안 고속도로가 향후 우리나라 북방 교역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되길 기대한다.

2024-01-10

내일배움카드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은퇴 후 버킷리스트는 여전히 유효하다. 은퇴 전에 작성된 목록엔 단연 여행 계획이 많았다. 퇴직 후 바로 감행할 것을 코로나19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 손주들의 유치원 등하원 봉사에 묶여 또 미룰 수밖에 없었다. 작년 말 베트남여행으로 워밍업했으니 올해는 유럽 여행을 바로 감행할 참이다. 마음 바뀌지 않으려 얼리버드로 비행기를 예매했고, 계획도 꼼꼼히 짜 두었다. 수영, 요가, 자전거 타기, 하루 5천보 걷기 등의 체력 단련 리스트도 꽉 차게 버티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는 실천했고, 게으르고 끈기없는 탓에 접었다. 실패했을 땐 재도전이 필요하니 새해 새 다짐으로 다시 시작할 것. 손녀의 유치원 봉사가 끝나면 바로 차를 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걷기를 생활화할 거다. 틈나면 자전거의 타이어도 점검해 둬야겠다. 이보다 더 많은 것은 학습목록이었다. 한국사능력시험이나 일본어 회화공부는 잠시 제쳐둔다. 대신 새해 새 계획으로 새로운 접근을 하자. 한글서예 공부는 계속할 것이고, 최근 한자공부에 눈떠 재미있어하는 손녀와 한자검정시험에 도전해 볼 요량으로 급수시험 대비용 한자책을 사 두었다.나의 버킷리스트는 유기체처럼 살아있어 새롭게 생성추가된 것도 있다. 자격증 도전하기. 격조했던 후배가 전화를 했다. 퇴직 후의 근황을 물었다. 나의 버킷리스트를 소개하면서 실패담을 얘기했다. 나보다 퇴직이 몇 년 더 남은 영문학 전공 후배의 계획은 나와는 달랐다. 평생 인문학을 했으니 퇴직 후엔 전혀 다른 계열의 공부를 해 보고 싶단다. 어떤 공부에 관심 있냐고 물으니 그녀의 답은 구체적이되 도전적이었다. 30년 넘어 영문학을 공부했다. 인문학은 인간 정신에 관한 학문이다. 퇴직 후엔 인간의 몸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다. 간호학 같은 걸 공부해볼 생각이다. 인생의 절반은 또 다른 공부를 하고 싶다는 그녀의 계획은 참신했다. 동행이 있어야 실천하기 수월할 거라며 동참을 제안했고 난 흔쾌히 맞장구를 쳤다. 후배도 스승이요, 이 또한 후생가외였다. 집 가까이 간호학원을 검색하여 전화했다.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던 학원에서는 혹시 내일배움카드를 갖고 있냐고 물었다.그래서 알게 되었다. 내일배움카드는 취업준비생, 이직을 준비하거나 업무역량을 키우고 싶은 재직자, 나 같은 은퇴자,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경력단절여성의 역량개발에 필요한 훈련비를 국비로 지원하는 제도다. 생애에 걸쳐 직무능력습득과 향상을 위해 국민 스스로 직업능력개발을 할 수 있도록 1인당 500만원 한도 내에서 훈련비를 지원한다. 내친 김에 바로 카드 발급을 위한 서류를 준비, 대구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갔다. 인터넷으로도 된다지만 그 자리에서 신청했고, 은행에 가서 카드 발급을 받았다. 틈나는 대로 국비 지원 프로그램을 탐색하고 있다. 간호조무사자격증을 위해 간호학원을, 최신 매체를 공부하고 싶어 유튜브아카데미를 점찍어두었다. 나도 유튜버가 될 수 있을지 모를 일 아닌가. 오늘 길에서 지게차, 굴착기 국비무료교육 현수막을 보았다. 몸 쓰는 일이니 이것도 좋네. 당장 전화 걸어 자격증 취득을 알아봐야겠다.

2024-01-10

육식식단과 채식식단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최근 유행하는 식단 중 카니보어 식단이라고 있다. 카니보어는 육식동물이란 뜻이며 이 식단은 말 그대로 육식만 하는 식단이다. 특히 그 중에서 완전 카니보어 식단은 풀을 먹은 소고기와 동물성 지방 그리고 버터 등으로만 식단을 꾸리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체의 곡류와 당류 탄수화물을 배제하고 식물도 먹지 않는 것이다. 한때 이건희 회장이 해서 건강해졌다는 식이요법으로 황제다이어트라고도 불렸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고기를 먹으면 살이 찌고 콜레스테롤이 높아져 혈관에 때가 낀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가 정설로 굳어져 있다. 그러나 실제는 고기 위주의 식단으로 식사를 했을 때 콜레스테롤이 높아진다는 소리는 근거가 없는 소리이고 오히려 단백질과 좋은 지방이 골고루 섭취되어 힘도 나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요즘은 콜레스테롤을 올리는 주범을 육류 쪽이 아닌 탄수화물 즉 밥과 빵으로 보는 추세이며 실제로 밥과 국만 먹는 식단, 빵과 음료수를 먹는 식단은 영양의 균형이 깨진 최악의 식단으로 본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 몸에 탄수화물이 과잉으로 들어오면 중성지방으로 전환되고 살이 찐다. 왜 나는 고기도 안먹는데 살이 찌나 하는 사람들은 다 탄수화물 위주로 먹는 사람들이다.카니보어 식단처럼 완벽한 육식은 아니더라도 육식의 비중을 높이고 탄수화물의 비중을 지금보다 3분의 1 이상으로 줄인 다음 액상과당이 들어있는 음료수와 과일을 줄여보면 몸에 힘이 나고 서서히 살이 빠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고 육식이 좋고 채식이 나쁘냐면 그렇지도 않다. 생쌀을 불려서 종이컵 반컵 정도에 방울 토마토 당근 오이 브로콜리 셀러리 등 자신이 좋아하는 다양한 채소들로 식단을 구성해서 먹어도 몸이 괜찮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평소 식사를 하면 점심시간 혹은 저녁식사 시간쯤 당이 떨어져 손이 떨리고 어지러운 사람도 이렇게 간단한 식사를 해보면 오히려 그런 증상이 말끔히 사라지는 것을 경험 할 수 있다. 너무 채소와 생쌀만을 먹어 칼로리와 영양이 부족한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경험을 해보면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피곤함과 두통, 머리의 묵직함, 식곤증 등이 싹 사라지고 대변도 아주 건강한 황금색 변을 보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단점은 이렇게 식단을 짜서 매번 먹는게 너무 힘들어서 오래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는 육식식단도 마찬가지로 탄수화물이 너무 적게 들어오거나 너무 채소만 먹게 되면 뇌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라고 유혹한다. 이 시기를 어느 정도 넘기면 스스로가 육식과 채식 혹은 둘을 혼합한 식단을 짜서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평생 살 인생 한번쯤은 한 달 아니 일주일 정도만이라도 극단적인 식이 요법을 선택해 이 악물고 한번 해보면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나는 육식이 좀 더 맞구나, 나는 채식 위주의 식단이 맞구나 알 수 있다. 아니면 육식과 채식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밥과 빵 등의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자신만의 식단을 구성할 수도 있다.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으로 육식식단 채식식단을 검색한 다음 한번은 해보고 내 몸 상태를 스스로 파악해보는 것은 어떨까.

2024-01-10

국회의원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

정안진 경북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90여 일 앞두고 안동·예천선거구 관내 출마 예정자들이 의정보고회와 출판기념회, 기자간담회를 잇따라 갖는 등 선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5일 김의승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이 안동에서 출판기념회로 테이프를 끊었다. 6일 안동과 예천에서 김형동 현 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가 열렸다.여기에 일찌감치 후보 등록을 마친 김명호 전 도의원이 연일 예천지역 유권자들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권용수 건국대학교 교수도 조심스럽게 지인들을 만나고 있어 안동·예천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돈다.안동·예천선거구 출마 하마평에 오른 국민의힘 공천 희망 후보만 현재 7명에 이른다. 민주당에서도 4명의 쟁쟁한 후보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 선거구의 출마 후보자는 무려 11명에 이른다.출마 예비후보자간 치열한 경쟁만큼 지역의 현안 이슈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경북도청 신도시 주소가 안동·예천으로 갈라져 있어 누가 국회의원이 되느냐에 따라 신도시 발전에 탄력이 붙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문제가 걸려 있다.지역 선거구 획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점도 유권자와 후보자들의 관심거리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5일 선거구 수를 현행 253개로 하는 내용의 획정 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민주당은 여당 편향적이라며 재획정을 요구하고 있다.현재 군위군이 대구시로 편입되면서 선거구 변경이 불가피하지만 획정안에는 울진군을 군위군 자리로 옮기는 안이 제출되어 있다.하지만, 울진군 출신의 박형수 국회의원과 울진군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1월 말쯤 최종 선거구획정이 결정될 때까지 유동적이다. 안동·예천선거구가 그대로 존속한다는 보장도 없다.국민의힘 공천룰도 변수다. 국민의힘은 정당지지도와 후보자의 지지도를 비교해 2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공천을 배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동에 비해 인구 등 모든 것이 세가 약한 예천 출신 후보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예천유권자들은 예천이 의성·청송·영덕 선거구로 통합해야만 한가닥 예천출신 국회의원 탄생을 바랄 수 있다며 여지를 남기고 있다./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4-01-10

출산율 골든타임 놓칠라

우정구 논설위원 합계출산율 0.6명대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세대를 200명(100쌍)으로 가정했을 때 다음세대 인구는 60명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연평균 출생아수가 85만명대인 1970년대 태어난 사람들이 성장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기록한 출산율은 1.15명(2000년대)이었다. 같은 계산법으로 연평균 출생아수가 70만명이던 1990년대 태어난 사람들이 성장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지금은 출생율이 0.8명이다. 불과 20년 사이지만 출생아 감소가 빠른 속도로 낮아짐을 볼 수 있는 통계다.“출산율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말은 가임인구가 절대적으로 줄어 결국은 아무리 출산율이 높아진다 해도 인구회복이 어렵다는 뜻이다.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작년 기준 0.7명대. 올해는 0.6명대까지 전망한다. 작년 1년동안 태어난 출생아수는 23만5천명. 1970년대 85만명대와 비교하면 30여 년 만에 27% 수준까지 추락했다.전문가들은 우리의 인구위기를 극복할 골든타임을 길어야 앞으로 10년 정도라 한다. 10년 이내 획기적 인구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인구회복이 불가능한 나라로 전락하게 된다. 지구상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라는 예측이 맞아 떨어질지 모른다.충북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작년 유일하게 출생아가 증가한 곳으로 밝혀져 주목을 받았다. 작년부터 충북에서 출생한 아이에게는 5년에 걸쳐 현금 1천만원을 출산수당으로 주고, 전월세 이자 지원 등 각종 결혼장려 정책이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이제는 결혼해 아이를 키우면 육아부터 학교를 마치는 데까지 거의 무상이라는 파격적 인식을 주지 않으면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게 됐다. 그야말로 특단 대책이 필요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09

한동훈 정치력, 공천과정에서 드러난다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데뷔는 일단 합격점이다. 지난 연말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후 당을 빠르게 장악했고,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는데도 성공했다. 특히 비정치인·전문직 위주의 인재영입과 혁신적인 당직인사로 당의 ‘꼰대 이미지’를 상당부분 없앤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돌발현안(민경우 전 비대위원의 노인 비하논란)에 대한 대응능력과 당직 인선 작업의 신속·보안성도 돋보였다.외연확장 과정에서 의외의 성과도 냈다. 민주당 출신 5선중진인 이상민 의원 영입은 앞으로 많은 순기능을 가져 올 것이다. 이 의원의 지역구는 국민의힘 불모지인 대전이다. 여당은 그의 입당으로 7개 의석을 가진 대전은 물론, 충청권과 세종시까지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개딸 전체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정치인 중의 하나다.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한 이후 첫 실시한 인사에서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과 박상수 변호사를 영입한 것도 성공적이다. 정 전 회장은 교총 역사상 첫 초등교사 출신 회장이며, 박 변호사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법률 자문으로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대변해 왔다.한 위원장은 이번 주에도 전국을 돌며 외연확장에 나선다. 지난주에는 민주당 텃밭인 광주를 찾아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에 적극 찬성 의사를 밝히며, 호남 민심에 손을 내밀었다. 10일부터는 1박 2일 일정으로 경남 창원과 부산을 찾는다. 부산에서는 비대위 첫 현지 회의도 개최한다. 심상찮은 부산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한 위원장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는 그야말로 초반 성적표다. 앞으로 그의 정치력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함께 총선 체제로 전환하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한 위원장 스타일로는 여권 세대교체를 위해 대폭의 현역 물갈이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한 위원장이 공천 실무를 책임질 사무총장 자리에 계파색이 옅은 초선의 장동혁 의원을 선임한 것도 이에 대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정치문화를 새롭게 바꿔야 하는 여당의 공천심사 과정이 순탄할 리 없다. 예를들어 비교적 젊은 세대인 대통령실 참모나 법조계 출신 후보를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공천할 경우 세찬 후폭풍이 몰아치게 돼 있다. ‘개혁신당’의 천하람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영남권 현역 중 합류할 분이 있다”고 한 말은, 국민의힘 공천탈락을 염두에 두고 벌써 개혁신당에 합류할 생각을 굳힌 현역이 있다는 얘기다.첨예한 공천갈등에 대한 처리해법은 한 위원장의 정치력을 키울 기회가 될 수 있다. 명심해야 할 부분은 공천관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용산입김’이 작용한다는 말이 나오면, 공천의 공정성은 물건너간다. 공천관리위원회로 일원화된 공천 기능 중 ‘후보자의 부적격 심사’ 권한을 분산해 그 기능을 윤리위원회에 넘기는 것도 리스크 분산의 한 방법이다.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국민에 깜짝 놀랄만한 혁신적인 공천을 해서 낡은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켜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2024-01-09

“외국인 근로자 고용 확대 더 필요하다”

올해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들어올 외국인근로자가 역대 최대인 16만5천명에 이르나 중소업계는 여전히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천2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2023년 외국인력 고용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에 의하면 외국인노동자가 더 필요하다는 사업주가 전체의 29.7%에 달했다. 추가로 필요한 외국인근로자를 업체별로 나눴을 때 평균 4.9명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역대 가장 많은 16만5천명의 외국인근로자 도입에도 3만5천명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산업체 현장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외국인근로자 고용인원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되나 외국인근로자 인력난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이번 조사에서 내국인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89.8%가 내국인의 취업 기피를 꼽았는데 외국인근로자 수요에 대응할 일자리 미스매치에 대한 특단조치도 별도 마련돼야 한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내국인이 기피해 생긴 일자리가 무려 1만8천여 개나 된다. 산업현장의 근로환경개선 등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 이번 조사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소통 능력 부족과 잦은 사업장 변경, 불성실 근로자에 대한 제재 방안, 성실한 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이 가장 큰 애로라 말했다. 현장 소리를 담은 맞춤형 대책도 검토돼야 한다.특히 언어소통 능력은 공동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말을 익히도록 해 빠르게 기업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외국인근로자를 숙련공으로 양성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검토해 볼만하다.외국인근로자 고용의 문제는 지금과 같은 우리의 노동고용 구조라면 앞으로도 우리가 지속적으로 풀어갈 숙제다. 고용의 양적 문제뿐 아니라 고용의 질적 문제까지 폭넓게 연구 검토해 중소기업에 맞는 정책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국인근로자 고용허용 한도를 획기적으로 조정하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책도 검토돼야 중기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

2024-01-09

ESG경영과 지구촌 미래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은 100년 후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을까. 산업혁명이 시작되며 공장이 우후죽순으로 세워지면서 경제적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나 이산화탄소 다량 배출에 의한 오존층 파괴로 유럽은 40도 넘는 폭염과 지구 곳곳에 홍수로 물난리를 겪는 등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UN 기후변화 협약기구에서는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해 탄소세를 부과하고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이 기준이 되고 있다.ESG경영은 무엇인가. 주로 기업에서 하고 있는 ESG경영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나타낸다. 환경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경영을 채택하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 사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은 근로자에게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하고 조직 내에서 다양성을 인증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사회와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사회적인 문제에 기여하는 일을 해야한다. 거버넌스는 이사회의 투명성과 윤리적 경영, 주주 권리 보장 등이다. 일반인의 생활 속의 지구환경살리기 활동은 플라스틱, 종이, 의류 등 재활용과 음식폐기물처리가 있다. 특히, 플라스틱은 버리면 썩는 데 10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음식폐기물은 거름을 만들거나 생물가스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정에서 쓰레기 분리 수거하는 것 등이 지구환경 살리기의 작은 시작인 것이다.P사의 본사에서 전략컨설턴트로 일할 때 ‘현장 개선활동은 안전과 환경중심으로 실시하라’는 CEO의 지시에 기업의 통합환경관리법을 학습하며 제철소에서 법적 환경기준과 Auditing 결과 및 조치방안을 살펴본 적이 있다. 기업에서 통합환경관리법에 적용되는 것은 대기·수질·유해물질·폐기물처리 등 4가지 영역에서 법적 기준보다 강화된 제철소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통합환경관리법은 매년 더 강화될 예정이고 지속적 개선으로 쾌적한 작업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구환경 개선을 위해 기업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2024년 기업 신년사를 살펴보면, 미래 경쟁력을 위해 친환경 생산체제 구축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적용, 계획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미래세대를 위한 시대적 소명이며 제철소는 탄소중립 생산체제를 빠르게 안정화 시켜가야 하고 친환경 생산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면 미래시대에서는 생존 할 수 없다. 전기, 수소 등의 청정 에너지를 사용하는 연료 효율성이 뛰어난 전기차, 수소차로 자동차 문화의 큰 변화를 가져 오고 있다. 생활문화에서도 선진국에서는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활용하거나 자전거나 도보 등으로 바뀌어 환경 오염 방지와 탄소 배출량을 줄여가고 있다. 기업의 ESG경영과 지구환경살리기 운동, 그린 수소, AI 등 과학기술 적용으로 지속가능 경영과 미래의 지구환경을 만들어 간다.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 사회적 행정제도, 실행의 산물이 지구촌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4-01-09

마음먹기와 마음챙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새해가 되면 으레 목표나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다짐이나 각오를 하게 된다.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선물 같은 나날이니, 새로운 날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신년설계와 희망을 꿈꾸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지 싶다. 이러한 새해 소망과 목표는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기준, 관점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건강과 행복, 합격이나 취업, 안전과 무사고, 장사나 사업, 복권이나 재물 등에 대한 행운이나 대박, 이득이나 성취를 간절히 바라며 기원하고 염원하기도 한다.이렇게 새해를 맞아 새롭게 마음먹으며 목표를 정하는 것은, 대부분 자신의 삶이 좀더 나아지고 좋아지려는 방향으로의 진전이나 성취, 달성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지만, 마음먹은대로 잘 되지 않은 것이 세상사이다. 누구나 마음먹기는 쉬워도 마음먹 은대로 이룩하고 얻어내기가 결코 만만찮은 것은 현실적인 여건이 녹록찮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사람들은 해마다 아니, 날마다 새로운 마음을 먹으며 도전하고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날들에 대한 희망과 기대,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그렇게 숱하게 마음을 먹고 다지며 노력하고 인내하며 나아가도 목표가 요원하고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게 된다면, 어느 순간 실의와 허망감이 들어 급기야 어떤 일을 마음먹기조차 힘들어질 때가 있기도 할 것이다. 그로 인해 과도하고 복잡한 생각에 빠져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서적 불안감으로 일에 대한 의욕상실과 포기로 이어져 허탈감에서 오는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마음이 지치고 허약해져 매사가 귀찮아지고 마음먹기가 잘 안돼 괴리감에 빠진다면 ‘마음챙김’을 권하고 싶다.마음의 근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마음챙김’이란 생각과 욕구를 멈추고 철저하게 ‘나’를 내려놓는 훈련이다. 예컨대 나의 감정, 생각 그리고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동안 의도적으로 현재 이 순간을 인식하게 되는 일종의 자기명상 수련법이라 할 수 있다. 즉, 마음챙김은 아무것도 개입시키지 않고 오로지 순수하게 깨어서 경험되는 의식경험을 바라보는 것으로 내 마음과 오롯이 만나는 시간이다. 이러한 마음챙김의 순수관찰을 통해 자기와 세계에 대한 통찰로 현재 순간을 있는 그대로 수용적인 태도로 자각할 수가 있으며, 어느 것에도 집착함 없이 조용하고 유연할 때 일어나는 심리적 자유의 상태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마음먹은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어려워질수록 내 마음을 잘 챙겨야 한다고 본다. 세상을 살다 보면 힘들 때도 있고 고난도 있기 마련이다. 마음이 힘들면 몸은 가눌 수조차 없게 되니 너무 현실에 급급하고 연연해하지 말고 성찰과 긍정의 자기암시를 통해 자신을 또렷하게 알아차리며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는 마음챙김을 꾸준히 해나가면 어떨까? 평온한 마음을 온전히 잘 챙기고 지켜야 모든 일의 마음먹기가 쉽고 원활해질 것이다.

2024-01-09

자전거 탄 풍경

현재 지구 환경은 위기에 처해있다.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가열화 상태에 접어든 지도 한참이다. 연초부터 세계 곳곳에서 들리는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 소식은 지구촌 식구들 모두가 마음 기울여야 할 지구 생태에 관한 문제다.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우리 주변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수필가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자전거는 내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반짝이는 빨간 자전거를 타고 거랑둑을 산책하거나 꽃집을 향해 가는 장면을 떠올리면 가물거리던 행복의 실체가 손에 잡힐 것도 같았다. 자전거에 올라앉아 귀를 사로잡는 거랑물소리를 들으며 제라늄 화분을 사서 집으로 오는 길을 상상하는 일 만으로 겨드랑이가 간지러워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껏 그럴만한 기회가 없었다. 겨우 반나절 연습하다 그만둬 버린 게 고작이다. 나에게 자전거는 지구별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낭만을 위한 장치였다.아버지에게 자전거는 평생토록 발이 되어준 고마운 물건이었다. 아침마다 들로 나가 당신의 농지를 둘러보는 일은 언제나 자전거와 함께였다. 툭하면 병치레하는 막내딸을 등 뒤에 앉히고 읍내에 하나뿐인 병원을 향할 때에도, 농사철이 돌아와 엄마 대신 들밥을 싣고 나를 때에도 아버지의 자전거는 바쁘게 움직였다. 닷새장을 찾아 막걸리를 거나하게 걸친 아버지의 자전거 짐칸에는 누런 종이에 싸인 간갈치며 몇 톳의 김, 때론 항아리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기도 했다.첫 아이를 낳고 집을 옮길 돈이 모자라 끙끙거리고 있을 때 아버지는 털털거리는 낡은 자전거를 타고 딸네 집엘 오셨다. 언덕배기 이층집 한 귀퉁이에 세 들어 살던 딸을 위해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온 아버지는 신문지에 싼 돈뭉치를 품에서 꺼내주곤 쌩하니 돌아서 가셨다. 버스를 마다하고 먼 길을 굳이 노를 젓듯 출렁이며 오신 노년의 아버지에게 자전거는 건재함의 표징이기도 했다.몇 해 전, 딸아이와 간사이 지방을 여행하느라 오사카 시내에 닷새가량 머물렀다. 벚꽃 시즌이어서 숙소 맞은편 건물 앞에 선 늙은 벚나무도 꽃등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날이 저물면 밤 벚꽃이 내뿜는 매력에 이끌려 따뜻한 사케 한 잔을 들고 창가를 서성였다. 그러다 자전거 탄 사람들의 무리를 보았다. 그들은 끝도 없이 밀려와 벚꽃 잎이 마중하는 건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참이 지나 밖으로 나온 그들은 자전거 방향을 돌려 타고 떠났다. 어느 단체의 모임이 있는 날이라고 했다.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자전거 행렬은 여행 내내 거리 곳곳에서 마주쳤다. 그들은 치마나 정장을 입고도 자전거를 탔다. 출근을 하든, 공원을 가든 그들에게 자전거는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신 오사카 역에 주차된 수만 대의 자전거를 목격했을 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교토의 주택가 골목을 걸으며 보니 집집마다 각양각색의 자전거가 한 대씩은 놓여 있었다. 자전거는 일상을 함께하는 소박한 친구로 보였다. 그때까지도 나는 멀지 않은 마트에 갈 때조차 당연한 듯 차를 타고 다녔다.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거대 석유기업의 배를 불리고 탄소 배출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까지는 한심하게도 하지 못했다.지난해엔 딸아이와 베트남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느긋하게 둘러볼 계획이었다. 하노이에 도착한 첫날부터 도로를 가득 매운 오토바이로 인해 정신이 아찔했다. 오토바이 매연은 건강한 사람도 지치게 만들었다. 비행기에서 본 검은 구름 탓인지 파란 하늘은 사라지고 없었다. 사흘을 그 도시에 머물렀지만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그곳 사람들은 하늘 따위 안중에 없다는 듯 밀려드는 관광객을 상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라진 하늘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믿는지도 몰랐다.외곽에 위치한 하롱베이에선 크루즈에서 내뿜는 지독한 매연으로 인해 매스꺼움과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크루즈 꽁무니에 매달린 통통배가 손님을 실어 나를 때마다 뭉텅뭉텅 뱉어내는 검은 매연은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도 마스크를 찾게 만들었다. 카약도 섬 구경도 팽개치고 집으로 가고 싶은 맘이 솟구쳤다. 쏟아지는 매연과 지구는 별개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현지인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소음과 매연이 범벅된 곳을 떠나 다낭으로 내려갔을 때 겨우 파란빛을 지닌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 하늘도 모습을 감추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감지되는 걸 슬프게 지켜봤다. 박월수 수필가 자동차를 타는 우리는 아름다운 지구별에 폭력을 일삼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열화로 치닫는 지구별에서 지금껏 해오던 그대로 살아가는 건 죄를 짓는 일이다. 열병에 걸린 지구를 위해 자동차 대신 자전거 타는 풍경을 그려본다. 밥을 주어야 움직이는 시계태엽처럼 발바닥의 힘으로 달리는 바퀴 위에서 고스란히 전해지는 땅의 기운을 느끼며 사는 이들은 여유롭다. 자전거 위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도 정다운 인사를 주고받는다. 자전거 타는 풍경이 늘어날수록 기후위기를 겪는 지구는 그만큼 맑아지겠다.내가 처음 자전거에 올라본 건 여고 진학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버려진 비상 활주로에서 내 자전거를 잡아주며 넘어지려는 쪽으로 핸들을 돌려야 한다고 일러주던 사람이 있었다. 옆마을 큰 기와집 아들이던 그는 서울서 대학을 다니는 중이었고 사춘기를 지나던 내게 대학생 오빠가 잡아주는 자전거는 몹시도 부담스러웠다. 그날 이후 내 자전거 타는 실력은 한 뼘도 나아지지 않았다. 하나뿐인 지구별이 넘어지기 전에 우선 자전거 타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 박월수 수필가 약력 ·2022년 대구수필가협회 문학상·2022년 경북문협 작가상 등 수상·수필집 ‘숨, 들이다’·청송문인협회장 /박월수 수필가

2024-01-09

르네상스 회화 마사초의 ‘성 삼위일체’

마사초의 프레스코화 ‘성 삼위일체’.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북쪽 벽면에는 ‘성 삼위일체(The Holy Trinity)’를 주제로 하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벽화를 그린 화가는 15세기 초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마사초(Masaccio)라는 사람인데 스물 여섯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많은 작품을 남기진 못했지만 실력은 상당했던 모양이다. 마사초가 ‘성 삼위일체’를 그린 것은 대략 1426년에서 1428년 사이로 피렌체의 노련하고 쟁쟁한 미술가들과의 경쟁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던 것 같다.‘성 삼위일체’는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본교리이다. 성부 하나님, 성자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거룩한 영 성령은 삼위(三位), 세 개의 다른 위격으로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하나의 하나님’이라는 종교적 가르침이다. 마사초의 벽화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성자 그리스도가 중앙에 그려져 있고, 그 뒤에서 십자가를 들고 있는 성부 하나님 그리고 이들 사이에 성령을 상징하는 흰색 비둘기가 나타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로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제자 요한이 나타난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시선을 그림 밖 감상자에게 던지며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맞은 편 붉은 망토를 두른 사도 요한은 잠잠히 두 손을 모은 채 그리스도의 죽음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다.마사초의 벽화 가장 아래 부분에는 성 삼위일체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인물이 무릎을 꿇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이 정확하게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당시의 회화적 관례상 마사초가 이 벽화를 그릴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했던 기증자 부부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림에 묘사된 이런 내용들을 종합하면 마사초의 벽화에는 세 가지 다른 층위의 시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유추해 낼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사건의 시간과 공간, 성 삼위일체의 시공간적 초월성 그리고 마사초가 그림을 그리던 당시의 시간과 공간이 하나의 벽화에 공존하고 있다.서양미술사에서 마사초의 ‘성 삼위일체’는 최초로 수학적으로 계산된 ‘선 원근법(linear pespective)이 적용된 작품이라는 기념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원근법은 2차원의 평면에 공간감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미술기법이다. 중세까지만 하더라도 그림들은 거의 대부분 평면적이었다. 중세미술의 주류는 기독교미술이었고 종교적 기능과 목적을 위해 제작되었다. 중세미술은 종교적 가르침을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거나 기도와 묵상으로 이끌어 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인물이나 대상 혹은 자연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릴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자연의 시공간을 넘어선 신적인 세계를 상징하기 위해서 찬란한 금빛을 배경으로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혹은 종교적으로 중요한 인물을 강조하기 위해 화면 가운데 위치시키고 주변 인물들 보다 크게 그려 넣었다.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이런 표현법도 공간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원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물이 지닌 종교적 중요도에 따라 위치와 크기가 달리 표현되면서 발생되는 이런 공간감을 ‘의미적 원근법(Hierarchical proportion)’이라고 부른다.르네상스의 여명이 밝아오면서 미술가들은 눈에 보이는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으려는 시도를 했고 이 때 처음으로 부딪혔던 문제가 공간표현이었다. 화면 위에 가상의 소실점을 찍고 이 점으로 수렴되는 선들을 긋는다. 그리고 그 위에 그리려는 대상의 크기를 일정한 비율로 축소시키면 2차원의 평면에 공간감이 만들어진다. 르네상스가 발명한 선 원근법은 19세기 중반 현대미술이 태동하기 이전까지 수 백년 동안 서양미술의 화면구성을 지배했다. /김석모 미술사학자

2024-01-09

방언이라는 다양성의 질서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갑진년 새해다. 우리가 알아야 할 매우 중요한 시대의 변화를 요약하면 인간의 인지능력에 기대어 살던 시대가 저물어가는 대신에 기계가 우리의 인지를 결정적으로 도와주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인류 문명의 변화의 단층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매개물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지식정보의 전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문자의 발견은 고대에서 중세라는 시대로 이행하는 촉매역할을 하였고 이 문자를 통한 지식 정보가 소리, 그림, 사진 이미지로 전달되면서 르네상스라는 인간 중심 사회로 이행되었다. 이때까지는 인간의 인지 폭 안에서 모든 사물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변종들을 단순화시켜 표준화하는 일에 몰두하였다.예를 들면 ‘잠자리’라는 표준어에 대응되는 변이형은 엄청나게 많이 나타난다. 특히 지리적인 차이에 따라 잠자리의 음성적 변이형으로 ‘잠바리’, ‘잔자리’, ‘짠자리’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이다. 한편 형태적인 변이형으로 ‘철겡이’, ‘철벵이’, ‘철기’, ‘처리’ 등 단일한 의미를 담은 언어의 변종이 많이 나타나므로 이를 표준화하여 모두 ‘잠자리’로 표준화하였다. 그리고 학교 교육에서나 모든 국가적 제도의 틀 속에서 표준어만을 존중하는 시대를 거쳐 왔다. 이러한 시대에서는 지역의 정보가 표준어인 서울에 비해 열등한 것처럼 없애버리는 혹은 잊혀지는, 잊혀야 하는 시대를 거쳐왔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차츰 드러나기 시작하였다.필자가 왜 평생 방언 연구를 위해 정성을 쏟았는지 그 내력을 조금 소개해 드릴까 한다. 1979년 무렵 우리나라 국가적인 방언조사 계획에 참여하여 경상북도 전역의 방언조사를 수행하였다. 엄청난 방언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까?엑셀이나 메모장을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다음 이를 어떻게 판독할 것인지 큰 과제였다. ‘잠자리’라는 방언 어휘의 예를 들어 ‘잠자리’형과 ‘철기’형으로 구분하여 하나의 얼개를 만들면 음성적 변이형과 형태적 변이형들의 갈래가 지워진다. 그러한 방언 분화가 왜 생겨났는지 언어학적인 설명이 더욱 용이해진다. 그러나 수천 항목을 이처럼 하나하나 해석하기란 너무나 벅찬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기계적 처리가 가능할까?이러한 기술이 일본에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었다. 2003년 일본 동경대학교에 컴퓨터를 활용한 언어지도 작성에 대한 연구를 위해 떠났다. 언어지도 제작 시스템 SIL을 개발한 니가타대학에 후쿠시마 교수와 동경에서 그리고 니가타대학 연구실로 옮겨 가면서 SIL시스템을 한국방언자료에 적용하여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자동으로 한반도 지도상에 채록된 방언형을 해당 지도 위에 멋진 상징부호로 전환하여 채색 상징부호 언어지도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 문부성 국어연구원에서와 동경대학교 대학원생들 대상으로 한 한·중·일 언어지도 제작에 대한 특강 등을 통해 방언 자료의 기계적 처리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불러 일으켰다.유학을 하고 돌아온 후 우리 독자적인 방언지도제작시스템 구축을 위해 경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대학원생들의 협조를 받아 드디어 K-Map이라는 한국언어지도 제작시스템을 완성하였다.한국방언학회지에 방언자료 처리와 언어지도 제작에 관한 논문을 계속 발표하였다. 정년퇴임을 할 무렵 내 연구실 제자들과 함께 ‘방언을 지도에 입히다’(민속원, 2019)를 연구의 총체적인 결실물로 간행하였다. 마침 20세기를 넘기면서 점점 소멸하는 변두리의 생태와 붕괴되는 지식체계의 복원을 주장하는 다양성과 다원성을 보존하자는 논의들이 활발했던 시기였다.그와 함께 컴퓨터의 기술이 놀랍게 발전하면서 웹에서 앱으로 휴대전화 속에서 모든 정보를 교환하고 검색하여 공유할 수 있는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던 텍스트, 음성, 이미지 정보들을 대량으로 모아서 빅-데이터를 구축함으로서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기계가 필요한 정보들을 신속하게 검색하여 정화한 정보를 알려주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앞에서 말한 방언, 사투리, 지역말씨가 이젠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황금의 알이 되었다.앞으로 어떤 황금알을 만들 것인지 풀어나갈 것이다.

2024-01-08

낭만과 현실의 무대 홋카이도 <1>

일제강점기라는 지난 세기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경제·사회·문화의 우호적 파트너로 변화한 21세기 한·일 관계. 이경재 숭실대 교수는 학술연구를 목적으로 일본을 30차례 이상 다녀온 학자다. 올봄엔 도쿄대학에 교환교수로 간다. 그간 이 교수가 면밀하게 살펴온 일본 문화·예술의 어제와 오늘을 독자들에게 들려줄 ‘이경재의 일본을 읽다’는 2024년 본지가 준비한 주요한 기획연재 중 하나다. 독자들의 관심을 기대한다. /편집자주홋카이도(北海道)가 떠오른 것은 연일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오랜만의 강추위가 계속되어서일까요? 어린 애들도 알다시피 일본은 네 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인데요. 가장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남한 면적의 80%에 이르는 아주 큰 섬입니다. 특히 우리에게는 설원의 롱테이크 영상으로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생사를 뛰어넘는 순백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주무대가 바로 홋카이도였던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여주인공 나카야마 미호의 “오겡끼데스까”라는 외침이 울려퍼질 듯한, 홋카이도는 눈과 벌판과 추위와 이국적인 정서로 가득한 낭만과 꿈의 무대임에 분명합니다.홋카이도는 근대 일본의 역사적 상흔이 그 어느 곳보다 강렬하게 남겨진 곳이기도 합니다.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1542∼1616)가 즐겨 보던 세계지도에는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대륙까지 표시돼 있지만, 오늘날의 홋카이도는 표시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메이지 이전까지 홋카이도는 일본과는 무관한 아이누의 땅이었던 것인데요.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근대 국민국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일본은, 홋카이도를 일본의 지방으로 편입시켜 버립니다. 이후 제국 일본은 오키나와를, 타이완을, 조선을, 만주를 자신의 일부로 먹어치우는 침략적 야욕을 유감없이 발휘했는데요. 그렇기에 홋카이도는 근대 일본제국주의가 시작된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또한 홋카이도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혹한 노동 착취의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의 대표작인 고바야시 다키지(1903∼1933)의 ‘게공선’(1929)의 배경이 홋카이도인 것에서도 잘 드러나는 사실이지요. 고바야시 다키지는 홋카이도에서 성장하였으며, 그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도 다쿠쇼쿠은행 오타루 지점에서입니다. 그가 노동운동과 프롤레타리아문학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홋카이도에서였고, 이런 상황에서 탄생한 것이 그 유명한 ‘게공선’인 것입니다.게공선 하쿠코마루호는 홋카이도 북쪽의 거친 바다에서 게를 잡아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일종의 공장선입니다. 게공선에 승선한 이들은 가난과 자본의 핍박에 몰리고 몰려 마지막 선택지로 일종의 감옥이나 마찬가지인 배에 오른 처지입니다. 이 게공선은 당시 자본주의 일본의 온갖 문제를 통조림처럼 꽉꽉 눌러 담은 공간이기도 하네요. 게공선은 일반 선박이 아닌 공장선이기에 항해법의 적용도 받지 않고, 순수한 공장이 아니기 때문에 공장법의 적용도 받지 않습니다. 일종의 무법지대인 이곳에서는 오직 성과만을 절대시하는 자본의 논리만이 힘을 발휘하는군요. 감독인 아사카와는 자본가를 대리하며 온갖 폭력을 행사합니다. 폭언이나 폭행은 애교에 가깝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고문도 서슴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사카와는 근처에 있는 게공선 자치부마루호가 침몰하는 상황에서도, 이익을 위해 400여 명의 생명을 외면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젊은이 야마다가 죽었을 때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바다에 던져질 야마다를 새 마대 자루가 아닌 헌 마대 자루에 싸서 버리게 지시할 정도입니다.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자본의 폭력은 일본이라는 국가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자본가를 대리하여 게공선에서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아사카와 감독은 게를 잡아 통조림을 만드는 일이 “국가적인 일”이라 강조합니다. “대일본제국의 대장부”가 되기를 강요받는 노동자들도 처음에는 일본군 구축함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격하며, “일본제국을 위해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게공선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파업에 나섰을 때, 게공선에 오른 일본군들은 노동자들을 도와주기는커녕 그들을 폭행하고 파업의 지도부를 끌고 갈 뿐입니다. 이를 통해 게공선의 노동자들은 ‘일본제국의 해군도 결국 자본가들과 한통속’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본래 자본주의와 국민국가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분리 불가능한 근대의 핵심적인 두 기둥이기도 합니다. 이경재 숭실대 교수 ‘게공선’은 프로소설의 일반적인 문법에 걸맞게 낙관적인 전망으로 끝납니다. 한번 실패를 맛본 게공선의 노동자들은 더욱 강한 단결력과 투쟁력으로 기어이 파업에 성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특별고등경찰의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다 요절한 고바야시 다키지의 강렬한 사회의식이 반영된 결과겠지요. 지금도 시립 오타루문학관에 가면 이념과 문학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고바야시 다키지의 삶과 문학의 향훈을 느낄 수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2008년 신초사에서 문고본으로 재발행한 ‘게공선’이 무려 50만 부 이상 팔리고 2009년에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는 등 21세기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입니다.이것은 아마도 현재의 일본이 100여 년 전의 홋카이도 바다를 다시 떠올리게 할 만큼 만만치 않은 것과 관련된 것이겠지요. 일본인조차 최고의 관광지로 꼽는 눈과 낭만의 홋카이도에서 한번쯤 근대 일본의 역사적 상흔을 떠올리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본체험이 될 것입니다.

2024-01-08

내 몸에 흐르는 여러 차원의 시간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 사람은 살면서 신비체험을 할 때가 있다. 마음이 환하고 깨끗한 사람은 세상을 상세히 알지 않고도 꿰뚫어 보고, 이 세상을 하나로 삼고 그 하나 너머의 빛을 맞아들일 수 있다. 세속 잡사에 휘둘리기 쉬운 체질을 가진 사람은 이 세상의 이런저런 일들에 마음을 빼앗긴 채 짧은 인생을 덧없이 보낸다.나는 후자 쪽의 유형에 가까운 사람이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정치적인 사건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학생 시절은 제5공화국 시절이었다. 신문마다 목소리가 하나로 다르지 않은 것을 가판대에서 이 신문도 사보고 저 신문도 사보며 같은 기사를 혹시 조금이라도 다른 어조가 있을세라 반복해서 읽곤 했다.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나는 여전히 뉴스에 목말라 있다. 정치적 진실이 언론들이 전달하는 것에서 늘 멀리 있음을 알기에 홍수같이 밀려드는 뉴스의 숲속을 헤매며 진실의 한 조각이라도 제대로 전하는 곳을 찾아 헤맨다.그런데 최근 어느 날이다. 늘 늦게 자는 버릇에, 몇 번씩 깨는 습벽으로 나의 잠은 아주 저질스럽다 하겠는데, 그날 새벽 문득 깨어나니 머릿속이 한없이 깨끗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언제라도 죽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지금 당장 죽는다 해도 아무런 무서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좀 더 시간이 흘러 정신이 돌아오면서, 이제는 어제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흘러들었다. 일간신문의 정치면에 거리를 두고 내 몸속에 흐르는 삼십 년 단위, 백 년 단위, 천 년 단위, 만년 단위의 시간의 흐름에 귀를 기울여야겠었다.그러고 보면 ‘나’라는 존재는 세속적인 차원의, 인간학적인 차원의, 생물학적인 차원의, 그리고 우주적인 차원의 삶, 생명이 흘러가는 전도체와도 같은 것을, 저 칼 융의 ‘원형 상징’에 관한 책을 읽고 그토록 깊은 감화를 받고도 나는 여전히 풍진 속을 헤매며 살아가고 있다.젊은 날 칼 융의 ‘무의식’에 관한 책을 읽고 나서 국문과 대학원생 연구실을 내려와 저녁 어스름 빛을 받으며 학교를 내려가는데, 갑자기 세상이 ‘블루’하게 보였다. 마음속의 무의식이 세상에 마치 블루한 필터를 끼워 놓은 것처럼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은 신비스러운 푸른 빛을 발산하는 것이었다.그 융은 그때 책에서 말했다. 무의식은 어둠만 아니라 빛으로도 이루어져 있다고. 우리들 무의식에는 저 인류의 시원으로부터 쌓여 온 삶의 온갖 기억과 자혜가 저장되어 있다고. 이제는 정말 그 모든 시간들을 함께, 아울러 의식해야겠다고 생각한다.새해를 앞뒤로 하여 이 나라에는 사람들 마음을 흔드는 큰 사건들이 많았다. 너무나 잘 알려진 스님의 돌연한 입적, ‘기생충’과 ‘나의 아저씨’로 사람들 심중에 깊이 들어온 연기인의 죽음, 또 갑작스러운 정치인 피습 사건. 모두 삶의 덧없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삶의 더 깊은 차원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차원 다른 여러 시간들이 내 몸에 흐르고 있음에 주의를 기울이며, 더 여유 있게, 더 정갈하게, 더 고요하게 살아가고 싶다. 사람의 삶은 찰나의 빛과 같으니 말이다.

2024-01-08

대학등록금 인상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최대 5.64% 올릴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1.79%p 올랐다.대학 등록금 인상한도가 5%대가 된 것은 2012학년도(5.0%) 이후 12년 만이다. 또 정부가 등록금 인상 상한을 공고한 2011학년도의 5.1%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학에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등록금을 동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국가 장학금 지원 등 당근책까지 제시했다.대학은 죽을 맛이다. 등록금 동결은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 15년째 계속된 등록금 동결과 입학정원 감소로 대학의 수입이 줄었다. 대학은 인건비와 관리비 충당에 급급하다. 첨단 설비 도입은 아예 엄두를 못낸다. 노후 건물의 개·보수 조차 힘들다. 그렇다고 정부의 재정 지원이 크게 는 것도 아니다.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되레 줄었다.한국의 대학 경쟁력은 세계 수준에 못 미친다. 2022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발표한 대학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3개국 중 46위다. 선진국들이 산업 고도화를 위한 고등교육 투자를 늘리는 동안 우리는 거꾸로 갔다.지난해 일부 대학은 정부 제재에도 불구, 등록금을 인상했다. 올해는 등록금 인상에 가세하는 대학이 더욱 늘 전망이다.교육 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다. 대학 자체적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등록금의 완전 자율화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높다. 대신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겐 장학금을 대폭 늘려 주는 것이 맞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대학의 등록금 동결·인하 유도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개선을 요구했다.언제까지 교육부가 대학의 목을 틀어쥐고 있을 것인가./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08

한동훈의 ‘비정치인’ 영입, TK현역들 긴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판사출신 정영환 고려대 교수를 공천관리위원장에 영입하면서 TK(대구·경북) 현역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주요당직에 대부분 비정치인, 비영남권 출신을 포진시키는 이유가 ‘영남권 정치인’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한 위원장이나 정 공관위원장의 경우, 정치권에 빚이 없어 눈치 보지 않고 공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역교체 비율이 70~8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한 위원장은 취임 후 초선 사무총장, 원외 여의도연구원장 등 신임 지도부 파격인선을 통해 국민의힘이 ‘올드한 영남당’이라는 그간의 인식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정치권 세대교체를 위해 현역의원들의 헌신을 간접적으로 요구했었다. 곧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 현역물갈이에 압박은 갈수록 거세질 것이다.TK 현역들은 현재 중진·초선할 것 없이 신년 의정보고회를 앞다퉈 열면서 세력 과시를 하고 있다. 당내 최다선(5선)인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은 “정치인과 나무는 오래 키워야 재목이 된다”며 6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윤재옥(3선·대구 달서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지역구에서 대규모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지난 주말을 전후해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 대부분이 의정보고회를 명분으로 재출마 의지를 표명했다.TK지역에선 새해들어 대통령실·정부출신 공직자와 친박(박근혜)계 인사, 정치신인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필드에서 뛰면서 치열한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다 ‘이준석 신당’이 대구를 기반으로 세 확장에 나서면서 이미 총선전초전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모레(11일)부터 4선이상 중진들을 시작으로 선수(選數), 또는 권역별로 현역의원들과 상견례를 하는 자리를 가진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공천물갈이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당에 대한 현역의원들의 헌신을 당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4-01-08

벼랑끝 달빛철도 특별법, 정부 설득에 총력을

여야 261명의 국회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달빛철도 특별법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역대 가장 많은 의원이 공동 서명을 했음에도 법안이 법사위에조차 상정되지 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SOC 사업의 예비타당성 면제가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정부 논리에 밀렸기 때문이다. 이제 총선을 앞둔 2월 임시국회에 특별법 통과를 기대해야 하나 기재부와 일부 의원이 반대하면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달빛철도 특별법은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와 영호남 교류확대, 동서화합 등을 명분으로 대구시와 광주시가 공동 추진한 법안이다. 지난 8월 특별법은 유례없이 많은 여야의원이 동의한 가운데 발의됐다. 특별법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국가의 행·재정적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당초 고속철도로 건설키로 한 내용은 예산이 많다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여 일반철도로 바꾸었다.달빛철도가 건설되면 대구와 광주는 물론 포항, 울산, 목포, 여수 등 영호남 주요 도시들이 1시간대 거리로 좁혀진다. 특히 8개 통과지역을 중심으로 남부권 광역경제권이 형성돼 국토균형발전을 촉진할 것이란 연구결과도 있다.정부는 예타면제가 남발되는 등 좋지 않은 선례를 우려하고 있으나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예타제도가 유지되는 한 지방선 큰 사업비가 들어가는 SOC사업은 유치할 수가 없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국토균형발전은 더 멀어지고 수도권 집중만 커질 뿐이다. 사업의 효율성과 시급성을 판단하기 위해 경제성을 따지는 것은 타당하나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지방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제도다.지난 3일 영호남 14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달빛철도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국회의장 등에 전달했다. 이들은 “30년 영호남 숙원사업이 경제성을 앞세운 예타제도에 막혔다”며 지방소멸 위기극복과 국토균형발전 등을 위해 법안 통과를 요구했다. 지역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2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이 법안이 통과되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2024-01-08

마중물 소명

강길수 수필가 ‘마중물’이란 말을 가슴에 품고, 2024년 새해를 맞았다. 구랍 27일 오후였다. ‘만시지탄이지만, 천만다행이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를 쳤다. 이어, ‘마중물이 부어졌으니 맑은 물을 퍼내야 할 텐데….’ 하는 바람이 마음 가득 차올랐다.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KBS가 드디어, 부정선거 문제를 26일 밤 9시 톱뉴스로 방송했단다. 그것도, 4꼭지나 할애하였다는 낭보였다. 당장 인터넷에서 그 톱뉴스를 찾아 시청했다. 비록 완곡했지만, 우리나라 부정선거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어, 보는 가슴이 뜨거워졌다.마음에서 시청료에 대한 거부감이 눈 녹듯 사그라들었다. 시청료 자동 납부를 박절하게 끊지 못하고 놔두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 20대 4·15 총선 후, 많은 이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을 때 이런 방송이 곧바로 나왔어야 했다. 126건이나 되는 선거 소송이 제기된 선거였으니 말이다. 그때 주류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다했더라면, 부정선거 문제는 진즉 다루어졌을 것이다.선거 소송은 대법원 단심제로, 법정 기간이 180일로 짧다. 사회 영향 최소화를 위함이다. 이번 KBS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126건 소송 중에서 5건만 재판 과정을 거쳤고 나머지는 작년 9월에 일괄 기각하였다. 법정 소송 기간을 4~6배 미루어 기각, 종결했다. 국회의원 임기 4년 중 2~3년 반을 지난 때였다. 대법원이 법정기일을 대놓고 깔아뭉개는 기막힌 현실을, 국민은 눈뜬장님처럼 쳐다봐야만 했다.지난 4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부정선거 척결을 외치며, 대한민국의 선거 공정성 회복을 위해 밤낮없이 애썼던 선지자적 애국시민들이 많다. 그들의 진실과 정의에 대한 갈망과 나라에 대한 사랑이 마중물로 되어, 대한민국호란 펌프에 부어지기를 열망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우리 사회의 주류언론들은 이 국가적 거악, 나라 내부침략 행위를 그냥 강 건너 불 보듯 했다.선거가 어떤 세력에게 불법으로 장악당한다는 것은, 그 거짓세력이 나라의 지배층이 된다는 뜻이다. 즉, 국민을 수탈대상으로 삼는 전체주의 체제로 변하는 것이다. 선거를 장악당한 다른 나라들의 예에서 보듯, 부정선거는 나라에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미칠 것이다. 전체주의가 된 후,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만시지탄이지만 천만다행으로, 공영방송 KBS가 부정선거 공론화의 마중물을 부었다. 다른 언론들도 잇달아 심층 보도 등으로 마중물을 더 부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 법조계, 학계, 정치권, 국민이 함께 펌프질하여 맑은 물을 퍼올릴 것이다. 마중물은 대한민국언론에 하늘이 내리는 소명(召命)이라 본다. 이 ‘마중물 소명’ 수행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길일 것이기 때문이다.올 4·10총선이 100일도 못 남았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천부의 지성으로 계획, 실천, 점검, 조치하는 데 있을 터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부정선거를 막는 특단의 대책을 짜, 나라의 전 기관과 온 국민이 함께 실천해 마중물 소명의 목표, 맑은 물을 퍼내야만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는 피해야 하므로….

2024-01-08

새해에는 ‘시각’을 전환하자!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앞두고 다이어리를 구매해서 새해 목표를 꾹꾹 눌러쓰던 시기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특별한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새해가 되고 한 살을 더 먹는 행위가 그다지 특별하지 않게 느껴진 까닭이다. 달력이 바뀌는 차이보다는 어제와 내일의 연속성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하지만 5년 전, 지역에서의 삶을 시작하고부터는 자연스럽게 수도권·지역의 격차를 느끼게 되었다.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고 지역 대학에서 일을 하는 나에게 지역은 삶의 터전이다. 거의 모든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되기에 왕복 8시간을 들여서 힘겹게 다녀오는 기간이 5년을 넘었다. 그동안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이제는 서울의 높은 건물과 복잡함에 머리가 아파서 학술대회가 끝나고 집에 가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나의 힘겨운 상경을 알지 못하는 수도권 연구자의 말에서 받은 상처도 포함된다. 도시의 마천루를 벗어난 공간에서 살아가며 공간의 위계성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가 최근 몇 년 새해 목표가 된 것도 이런 맥락에 놓인다.새해에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정부 정책이 ‘글로컬 대학 30’이다. 이 사업은 ‘선택과 집중’을 내세우며 혁신 의지가 있는 지역 대학 30개 학교를 지원한다. 지방 정부와 지역 대학이 함께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라는 방향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혁신과 자율, 지역 중심이라는 멋진 말에 지역 대학 소멸론, 출생률 감소까지 더해지면서 지역의 모든 대학이 사활을 걸었고 1차로 10개 대학이 선정되었다. 이 대학들은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변화를 위한 구체적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지역의 미래에 ‘글로컬 대학 30’ 사업이 어떤 영향을 줄까? 최근 내가 편집위원장으로 있는 웹진의 글로컬 대학 특집을 기획하고 원고를 받았다. 그중 지역에서 나고 자라 이제 막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의 글에 감탄했다. 글의 요지는 이랬다. 1980년대 거제는 조선소가 본격적인 가동을 하며 지-산-학이 일치되는 도시가 되었지만, 조선업의 몰락이 곧 도시의 황폐화로 이어졌다. 1980년대에 거제에서 산업은 발전했지만, 문화는 삭제되었고 이것은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지-산-학을 내세우며 시작한 ‘글로컬 대학 30’의 미래는 과거와 얼마나 다를까? 그래서 저자는 진정한 ‘글로컬 대학’을 위해서 ‘인서울’의 ‘학벌순’으로 정원을 줄이거나, 서울에 있는 대학이 지역으로 옮겨야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제안한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그저 상상에 불과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학벌주의와 지역 대학의 위기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인 것은 분명하다.뭐 하나 특별한 것 없는 새해지만, 특별함이란 반복되는 일상을 자명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뒤집어 볼 때 생긴다. 자조나 냉소가 아니라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공유하고 함께 협력할 때 특별한 한 해가 될 수 있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어느 연구자의 상상력이 널리 공유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202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