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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정활동비 인상, 시민단체 비판 새겨들어야

작년 12월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으로 대구지역 지방의회들이 일제히 의정활동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2003년 이후 20년간 동결된 의정활동비를 광역의원은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기초의원은 11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인상할 수 있게 했다.이에 띠라 대구시의회를 비롯 기초의회까지 의정비 심사위원회 구성과 주민공청회 개최 등의 절차를 거쳐 의정활동비 인상을 서둘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22일 대구 산격청사에서 의정활동비 결정과 관련한 주민공청회를 가졌고, 기초의회들도 각 구군별로 주민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지방의원의 의정비는 월정수당, 의정활동비, 여비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월정수당은 해마다 인상됐으나 의정활동비는 20년간 고정됐다. 지방의회가 의정활동비 인상을 추진하는 배경도 20년간 묶인 활동비를 회복하겠다는 데 있다.그러나 시민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21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전반적으로 시민 눈높이에 미달하고 일탈과 자질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의정활동비 인상 추진을 비판했다. 특히 대구시 예산이 전년비 감소하는 등 세수가 부족한 어려운 상황에 의정횔동비 인상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대구참여연대도 “의정활동비를 동결하고 인상하더라도 지자체별로 균형을 고려해 최소한의 인상에 그쳐야 한다”고 했다.시민단체의 지적에 반대할 시민도 많지 않을 것이다. 지방의원의 잦은 일탈과 의정활동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그러면서 국민 세금인 의정비 인상에는 대동단결하는 모습에 더 실망을 느낄 것이다. 대구 중구의회는 의원 7명 중 4명이 제명, 징계, 비리 등과 관련돼 의정 활동이 사실상 어려울 지경이다.22일 개최된 대구시의회 공청회도 의정활동비 인상에 치중한 편파적 운영으로 비판받았다. 의정활동비 인상을 추진하더라도 투입되는 예산이 얼마인지 투명하게 밝혀야 적어도 졸속 추진이란 비판은 듣지 않는다. 의정활동비 인상 추진에 심사숙고하라는 시민단체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2024-02-25

與, TK지역 경선 시작… 현역 교체율 관심

국민의힘 TK(대구·경북)지역 공천자 확정을 위한 2·3차 경선이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치러진다. 26·27일 치러지는 2차경선 지역구는 대구 5곳(중남구·서구·북을·수성갑·달서병)과 경북 6곳(포항북·포항남울릉·경주·김천·구미갑·상주 문경)이다. 3차경선 지역구는 대구수성을이 유일하며, 이인선 의원과 김대식 전 국민통합위 청년 특별위원간의 2파전이 벌어진다. 28일부터 29일 양일간 여론조사가 진행된다. TK현역 중에는 아직 류성걸(대구 동구갑), 양금희(북구갑), 홍석준(달서갑), 김영식(구미을), 박형수(영주 영양 봉화 울진), 김형동(안동 예천) 의원 등이 공천 방식을 확정 짓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경산지역구에서는 최근 윤두현 의원(경산)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략공천지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졌다.TK지역 경선은 일반 유권자(50%) 대상 전화면접조사와 당원 선거인단(50%) 대상 ARS 조사로 진행된다. 이후 후보자별로 감산과 가산을 각각 다르게 적용해 최종 득표율을 낸다. 예를 들어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 당선된 의원의 경우 경선득표율에 15%의 페널티를 부여한다. 여기에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10~30% 이하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면, 최대 20%의 추가 감점을 받는다. 최대 35%까지 경선득표율이 조정되는 셈이다. 경선 결과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간 결선투표가 진행된다.높은 페널티에도 불구하고 경선은 일반적으로 현역의원에게 유리하다. 인지도가 높고, 탄탄한 조직력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인단 중에서 책임당원 비율이 50%에 이르는 것도 ‘현역프리미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북매일신문을 비롯해 TK지역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역의원에 대한 교체여론이 상당히 높게 나와 경선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TK지역 현역교체 비율은 여당의 ‘개혁공천 수준’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경선결과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24-02-25

오디세우스號

우정구 논설위원 오디세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다. 트로이 목마를 고안한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자 그리스 이오니아해 섬나라 이타카의 왕이다. 지략과 교활, 모험, 불굴의 의지로 상징되는 인물이다.미국의 민간 우주기업인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지난 23일 달 착륙에 성공시킨 우주탐사선 오디세우스는 그리스 신화 영웅의 이름을 땄다. 모험과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그의 이름처럼 오디세우스는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달 착륙에 성공하는 역사적 기록을 세웠다.그동안 안보를 목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던 우주개발이 민간기업의 손으로 넘어가 달 착륙에 성공한 첫 케이스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등 겨우 5개 국만이 달 착륙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민간기업의 달 착륙 성공은 놀라운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2019년 이스라엘과 2022년 일본의 기업이 달 착륙 탐사선을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오디세우스의 달 착륙 성공은 앞으로 국가보다 민간 중심의 우주개발이 더 활발해지는 신우주시대 개막을 예고한다.또 우주개발의 목적이 국가의 안보가 아닌 경제적 가치쪽으로 중심축이 이전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달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신비로운 천체 중의 하나로 인식돼 왔다. 그래서 문학과 신화, 과학의 주요 소재로 자주 등장했고, 인류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미지의 세계로 손꼽히는 곳이다.민간 우주선의 달 착륙 성공은 달이 더 이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고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창조의 장소로 바뀌고 있음을 뜻한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자원의 고갈 등 지구가 당면한 위기의 대안으로 달의 경제적 가치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주경제시대 서막이 열렸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25

공포와 분노

김규종 경북대 교수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대표적인 묘비명 주인공은 필시 니코스 카잔차키스일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그의 고향 크레타섬에 시멘트 묘지와 나무 십자가로 수수하게 꾸민 무덤의 묘비명은 그야말로 비상하기 짝이 없다. 자유를 향한 그의 등정에 걸림돌은 바람과 공포였다.죽기 직전까지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바라고, 무엇인가를 두려워한다.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두려워하고 바라는 대상은 천차만별이겠으되, 카잔차키스는 그 둘을 훌훌 뛰어넘는다. 사랑도 돈도 명예도 바라지 않고, 노년과 죽음의 두려움에서도 벗어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목청껏 외칠 수 있었다. “나는 자유다!”얼마 전 우연히 맞닥뜨린 방송에서 한국 사회를 추동하는 두 가지 심리적 기제가 공포와 분노라는 말을 듣고 전율했다. 사태의 핵심을 찌르는 통찰과 절제된 단어가 전하는 진실의 뼈저린 아픔이 온몸을 관통해버린 까닭이다. 한국인과 한국 사회가 일상적으로 대면하는 두 가지 감정이 두려움과 분노라는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 것인가?!요즘 의대생 증원 문제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이 문제를 관통하는 핵심어 또한 공포와 분노다. 상당수 의대생과 전공의 그리고 개원의들은 우리나라 의사들의 숫자가 모자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정부가 의대생 정원을 늘리면, 의료수준이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하는 것은 의사의 특권 상실 가능성에서 오는 뜨거운 분노다.현대사회에서 의사는 최고의 전문직 가운데 하나로 상층권위와 높은 수임료로 타자(他者)를 압도한다. 그들이 상층권위를 누릴 정도로 실력이 있는지, 도덕적으로 대단한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많은 명문대생이 재수-반수를 해가며 의대로 돌진하는 까닭을 생각해보시라. 특권과 부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그들을 분노로 결집한다.반면에 다수 국민은 의대생 증원을 반긴다. 늘어가는 노령인구와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의 걸림돌로 작용한 지 오래다. 소득수준이 오른 만큼 그에 합당한 의료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성에 차지 않는다. 의대생 숫자를 늘려 소외지역에서도 마음 놓고 병원에 가고 싶은 것이다. 국민 다수는 현재 상황이 두려운 것이다.경남 어느 지역에서 고액 연봉을 제시했음에도 의료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보도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은산철벽(銀山鐵壁)’을 실감한다. 서울과 경기도가 독점하는 중앙의식, 대도시가 석권하는 도회지 중심주의가 한국 사회를 절망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넓지 않은 나라를 다시 세분하여 떼지어 몰려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공포와 분노가 만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주 보며 질주하는 두 대의 거대 기관차의 충돌은 영화에서는 멋지게 보일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민 건강증진과 건전한 의료체계 정립을 위해 공포와 분노가 적정 시점에 슬기로운 결론에 도달했으면 한다.

2024-02-25

안동·예천 선거구 조정 결국 제자리

정안진 경북부 경북 북부지역 선거구 획정이 오락가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경북 북부지역 선거구는 인구 감소에 따라 4년마다 선거구획정이 지연되면서 지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인구하한선에 맞춰 선거구를 조정하다보면 인구가 적은 지자체는 이쪽에 붙었다가 저쪽에 붙었다가 하는 홍역을 치르기 일쑤다.예천군 선거구는 지난 20여 년 동안 오락가락 했다. 문경과 선거구가 묶였다가 다시 영주시와 합쳐졌다.21대 총선에서는 안동시와 통합 선거구로 선거를 치렀다. 이번 22대 총선에는 의성·청송·영덕과 한 선거구가 된다더니 급기야 없었던 일이 되는 모양새다. 안동·예천 선거구가 존치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당초 군위가 대구로 편입되면서 울진을 의성·청송·영덕과 합치는 안이 나왔다. 이에 국회 정개특위는 군위가 빠진 선거구에 예천을 넣자고 의견을 내는 등 혼란을 겪었다.최근 울진 출신의 박형수 국회의원이 자신이 반대하던 울진·영덕·청송·의성 선거구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면서 갑자기 선거구 조정안이 바뀌었다. 현직 국회의원의 목소리에 선거구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안동·예천 선거구는 그대로 유지되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는 선거구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안동·예천 선거구의 공천 결정을 미뤘다. 이곳은 선거구획정이 끝나는 이달 말께 공천을 확정 지을 예정이었다. 이에 상대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정치 초년생들은 지역구도 모른 채 우왕좌왕했다.안동·예천 선거구는 ‘김형동 현 국회의원이 컷오프될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으로 공천받을 것이다’ 등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며 선거판을 뜨겁게 달궜다.초선인 김형동 의원이 안심할 수 없는 것은 안동·예천 선거구에 5명의 신인 예비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졌고 각 후보들의 가산점(정치신인, 청년)과 감산점(권역별 하위 10~30%에 해당하는 의원)이 적용되면 충분히 이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설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제 일단락 된 듯 하다.안동·예천 선거구가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23대 총선에서는 예천이 또다시 영주·영양·봉화 선거구와 합쳐질 소지가 없지않다. 재선에 도전하는 김형동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을 반기고 있지만 예천 출신의 황정근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당초 예천이 안동과 분리된다는 전제 아래 황정근 예비후보가 공천을 신청,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벌였으나 획정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황 예비후보는 인구 15만3천의 안동시를 예천군 인구 5만5천여 명으로 상대할 방법이 없다며 크게 실망했다. 황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공천 취소 및 예비후보 사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한편 안동·예천 행정통합 반대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만약 선거구가 이대로 존속될 경우 선거가 끝나면 안동시장과 많은 시민들이 안동·예천 통합을 다시 주장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양 지역 주민들 간 마찰이 예상돼 신도시 발전은 커녕 반목만 재연될 것”이라며 “현행 선거구획정 제도는 국회의원들 마음대로 할 것이 아니라 공청회 등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4-02-22

‘치킨게임’ 우려되는 정부·의사간 강경대립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대규모 집단사직과 병원 이탈이 22일로 사흘째 이어지면서 환자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대구·경북지역도 수련병원 수술가동률이 60%대까지 떨어졌고, 2차 병원 응급실에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수련병원들은 응급과 위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하면서 급하지 않은 진료와 수술은 최대한 미루고 있다. 설상가상 대구권 의대를 비롯해 전국 40개 의대생들도 집단으로 휴학을 신청해 의과대학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전면 붕괴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정부와 의료계는 연일 강대강 대립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양측 모두 1분1초가 급한 환자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전공의들은 ‘의대증원 정책이 일방적이고 강압적’이라는 비판을 거듭하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와 ‘정부의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백지화’ 요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전공의들은 “필수의료패키지정부안이 비급여 항목 혼합진료금지, 인턴수련기간 연장, 미용시장 개방 등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는 정책들로 가득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정부는 여전히 병원이탈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면서 “복귀하지 않으면 고발과 면허정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정부 공권력이 모두 나서 “집단행동 주동자와 배후 세력은 구속수사하고, 진료방해 행위도 엄중 처벌하겠다”고 했다.정부의 강경방침에 전공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20~30대 엘리트들인 전공의들은 MZ세대 특유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 정부의 강경대응이 반발심을 더 유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의대증원정책을 둘러싼 정부·의사 간 대립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비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증원숫자를 비롯해 의사들이 요구하는 수가인상과 의료사고시 민형사상 법적 책임 완화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적 지지를 믿고 지금처럼 의사들을 궁지로 몰아세웠다가는 심각한 의료붕괴사태가 올 수 있다.

2024-02-22

‘노키즈존’과 저출생

홍석봉 대구지사장 외국 언론들이 우리나라의 유례 없는 저출생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흑사병 창궐 이후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한국 인구가 더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한국의 저출생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최근 프랑스의 르몽드가 한국의 ‘노키즈존’(No kids zone) 현상을 저출생과 연관지어 조명했다. 르몽드는 “한국 사회가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그리고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 이런 현상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또 “집단 간 배제, 타인에 대한 이해를 거부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식당 등에서 어린이 관련 안전사고 발생 시 업주가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 16년 간 280조를 저출산 예산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온갖 대책을 내놓아도 약발을 받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됐다. 급기야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대로 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백약이 무효인 현실을 인정,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을 꼼꼼하게 살펴서 저출산 정책을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지방도 안간힘이다. 지방 소멸을 목전에 둔 지자체에 저출생 대책은 최우선 과제다. 지자체마다 파격적인 출산 장려금 등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아파트와 경로당·도서관 등을 어린이 돌봄센터로 활용한다’, ‘사무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일할 수 있도록 한다’, ‘공무원에게는 하루 2시간씩 육아 시간을 준다’ 경북도가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내놓은 대책이다. 육아와 돌봄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주거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완전 돌봄과 안심 주거,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4개 분야를 단계별로 실행할 계획이다.온종일 마을과 학교 어디서든 돌봄이 가능토록 했다. 초등 저학년 부모들의 ‘조기 퇴근 돌봄’과 산업단지 거점형 돌봄센터도 만든다. 각종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 및 행복주택 공급 등 주거대책도 들어 있다. ‘아빠 출산휴가 한 달 모델’, ‘다자녀 가정 공무원 인사우대’ 등과 함께 ‘완전 돌봄 특구’ 경북 지정, 인구가족부 지방 설립 정부 건의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도 어린이에 대한 배려와 관심 없이는 허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노키즈존’이 단적인 예다.소파 방정환은 ‘어린이’ 용어를 처음 만들고 1923년 한국 최초의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그는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한국 사회에 설파한 선각자다. 이미 100년 전 일제치하 엄혹한 시절에 어린이가 나라의 보배임을 인식하고 실천했다.우리 사회가 어린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배려하며, 학대나 폭행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어른들의 인식 개선과 관심이 필요하다. 더 이상 ‘노키즈존’이라는 족쇄에 어린이들이 상처받고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노키즈존’ 사회는 지방소멸과 망국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2024-02-22

지역건설사 신공항 SPC 참여, 기대감 크다

지역의 대표 건설사인 화성산업과 서한, 태왕이엔씨가 대구경북 신공항 SPC(특수목적법인)의 건설투자자(CI)에 원도급사로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역대급 공사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는 신공항 사업에 지역 건설사가 대기업의 하도급 회사가 아닌 원도급사로서 참여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역 건설사의 건설역량을 키우는 것 뿐아니라 지역 고용 등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많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이종원 화성산업 대표와 조종수 서한 대표, 노기원 태왕이엔씨 대표는 지난 20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간담회를 갖고 대구 미래 50년을 좌우할 핵심 사업인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을 위해 지역 건설사들이 적극 참여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특히 국내 대형 건설사의 하도급사가 아닌 원도급사로서 참여해 신공항 건설의 성공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고 한다.홍 시장도 지역 건설사가 대기업과 동등한 원도급사 자격으로 사업에 참여할 경우 지역업계의 능력과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며 격려했다고 한다.신공항 사업은 공항이 완공된 이후 국제공항으로서 경제적 파급력도 크지만 건설 과정에서 유발하는 경제효과도 상당하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지역에서 발주되는 건설공사를 외지 대형건설업체에게만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에 대한 이해도와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력이 큰 지역건설사의 참여로 일자리 창출, 건설자재 수요 확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또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대출 부실 문제로 주춤하던 대구경북 신공항 SPC 구성에도 지역 건설사의 참여는 붐 조성에도 좋다. 최근 홍 시장이 정부 최고위 관계자를 만나는 등 신공항 SPC 구성에 공을 들이면서 산업은행이 신공항 건설의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신공항 SPC 구성이 탄력을 받고 있다.지역 건설사의 신공항 건설사업 참여를 계기로 신공항 경제효과가 지역사회에 점차 확산돼 가길 기대한다.

2024-02-22

러시아판 롤스로이스

우정구 논설위원 최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전해진 아우루스 세나트(Aurus Senat) 승용차는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최고급 브랜드 자동차다.푸틴 대통령이 국가 원수의 의전용 차량을 자국 기술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러시아 국영 자동차개발연구소가 2013년 개발에 들어가 2018년 완성한 차다.아우루스(Aurus)는 라틴어 금을 뜻하는 Arum과 사람을 뜻하는 Aura와 Rusia의 앞 세 글자를 합성한 것이다.이 차의 설계와 제작에 124억 루블(약 1천700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엔진 개발에는 포르쉐와 보쉬엔지니어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과 함께 탑승하면서 관심을 보였던 차량이기도 하다.외신에서는 이를 푸틴의 차로 소개한다. 이 차는 무게가 무려 7t에 달하는 장갑차로 폭탄은 물론 화학무기 공격에도 끄떡이 없다고 한다.아우루스 세나트 모델은 옵션에 따라 러시아 현지에서 4천만∼8천만 루블(약 5∼11억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북한은 푸틴으로부터 아우루스 승용차를 선물 받은 사실을 두고 두 나라 정상의 각별한 친분의 표시로 선전했다.푸틴이 전범으로 또 그가 정적의 옥중 의문사 등으로 국제적 비난이 비등한 것과는 별개로 푸틴이 준 승용차를 양국 우의의 상징으로 내세운 것이다.푸틴이 김 위원장에게 준 아우루스 선물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최근 북한의 전통적 형제국인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은 것에 대한 충격의 보상심리는 없었는지 모르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22

미디어파사드, 강문화관 디아크

대구와 고령의 경계 지역에는 한눈에도 독특한 건축물이 공원의 낮은 언덕 위에 홀로 놓여있다. 이 건축물은 길고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는데, 마치 은빛 고래가 몸체를 위로 치켜들며 배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래의 배부분은 어느 유명 브랜드 가방의 표피마냥 누빈 것도 같다. 실제로 건축가 하니 라시드는 강·물수제비·물고기와 같은 자연의 모습과 한국도자기의 곡선미를 디아크(The ARC·Architecture/Aristry of River Culture)에 담았다고 한다.그러고 보니 물고기가 물 밖으로 튀어오를 때 생긴 물의 수려한 곡선이나 물수제비로 인한 물의 파장과도 닮아있다. 대부분 상자 모양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축물에 익숙한 막눈에는 그저 신기하고 멋있는 예술작품으로 보인다.디아크는 강의 과거와 현재를 전시하는 강문화관이다. 대구를 관통하는 낙동강과 금호강 같은 강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그에 맞는 작품과 미디어 영상을 전시한다.특히 실내 바닥과 벽면의 디자인 모두 물의 색깔인 화이트와 블루를 활용하여 장식하고 물의 형태를 표현함으로써 건물 전체가 비정형인 물을 3차원의 공간에 2차원의 영상으로 형상화했다.지하 1층은 상설 전시실과 세미나실이 있고, 1층과 2층은 써클 영상존으로 예술품과 ‘생명의 순환’ 미디어를 감상할 수 있다. 3층은 카페테리아가 위치하며, 루프탑이 있어 낙동강과 금호강의 경관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루프탑의 작은 연못은 디아크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또한 건축물의 실내 가운데가 위아래로 뻥 뚫려있어 층간에 답답함이 없다. 마치 고래 속을 탐험하는 피노키오처럼 독특한 실내 공간을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공원과 전시 공간, 전망대와 탁 트인 경관까지 디아크는 물의 이미지를 담아 힐링을 선물하는 정다운 친구가 된다.밤이 되면 디아크는 대구의 랜드마크로써 또 다른 배역을 맡는다. 낮의 친근한 은빛 고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미디어파사드의 화려한 옷을 입으며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한다. 건축물의 은빛 외피가 보라색과 파란색 등 여러 색깔로 변하고 레이저빔이 함께 어두운 밤의 전경에 수를 놓는다. 멀리서도 화려한 색깔로 변신하는 건축물은 무대 위에 홀로 올라선 주인공처럼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현대의 도시는 비슷비슷한 도시들의 경쟁 속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디어파사드는 이러한 도시의 아이덴티티 구축을 빠르고 쉽게 만들어준다. 미디어파사드는 미디어와 파사드의 합성어로서, 건물 외벽에 미디어 기능이 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물이 디지털 미디어를 융합하여 시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건축의 형태로 현재는 건축 예술의 종합적인 표현 방법으로 많은 도시에서 활용되고 있다.초기의 미디어파사드는 도시의 건축물에 스크린을 설치하거나 건축물의 벽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광고나 정보, 이미지를 단순하게 표현하고 전달하였다. 현재는 나날이 발전하는 디지털 영상 기술과 대형 발광 스크린 설비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미디어파사드의 적용과 표현 방법이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점점 미디어스크린과 건축물이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융합되고 있다.이에 도시의 다양한 정보를 선전하고 홍보하거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개가 되거나, 문화전시 등 예술적 역할을 하거나, 도시의 야경을 풍부하게 하거나,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는데 미디어파사드가 활용된다.베이징올림픽 때 ‘워터 큐브’는 낮에는 수영경기장으로, 밤에는 물거품을 표현한 미디어파사드로 국가이미지를 랜드마크하였다.홍콩은 낮과 다른 매력의 야경 미디어파사드가 유명하여, 이를 구경하려는 관광객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독일월드컵 때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는 고무보트 모양의 건축물을 뒤덮은 미디어파사드로 어떤 팀과 어떤 팀이 경기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였다.인천항 7부두의 폐곡물창고는 부두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복합문화공간이 되었다.경주의 대릉원에 펼쳐졌던 한밤의 미디어파사드는 도시축제의 또 다른 형태를 제공하여 시선을 끌었다. 대구의 강문화관 디아크는 낮에는 친근한 힐링 공간이자 전시관으로, 밤에는 멀리서도 단번에 보이는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였다.특히 3차원의 공간과 2차원의 영상을 건축물의 외피뿐만 아니라 전시관이 있는 실내까지 확장하여 미디어파사드를 적용하였다.미디어파사드는 문화·역사·생태 등 다양한 관점에서 도시를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시키고, 산업 발전으로 연결시키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이를 폭넓게 공유하기에 적합한 건축과 미디어의 융합 표현 기술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도시의 야경이 미디어파사드로 인해 매력을 더하는 듯하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최정화 스토리텔러

2024-02-21

낙타처럼

배문경수필가 사막을 걷는다. 모래에 한 땀 한 땀 발자국이 남았다. 제대로 걸어온 길일까. 중간쯤에서 돌아보니 곧은 길이 아니라 삐뚤다. 바람이 불어와 먼 곳 발자국부터 지운다. 모래언덕을 바라보는 나는 낙타다. 놀라 깨어보니 꿈이다.월요일 아침은 부산하다. 씻어둔 유니폼을 꺼내 보니 허벅지 쪽 실밥이 풀렸다. 침대에 걸터앉아 바느질을 시작한다. 바늘귀에 실을 꿰려니 실이 귀를 통과하지 못한 채 그대로다. 돋보기를 끼니 이젠 영락없는 세월을 느낀다. 눈 하나는 타고났다고 스스로 자만했다. 하지만 이젠 세월이 일러주는 길을 따라 낙타처럼 천천히 따라 걷는다.얼마 전, 몽골의 낙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래서 스스로 낙타가 되어버린 꿈을 꾼 걸까. 낙타는 단봉낙타와 쌍봉낙타의 두 종류가 있다. 단봉낙타는 혹이 하나로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남서부에 분포하며, 쌍봉낙타는 혹이 두 개로 단봉낙타보다 몸이 작으며 중앙아시아에 분포한다.발가락은 2개로 모래땅을 걸어 다니기에 알맞은 구조다. 또, 콧구멍을 막을 수 있으며, 귀 주위의 털도 길어서 모래 먼지를 방지할 수 있다. 등 위의 혹은 물주머니가 아니고 지방 덩어리이다. 따라서 며칠 동안 먹이를 섭취하지 않아도 활동할 수 있는데, 이때에는 혹이 점점 작아지고 종래는 소실된다. 3일간 물을 마시지 않아도 별 지장이 없는 것도 탈수로 혈액이 짙어져도 타원형의 적혈구가 농축된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혈관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기에 가능하며, 적혈구가 수분을 잘 빨아들여서 수분 유지가 가능하다. 1회에 57ℓ의 물을 마실 수 있으며, 임신기간은 1년, 수명은 40∼50년이다.한 번에 500㎏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며, 장시간 물을 마시지 않고 지낼 수 있어서 일찍부터 가축화되었다.운반이나 승용(乘用) 이외에 고기는 식용으로, 젖은 음료로, 털은 직물에 이용되므로 사막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축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초에 거란인이 타고 온 낙타 54필을 만부교 아래에 매어 굶어 죽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바지를 뒤집어 솔기를 찾아보니 손가락 두 마디쯤이 터졌다. 매듭 묶은 실이 바늘에 딸려 솔기를 지날 때마다 삶의 편린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낙타가 사막의 계곡을 지나 언덕을 오르듯이 고단한 순간도 지나고 나니 웃음이 난다.이 바지를 입은 것이 십 년이 넘었다. 유니폼 두 벌로 매주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세탁해서 입었으니 십 년으로 계산해도 대략 520주다.그것을 반으로 나누면 260번을 세탁해서 말렸다. 양봉 사이에 인간을 싣고 모래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 모습은 이 바지를 입은 내 모습이다. 누군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삶의 무게 바로 그것이었다.내가 나이를 먹는 사이 아이들은 자랐다. 간호사 유니폼은 낙타가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눈과 귀를 닫고 묵묵히 사막을 횡단하듯 내 직장생활을 버티는 갑옷이 돼주었다. 어느덧 나보다 키가 크고 목소리에 힘도 들어간 아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면 대견하고 어찌 보면 곁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을 바라보는 일이 속 쓰리고 슬프다.얼마 전 직장을 옮겼다. 새로운 자리에 적응하려니 힘에 겨워 몸살이 났다. 낙타의 봉에 가득하던 지방을 다 소진해 혹이 사라져버린 것 같다. 며칠은 물을 마시지 않아도 견디던 젊은 낙타가 아닌 삶에 지친 나이가 된 것이다. 한 땀씩 내 삶에 그려 넣었던 많은 추억들을 낙타처럼 되새김질한다. 서서 바라보는 수평선이며 지평선 아래 얼룩덜룩 남루한 것과 햇빛에 반짝이는 고운 것들도 있으니 잘살았다, 잘살았다. 나의 등을 두드려준다.주섬주섬 바느질을 마치고 낙타처럼 훌쩍 일어선다. 사막에 해가 저문다. 언덕 위에서 모래폭풍이 지나간 사막 저 끝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가리라. 황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낙타의 뒷모습이 애잔하다.

2024-02-21

급성 통증 담결림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겪는 질환은 급성 통증 질환이다. 갑자기 목이나 어깨 등 혹은 허리쪽과 관절이 많이 아프고 가동이 안되는 질환이다. 그중에서도 목과 어깨 쪽이 갑자기 너무 아프고 돌아가지 않는 것이 제일 흔하고 등과 허리가 다음으로 흔하다. 팔꿈치나 다른 관절이 그런 경우 있고 이럴 땐 흔히 담결렸다 삐었다고 표현한다.목과 어깨는 보통 자고 일어나면 통증이 발생하고 안돌아간다. 갑자기 발생해서 이유가 없이 아프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동안 조금씩 목과 어깨쪽의 근육이 뭉친 것이 잘 때 잘못된 자세로 인해서 뭉치고 늘어나서 염증이 생겨 통증이 발생한다. 목만 아픈 경우 목과 그 옆의 승모근이 아픈 경우, 목과 견갑거근 혹은 능형근쪽으로 일직선으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등 약간의 차이가 있다. 통증이 심한 경우는 목을 아예 움직이지 못하지만 대부분은 한쪽은 어느 정도 가동이 되고 다른 한쪽으로는 가동이 힘들다. 허리나 관절쪽은 무리가 되었던 부분들이 무거운 것을 들거나 사용을 할 때 순간적으로 뜨끔 하면서 통증이 발생한다.이런 통증의 특징은 날카롭게 순간적으로 아프고 움직일 때마다 뜨끔뜨끔해서 생활이 불편하다. 통증이 심한 경우는 움직임이 너무 힘들어 큰 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받고 오는 경우도 있으나 실제로 큰 구조적인 문제가 발견 되지는 않는다. 환자와 한의사가 보는 괴리가 큰 질환들이 이런 담결림 통증이다. 환자는 너무 아프고 움직일 수가 없어 걱정이 크지만 치료자가 보기엔 며칠만 치료하면 아픈게 금방 좋아지기 때문이다.환자는 디스크나 근육 손상 인대의 파열을 의심하지만 그럴 땐 신경이 눌리는 증상이 나타나거나 그런 증상이 없더라도 정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보통은 심한 통증이라도 문제가 있는 곳의 근육 힘줄 인대를 정확히 찾아서 부항으로 피를 뽑아 주거나 약침 혹은 침으로 풀어 주면 하루 이틀 내에 심한 통증은 잡힌다. 대부분 일주일 안에 거의 정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좋아지니 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를 보고 따라하는 경우도 있으나 권장하지 않는다. 담결림도 사람마다 조금씩 아픈 위치가 다르고 원인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잘못 따라하면 손상 부위의 자극이 더 심해져서 염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약간의 구조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추나요법을 병행하면 좀 더 빨리 회복된다. 허리가 삐뚤어져 있거나 목과 어깨 높이가 맞지 않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으면 조금더 적극적인 치료를 해주면 되는 것이다. 추나를 추가하거나 초음파로 보면서 정확한 곳에 약침을 주사하는 치료를 하면 좀 더 빨리 회복된다. 운동은 절대 권장되지 않는다. 운동은 아플 때 하는 것이 아니고 아프지 않을 때 해야지 근육이 강화되고 건강해진다. 당연히 일도 쉬어 주는 것을 권장하지만 일을 꼭 해야 하는 경우는 보호대로 감싸거나 조심히 일을 하면서 치료를 하면 된다. 아주 심한 경우만 아니라면 일과 치료를 병행해도 회복이 된다. 담결림 통증은 심한 통증과 몸의 움직임 제한으로 걱정을 많이 하지만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빨리 나으니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2024-02-21

빗자루에 대한 단상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빗자루는 먼지나 쓰레기를 쓸어 내는 청소도구인데 본말은 ‘비’다. 엄밀히 말하면 빗자루는 ‘비’의 ‘자루’이고 청소 도구는‘비’가 맞지만 ‘비’에는 마땅히 자루가 있어야 하니 ‘비’를 그냥 빗자루라고 부른다. 예전 방을 청소할 때는 당연히 빗자루를 써서 먼지를 한켠으로 모아 쓰레받기에 담고, 걸레질을 했다. 진공청소기가 나오기 전의 청소 풍경이다. 진공청소기도 진화하여 긴 줄이 달린 굉음 큰 유선청소기에서 시작하였고 이젠 무선청소기가 대세다. 물걸레질은 물론, 스스로 움직이며 구석구석 청소하는 로봇청소기까지 있으니 요즘 아이가 빗자루를 알까. 빗자루를 청소도구가 아니라 마녀의 교통수단으로나 알고 있을 거다.며칠 전 이사를 하면서 청소를 하게 되었다. 유선청소기, 무선청소기에 물걸레청소기도 있었으나 하나같이 마뜩찮았다. 그것들은 구석과 틈새에 켜켜이 쌓인 먼지와 쓰레기를 대충 치우는 정도였다. 알뜰살뜰한 청소에는 역부족이었다. 쓰레잘비라는 신박한 빗자루가 있어 사용해봐도 뻣뻣한 게 마음대로 청소되는 느낌이 없었다. 빗자루가 없을까? 차 트렁크에 눈 올 때 쓰려고 사둔 짧은 빗자루가 보였다. 바닥에 앉은자리 모양새로 엉덩이를 밀면서 먼지를 쓰니 이것만한 게 없다 싶었다.예전 방에서 쓰던 빗자루는 예쁘기까지 했다. 빗자루의 목을 청홍색실로 묶기도 하고 왕골끈으로 매듭묶어 치장도 했다. 방빗자루는 벼의 줄기를 길게 묶어 마디마디를 조인 비였다. 자루 부분은 단단히 조여 묶었고 아랫도리의 쓸 부분은 부챗살처럼 퍼져 아름답기까지 했다. 부엌에서는 수수비를 썼고, 댑싸리나 대나무를 통째로 묶어 만든 길고 커다란 마당비도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었다. 방빗자루는 진공청소기에 밀려 거의 사라졌지만 마당비는 절간의 너른 마당이나 학교 운동장, 군대 생활관 등에서는 아직도 많이 쓰인다. 다만 재질이 싸리나무나 대나무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뀌어졌을 뿐이다.꿩의 긴 꽁지깃을 모아서 맨 장목비가 있었다. 알록달록한 꿩의 깃도 아름답지만 손잡이나 깃을 모아 묶는 색색의 끈도 멋스러웠다. 빗자루라기보다는 벽에 걸어두는 장식품 같기도 했다. 외할아버지 방에서 자주 봤던 개꼬리비도 있다. 꼬리가 긴 개의 꼬리만을 잘라 안의 것을 발라내고 나무심을 박아서 맨 비인데, 외할아버지께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이불을 거두고는 개꼬리비를 들고 무릎걸음으로 방을 돌며 비질을 하셨다. 폭신한 털이 보들보들 예쁘다고 손바닥으로 쓸어보다가 개꼬리라는 걸 알고는 기겁을 한 기억이 있다. 오래 쓰면 털이 닳아서 꼬리 속의 거죽이 다 드러나 보였다.서양의 비는 나무막대 끝에 마른 풀을 단 빗자루였다. 긴 나무막대가 있으니 마녀가 하늘을 날 때 요긴하게 탈 수 있었을 것이다. 보통 빗자루의 나무막대기 중간에 걸터앉아 타는데. 막대기와 볏부분에 걸터앉아 방석삼아 타는 경우도 있고, 스케이트보드 타듯 두 발로 서서 타기도 한다. 현대에는 청소기가 빗자루의 기능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청소기나 로봇청소기를 타고 다닐 수도 있겠다. 로봇청소기를 타는 고양이를 본 적도 있다.

2024-02-21

동물 팔자(八字)

홍석봉 대구지사장 얼마 전 서울 강남에서 음주 사망사고를 내고도 강아지를 끌어안고 구호조치를 않은 채 경찰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은 20대 여성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람 생명보다 개가 소중하냐는 질책이 쏟아졌다.반려인구 1천500만을 바라보는 시대, 반려동물이 사람 못잖게 중시된다. 지자체마다 반려동물 복지시설 갖추기 경쟁이 불붙고 있다. 관련 산업도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추세 등이 맞물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가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구미시는 반려동물 문화공원을 조성, 시민과 반려동물에게 새로운 동물 친화적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구미시는 최근 선산출장소에서 ‘반려동물 문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역’ 착수 보고회를 갖는 등 문화공원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반려동물 화장장과 추모 공간을 조성 중이다. 광주시는 2028년까지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조성키로 하고 기본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반려동물 산업은 무한 진화 중이다. 호텔과 스파, 유치원, 돌봄 서비스 등 반려동물 복지가 인간을 방불케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개와 고양이 등 죽은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식에서 더 나아가 49재와 천도재를 지낸다. 조만간 반려동물 상조 서비스까지 나올 모양이다. ‘반려동물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한 전문업체에서 상조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우울감인 펫 로스 증후군을 치료하는 센터까지 등장하는 판국이다. 이젠 반려동물은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사람만큼, 아니 오히려 사람이상 취급받는 세상이다. 동물권 존중이 동물 복지로 까지 확대되는 형국이다. 동물팔자가 상팔자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21

고준위 특별법 21대 국회서 폐기되나

21대 국회 회기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월 총선 일정을 앞두고 있어 이번 회기 내 특별법 통과가 불발되면 다음 국회로 법안이 넘어가야 해 그간 논의된 법안은 자동폐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주민 등 각계각층의 법 제정 요구가 국회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20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원전내 사용후 핵연료가 포화상태여서 저장시설 확보가 시급하다”며 고준위 특별법의 이달 임시국회 통과를 호소했다.그는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고리원전 순으로 원전 내 있는 습식저장조가 포화에 이르게 된다”며 “사용후 핵연료가 가득차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발전소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며 법 제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국내 원전 25기에서 이미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가 1만8천여 t에 이르고 앞으로 32기에서 발생할 사용후 핵연료는 4만4천여 t까지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처분을 위한 내용을 담은 고준위 특별법의 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이번 국회 회기 내에 법 제정이 이뤄지지 못하면 22대 국회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하루가 급한 법안이 또다시 1∼2년 정도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준위 특별법은 2021년과 2022년 여야 의원이 특별법을 발의했으나 탈원전을 기조로 한 야당의 반대로 현재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고준위 특별법은 탈원전을 하든 친원전을 하든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필수 과제라는 데 이론이 없다. 대승적 차원의 합의가 있어야 할 문제다.원전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원전소재 지자체, 산업계 등에서 20여 차례나 특별법 제정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범국민적 제정 여론이 높다. 여야를 떠나 국회는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특별법의 21대 국회 회기 내 제정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2024-02-21

선거는 누구의 것인가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봄 소식이 머지않았다. 매화가 피고 벚꽃이 올라오면 새봄이 펼쳐질 터이다. 계절과 함께 빠르게 다가오는 정치 일정이 총선. 50일도 남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는가. 봄은 서서히 올라오는데 정치는 이미 뜨겁다. 막말과 주장 가운데 누구 말이 맞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말에 진심과 성실, 공감과 배려가 실렸으면 좋겠는데 실제로 그런 지를 알 길이 없다, 오늘은 진정이었다지만 선거가 지난 후에 겪었던 배신과 혼돈을 생각하면 오늘도 안심할 수가 없다. 이번에는 잘 뽑아야 한다고 다짐해 보지만 그게 생각처럼 간단치가 않다.정치에 무관심하여 선거를 무시하고도 싶지만 플라톤의 한 마디가 섬칫하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덜 떨어진 사람을 당신의 대표로 선출하게 된다.’ 실제로 일이 그렇게 벌어지면 모두에게 고통이 아닐까. ‘한 표’들이 모여 나를 대변할 이를 선출한다면 모른 척 할 수도 없다. 링컨(Abraham Lincoln)도 ‘선거는 보통 사람의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선거가 특별한 출마자를 위한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위한 것임을 확인한다. 동화작가 달(Roald Dahl)도 ‘세상을 바꿀 힘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하였다. 오늘이 마땅치 않은 사람일수록 선거에 임해야 한다. 바꾸어야 할 구석이 많이 보이는 사람일수록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정치가 춤추지만 국민은 힘이 든다. 총선에 참여하되, 판단은 내가 해야 한다. 구호와 선동이 아니라 정책과 사람됨을 살펴야 한다. 남의 소리에 솔깃하기보다 내가 내리는 판단을 신뢰해야 한다. 정당들이 총선에 그 어떤 정치적 의미를 건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누가 국민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는지 헤아려야 한다. 국민의 갑갑한 일상과 어려운 처지가 후보의 마음에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정에 따라 치르는 형식적인 선거보다는 진정으로 세상이 나아지는 그 한 판이 되어야 한다. 이번 총선이 그런 축제를 몰고 올 것인지 의심스럽다.화려한 말솜씨로 당신의 ‘생각없음’을 감출 수 없다. 거친 세월을 건너온 오늘의 유권자에게 텅 빈 철학과 빈껍데기 비전이 드러날 뿐이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정치가 언제쯤이면 정말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면서 말하고 행동하게 될까. 그런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건 오히려 보통 사람들이 깨끗한 한 표로 해야 할 터이다.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힘은 특별한 정치인이나 엄청난 지도자가 가진 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게 아닌가. 총선판에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여론조사에 응답하고 후보자에게 당신의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간섭해야 하고 오프라인에서 외쳐야 한다, 당신의 생각이 들리도록 온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백마타고 오는 초인은 없다. 내일을 생각하는 당신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총선이 뜨거운 까닭은 나라의 미래를 치열하게 고심하는 나를 기대함이 아닐까. 총선은 나의 것이다.

2024-02-21

이낙연과의 11일 동거로 6억 챙긴 개혁신당

개혁신당이 결국 쪼개졌다. 4·10총선에 임박해 제3지대 5개 정치세력이 ‘빅텐트’를 급조하더니 그저께(20일) 해체를 선언했다. 지난 2월 9일 설 연휴 첫날 4개 정당과 정치세력이 합당을 선언한 지 11일 만이다. 빅텐트를 주도한 이낙연·이준석 대표는 결별 당일에도 합당 파기 원인(총선지휘 전권,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 추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 등)이 상대에게 있다며 비난전을 폈다. 애초부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연대는 무리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두 사람은 지역 기반, 정치 노선을 고려해 보면 누가봐도 섞일 수 없는 이질적인 캐릭터다. 그럼에도 양측이 급하게 손을 잡은 것은 ‘무소속 상태에 있는 현역을 우선 확보해 기호 3번과 정당 보조금을 확보하자’는 공동이익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국민이 관심을 두는 부분은 개혁신당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정당 보조금 처리문제다. 개혁신당은 정치보조금 지급 기준일 하루 전인 지난 15일 현역 의원 5명을 확보해 선관위로부터 6억6천만원을 받았다. 그렇지만, 김종민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원내 4석이 돼 ‘국고보조금 수령 기준’에 다시 미달하게 됐다. 선관위 보조금은 현재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에 지급이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이준석 대표는 “의석수가 5석 미만이 되면 보조금을 전액 반납할 것”이라고 했지만, 중앙선관위는 “반납한다고 해도 받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 기부 역시 법률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행법상 보조금은 정당 운영과 선거 등에만 사용할 수 있다. 결국 6억6천만원은 고스란히 이준석 개혁신당 몫이 됐다.국민세금이 이렇게 허무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앞으로 선거철마다 ‘한번 받으면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보조금을 타기 위해 떳다방 정당들의 무소속 국회의원 모시기 경쟁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됐다. 개혁신당이 이번에 적나라하게 보여준 보조금 수령 꼼수는 우리 정치사에 지워지지 않는 부끄러운 기록이 될 것이다.

2024-02-21

1조 달러 행정, 2조 달러 전략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국가경영에는 국민들의 바람을 담은 미래의 성장 비전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꿈이 있는 민족이 새로운 도전을 낳고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국가 지도자는 자국의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미래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각 부처는 전략과 전술로 실행을 해나가야 한다. 비전과 목표없이 전략과 전술만 있으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잃은 선박처럼 좌초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장 비전과 목표는 무엇이 있을까,한국은 2011년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하며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되었다. 6·25 잿더미에서 60여 년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그 비결은 가난을 벗어나고 부강한 나라로 가기 위한 국민적 염원과‘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구호 아래 정부와 민간이 하나가 되어 수출 최우선 경제시책을 펴나 간 결과가 아닐까. 국가 기간산업이 열악한 상태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체계적인 사회적 기반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진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옛부터 쇠를 잘 다루는 민족이 강한 나라가 된다 했던가, 돈이 없어 민족의 피의 대가인 대일청구자금으로 제철소를 지어 철강을 생산하고, 한반도의 동맥이고 물류기반이 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다. 큰 배를 제조할 수 있는 기반도 없어 도크를 만들며 동시에 배를 건조하는 꿈의 도전이 계속되었고 기초 산업을 기반으로 자동차까지 생산하는 등 대기업중심으로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만들어 냈다.MB정부시절에는 사회적인 이슈가 경제 발전이었다. 특히, ‘동반성장’이란 이름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출자를 하거나 경영 자문, 교육지원, 혁신 컨설팅 등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필자도 2009년부터 인천 남동공단 중소기업 20여 개사를 건강한 조직, 낭비 없는 생산 현장을 만드는 지원을 했다. 그 중에 생산 프로세스 개선과 성장기반까지 만든 탑금속에서 정부와 대기업이 산업3.0 발대식을 개최하는 등 동반성장의 성공 모델이 되기도 했다.2조 달러 무역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만으로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중심 경제성장을 이룬 대만처럼 국내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켜 규모의 경제체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박근혜 정부시절 현역 지식경제부 장관이 대학에 와서 ‘1조 달러 행정, 2조 달러 전략’이란 제목으로 강연했고, 당시 수일 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중견기업 탄생 소식을 전했다. 중소기업에서 직원 300인 이상, 매출 1000억이 넘으면 대기업으로 분류되어 정부 지원에서 제외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법적, 행정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했다고 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을 지속하여 국가 경제를 견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2조 달러 무역 강국이 되기 위한 전략으로 국민이 공감하는 국가 비전과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4차산업과 미래 성장산업에 역할을 하여 부강한 나라, 경제 선진국의 길로 거듭나길 기원해 본다.

2024-02-20

기룡산 봄맞이 산행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산골 어디메쯤 매화향기 날리는 마을을 지나 봄맞이 산행에 나섰다.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올라가서 고지대에 자리잡은 묘각사(妙覺寺)에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됐다. 1400여년 전 신라 선덕여왕 때 의상대사와 동해 용왕의 설화가 서린 묘각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안치된 곳으로, 의상은 묘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여 절 이름을 묘각사라 하였다 한다. 그러고 보니 산 아래는 용화동·삼매동·정각동 등 불국정토를 나타내는 마을 이름이 많아선지 산골 전체를 절골이라 부르기도 한다.영천시 자양면과 화북면 경계에 있는 기룡산 중턱의 묘각사를 창건할 당시 의상에게 법문을 듣기 위해 동해의 용왕이 말처럼 달려왔다고 해서 기룡산(騎龍山)이라 했다던가?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일행은 차를 타고 달려와 용의 잔등을 타듯이 서서히 산을 올랐다.초입부터 약간 가파른 길이라 완급을 조절하며 숨 고르기 하듯 쉬엄쉬엄 올라 이내 능선에 당도했다. 한겨울을 지낸 산인가 싶을 정도로 능선엔 발목 높이 이상으로 낙엽이 수북했고, 간간이 주변에 설해목이나 고사목이 나타나 범상찮은 산세임을 보여주는 듯했다.북향의 능선으로 좀 더 오르니 등산로는 동쪽으로 꺾어지면서 주변의 탁 트인 조망이 들어왔다. 봄이 성큼 다가온 듯한 쾌청한 날씨에 비교적 순탄한 능선을 걸으며 좌우로 펼쳐진 전경을 눈에 담는다는 것은,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호사가 아닐 수 없었다. 서북쪽으로는 보현산 천문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그 옆으로는 포항시에서 가장 높은 면봉산이 우뚝 솟아 있으며, 베틀봉, 수석봉 등이 연이어져 있었다. 또한 남서쪽으로는 대구 팔공산까지 선명하게 보이는가 하면, 멀리 영남알프스가 희뿌연 운해 위의 섬처럼 코발트빛 실루엣으로 겹겹이 드리워진 장관을 연출했다.그 뿐만이 아니었다. 능선 북쪽의 응달진 곳의 잔설을 밟으며 올겨울 처음으로 눈구경도 하고, 이끼 위의 잔설이 녹아내려 수정 같은 고드름이 밤낮으로 자라 빙벽으로 이어지는 그림같은 능선길에서 산객의 발걸음은 한참동안 멈출 수밖에 없었다. 또한 요즘 보기 드물게 파릇한 이끼를 덮은 얼음과 끝자락에서 마치 용의 뒷덜미 마냥 날카롭게 돋아난 고드름을 대하니 불현듯 스쳐가는 시상이 떠오르기도 했으니….“말처럼 달려온 용왕/의상의 묘한 법문에//홀연 깨달음 얻어/승천하여 살피더니//온 들녘 메마른 염원/단비 뿌려 적셨다네//잔설이 머물러서/외려 파릇한 이끼//거울 같은 고드름/용왕의 숨결 마냥//기룡산 마루터기에/감로수로 어리네” -拙시조 ‘기룡산 이끼 고드름’ 전문이윽고 다다른 정상에는 온 사방 능선과 연봉들이 기룡산을 위시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망졸망 울퉁불퉁 용의 등같이 꿈틀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일망무제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원근감의 수묵화에 젖어 들어 쾌재를 부르고 찬탄하다 보니, 어느새 용의 기운(?)이 몸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모종의 희열감이랄까? 쾌청한 날 봄맞이 산행으로 올해 다짐한 ‘매월 1산행’의 약속이 지켜져서 다행스럽고, 설렘과 호기(豪氣)로 이어질 다음 산행이 은근히 기대된다.

2024-02-20

정부와 의사, 환자두고 감정대립 계속할건가

대형병원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대거 사표를 내고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대구의 상급 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예고한 대로 사직서를 내고 상당수가 진료실을 떠났다. 대구지역에선 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등 10개 병원에 전공의 829명이 수련을 받고 있다. 정부가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현장을 떠나지 말라는 취지의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지만, 전국 1만3천여 명에 달하는 전공의의 집단 움직임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은 환자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응급실에서 수술보조와 응급처치 등을 맡기 때문에, 이들이 이탈하면 중환자와 응급환자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공의 대부분이 어제부터 출근하지 않은 서울 대형병원들은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수술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으며, 진료·입원환자 대기시간도 길어지는 모양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병원과 보건소 평일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는 불가능하다.자칫 의료시스템 붕괴로까지 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정부와 의료계는 극단적인 감정대립을 계속하고 있어 답답하다. 정부는 연일 ‘고발’, ‘의사면허 박탈’을 언급하면서 “타협은 없다”는 강경입장이고, 의사들은 “의료대재앙을 맞을 것”이라며 대응하고 있다.양측은 당장 비이성적인 감정대립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의대정원을 2천명 늘려야 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의료계를 설득할 협상카드도 마련해야 한다. 필수의료 수가인상이나 위급환자치료에 동반될 수 있는 형사책임에 대한 부담경감 조치는 의료계의 해묵은 현안이다. 그리고 의사들은 1분1초가 급한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 복귀해야 한다. 종합병원 응급실이나 수술실을 방치해 환자들이 목숨을 잃은 사태가 발생하면 일차적인 책임은 병원을 떠난 의사들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4-02-20

주목받는 한동훈식 ‘TK 공천개혁’

심충택 논설위원 4·10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여당의 TK(대구·경북) 현역의원 물갈이 작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단수공천이나 경선이 확정되지 않은 현역들은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국민의힘은 20일 현재까지 TK지역 현역 25명 중 4명만 단수공천했고, 11명은 경선 대상으로 분류했다. 대구에선 현역 12명 중 주호영(수성갑) 김상훈(서구) 의원 등 5명이, 경북에선 현역 13명 중 김정재(포항북) 의원 등 6명이 경선대상에 포함됐다.만약 경선에서 현역들이 모두 승리하면 TK지역에선 최소 15명(60%)이 국회에 재입성할 가능성이 있다. 보통 경선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현역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경선대상 지역의 도전자들도 경쟁력이 만만찮아 현역들이 공천을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특히 가산점(정치신인·청년·여성)과 감산점(권역별 하위 10~30%에 해당하는 의원·동일지역구 3선이상 의원)이 적용되는 지역구는 이변이 일어날 확률도 있다.우선 대통령실과 검사 출신 후보들의 경선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6선에 도전하는 주호영 의원은 정상환 후보와 1대1로 맞붙는다. 경력이 화려한 주 의원에 도전하는 정 후보는 대구지검 특수부장 출신이며, 현재 국민의힘 법률자문위 부위원장과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중·남구는 현역 임병헌 의원에 대구지검장 출신 노승권 후보와 박근혜 전 대통령 형사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후보가 대결한다. 4선에 도전하는 서구 김상훈 의원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성은경 후보·대구시 경제부시장 출신인 이종화 후보와 3파전을 벌인다.포항남·울릉 지역구는 4파전 구도다. 현역 김병욱 의원에 최용규(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문충운(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이상휘(전 청와대 춘추관장) 후보가 도전한다. 구미갑에는 김찬영(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후보가 초선 구자근 의원에게 도전한다.단수공천과 경선 대상에서 제외된 대구·경북 현역 9명은 추가 경선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지만, 컷오프나 지역구 재배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도 “단수공천이나 경선이 발표되지 않은 현역 의원은 지역구 재배치와 컷오프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했다. 공관위가 현재까지 미발표한 지역 중에서 전략공천 지역을 먼저 설정한 뒤 후보자 재공모를 해 자발적인 교통정리를 유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TK지역 초선 의원 지역구는 대부분 경선대상에서도 제외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대구에선 홍석준(달서갑) 류성걸(동갑) 강대식(동을) 양금희(북갑) 이인선(수성을) 의원이, 경북에선 윤두현(경산) 김영식(구미을) 김형동(안동·예천) 박형수(영주·영양·봉화·울진) 의원이 추후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국민의힘은 현재 TK지역 공천파동을 우려해 현역교체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공천을 표방한 한동훈 비대위가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되는 TK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공천문화를 선보일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2024-02-20

집토끼와 산토끼

우정구 논설위원 토끼는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등 전세계 많은 지역에 분포돼 있는 동물이다. 굴을 파고 사는 집토끼와 굴을 파지 않고 야생상태로 살아가는 멧토끼류로 구분이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토끼라 하면 집토끼인 굴토끼를 이르는 말이다.집토끼와 산토끼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집토끼는 우리가 떠올리는 모양인데 반해 산토끼는 대체로 귀가 크고 몸에 비해 얼굴이 작은 편이다. 다리가 집토끼보다 훨씬 길어 적을 만났을 때 재빨리 도망치기 적합하게 생겼다.집토끼는 순해 집에서 기르기도 하나 산토끼는 생물학적으로 사람을 두려워해 길들여지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서 기르려해도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가거나 죽는다. 영어의 Rabbit은 집토끼를 이르는 말이다.선거 때가 되면 집토끼와 산토끼가 정치권에 자주 회자된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집토끼는 우리 편이 확실한 고정 지지층을 말하고, 산토끼는 가서 데려와야 하는 부동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어의 스윙 보트(Swing Voter)는 부동층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마음이 흔들리는 유권자란 뜻이다.국민의힘 입장에선 TK지역은 집토끼다. 야당 지지층이 많은 호남지역은 민주당의 집토끼라 할 수 있다.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부동층 흡수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선거를 두 달 앞두고도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범위가 30%에 가깝다고 한다. 해당지역에 대한 공략이 곧 선거 판세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산토끼 잡는다고 집토끼를 등한시 할 수 없는 게 선거 아닌가. 원칙과 정도(正道)로 승부해야 부동층의 마음도 붙잡을 수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20

대구시 工事 조기발주, 경기 부양 마중물 되길

대구시가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 중 1조원에 가까운 공공건설공사를 조기에 발주하기로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고금리와 자재값 상승 등으로 지역 민간건설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며 대구시가 발주하는 공공 건설사업 중 보상절차가 필요없는 사업은 내달 중 조기발주하고 상반기 내 나머지 사업도 발주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홍 시장의 지시로 조야-동명간 광역도로 2.3구간 건설공사(1천564억원), 중구청이 발주하는 복지누리 반다비체육센터 건립공사(303억원), 대구공공시설공단의 소각로 내화물보수공사(300억원) 등이 상반기 중 발주될 예정이다. 대구시가 올해 예정하고 있는 1억원 이상 발주물량은 시군구 6천603억원, 공사·공단, 교육청 등의 2천718억원 등 모두 1조2천814억원 규모다. 그 중 73%인 9천321억원이 조기에 발주된다.지역 건설업계로선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경기는 고금리와 부동산 PF문제, 고물가로 인한 시장 악화로 침체국면이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민간건설공사는 전년보다 약 30%정도 실적이 하락했다.대구지역은 주택건설경기 악화로 사정이 더 나쁘다. 작년 말 대구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1만여 가구에 이른다. 준공후 미분양도 늘고 있다. 관련업계는 과잉공급된 대구의 주택물량을 소화하려면 짧게 봐도 2∼3년은 걸릴 것이라 한다. 주택건설산업의 후방효과를 생각하면 지역경제가 받을 타격이 심각하다.올해 건설경기도 경기침체, 고금리 등 복합적 요인으로 여전히 전망이 어둡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의 공공분야 건설공사 조기발주는 가뭄에 단비가 된다. 문제는 지역의 공공공사가 지역업체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대구시도 이런 점을 고려, 하도급 실태 조사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지역업계와 좀 더 긴밀한 협조로 대구시 발주공사가 지역건설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대구시 공공공사 조기발주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24-02-20

출산을 위한 절박한 몸짓이 필요한 때

김규인 수필가 반가운 소식이다. 부영그룹에서 출산한 회사 임직원들에게 자녀 1명에 대하여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주었다.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70여 명에게 70억 원을 지급했다. 회사는 1억 원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출산장려금에 대해 정부에 세제 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정부도 출산장려금에 대하여 세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소멸 위기에 내몰린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현금 지원책을 쏟아낸다. 충북 영동군은 관내에 정착하는 45세 이하 부부에게 1천만 원의 정착지원금과 결혼해 아이를 낳는 부부에게 최대 1억2천400만 원을 지원한다. 괴산군은 5천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고, 강진군은 한 명만 낳아도 5천40만 원을 주는 등 수천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자치단체가 늘어난다.아이를 낳아야만 산다는 절박함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에 더하여 ‘1만 원 월세 주택’을 제공하고 젊은 사람들이 몰리는 서울시마저도 출산지원금을 지급한다. 출산율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은 안간힘을 쓴다.이러한 노력에도 지원금을 받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출산율이 가장 낮다. 2023년 3분기 기준 출산율은 0.7명으로 입학생이 0명인 초등학교와 폐교한 대학교가 늘어나 학생들에게 의지한 지역 상권은 여지없이 무너져 지역 경제는 크게 줄어든다. 인구의 감소로 산업은 쪼그라들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모자라는 것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런데도 젊은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결혼하겠다는 비율은 17.6%에 그친다. 유치원이 요양원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점차 사라진다. 그 사라지는 웃음소리가 우리나라의 미래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부영그룹의 출산지원금 지급은 온 국민이 출산율을 걱정하는데 나온 희소식이다. 부영그룹은 보육과 복지의 사회 공헌을 위해 부영아파트 내 ‘부영 사랑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어린이집은 임대료 없이 그 비용이 어린이집 영·유아들의 보육과 복지를 위해 쓰이게 함으로써 보육의 질을 높이며 어린이집 원장도 공개 모집을 통하여 선발한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원칙으로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안심 어린이집’을 추구한다. 전국에 신규 어린이집 53개에 기존 어린이집 13개를 더하여 총 66개의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부영 사랑으로 어린이집’의 혜택은 임대료가 없고, 개원 지원금을 주고, 보육지원팀의 찾아가는 교사 교육과 보육 행사를 지원하고 무상보육 컨설팅을 하며 우수 유기농 식자재 및 교재교구 업체의 할인도 주어진다. 이러한 운영은 기업의 출산 지원을 위한 모범 사례로 손색이 없다.2024년은 인구가 늘어나는 원년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부영그룹의 사례가 기폭제가 되어 국가와 산업체와 모든 국민이 인구감소의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인구가 곧 국력이 되는 시대이다. 대한민국의 소멸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한 몸짓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2024-02-19

누구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진주에서 서울 고속버스터미널까지는 편도 3시간 45분이 걸린다. 최종 목적지의 위치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진주 집에서부터 목적지까지는 어림잡아 5시간이 소요된다.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당일치기 일정은 피로감을 동반하지만 1박2일 일정은 잘 잡지 않는 편이다. 다음 날까지 허비되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5년 전 진주에 처음 내려오고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는 학술대회 발표·토론, 각종 회의 참석을 위해 한 달에 평균 1회는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에서의 만남은 학교라는 좁은 틀을 벗어난 학계 활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은 토론 제안도 감사한 마음으로 수락하고 상경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찾아온 회의감이 서울에 가는 횟수를 줄이게 했다. 서울에서의 몇 시간 일정을 위해 10시간을 왕복하는 내 상황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하고는 생각이 바뀐 것이다.나에게는 2022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북토크 팀이 있다. 격월로 도서를 1권 선정하여 저자를 초청하는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혹은 오프라인 북토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해야만 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점점 서울 가는 것이 버거워졌지만 힘듦을 말하기 어려웠다. 제주도에서 상경하는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분은 오프라인 북토크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2023년 초에는 우리 대학의 한 연구소에서 발간한 책이 북토크 도서로 선정되어서 팀원들 일부가 진주에 내려왔다. 제주도에서 서울에서 오신 선생님들과 진주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여름방학에는 제주도에서 북토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주도 북토크를 위해 더 많은 선생님이 바다를 건너왔다.나는 제주도에 거주하시는 선생님께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선생님께 진주와 제주를 거부감 없이 다니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물리적 거리감을 극복한 2년이 넘는 시간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간 선정된 도서에서 배운 점 이상으로 이 분들과의 만남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뒤늦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진주에서 서울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데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과 물리적 시간, 그리고 육체적 힘듦에 대한 어떤 보상을 생각했다. 학술대회 발표를 위해서는 서울에 가고, 단순한 회의를 위해서는 가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기회비용을 따지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정상적인 사고라 할 수도 있겠지만, ‘관계’를 결정짓는 이러한 정상성이 만든 현재 우리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 정상성을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행사의 성격을 따져 상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이제 설 연휴가 지나고 개강이 눈앞에 다가왔다. 새 학기부터는 익숙한 관계 맺기의 방식을 벗어나서 좀 더 많은 사람과 자주 만나야겠다. 이해관계가 아니라 마음이 연결되는 사람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2024-02-19

마타요시 에이키의 소설을 경건한 마음으로 읽는 이유

오키나와는 17세기 초부터 일본(정확히는 사쓰마번)의 침략을 받았고, 19세기에는 일본에 편입되었으며, 1945년에는 지옥과도 같았던 오키나와전을 겪었고, 이후에는 미국의 군사적 지배를 받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된 이후에는 섬의 상당 부분을 군사기지로 내주어야 했습니다.이러한 역사를 지닌 오키나와에 대한 서사는 대부분 오키나와인의 ‘피해자 의식’을 강조하고는 했는데요. 마타요시 에이키(1947~)는 이러한 ‘피해자 의식’을 넘어 오키나와인 역시 욕망과 의지가 있는 ‘인간’이며, 가해자들 역시 양심과 선의지가 있는 ‘인간’일 수 있음을 형상화하는 문제적 작가입니다. 특히 ‘긴네무집(ギンネム屋敷)’(1980)은 오키나와에 사는 조선인 남자를 통해, 오키나와인의 ‘피해자 의식’을 성찰하는 문제적 작품입니다.마을에는 긴네무로 둘러싸인 집이 하나 있습니다.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그곳에는, 서른 전후의 조선인 남성이 혼자 살고 있는데요. 유키치는 ‘나’와 요시코의 할아버지를 꼬드겨서, 조선인 남자에게서 돈을 뜯어내려고 합니다. 실제로는 자신이 요시코를 겁탈했으면서도, 조선인 남자가 요시코를 겁탈했다고 거짓말을 하여 협박하려는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할아버지나 ‘나’도 조선인을 경멸하고 무시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그런데 미군의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조선인 남자의 위상을 애매하게 만듭니다. 조선인 남자가 미군의 엔지니어로 일하기에 ‘나’를 비롯한 유키치나 할아버지가 조선인 남자를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선인 남자는 그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합니다. 남자는 다른 미군 엔지니어들이 사는 “철망 안 미군 하우징”도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현재 살고 있는 긴네무집에 대해서도 “제 것이란 느낌”은 갖지 못하니까요.‘긴네무집’에서는 조선인 남자와 그의 연인이었던 조선 여인 고샤리(コシャリ)를 통해 오키나와에 살았던 조선인의 기구한 처지가 잘 드러납니다. 본래 조선에서 남자는 고샤리와 결혼을 약속했지만, 곧 징용에 끌려갑니다. 요미탄에서 비행장 건설 강제 노동을 하던 남자는, 일본군 대장(隊長)과 함께 있는 고샤리를 발견하는군요. 이후 오키나와전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남자는 미군의 포로가 되어, 연안을 따라 숨어 있는 일본군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방송을 하기도 합니다.남자는 오직 오키나와에 고샤리가 살아 있다는 확신 하나로 살아왔는데요. 종전 이후 팔 년이 더 지난 후에야 남자는 매춘소에서 고샤리와 만나게 됩니다. 성병에 걸려 미군에게도 버려진 고샤리는 거지꼴을 한 오키나와 사람들이나 찾아오는 매춘소에서 꿈틀대고 있었던 겁니다. 실로 고샤리는 “일본 병사, 미군 병사, 오키나와인”에게 능욕당한 존재였던 거네요.남자는 고샤리를 낙적시켜 긴네무집에 데려오지만, 고샤리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으며 눈조차 마주치려 하지 않습니다. 남자는 고샤리에게 “한마디라도 해봐!”라고 애원하지만, 샤리는 비명을 지르며 남자의 얼굴에 침을 뱉을 뿐입니다. 결국 남자는 샤리를 목졸라 살해합니다. 남자는 언제고 죽을 기회가 있었던 전쟁 중에는 고샤리를 떠올리며 살아남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죽을 염려가 없어지자 고샤리를 간단히 죽여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샤리는 일본 병사, 미군 병사, 오키나와인에게 능욕당한 것은 물론이고, 조선인 남자에게도 능욕당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라 오키나와에서 평생을 살아온 마타요시 에이키는 ‘오키나와인’과 ‘외지인’을 결코 ‘선인/악인, 약자/강자. 피해자/가해자’라는 구도에 가두지 않습니다. 그 곡절 많은 역사가 만들어낸 수많은 맥락 속에서 다양하게 펼쳐진 인간군상의 천변만화를 담담히 그려낼 뿐입니다.그렇기에 오키나와인 마타요시 에이키는 조선인 남자의, “당신들은 뼈는 오키나와 주민 것이거나, 미군 것이거나, 일본 병사의 것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지요. 그럼 수백 수천 명에 이르는 조선인은 뼈마저도 썩어 버린 것일까요.”나 “경찰은 한 번도 오지 않더군요. 아마, 피해자가 조선인 매춘부라서 일겁니다. 아니면, 가해자가 미군 엔지니어 조선인이라서 일까요?”와 같은 말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겠죠. 결국 조선인 남자는 자살하고, 그는 모든 재산을 “친구”라는 이유로 오키나와인인 ‘나’에게 남깁니다. 아마도 작가는 오키나와인에게는 갚아야 할 조선인의 유산이 남아 있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경재 숭실대 교수 원래 인간은 자신의 피해자성과 타인의 가해자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는 합니다. 그러한 경향은 개인이 아닌 국가나 민족과 같은 공동체의 경우는 더욱 강해지는데요. 만약 자신의 피해자성만 기억하게 되면, 우리는 폭력과 복수를 정당화할 수도 있으며 나아가 스스로를 영원한 타자로 전락시킬 수도 있습니다.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이 인간, 즉 피해자이기도 하면서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역사의 상흔을 온몸으로 받아낸 오키나와인이면서도, 자신의 (비)인간성을 함께 성찰하는 마타요시 에이키의 소설은 늘 집이 아닌 절이나 교회, 혹은 성당에서 읽고 싶습니다.글·사진=이경재(숭실대 교수)

2024-02-19

‘잘코사니’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북에서 핵으로 남쪽을 불바다를 만든다고 위협할 때 남에서는 부랴부랴 거창한 베를린 구상으로 아부를 했다. 그러면 다시 “가을 뻐꾸기 같은 수작”을 부리지 말라며 북의 김여정은 남한의 국가 원수를 “삶은 소대가리”라고 한 방 날렸다. 북에서는 묘한 가을 뻐꾸기를 불러와서 모욕을 주는데 남한의 최고 지도자는 평화를 위해 자존심을 다 버렸다. 온 국민의 자존심도 짓밟았다. 낱말의 선택은 이렇게 정치외교에서처럼 궁뚱망뚱한 언어로 쓰는 것이 아니다. “가을 뻐꾸기”에 대응하여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적장의 이마빡에 명중하면 전쟁은 끝이 난다.”며 화답한 시인이 있다.지난 연말 세상을 떠난 오탁번 시인은 잊혀가는 우리말을 지극히 사랑했다. 동자승 같이 살던 글쟁이 오탁번이 쓴 시집 ‘두루마리’(태학사)를 읽어보면 어떻게 요렇게 야물딱지고 찰진 오래된 우리말과 변두리 방언을 잘도 이용했을까 새삼 감탄하게 된다. 그의 시 어느 언저리에도 한 푼어치 섞인 허위를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시는 순수하고 정직한 영혼의 흔적이 아닌 것이 없다. 필자와는 깊은 인연은 아니나 그가 쓴 옛 책 ‘헛똑똑이의 시 읽기’라는 책에 방언을 사랑하던 내 이름을 번듯하게 올려준 인연으로 늘 그의 문적을 헤적이고 있다.그의 시나 소설은 모두 따뜻하면서도 진중한 맛을 갖추었기에 읽는 내내 빠져들게 된다.그의 마지막 시집 ‘비백’에는 좁쌀처럼 흩트러진 고어와 방언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스스로 “말 하나를 가지고 별별 오두방정을 떠는 철부지 시인이다.”라며 겸손을 부렸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는 우리말의 깊은 뿌리와 말맛을 찾아 시를 남긴 보기 드물게 당당했던 시인이다.그의 작품 ‘노루잠’이라는 시를 읽었다. “괭이잠이라는 말은 알았지만/노루잠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노루목, 노루발, 노루꼬리, 노루종아리/사전을 찾아보니까/예쁜 우리말이 깡충깡충 뛰논다….”이 시에 나오는 ‘노루종아리’는 말 그대로 노루의 다리 마지막 긴 마디를 뜻하는 줄 알겠지만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노루종아리’는 소반의 상다리의 마지막 부분 매끈하게 흐르는 부분, 또는 문살에서 가로 살은 성기고 세로 살만 촘촘한 부분이라고 풀이했다. 진짜 익은 우리말, 변두리에 내쳐진 말 하나를 건져내어 준 그가 ‘별별 오두방정을 뜨는 철부지 시인’일까. 우리말의 숨과 결을 이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시인이 우리 곁에 있었다. 한때 방언시가 유행한 때가 있었다. 욕지거리에 가까운 변두말로 쓴 시를 방언시라며 낯 두껍게도 방언시집이라 한 시인도 있었다. 시가 가지고 있는 예민한 현을 연주하기도 전에 다 터뜨려버린 그런 시들은 진정한 우리말의 맛깔을 호도한다.그런 면에서 오탁번 시인은 모국어의 원형을 고이 복원하기 위해 몇몇 날밤을 새우며 각고의 노력을 한 시인이다. 미궁과 같은 자리에 방언을 꼭 집어넣어 살짝 깔아 놓으면 시가 낯설어지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고단위 영양제 역할을 한다.그가 쓴 ‘겨우살이’라는 시를 들쳐보자. “쥐코밥상 앞에서/아점 몇 술 뜨다가 만다/저녁은 제대로 먹으려고/밥집 찾아 들랑날랑하지만 늙정이 입맛에 영 아니다/다 버리고 고향을 찾아왔는데/입은 서울을 못 잊었나 보다/야젓하게 살고 싶지만/뭘 먹어야 살든 말든 하지//강풍경보가 발령된 겨울밤/몰아치는 눈보라에/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요란하다/다 낡은 분교사택/지붕도 몽땅 날아가겠다/낙향하여 선비처럼 산다고?/그래 잘 살아라/쌤통!/잘코사니”.그가 이 시를 쓴 이유는 바로 ‘잘코사니’(고소하게 여겨지는 일·주로 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한 경우에 하는 말이다.)라는 낱말 때문이다.‘쥐코밥상’, ‘아점’, ‘야젓하게’와 같은 지난 결의 사라져가는 언어들도 절묘한 빛을 발휘한다.오탁번 시인이 정년을 하고 고향 제천 산골마을에 문학관을 세워 겨울을 보내는 전경이 눈에 훤하게 들어온다.서사적으로 기상천외하게 계급과 이념의 극단을 늘 끌어들여 당혹스럽게 했던 창비와 같은 이념의 문풍시대에도 고결하게 글쓰기 명줄을 놓지 않은 살가운 글쟁이 오탁번 시인이 보고 싶다.

2024-02-19

스포츠와 인간성

홍석봉 대구지사장 스포츠는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스포츠의 규칙과 규율을 지키며 팀원과의 협력과 융화 속에 승부를 겨루는 것이 기본 덕목이다. 스포츠는 인간애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축구와 같은 단체경기는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더욱 선수 간의 배려와 양보, 화합이 필요하다.한국 축구의 스타 이강인이 큰 사고를 쳤다. 그것도 아시안컵 결승전을 앞두고 발생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수 간 내분은 전 세계 매스컴을 장식했다.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다. 불매운동 등 광고계까지 불똥이 튀었다.요르단과의 4강전 바로 전날 주장인 손흥민과 이강인이 시비 끝에 멱살잡이와 주먹질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시안 컵이 끝 난지도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관련 속보가 쏟아지고 있다. 이강인이 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축구팬들의 분노는 숙지질 않고 있다. 이를 방치한 외국인 감독은 경질됐다. 축구협회가 나서 사태의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고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축구계 일각에서는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생활한 이강인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이해를 바라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감독과 협회장의 무능과 방관이 가져온 사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을 잘 차는 것이 최고의 가치는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인간성이 발라야 한다. 선수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와 예절은 알아야 한다.이번 축구대표팀의 사태를 보면서 국민은 경악하고 있다. 스포츠의 일탈행위는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 일벌백계로 축구대표팀의 총체적 난맥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차제에 국가대표에 대한 인성교육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19

정부와 의사간의 감정대립, 의료대란 키운다

파격적인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뒤 오늘(20일) 병원을 떠나기로 함으로써 환자와 그 가족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주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어제 이미 사직서 제출과 함께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들 병원 외에도 전공의들의 사직은 잇따르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약 1만3천명이다.각 병원은 현재 전공의들의 총파업을 가정한 채 수술 스케줄 조정 등을 하고 있다. 정부와 각 병원이 비상 진료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전공의 집단사직이 현실화되면 수술·입원연기 등 환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해진다. 2만여 명에 이르는 전국 의대생들도 동맹휴학을 결의한 상태다.우려되는 점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지지를 앞세우며, 강경일변도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사직 연가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발령한 상태다.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자에 대해서는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화나 타협은 없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정책에 대해 반대할 권리가 있는 의사단체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는 자세다.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의사를 악마화하면서 마녀사냥을 하는 행태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정부가 국민지지를 믿고 의료계와 막가파식 감정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 국민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정부라면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왜 의대정원을 꼭 2천명 증원해야 하는지, ‘의대블랙홀’ 현상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을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어야 의대정원 확대정책의 타당성이 입증된다.

2024-02-19

마지막 학술대회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지난 수요일부터 등이 독한 벌레에 물린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벌레에 물린 줄 알았다. 빈대가 새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뉴스의 기억이 오래되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라니, 사람들 모르는 벌레가 상륙할 수도 있었다.피부과에 가야 하지만 여유가 없었다. 설날 연휴, 돌아가신 지 일 년 되신 아버지 기일, 미뤄 두었던 만남들, 밀린 논문, 비평의 원고들. 무엇보다 금요일 날 학술대회가 있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학술대회를 잘 마치고 보자는 심산이었다.금요일이 오자 새벽부터 일찍 집을 나섰다. 여러 손님들을 초빙한 대회였다. 오전에는 드크레센조라고, 프랑스 마르세이유 대학의 한국학 전공 교수 분이 발표를 하기로 했다. 창원의 시낭송대회 때 이 분 발표가 참 경청할 만했다. 국립국어원 원장으로 가신 장소원 선생님도 모처럼 학교에 오셔서 발표해 주신다. 오후에는, 국회의원 김종민, 우리 과 선배인데다 내게는 동아리 선배이기도 하다. 바깥의 시국이 어지럽기는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3.0’ 시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언론에게 알리지 않는 비공식 초청이다. 영국 추리소설가협회던가에서 수여하는 대거상 번역소설 부분의 수상자 윤고은 작가가 와주기로도 했다. 마지막, 김남일 작가, 내가 1994년 등단해서 알게 된 작가 가운데 이렇게나 솔직, 소박, 성실한 사람이 있을까 싶은 선배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그린 오수연 선배의 ‘황금지붕’을 가지고 발표를 해주기로 했다.그밖에도 발표자가 많았다. 이번 학술대회는 특별히 통상적인 학계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람들을 초청해서 ‘한국 어문학의 미래’를 주제로 삼아 이야기하기로 했다. 특별히 ‘미래소설’들을 다룬 세션을 둔 것도 이제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화두로 삼아 보자는 취지에서였다.일요일인 오늘 결국 대상포진으로 판명이 났다. 침인지 칼인지로 등을 쿡쿡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가급적 맨 앞자리를 지키려고 했다. 여러 생각이 났다.스무 해 가까이 어떤 과제의식에 쫓기듯 살아온 것이었다. 정체성은 자유이지만 구속이기도 하다고 밀었다. 그래도 뭔가 이뤄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긴 시간이었다. 어렵게 ‘BK21’ 지원 프로그램을 따냈지만, 중간평가에서 밀렸다.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돈이 없으면 움직이기도 어려운 오늘의 연구 환경이다.한국학 연구는 나의 터전이고, 내가 아무리 창작에 관심이 있다 해도, 떠날 수도 없고 버려서도 안되는 터전이다. 그리고 이제 막 포스트 콜로니얼조차 벗어나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게 된 참이다. 당혹스러운 상황이다.착잡한 심중에서 한 가지 생각이 인다. 이제는 나 개인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는. 연구팀이다, 학회다, 를 넘어 홀가분한 상태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든, 글쓰기든 해야 할 때라는 것.그러고 보면 놓치는 것은 얻는 것일 수도 있다. 좋은 일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듯, 나쁜 일도 모든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2024-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