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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공요금 인상 5년 새 최대… 물가부터 잡아야

지난해 서민경제와 직결된 지방의 공공요금이 최근 5년 새 가장 높게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행안부에 의하면 상하수도, 시내버스, 지하철, 택시, 쓰레기봉투 등 6종의 공공요금이 작년 한 해 동안 3.7%가 인상됐다고 한다. 2019년 3.5% 인상된 후 5년 만에 가장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2022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최고다. 그 여파로 지난해 초 5%대의 상승률로 시작한 국내 물가는 1년 내내 3%대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지난 한해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6%였다.정부의 물가관리로 3%대의 물가를 겨우 유지했지만 전기와 가스, 수도요금은 20% 이상 올라 사실상 공공요금이 물가상승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한해 서민들은 1년 내내 물가와의 전쟁을 벌여야 한 것이다.물가가 오르면 서민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실질소득이 줄어 얄팍해진 지갑으로 돈 쓸데가 없다. 직장인은 1만원으로 점심 한끼 사먹기도 힘들다. 또 물가상승은 소비시장을 위축시켜 식당 등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경제도 어렵게 만든다.정부가 물가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은 민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크기 때문이다. 그중 공공요금은 민간 물가를 자극하기 십상이어서 정부의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지난해 지방의 공공요금이 오른 것에 대해 정부는 원가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요금이 5년 새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일반 물가를 자극하고 이에 따라 서민경제가 힘들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올해도 물가불안 기조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으로 물가가 자극받을까 걱정이다. 올해도 민생 최우선 과제는 누가 뭐래도 물가다. 공공요금이 안정돼야 물가 안정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 정부는 시내버스 등 6종의 공공요금 안정에 행정력을 모아야 한다. 지방정부도 서민과 저소득층의 고통을 덜어주는 지방의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2024-02-19

‘이재명의 민주당’이 총선 목표인가

김진국 고문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52일 뒤면 총선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마음이 급한지 급발진한다. 그는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라고 말했다. 물갈이에 대한 여론은 나쁘지 않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워낙 깊어서다. 혁신하겠다는 것이니 박수를 받을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가깝지 않은 사람은 자르고, 자기 계파를 내리꽂아 당을 장악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용된다면 다르다. ‘비명’(非이재명)계는 그렇게 의심한다.민주당이 대선에서 진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누가 뭐래도 가장 큰 책임은 후보자 본인 몫이다. 국민은 후보를 보고 표를 찍었다. 민주당에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다. 그런데 이 대표 책임론은 없다. 몰래 만든 대선 백서에도 이 대표의 책임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후보를 제외하면 전임 정부 책임도 크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투표에큰 영향을 미쳤다. 국정을 잘 운영했으면 국민의 다시 표를 줬을 테고, 정권을 재창출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그런데 최근 거론된 책임론은 그것과 전혀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후보가 될 기회를 왜 주었느냐고 따진다. 왜 검찰총장으로 임명하고, 임기 중 파면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나, 불공정, ‘내로남불’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고 책임을 따지는 게 아니다.윤 대통령이 여론 지지를 받았던 건 검찰총장이어서가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불공정·내로남불과 대비돼 ‘공정’ 아이콘이 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을 만든 ‘공로’ 내지 ‘책임’은 전 정부 인사 가운데 조국·추미애 전 장관에게 가장 많다. 유인태 전 의원이 지적한 대로다.그런데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먼저 꺼낸 사람은 바로 추 전 장관이다. 그는“석고대죄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두 비서실장(임종석·노영민)이 총선을 나온다고 한다”라면서 “책임감과 정치적 양심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출마하지 말라는 말이다. 심지어 그는 문 전 대통령 책임까지 거론했다.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도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맞장구쳤다. ‘친명’ 진영의 의견인 셈이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을 방문해 “우리는 명·문(이재명·문재인)정당”이라는 말을 끌어냈다. 그러나 인사치레에 그쳤다. 공천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고 있다.‘올드보이’를 밀어낸다고 한다. 그런데 올드보이는 누구를 말하나. 임종석 전비서실장은 올드보이고, 박지원·정동영·추미애 전 장관은 ‘영보이’냐고 묻는다.여론조사도 의심받고 있다. 이 대표는 당 공식 조사 결과라며 문학진 전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문 전 의원은 “당 후보 측근을 점찍기 위한 조작”이라며 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워낙 미덥지 않지만, 조사기관 자체도 불투명하다. 하필 곳곳에서 이 대표의 측근들이 내리꽂히고 있다. 이 대표가 여기저기 직접 전화해 사퇴시킨 것도 말썽이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처신이다.도덕성 문제는 더 큰 걸림돌이다. ‘새 술’을 찾는 명분은 혁신이다. 도덕성이다. 그러나 집에서 돈다발이 발견돼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은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도 재판 중인데 출마한다. 노 의원을 포기하라고 설득할 명분이 없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에게도 할 말이 없다.이언주 의원은 7년 전 친문 패권을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갔다. 한때 극우성향까지 보였다. 이제 “함께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하자 이 대표가 받아들였다. 기준이 모호하다. 친문 부활을 막자는 건지, 경쟁자의 싹을 자르겠다는 건지.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한국 선거에서 양당의 공천은 당선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선 보증수표다. 진영대립 탓이다. 한 사람의 방탄, 대권욕을 위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2-18

혁신 활동의 공감 필요성, 왜(Why)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필자는 90년대 포스코 현장에 입사했을 즈음에 현장 혁신 활동으로 QC 분임조 활동을 하였다. 이 활동은 품질관리(Quality Control) 활동으로 회사 설립 초기인 72년대부터 진행하고 있는 활동이라 들었다. 이때만 해도 이런 혁신 활동은 본업 외의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업무다’라고 인식하고 열심히 묵묵히 활동하던 시절이었다.지금은 컨설턴트로 QSS(Quick Six Sigma)란 현장 혁신 활동을 기업에 전파하고 있고, 많은 직원에게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옛날에 비해 직원들에게 땀 흘리는 현장 혁신 활동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특히 MZ세대는 왜(Why) 자기 자신이 해야 하는지, 하고 나면 자신에게 무엇이 좋아지는지를 명확히 이해해야 하며, 필요성을 공감해야 함께 활동하는 세대이다. 사례로 구글은 ‘측정 가능한 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론’으로 OKR(Objectivekey Results) 방식’을 적용하였고 이 OKR 방식은 목표가 선명하고, 활동 후 성과에 따라 보상을 명확히 하여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을 받았다.이처럼 혁신 활동 방법론에 대한 공감도 변해야 한다. 필자는 주로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이 지구상에 살아남은 종족은 가장 강한 종족도 아니고, 가장 지적인 종족도 아닌 가장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족이다.”, 맥킨지의 ‘Creative Destruction’ 중에서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과거 방식을 고집하는 기업은 언제나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망한다.”라고 하면서 당위성을 강조하였었다.하지만 P사 임원은 왜(Why) 혁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첫째 회사의 발전, 성장이 없으면 자신에게 더 어려움이 온다. 회사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서 돈을 많이 벌고 지속 생존하여 안전한 일자리와 더 많은 급여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혁신은 지식근로자 양성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로봇처럼 단순 운전하는 일보다는 혁신을 통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근로자가 되어야 한다. 이 사람은 자긍심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더 좋은 승진·보상의 기회가 주어지며, 동종업계로 가더라도 더 좋은 일자리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셋째 혁신 활동을 통해 자신이 일하는 일터가 더 안전하게. 더 깨끗하게, 더 편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터를 후대에 넘겨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직원 관점에서 혁신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위에 필자의 설득 방법은 틀린 말은 아니나 MZ세대에게 공감을 얻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P사 임원의 말은 직원의 관점에서 설득하여 마음을 얻고 공감을 얻을 만하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왜(Why)를 외치면서 본질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때이다.기업의 흥망사를 분석하였던 지브랏의 “잘 나가는 대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나 생존 확률은 같다”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왜(Why)를 되새겨 본다.

2024-02-18

나와 너를 살리는 잠깐 멈춤

유영희 작가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반칠환(1964~)의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전문이다. 얼핏 보면 알 듯도 한데, 썩 개운하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이 시를 인용해서 칼럼을 쓴 작가도 씀바귀꽃과 제비만 언급하고 있으니, 시인이 왜 노점상 할머니나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나를 다시 걷게 한다고 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강의 시간에 이런 의문을 말하니, 칼럼을 소개한 글벗은 그 대상들이 나의 감각을 깨웠다는 뜻인 것 같다고 한다. 눈이 번쩍 뜨였다. 실제로 감각이 깨어나면 활력이 생긴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 대부분 알고 있다. 무기력하면 무감각해지고, 무감각해지면 무기력해진다.그런데 시인의 말대로 이렇게 감각이 깨어나기 위해서는 잠깐 멈춤이 꼭 필요하다. 다만,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도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을 멈춰 세울 수는 없다. 멈추게 하는 힘은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잠깐 멈춤은 개인에게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며칠 전, 지난 2021년 서울대 휴게실에서 숨진 청소 노동자의 유족에게 법원이 8천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숨진 노동자는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혼자 날랐고, 그런 노동자에게 학교 측에서는 필기시험까지 보게 했다. 학교 건물 이름을 한자로 쓰라거나, 자신이 속한 조직을 영어로 쓰라는 문제도 있었고, 건물이 몇 년도에 지어졌는지도 물었다고 한다. 일이 끝나고 회의를 할 때는 정장에 구두를 신고 오게 했다고 한다. 법원은 이런 서울대의 방침이 갑질이라고 판결한 것이다.서울대 측은 이것을 갑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울대 측이 청소 노동자에게 요구한 것은 지식인에게는 당연하고도 쉬운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엘리트의 독단일 뿐이다. 잠깐만 멈출 수 있었다면, 그래서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질질 끌고 가는 청소 노동자를 바라볼 수 있었다면 그런 요구가 당연한 것도 쉬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청소부가 맡은 일이 과중하지 않아서 퇴근 후에는 문학 작품도 읽고 정장을 입고 음악회에도 갈 수 있기에 행복하다는 동화를 문학적 상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청소 노동자에게 강제로 한자와 영어를 익히게 하고 정장을 강요하는 것은 잠깐 멈춤을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3년간 송사를 하느라 서울대도 괴로웠을 것이다. 멈추어 바라볼 줄 알았다면 괴로울 일도 없었을 것이니, 멈출 줄 알면 남만 살리는 것이 아니라 나도 산다. 이번 판결이 잠깐 멈춤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2024-02-18

밤하늘의 비행기를 보면서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봄기운이 완연하다. 경북대의 성질 급한 홍매와 백매(白梅)가 환하게 세상과 만나고 있다. 화양(華陽) 들판 마당에도 영춘화(迎春花) 노란색이 화사하다 못해 화려하다. 춘하추동 사계 가운데 유독 봄이 기다려지는 것은 분명 까닭이 있는 셈이다. 대상을 본다는 행위, 즉 봄은 우리를 전연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정령인지도 모른다. 하되, 무엇을 본다는 말인가?!저녁 산보(散步) 나갔다가 천상에서 세 대의 비행기가 삼각 편대를 이루고 남쪽 창녕으로 날고 있음을 본다. 드문 현상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새삼스러운 장면으로 남는다. 그럴 즈음, 남산 하늘 한편에 작은 불꽃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다른 비행물체가 천상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비행체는 망설임 없이 신속하게 하늘을 주름잡고 내게 날아온다.비행기는 서둘러 오리온자리 사각형 좌측(左側) 상단(上端) 모퉁이를 직선으로 관통하여 나의 정수리 위를 지나간다. 나는 손을 흔들며 비행기를 전송한다. 비행기의 좌측 위쪽으로 상현(上弦)의 환한 월광이 천상을 감싼다. 여기서 궁금증이 솟구친다. ‘저 비행기 승객 가운데 누가 오리온자리와 반달과 지상의 나를 보고 있는가?!’지상의 낮은 곳에서 비행기와 별과 달의 세 가지 대상을 보면서 나는 사유를 진척하고 있는데, 훨씬 높은 고도의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과 나 사이의 뛰어넘을 수 없는 경계를 생각하다가 문득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나가르주나(용수 보살)의 인식과 사유로 생각이 달려간다. 아, 삶이란 얼마나 신비한 것이냐?!양자 물리학 연구자이자 서책의 지은이 카를로 로벨리는 인도의 중관(中觀) 사상 대표자 나가르주나를 인용하여 사유와 인식의 지평을 확장한다. 나가르주나의 ‘공(空)’을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물은 자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른 어떤 것 덕분에, 다른 것의 결과로, 다른 것과 관련하여, 다른 것의 관점에서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비어 있다.”양자 물리학자의 설명으로 나는 지난 4년 나를 결박한 ‘오온개공(五蘊皆空)’의 족쇄에서 벗어난다. 관자재보살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오온(五蘊)이 왜 모두 공하다고 했을까, 하는 미해결의 과제를 하나의 문장으로 풀어낸 나가르주나를 소개하는 이탈리아 출신 물리학자라니! 일상적인 행위에 담긴 비자립성과 상호의존성 그리고 인과율과 상호 연관성으로 오온의 실체에 담긴 ‘공’의 본질을 포착하고 깨우치는 아름답고 절제된 문장!여기서 나아가면 아인슈타인의 물음이 문득 유치해진다. “내가 달을 보고 있지 않다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당연한 이야기다! 달을 보고 있는 나는 우주를 구성하는 숱한 사물 가운데 하나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달 사이의 인과성과 의존성 그리고 연관성을 뛰어넘는 대승적인 철학적-인간학적 통찰이 슬며시 다가온다.관계와 역사적 맥락을 제외하면 우리는 우주의 먼지와 다르지 않다. 고로, 우리는 이미 공한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것을 밤하늘 비행기가 전해주며 날아가고 있었다!

2024-02-18

與 TK 4곳만 현역공천, 대규모 물갈이 예고

4·10 총선 공천 신청자 면접을 끝낸 국민의힘이 18일 대구지역 단수공천자를 마지막으로 발표하면서 최종 대진표 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날 면접을 진행한 대구·울산·부산·강원지역 공천결과를 발표했다. 대구에서는 3선의 윤재옥 원내대표(달서구을)와 재선의 추경호(달성군) 전 경제부총리를 단수공천했다. 이로써 TK지역은 이미 공천이 확정된 경북의 이만희(영천·청도)·정희용(고령·성주·칠곡) 의원과 함께 모두 4명의 현역이 공천심사를 통과했다. 선거구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안동·예천선거구와 영주·영양·봉화·울진 선거구, 의성·청송·영덕 선거구의 단수공천자 발표는 미뤄졌다.4곳을 제외한 대부분 TK지역은 국민의힘 현역과 도전자간(2~4파전)의 경선구도가 확정됐다. 단지 일부 지역구는 전략공천을 배제할 수 없다. 경선은 일반국민 1천명 여론조사와 선거인단(당원 50%, 일반국민 50%)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TK지역은 이번 총선에서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예상된다. 지난 총선에서 기록한 64% 물갈이를 넘어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 지역에서 얼마나 새 인물을 등용하느냐가 ‘정치인 한동훈’의 과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현역교체 비율이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 특히 상당수 TK지역구는 ‘현역’대 ‘용산’ 대결구도가 형성돼 공천후유증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국민의힘 공관위는 공천이 처음 계획한 대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언한 대로 객관적 기준과 데이터, 점수를 가지고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이 현재까지 발표한 공천결과를 보면, 일단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낙하산 공천 논란은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공천 잡음이 커질 수 있는 뇌관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시스템 공천의 성패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현역의원 물갈이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데다 전략공천 발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2024-02-18

결혼은 선택?

우정구 논설위원 얼마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은 “결혼은 반드시 해야한다”는 물음에 30%만이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도 같은 질문에 73.2%가 긍정적 대답을 한 것과 비교하면 11년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전국 초중고생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여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결혼관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결혼이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라면 인구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히 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0년 후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유소년 인구보다 7배나 많아질 것이라 했다. 현재의 인구구조 추이를 근거로 한 조사 결과지만 우리나라 청소년의 결혼관과도 무관하지 않은 예측으로 짐작할 수도 있다.인구증가와 국가경제 성장은 비례한다. 특히 생산가능 인구인 젊은층의 인구증가는 국가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 경제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생산가능인구 1%가 감소하면 GDP는 약 0.59%가 줄어든다. 지금과 같은 인구 추세라면 2050년 우리나라 GDP는 2022년보다 약 28%가 떨어질 것이라 했다.국내총생산인 GDP는 한 나라의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동안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여 합한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발전을 가늠하는 척도다. 지난해 한국의 GDP는 1조6천억달러로 세계 13위였다. 2021년보다 3단계가 하락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청소년의 결혼관부터 바꿀 국가 차원의 획기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국가적 인구소멸 위기감을 청년 세대도 공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18

대구 중구 인구유입률 전국 1위, 유지가 관건

대구시 중구가 23년 만에 인구 9만명선을 회복했다. 1980년 인구 21만8천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대구 중구 인구가 2022년도에는 7만7천명까지 떨어졌으나 작년 처음 반등세로 돌아섰다는 것.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중구의 인구는 전년보다 8천865명이 늘어나 인구 순유입률 10.6%를 기록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위다. 올 들어 지난 14일에는 중구 인구가 9만5명을 기록하면서 2001년 이후 23년 만에 9만명선을 처음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중구청은 중구의 인구가 이같이 늘어난 것은 원도심을 활용한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재개발, 재건축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된 결과로 풀이했다. 내년에는 인구 1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했다. 현재 중구에서 진행 중인 재건축·재개발사업 규모가 22곳 1만여가구에 이르러 사업이 완공되면 가능도 하다는 해석이다.그러나 재개발과 재건축만으로 인구가 지속 증가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대구 중구의 인구 감소는 원도심의 낙후와 도심공동화, 부심권 발달에 따른 인구 이탈 등이 원인인데 아파트만 짓는다고 인구가 계속 늘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인구 유입도 자연스레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중구의 상업 시설이 빠진 자리에 주상복합 아파트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 중구의 상권이 오히려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한다. 중구의 최대 장점인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대구시가 현재 추진 중인 동성로 활성화 프로젝트가 제대로 이뤄져 대구 중심지 상권이 살아나야 인구 회복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인구 증가에 걸맞는 문화·복지 등 각종 정주시설을 확충하는 등 중구의 정주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도 주문했다.특히 상업시설 활성화를 위한 주차난 해소에 대한 집중 투자도 지적했다. 유입된 인구 정착을 위한 행정당국의 다양한 정책이 병행돼야 비로소 인구유입 효과를 지속 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4-02-18

‘건국전쟁’ 열풍의 의미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영화 ‘건국전쟁’이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개봉 보름이 지나 관객 50만을 넘어 다큐영화로는 드물게 큰 흥행을 보이고 있다. 필자도 소문을 듣고 몇 일 전 관람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옆에 있는 아내는 계속 울고, 영화가 끝난 후 관중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이러한 열풍과 돌풍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동안 특히 진보정부아래에서 이승만은 폄하되었고 심지어 런승만이라고 하여 6·25전쟁 당시 비겁한 대통령으로 포장한 것은 진보정부였다. 진보파 영화로 다큐 영화가 많이 생겨날 때 ‘건국전쟁’같은 진정 역사를 바로 알고 애국적인 다큐영화가 돌풍을 일으키는 현상은 참으로 주목할만하다.영화를 관람한 많은 관객들이 감동을 받고 박수를 보낸 것은 위대한 업적을 이룬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너무나 역사적으로 푸대접을 받아왔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의 업적에 대한 감동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다큐 영화 ‘건국전쟁’은 소중한 현대사 교과서로 손색이 없는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김덕영 감독은 이를 위해 3년반을 자료 수집의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이승만 전 대통령과 건국과정에 대해 왜곡되어 있거나 잘못 알려진 내용을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바로잡아 주고 있다. 우리의 현대사 교과서는 학생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남한에서는 반공이념으로 인해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대한민국정부수립의 탄생 자체를 폄훼해 왔다.한반도 분단과 관련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1946년 6월 ‘정읍발언’을 들어 이승만 책임론을 거론하는 내용도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하다.그러나 다큐 영화 ‘건국전쟁’은 남한과 북한의 초기 내각 명단을 비교해 오히려 북한이 친일파를 더 많이 기용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또한 이 영화는 한강 인도교 폭발과 관련해 피난을 가던 주민들이 다수 사망했다거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신은 도망가면서 국민들을 향해서는 국군들이 선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방송을 했다는 소위 ‘런승만’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다.한국전쟁 막바지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반공포로를 석방은 이승만의 신의 한수로 여겨진다.미국을 당황하게 만들고 한국전쟁 종식을 공약한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경제원조 등을 이끌어 낸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히게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관련해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또한, 국내외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사실에 기반한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한 제작자의 의도가 잘 반영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작년에 고교 졸업 50주년 기념으로 단체 부부여행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관람한 후 화진포로 이동하던 기억이 떠올랐다화진포에서 한국 건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별장을 관람하고, 그리고 김일성 별장이라는 곳을 관람하게 되었다.이승만 별장을 구경하면서 생각보다 낡은 모습의 별장이 유지되는 것은 과거의 역사를 구현하는 것으로 이해했으나,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듯 관리 자체가 부실해 보였다. 옛 역사를 구현하려면 어쩔 수 없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김일성 별장을 관람하면서 바뀌어 갔다. 그곳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남북한 교류의 사진들과 홍보로 가득하고 이승만 별장보다는 훨씬 최신식 건물로 지어져 있었다. 과거 역사의 건물이라기보다는 홍보관 같은 느낌이었다. 왜 김일성 별장으로 명명하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옛날 모습이 구현되지도 않았고 구현할 필요도 없는 건물이 김일성 별장으로 명명돼 있었다. 누구에 의해서 어떤 정부에 의해서 이런 건물이 세워지고 이렇게 명명됐을까?참으로 그러한 명명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캐나다 선교사들의 예배당으로 명명하는 게 맞지 어떻게 김일성 별장으로 이름을 지었을까? 김일성이 잠시 머물렀다고 하여 김일성 별장으로 명명하는건 정치적 상업적인 냄새가 너무 나는듯했다. 실제로 당시 모습도 구현되지 않았고 남북교류의 홍보물로 가득한 건물이었다.진보정권 시절인 2005년 새단장을 하고 그 예배당을 김일성의 별장이라고 명명했다고 하는데 전쟁의 원흉인 김일성을 기념할 아무런 이유도 없어 보였다. 이승만 별장은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습한 냄새 나는 건물로 남겨두고, 김일성 별장은 에어컨이 돌아가는 시설로, 두 별장은 운영조차 차별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일반인들이 별칭으로 김일성 별장이라고 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공식 명칭을 그렇게 부르는 건 역사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의 원흉 김일성을 그렇게 대접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영화 ‘건국전쟁’의 열풍의 의미는 이제 더 이상 한국의 건국 대통령을 소위 진보파들이 폄하하지 말라는 대 반격의 신호로 보인다.공과가 있을 때 과만을 크게 부각하고 한국의 건국을 부정하는 진보파들이 설자리는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한다.우리는 자유대한민국의 뿌리를 견고히 찾아야 한다.‘건국전쟁’의 열기는 이제 이러한 우리의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고 있다.

2024-02-18

반기문 전UN사무총장의 호소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얼마 전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짧은 연설을 듣게 되어 옮겨 보고자 한다. 이 글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용인시에서 강의한 내용으로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발전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고,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말씀이다.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지금 Global Boyling(뜨거워서 펄펄 끓는 지구)시대를 살고 있다. 탄소중립, 기후위기에 대한 적절한 장치를 갖추고 살아야 한다. 시민들에게 Climate friendly한 삶을 살고 실천하기를 당부한다.반 사무총장은 UN사무총장 10년 재임기간 업적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을 꼽으라면 다음 네 가지라고 했다.첫째,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파리기후협약 체결. 둘째,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지속가능하게 잘살아갈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한 지속가능발전계획 17가지 선포. 셋째,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기초를 마련하고 청소년 특사 제도를 제정. 넷째, 여성의 공평한 지위부여와 지위향상.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지구가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UN 역사상 UN193개 회원국이 한마음 한뜻이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후딱 2번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첫째는 지속가능발전 채택이고, 두 번째가 기후변화협약 채택이라고 한다.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없앨 수 있는 것이 기후변화다. 어느 누구도, 어떤 나라도 자연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나 나라는 없다고 했다.북극이 녹고 있고, 남극이 녹고 있다. 얼음 산 남북극이 산업혁명 후 배출된 매연으로 인해서 지구가 더워지기 시작해 지금은 남북극이 녹고 있다. 2000년까지 해수면이 60cm-2m 상승했다. 당장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인간이 지구에 살 수가 없게 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수도를 옮긴다. 피지는 나라를 옮긴다.태양에서 오는 열이 땅에 부딪혀 복사열이 생기는데 이 복사열이 하늘로 올라가서 없어지면 땅의 열이 내려가는데, 산업혁명 후 발생한 매연으로 인해 하늘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매연 층에 부딪혀 다시 땅으로 내려와 지구를 달구게 되어 지구 온난화 현상이 생겼고 지금은 글로벌 보일링(펄펄 끓는) 상태가 된 것이다.우리가 만일 2050년까지 1.5도 이내로 지구 온도 상승을 막지 못하면 인류에게는 희망이 없어진다. 이것은 UN기상전문기구로 2천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나온 경고다. 현재 이미 1.15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비상사태다. 이제 남은 0.35도를 가지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만들어야 한다.우리나라는 부자로는 세계 13등이나 탄소 배출로는 G7(7대 강대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4번째로 2030년까지 2018년 기준 탄소를 4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선언했다. 그리고 국회에서 입법을 하여 법제화를 했다. 그러나 실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산업체나 시민들이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 전체 탄소배출을 100이라고 할 때 탄소 12%가 포스코 한 회사에서 나온다. 두 번이나 포스코를 찾아가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하고 설득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게 했다. 석탄 공법에서 수소 공법으로 바꾼다.현대자동차도 회장을 만나서 현대자동차 “이렇게 하면 희망이 없다”고 설득하여 2035년까지 전부 전기자동차로 만들기로 했다. 2035년이 되면 현재 상태로는 하나도 수출을 못하게 된다.국제사회가 특히 유럽, 미국 이런 선진국에서 탄소가 1%라도 들어가면 과도한 세금을 부담시키기 때문에 할 수없이 현대자동차가 2035년부터 전기차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모든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를 쓰겠다고 선포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청년들의 장래가 없다. 젊은 여러분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장, 군수를 뽑을 때 기후위기에 대한 정확한 의지가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2019년 UN총회에서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각국 정상들 앞에서 “나는 절대로 UN과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내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 기후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빨리 해결하라!” 하고 호통을 쳤다. 우리 젊은이들이 이러한 기개를 가져야 한다.앞으로 100년 내에 대 멸종(Mass Extinction)이 온다. 모든 생물의 70%가 없어진다. 과거 5차 대멸종은 6천500만 년 전에 있었다. 공룡이 다 죽었다. 인간이 없어질 수 있다. 인간의 역사 30만년도 채 안되는데 100년 안에 멸종하면 억울하지 않은가? 여러분의 책임이고 우리의 책임이다. 젊은이들 여러분이 실천해서 기후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시민 개개인의 생활 태도, 습관을 바꿔야 한다. 수돗물 한 방울 종이 한 장이라도 낭비를 없애야 한다. 에너지와 관련해서 모두가 청정에너지를 써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도록 솔선수범해야 한다. 우리의 모든 생활을 Climate Friendly(기후 친화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지속가능한 세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기후위기부터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2024-02-18

낙하산 공천의 셈법

홍석봉 대구지사장 윤석열 대통령은 4·10 총선 공천 심사를 앞두고 ‘공정한 공천’을 강조했다. 정부 고위직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특혜를 바라지 말라”고 했다. 용산 출신도 예외는 없다는 입장이다. 윤심 공천 논란으로 공천 탈락후보들에게 공격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다.인요한 전 비대위원장도 ‘용산 공천’에 대해 “그것은 스스로 죽는 것.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여야의 4·10 총선 공천 작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텃밭인 TK(대구·경북)의 국민의힘 공천신청자들은 16, 17일의 TK후보자 면접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이번 TK 총선의 관심사는 ‘용산발’ 낙하산 공천 여부다. 윤석열 정부와 여권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TK 지역에 전략공천을 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첫날 국민의힘 공천신청자 면접 후 3선 이상 중진들의 지역 재배치가 이슈가 됐다. 부산·경남(PK)에선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됐다. 험지가 없는 TK가 문제였다. 당사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공천관리위원회가 바로 다음 날 한발 물러섰다. 지역구의 인위적인 재배치는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에도, 선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작용했다. 이제 TK 공천신청자들의 눈과 귀는 공관위의 불출마 종용과 컷오프로 향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화로 불출마를 종용한 방식이다. 어떤 형태든 교체지수가 높고 지역내 여론이 좋지 않은 현역들은 걸러내야만 하는 판국이다. 물갈이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현역 컷오프는 공천 기준만 지켜 시행하면 별 문제가 없다. 중요한 것은 컷오프 이후다. 현역 의원이 물러난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는 복잡한 셈법이 적용된다. 심사를 기계적 잣대에만 맞출 수는 없을 터다. 용산발 낙하산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검찰과 고위 공직자 출신 비중도 감안해야 한다. 탈락자가 개혁신당으로 옮기거나 무소속 출마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용산은 여당이 다수당이 되길 굴뚝같이 바랄 것이다. 국정 동력을 확보하면 가장 좋다. 하지만 과반 의석에 못 미치더라도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한 국회 기반은 필요하다. 용산 출신이 요소요소에 포진하면 국정 운영이 한결 수월할 수 있다. TK 전략공천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TK에는 대통령실 참모진과 고위공직자 등 10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전략공천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그래야 후유증도 적고 국민의 지지도 이끌어낼 수 있다.TK에는 3선 이상 중진과 초·재선 국회의원이 적절하게 조합된 균형 잡힌 판을 짜야 한다. 총선 때마다 되풀이한 파행 공천과, 낙하산 공천을 배격해야 할 것이다. 지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천이 돼야 한다.지난 21대 총선 참패의 원인이 된 ‘진박 공천’의 치욕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TK가 공천 희생양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이 필요하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강조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기대한다.

2024-02-15

DGB금융 회장, ‘수도권 중심주의자’는 곤란

김태오 회장의 뒤를 이을 DGB금융그룹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이 곧 마무리된다.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그저께(14일) 차기회장 후보군으로 황병우 대구은행장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 3명을 확정했다. 내부 출신 황 행장과 시중은행 경영 경험을 가진 외부인사들 간의 3파전 경합구도가 됐다. 후보자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시중은행 CEO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된다. 약 4주간의 최종후보군 검증기간 동안 외부인사들이 잇따라 후보직을 고사하면서 유력한 차기회장으로 거론돼온 황 행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경영 전문가다. 대구은행 금융경제연구소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이후 DGB경영컨설팅센터장, 그룹 미래기획총괄 겸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냈다. 외부출신 후보는 모두 시중은행 경영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권광석 현 우리금융캐피탈 고문은 우리은행장을 지냈고,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은 2013년 국민은행장 직무대행 경험이 있다.이들은 향후 2주간 최종후보자 선정 프로그램에 참여해 종합적인 경영 역량을 추가로 검증받아야 한다. 프로그램 내용은 CEO급 외부 전문가 일대일 멘토링, 사업계획 및 비전 발표로 구성돼 있다. 차기회장이 이달 말 내정되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 3월 정기주총에서 최종선임이 확정된다.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DGB금융 차기회장의 책임은 막중하다. 회추위에 우선 주문하고 싶은 것은 대구·경북이 뿌리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성공적인 시중은행 전환을 이끌 후보를 낙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을 예로들면 특정지역의 변함없는 지지세가 있어야 강한 생명력을 가지듯이, DGB금융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중심주의 가치관을 가진 CEO가 차기 수장이 될 경우, DGB금융은 자칫 충성도로 다져진 대구·경북 고객을 외면해 버리는 ‘무례(無禮)’를 범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이 지난해 지주사를 설립하면서 본사주소를 서울로 옮겼다가 아직도 포항시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2024-02-15

연두색 번호판

우정구 논설위원 올해부터 법인이나 관공서 등에서 고가의 차를 구입하면 연두색 전용 번호판을 달도록 하는 제도가 생겼다.국토교통부는 고가의 슈퍼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놓고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법인 등이 8천만원 이상의 차를 구입하면 연두색 번호판을 달도록 조치한 것이다.이에 따라 올 들어 전국적으로 1천661대의 차가 연두색 번호판을 달았고, 대구와 경북에서도 120대의 법인 차가 연두색 번호판을 단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은 많지 않아 낯선 번호판을 보기가 쉽지 않다.작년까지만해도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하면 차량 구입비와 보험료, 유류비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고 연간 최대 1천500만원까지 경비 처리도 가능했다. 이런 점을 이용해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해 놓고 실제로는 회사 대표 가족 등이 차를 몰고 다녀 사회적 물의가 잦았다.연두색 번호판의 개시로 이같은 사적 이용이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제도 정착에는 의문도 없지 않다. 제도 시행을 하면서 기존의 법인 차량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았던 점 그리고 일부 법인에서는 제도 시행전 서둘러 차량을 구입해 제도 시행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있다.또 8천만원 이하 중·저가 차량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법인 차의 사적 사용이 사실상 제한적이란 평가도 있다.정부는 제도를 소급 적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회적 자율규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다고 밝혔으나 정부 기대만큼 자율 분위기 조성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부작용은 보완하고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15

경북형 분산에너지, 지역경제 성장 견인하길

경북도가 오는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에 대비해 경북형 분산에너지 모델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분산에너지란 에너지를 사용지역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하의 발전설비를 말한다. 특별법에는 중앙집중식 전력시스템의 한계 극복을 목표로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지역별 전기요금제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경북도는 특별법에 근거해 전력 설비가 많은 경북지역의 특성을 살린 경북형 분산에너지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용역을 통해서 특화지역 개념을 정립하고 특화지역에 대한 전력수급 계획과 신사업 모델,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까지 검토할 예정이다.특히 원자력 발전소가 집중된 경북의 특성을 반영한 경북형 분산에너지 모델을 만들어 지역민이 저렴하게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값싼 전력을 바탕으로 기업 유치에도 공을 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경북은 국내 25기 원전 가운데 12기가 집중돼 있고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확장 가능성도 높은 곳이다. 앞으로 울진 신한울 원전 건설이 재개되면 전력자급률을 더 높일 수 있다.현재 경북의 전력자급률은 200%가 넘는다. 전력을 많이 쓰는 서울의 11%, 경기도 62% 등과 비교해 볼 때 월등히 높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지역 내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역에 판매하고 남는 전기는 전력업자를 통해 타지역으로 판매할 수도 있게 된다.경북은 그동안 에너지 분권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북형 분산에너지의 모델이 지역발전을 선도할 수 있게 잘 만들어져야 한다. 전력 생산이 높은 경북지역 산단이 전기 부족으로 기업 유치에 애로를 겪는 모순은 앞으로 사라져야한다.특히 전력설비가 많은 지역으로 기업이 스스로 찾아와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 체계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분산에너지 사업의 최적지라는 장점을 살리는 경북형 분산에너지 모델 개발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2024-02-15

끝나지 않은 ‘건국전쟁’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세간의 화제다.이승만이란 인물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이념이나 정파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대한민국을 건국한 국부(國父)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보다는 독재자에다 미제의 앞잡이요 친일파로 매도하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지금 상영 중인 영화 ‘건국전쟁’이 화제인 것은 바로 그런 대다수 국민들의 인식에 상당한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조선이 패망하고 일제의 식민지를 거쳐 대한민국이 탄생하는 과정에 이승만이라는 걸출한 인물의 등장은 한편의 영웅신화를 연상케 한다.무엇보다 그는 한반도 오천년 역사에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한 사상가요 지도자였다. 그가 아니었으면 남한의 해방정국은 지리멸렬 분쟁을 하다가 결국 김일성의 적화통일 야욕에 휩쓸리고 말았을 것이다.그러지 않아도 6·25 남침으로 패망직전까지 간 것을 이승만의 활약으로 겨우 막아내지 않았던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기까지 이승만은 혈혈단신 적진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장수와 같았다. ‘건국전쟁’이라는 영화의 제목도 그래서 붙여진 게 아닐까 싶다.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지만, 자유대한민국의 기반과 초석이 되는 어느 것도 이승만을 통해 나오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정부의 수립과 시장경제체제 도입을 기반으로 안보를 확보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사유재산제도를 일반화한 농지개혁법 시행, 초등교육 의무화와 해외유학 장려 등의 교육개혁으로 80%의 문맹률을 22%로 낮추었고,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지원과 원조를 이끌어 냈으며 충주 비료공장, 문경시멘트, 원자력발전 기획 같은 경제적 기반도 마련했다.대한민국 국민 중에 이승만 대통령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의 업적을 알고 기리기는커녕 대다수 국민들이 혐오와 저주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막힌 노릇인가. 그렇게 된 제일의 원인은 그가 투철한 반공주의자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잔재하는 좌경화 세력들이 끊임없이 세뇌하고 선동한 결과였다. 특히 교육계에 침투한 좌파 운동권 세력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사상을 주입하여 국민 대다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좌경화 된 것이다.대한민국의 완전한 건국은 통일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다. 거기에 이르는 길은 아직 멀고 험해 보인다. 그러나 절실한 염원과 굳은 의지가 있고 부단한 노력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번 4월의 총선은 그 과정에 놓인 한 고비가 될 것이다. 좌파 정권에 의해 와해의 길로 들어섰던 자유민주주의 정체를 수호하고 재정비한다는 의미에서 제2의 건국이 될 수도 있는 선거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건국전쟁이지만 예감과 징조가 나쁜 것은 아니다. 아무쪼록 이승만 대통령의 정신과 업적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이 국민들의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하나의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4-02-15

세시풍속의 변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설 연휴를 가족들과 보내고 이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니 그 며칠간의 모습들이 잔잔한 기억으로 가라앉는다. 차례상도 간소하게 하였고 떡국 올려서 조상님께 한해의 복을 빌어보았다. 자식들에게 세배를 받으며 덕담도 해주고 깨끗한 봉투에 마련해 둔 세뱃돈을 주고 보니 또 한 살 더 먹었다는 세월을 가늠해 보기도 한다.옛 같으면 형제자매가 설날에 다 모여 북적대며 즐거웠을 텐데 가족 수가 줄어드는 요즈음 그나마 모두 자기들의 생활을 찾아 훌쩍 떠나버리면 허전한 가슴엔 때때옷 입은 손주들의 웃음소리만 귀에 아른거릴 뿐…. 더욱이 이웃 어른을 찾아뵙고 세배를 드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옛날 설날에는 가족들 모두 모여 앉아 윷놀이도 하고 밖으로 나가 들판에서 연날리기도 했었지만 이제 모두 바빠서인지 세시풍속을 즐겨야 할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힘이 든다. 전통 명절이 조금씩 쇠퇴해 가는 느낌이다.14일은 밸런타인데이(St. Valentine’s Day)- 여자가 남자 친구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는 날, 근래 들어 청소년들 사이에서 새로운 세시풍속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유래는 3세기경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병사들은 황제의 허락 없이는 결혼할 수 없었는데,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안타깝게 여긴 성인 발렌티노는 몰래 결혼식을 주례해 주었으며 그 죄로 처형을 당했고, 그 후 순교한 이날을 축일로 기념해 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일본에서 유입됐다. 조선시대에도 ‘연인의 날’이 있었고 경칩(驚蟄)과 칠석(七夕)이 우리의 풍속이다.밸런타인데이에 주로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도 1936년 일본의 어느 제과업체가 광고하고 나서라고 한다. 요즘이야 연인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친구나 가족에게도 뜻있는 선물을 하며 새로운 세시풍속이 되고있는 현실이니 농경사회의 뿌리 깊은 전통을 융합해 가며 청소년들의 감각에 맞는 명절로 자리하는 것도 나무랄 수 없겠다. 이날을 계기로 3월 14일은 남자가 여자에게 답례하는 ‘화이트데이’가 있고, 또 4월 14일은 위의 두 날을 기념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짜장면을 먹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블랙데이’도 있다. 이러한 날들이 마케팅 목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비난도 받지만 젊은이들 사이에는 매달 14일에 이름을 붙여 ‘포틴 데이’로 즐기고 있다고 한다.또 24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라 이것을 숨기려 했다는 ‘일본 음모론’도 있지만 겨울을 보내는 음산한 계절에 사랑을 담은 꽃다발을 건네며 달콤한 초콜릿을 선사하는 맑은 마음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 작년 밸런타인데이는 코로나의 사회적 거리가 해제되어 마스크를 벗은 날이었고 올해는 전국 곳곳이 20도 안팎으로 역대급으로 더운 밸런타인데이가 되어 홍매도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이제 입춘첩을 붙여둔 문간에 봄비가 내리고 햇살 받는 창가에 동백꽃 향기가 넘치면 각급 학교의 졸업식도 있고 3월의 개학 준비도 해야겠지…. 세시풍속은 해마다 일정한 시기가 되면 전통대로 반복 거행하는 의례적인 생활행태이지만 세월 따라 조금씩 변하며 새로운 것이 탄생하기도 한다.

2024-02-15

[기고] 난세의 영웅, 대한민국의 국부 이승만

김소현 경주시의원 ‘건국전쟁’영화가 지난 1일 개봉 이후, 2주도 안돼 박스오피스 2위, 누적관객 38만명을 돌파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던 대한민국 건국과 이승만 대통령의 역사를 다룬 객관적인 사실 기반의 영화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고 살아가야 하는 미래세대와 대한민국 정치가 리셋(reset)되기를 바라는 이들은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역사적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현재 대한민국의 젊은 층들은 한국정치를 바라보며 저마다 ‘자기의심’을 하기 시작했다.지금도 이승만정권 타도라고 외치는 북한 공산정권과 진보라 일컫는 전교조, 주사파 및 운동권들이 만든 역사적 프레임, 언론 및 교육의 테두리에 갇혀있다가 어느 날 문득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내가 배운 것이 맞는 걸까?’‘내가 믿어 왔던 것을 의심하는 것이 맞을까?’‘내가 지금까지 배운 것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이는, 그 너머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합리적 사고의 시민들이 움직이고 깨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는 그동안 알고 있던 것, 배우며 사고했던 것들이 모두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직면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극심한 국민 갈라치기와 이념적 배타성이 팽배한 한국사회에서는 결코 쉽지않다는 것도 비극적이다.그럼에도 왜곡된 역사와 그동안 내가 믿고 있었던 신뢰의 체계에 직면하는 ‘자기검열’의 시간은 진정한 애국심과 공명심을 가진 국민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 더 이상 경제 민주화, 지식의 민주화를 외치는 변질된 반대한민국 사상으로 문화세뇌를 시키는 좌파세상이 대한민국의 주류층이 되게 놓아둘 수는 결단코 없지 않은가.이제는 대한민국의 기반이 되는 사상과 건국의 뿌리, 근․현대화 및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으로 나라를 일으켰던 시대적 소명의 지도자들을 새롭게 만나야 한다.영화‘건국전쟁’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건국 과정의 배경이 그토록 치열하고, 경이로웠던 것은 시대적 소명을 가진 절대적이고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지도자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홀로 외로이 두었던, 지난 시간에 가슴이 먹먹할 정도의 애통함과 미안함을 불러일으킨다. 짧지 않은 101분의 러닝타임이 주는 몰입의 힘은 실로 굉장하다.우리가 살고있는 이 땅, 대한민국의 많은 동료 시민들이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영화‘건국전쟁’을 반드시 관람하길 염원한다.

2024-02-15

공부에 때가 따로 있을까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인공지능 AI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앞서 이끌어가는 첨병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인간의 소외와 고통에 더욱 그림자를 드리울 흉물이라는 부정적인 예측이 함께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그게 무엇이든 알아야 한다는 것. 제대로 배워 깨우친 다음에야 분석과 예측이 가능하고 활용이든 거부든 결정이 된다.사람은 언제까지 배워야 할까. 6세에 시작하는 교육과정을 16년 정도 거치며 어른이 된다고 이해하였다. 초-중-고-대로 이어지는 교육모델은 충분했을까. 근대적 교육개념이 정리되기 시작하던 아주 초반에 만들어졌다. 구한말 교육개혁을 시도했던 이래 일제를 거쳐 해방 후 1951년에 이 학제가 교육당국에 의해 정책적으로 결정되었다.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기본골격은 아직껏 그대로다. 그러는 사이 세상은 변하였고 우리 사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대학을 나오는 청년들은 어떤 미래를 기대하는가. 획득한 학사학위는 그들의 삶에 어떤 약속을 하고 있을까. 20대 초중반에 대학교육을 마치면 앞으로 펼쳐질 60년도 넘을 여정에 충분한 준비가 된 것일까. 무엇인가 더 배워야 할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당연히 더 배워야 한다.빌게이츠(Bill Gates)는 그의 책 ‘The Road Ahead(미래로 가는 길)’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상의 투자는 바로 ‘교육’이라면서 ‘교육의 목표를 학위를 받는 것으로부터 평생 배우는 일(Lifelong Learning)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유네스코(UNESCO)는 통합적 평생교육을 21세기 교육의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아 산하에 평생교육원(UIL)을 두고 성인 교육에 방점을 둔 국제적인 재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독일 시민들은 이미 평생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교육적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미국은 지역 대학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시민들이 끊임없이 교육의 기회를 가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정교한 평생교육제도의 구축’을 핵심 교육정책 목표로 삼고 국민 모두를 위한 평생교육을 구현하려 시도하고 있다.우리는 어떤가. 지역에는 평생교육을 지원할 어떤 자원들이 있는가. 평생교육은 이제 정부 교육당국에만 의존할 수도 없게 되었다. 지역에서 실질적인 평생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대학이 나서야 한다. 대학이 해야 할 일들이 여러 가닥이지만 소재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의 발전을 가져올 가장 좋은 통로는 평생교육이다. ‘지역협력’ 슬로건을 슬기롭게 구현할 방법도 평생교육이 아닌가. 언제까지 지역에 존재하면서 정부의 지원만 바라보며 지낼 것인가. 소규모로 진행하는 문화교실 성격의 연성(軟性) 평생교육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본격적인 지식습득이 일어나고 실질적으로 다시 배우는 경성(硬性) ‘평생교육’이어야 한다.대학이 지역사회와 공존상생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발전에 기여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 낼 열쇠는 ‘평생학습’에 있다. 대학이 언제까지 20대 청년들만 가르칠 것인가.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하는데.

2024-02-14

여당의 공천 교통정리, TK에서도 시작됐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 공천 신청자가 몰린 서울 일부 지역구에 대해 ‘후보 재배치’를 검토하면서, TK(대구·경북)지역도 어떤 방식으로든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그저께(13일) 공천 신청자 면접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서울 중·성동을 등 일부 지역구에 대해 후보 재배치를 하겠다고 했다. 중·성동을 지역구는 하태경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중진급 의원 3명이 공천 신청을 한 곳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강세 지역에서 오래 봉사해 온 중진들은 자체적으로 굉장한 힘을 갖고 있어 그 힘을 우리가 이기는 데 잘 쓰려면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PK(부산·울산·경남)지역의 경우, 이미 후보 재배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3선 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민주당 김정호 의원 지역구인 김해을에, 5선 서병수(부산진갑) 의원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갑에, 3선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은 민주당 김두관 의원 지역구인 경남 양산을에 도전하기로 했다.TK의 경우에는 PK지역과 달리, 후보재배치 방식이 아닌 불출마 종용, 또는 컷오프 방식으로 물갈이 비중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공관위는 개인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현격하게 낮은 현역의원을 유력한 교체후보로 지목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TK지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국민의힘 TK지역 공천신청자는 대구 44명(3.7 대1), 경북 68명(5.2 대1)이다. 신청자가 많은데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총선 때마다 공천 후유증이 심각하다. 당 공관위가 ‘시스템 공천’ 원칙을 밝히며 인위적 물갈이에 선을 그었지만, 혹시라도 전략공천 잡음이 나오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특히 TK지역 공천은 한동훈 비대위의 ‘개혁공천’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에 탈락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4-02-14

청도 소싸움의 운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문화재청이 ‘소싸움’을 올해 새롭게 무형문화재 지정 대상에 포함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매사냥, 울산쇠부리소리 등 8종을 신규 조사 대상으로 발표했다. 그러자 동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동물 학대 지적을 받는 소싸움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전통 보존이 아닌 학대라고 주장했다. 깜짝 놀란 문화재청도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동물 학대 논란은 ‘투우 경기’가 국기(國技)로 되어 있는 스페인에서도 일고 있다. 스페인의 식민지배 영향으로 투우 경기가 열렸던 중남미의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에서도 중단 사례가 잦다고 한다. 잔인하게 소를 죽이는 경기가 비윤리적이며 동물권을 침해한다는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동물권’은 1975년 윤리철학자인 피터 싱어에 의해 시작됐다는 것이 통설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도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개념이다. 불교에서도 동물의 살생을 금하고 있다.지난 설 연휴 이틀간 진행된 청도소싸움 경기장에 1만2천여 명의 관람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가족 나들이를 겸한 관람객들이 싸움소의 거친 숨소리와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함성을 쏟아냈다고 한다.지난해 10월 전북 정읍의 소싸움 대회가 27년 만에 폐지됐다. 소싸움을 하는 전국 11개 지자체 가운데 처음이다. 개식용금지법도 올 초 국회를 통과했다. 2027년부터는 개 식용이 전면 금지된다. 소싸움 놀이도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이다. 동물권의 확대와 사회 분위기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에 민속경기의 하나로 사랑받아온 청도 소싸움 대회도 존치가 위협받고 있다.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른다. 세태의 도도한 흐름과 추이는 거부할 수 없을 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2-14

주차와의 전쟁 벌이는 대구 구청 민원인들

대구시내 구청마다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차량은 날로 증가하는데 민원인을 위한 주차공간 확보는 아예 손놓고 있어 만성적인 주차난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원인은 5분짜리 민원을 봐야하는데 30분 내지 1시간동안 주차하느라 허둥대야 하는 게 보통이다.한 민원인이 “주차하기가 어려워 구청 방문하기가 겁난다”고 말할 정도이니 대구시내 각 구청 주차난의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겠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청 직원들은 아예 주차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한다. 대구 서구청의 경우 청사 내 56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나 민원방문 차량 편의를 위해 직원 대부분의 주차를 막고 있다. 직원 일부는 1시간 이상되는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불편도 감수한다. 대구시내 9개 구군청 중 외곽에 위치한 달성군과 군위군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다.본지 취재팀 조사에 의하면 대구시내 구청이 보유한 주차 대수는 북구청이 86면으로 가장 적고, 중구가 217면으로 가장 많다. 구청이 보유한 주차대수는 평균 100여 대에 불과해 하루 방문민원 차량 500∼2천500대를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직원의 차량을 통제하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민원인의 차량 방문이 보편화되면서 각 구청의 주차난이 일반화됐으나 해당기관들은 대책 마련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외곽지의 군청사 말고는 모두 도심에 위치해 확보할 부지가 마땅치 않고 예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이러다 보니 민원인의 주차난을 당연시 여기며 민원인의 양해를 구하는데만 급급하다. 수성구청은 청사 이전을 이유로 주차장 확보 계획이 없고, 다른 구청도 주차타워 건립 등 별도 대책에 나서야 하나 도심에 위치해 쉽지 않다는 말만 하고 있다.구청은 지역주민이 민원을 이유로 자주 찾는 곳이다.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방치할 일도 아니다. 청사 인근부지를 매입하거나 승용차 요일제를 시행하는 등 주차난 해소를 위한 적극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민선단체장의 관심이 필요하다.

2024-02-14

까치설날에

윤명희 수필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가 여느 날보다 더 반갑다. 하필이면 단대목에 프린트기가 말썽이란 말인가.“큰댁에 가셔야 할 텐데 죄송해요.”“어디 요새 설이 설입니까? 아침에 잠시 가서 절이나 하고 오면 한나절도 안 걸리는데요. 어디 보자, 빨간 잉크 분사가 잘 안 되는 모양인데.”어디까지 가셔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프린트기를 열어젖히며 말했다.본가가 저기 강 건너 산 아래 있는 집성촌이거든요. 지금이야 타성이 조금 있긴 하지만, 뭐 그래도 아직 우리집안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요즘 촌에 젊은 사람 있기나 한가? 나이 많은 어르신들뿐, 쉰 중반인 내가 가장 젊다니까요. 강 너머지만 가까이 살다보니 집안대소사 총무 일을 여태껏 맡고 있어요.우리 집안은 선산 한 귀퉁이가 도로 확장에 들어가는 바람에 집안 경비 통장에 돈이 많거든요. 1년 이자만으로도 해마다 봄에는 꽃놀이 가고 가을에는 단풍놀이 가고 했지요. 이제는 모두 나이가 많아서 어디 관광 가는 것보다 모여서 먹고 노는 걸 더 좋아합디다. 지난 연말에 큰 식당 빌려서 집안 어른들 다 모셨거든요. 분위기 띄우는 것도 내가 해야지 누가 하겠습니까. 부모 맞잡이 되는 형님 형수도 있고, 막내 형수가 나보다 댓살이나 많을라나. 술 분위기가 한껏 올라가는데, 평소에는 입도 잘 띠지 않던 막내 형수가 느닷없이 올해부터 제사는 각자 지내자고 하대요. 코로나도 끝났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우리 집안에서는 반란이거든요. 얼른 옆에 앉아있는 대장 형수 표정부터 살폈지요. 무슨 소리냐며 탁자부터 칠 형수가 ‘그래, 그러자’는 말로 일축하는데 더 놀랐지요. 여기저기 형수들이 무슨 단합을 했는지 이젠 그래야 한다고 웅성거립디다.프린트기를 들여다보는 내게 그는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말했다. “잉크선 중간에 생긴 기포 때문이네요. 이런 건 간단합니다.”그는 잉크와 연결된 호수의 기포를 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뒷이야기가 궁금해 ‘그래서?’라고 추임새를 넣었다.형님들이 화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무 말 없이 술잔만 비우더라고요. 빈 술잔을 채워주면서 큰형님한테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지요. 그 형님이 어떤 사람인 줄 아십니까? 명절이면 아침 댓바람부터 갓 쓰고 도포자락 휘날렸거든요. 윗대 제사부터 지내고 우리 집 제사까지 오자면 오후 2시가 넘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는 법이 없었어요. 집안의 제사 참석으로 존재감을 보이는 양반이었다니까요.그런 양반이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시절 따라 가는 거지 뭐.’라고 하는데 이건 뭐지? 싶더라고요. 그날 그 장소는 의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선포하는 자리였단 말입니다. 알게 모르게 그동안 집집마다 많은 얘기가 있었겠지요. 누가 말을 꺼내주기만 기다린 분위기라는 게 느껴집디다. 물론 그동안 형수님들 힘들었지요. 집사람도 명절 지내고 나면 몸살 나는데요. 다들 그랬다 아닙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여겼지요. 코로나라는 복병이 나만 고마운 게 아니었더라고요. 단 얼마동안이었지만, 내가 안하려고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가 못하게 했으니 사실 나는 마음이 편했거든요.안하면 큰일 날 것처럼 이어왔지만, 코로나가 굳이 안 해도 괜찮더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사람은 누구나 총대를 메는 걸 두려워하거든요. 내 대에서 안 한다? 나 때문에 그렇다? 그런 말 듣는 거 자체가 쉽지 않아요. 그 역할을 코로나가 해결해 준 거 아닙니까. 사회적인 핑계가 되어 줬지요. 형님 말씀처럼 시절에 맞춰 갈 수밖에 없어요. 변화의 계기가 아닐까요? 그렇다고 설을 없애자는 건 아니고 우리 식구끼리 새로운 설날 문화를 잘 만들어가야지요.“자, 이젠 프린트가 깨끗하게 잘 되지요?”컴퓨터 가게 아저씨가 명절 잘 보내라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 문을 나선다. 나 또한 명절 이틀 전부터 큰댁에 가야했고, 종숙 댁에서 지내는 제사까지 참석해야 했다. 설날 아침에나 잠시 왔다가라는 큰댁 형님의 전화가 반가우면서도 섭섭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2024-02-14

스마트 세상의 이모저모: 교차로와 신호등

인류의 문명사에서 디지털 기술의 역사는 20세기 중반 이후 불과 100년이 채 안 된다. 문명사의 시작 지점을 20만 년 전 정도로 본다면 100년은 그 중 0.05%에 불과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디지털 기술이 현대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 가장 중요한 발명으로 꼽힌다는 것은,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실감케 한다.디지털화의 물결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세대로서, 디지털이 없는 인류의 삶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어느새 우리 삶 속 깊숙이 자리를 잡아 마치 만능 해결사처럼 여겨지게 된 디지털 기술. 그러나 디지털 세상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한계점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는 앞으로 몇 편의 연재를 통해서 현재 도시 생활 속의 불편한 부분을 살펴보고, 미래 세상이 얼마나 더 똑똑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그러려면 우리는 물속에서 구조된 후 봇짐을 내놓으라고 말했다는 속담 속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이 가져다준 편리함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이제 당연하게 여기고, 그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기대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인류는 과거에도 그런 방법으로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일상을 살아가다 크고 작은 불편을 겪게 되면, 그 불편을 해소해 줄 새로운 도구를 원하게 되고, 새로 도입한 그 도구로 인해 내 삶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경험을 하고 나면, 이후에는 그것이 없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이것이 인류를 도구의 인간으로 불리게 만든 인간의 본성이다.디지털의 21세기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도 이런 인간의 마음을 토대로 창조되고 진화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마치 보도블록 사이에서 돋아나는 새싹처럼 불편함이 있는 곳에서 작은 틈새를 비집고 나와 우리 삶 속에 점점 더 큰 자리를 차지한 후 어느 순간 그것이 없이는 살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까.그 첫 번째 순서로 함께 살펴보고 싶은 것은 출퇴근길이다. 예를 들어, 차가 전혀 없는데도 건널목 신호에서 보행신호가 켜질 때까지 한참을 혼자 서서 기다려야 할 때. 버스를 놓칠까 열심히 달려갔지만, 정류장에 대기 줄이 엄청날 때. 버스가 도착했지만, 만원이라 탈 수 없어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할 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회사 엘리베이터 앞,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문이 열렸나 싶었는데,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서 타지 못하고 결국 지각하게 될 때 등등. 지구촌의 직장인이라면 출퇴근길에 누구나 겪을 법한 불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이런 불편들을 줄여줄 수 있는 스마트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자. 스마트 기술의 도움으로 똑똑해진 교차로와 건널목이 차량과 보행자의 위치와 속도를 감지하여 신호등과 LED 조명을 제어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길을 건너려 서둘러 달려오는 사람이 있다면, 차가 없는지 살펴보고 교차로 신호등을 보행신호로 슬쩍 바꿔줄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분이나 초등학교 앞 등굣길에 아이들이 귀엽게 재잘거리며 길을 건너고 있다면, 건널목 보행신호를 몇 초 더 늘려주는 따뜻한 배려도 가능하겠다. 도로가 건널목을 건너려 다가오는 보행자를 감지하여 우회전하려는 운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준다면, 안타까운 우회전 건널목 교통사고를 줄일 수도 있다. 곽지영 태재대학교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장 사실 운전자로서도 교차로 신호 체계가 불만스럽긴 마찬가지다. 출퇴근길 아파트 단지나 회사 앞 진출입로처럼, 유독 좌회전 차량만 길게 줄을 선 교차로를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차가 없는데도 신호등은 우직하게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일정 간격으로만 운영되니 이런 현상이 생긴다.교차로 신호등이 스마트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대기 중인 차량의 수를 감지해서 신호등 간격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교차로 신호등의 운영 주기가 보통 3분 내외인데, 이 틀 안에서 수요에 반응하는 신호체계를 가변적으로 운영한다면 전체적인 교통 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스마트하지 않은 교차로와 건널목은 마치 말이 잘 통하지 않고 우둔하며 꽉 막힌 벽창우 고집쟁이처럼 사람들 마음속에 짜증이나 분노를 유발하게 되니 시민들의 정신 건강에도 해롭다. 급한 마음에 차선을 바꾸거나 이번 신호를 놓치면 안 된다며 무리하게 지나가 보려다 대형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치 노련한 교통지도 경찰관이 배치된 것처럼, 교통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유연하게 차량을 이동시키는 똑똑한 교차로와 건널목이 도시에는 꼭 필요하다. 이를 통해 도시는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고, 교통 혼잡도 줄일 수 있게 된다.

2024-02-14

흉곽출구 증후군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한번씩 팔이 저려 내원 하는 환자 중에 흉곽출구 증후군인 환자들이 있다. 증상은 목디스크로 오인을 제일 많이 하고 가끔씩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어깨 근육 문제로 듣고 내원 하는 경우가 있다. 주된 증상은 팔저림이고 팔에 힘이 없다 팔이 아프다 목이나 어깨도 저리고 아프다 등을 호소한다.흉곽출구 증후군은 선천성이거나 외상이 아닌 경우 대부분 잘못된 자세로 인해 발생한다. 대부분 현대인들이 취하는 잘못된 자세인 굽은등과 둥근어깨 거북목으로 목과 어깨에 부담이 가면 경추 흉추 쇄골 및 견갑골 등의 틀어짐으로 상완신경총과 같이 지나가는 쇄골하 정맥 동맥이 흉부쪽의 구조에 눌려서 발생하는 질환이다.상완신경총은 경추 신경과 연결되어 있고 팔로 내려 가면서 분지를 해서 요골 신경 정중신경 척골신경 등으로 분지되어 팔로 내려온다. 이게 흉곽쪽에서 눌리면 팔과 손이 저리는 증상이 유발된다. 가슴 쪽으로 가는 신경을 누르면 팔 뿐만 아니라 가슴에도 통증이 오는데 여성들의 경우 유방암이 의심될 정도로 심한 가슴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영상 검사상 목디스크가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닌데 지속적으로 팔저림이 발생하고 치료를 오래 받았음에도 큰 호전이 없다면 흉곽출구 증후군을 의심해 볼만하다. 그러나 사실 처음 왔을 때 스퍼링 테스트와 애드손 테스트 라이트 테스트 등을 통해 높은 확률로 목디스크 문제인지 아니면 흉곽출구쪽의 문제인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은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난 후 디스크는 심하지 않다고 듣고 오면 애드손 테스트나 라이트 테스트를 해 바로 파악이 가능하다.치료는 경추와 목옆쪽의 사각근 그리고 틀어진 쇄골교정 쇄골 근처의 소흉근과 대흉근이 뭉친 것을 푸는 등 복합적으로 목 어깨 상완골을 풀어 줘야 한다. 한의원에선 습부로 어혈을 제거한 후 침과 약침으로 근육을 풀고 추나로 약간씩 틀어진 부분을 미세 교정한다. 쇄골과 견갑골 교정이 효과적이고 경우에 따라 상완신경총 중 요골 정중 척골 신경의 압박이 테스트로 확인되면 추나로 풀어준다. 증상에 맞는 추나가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경우는 그 즉시 혹은 한두 번 만으로도 증상의 개선이 나타난다. 수개월 수년에 걸쳐 고생하던 질환이 금방 좋아지는걸 보고 별거 아닌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실제로는 발견도 어렵고 발견한다고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알아도 고생하는 병이다. 그래서 치료가 잘되면 한두 달은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목 디스크의 경우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나 심한 목디스크는 훨씬 강한 팔저림과 아둔한 감각 등을 호소하고 치료의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 치료는 흉곽 출구 증후군과 마찬가지로 치료를 하고 좀더 목의 교정에 중점을 둬서 치료를 한다. 디스크든 흉곽 출구 증후군이든 결국엔 구조적인 문제이고 원인 파악이 되고 어떤 구조에 문제가 생겼는지 판별만 되면 치료는 시간과 돈만 들이면 되는 문제다. 이미 병이 확인 됐는데 안 낫는다고 계속 검사를 하는 것보단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잘 안 낫는 질환이 있으면 가까운 한의원에 내원해 제대로 원인을 확인 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2024-02-14

설 명절 문자폭탄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지난해까지는 정당현수막이 난립하여 무척 불편했다. 어느 날부턴가 지역 국회의원 사진이 크게 박힌 현수막이 네거리에서 내내 펄럭거리고 있어 저이는 현수막으로 정치하나 비난했더니 그 옆에 또 다른 정당의 현수막이 질세라 걸렸다. 촌스러운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노란색의 굵은 글씨 현수막으로 빈틈없이 빼곡하게 둘러싸인 네거리는 차라리 음산했다.우리나라에 유독 많은 현수막을 두고 ‘현수막은 도시의 붕대’라고 누군가가 힐난한 걸 기억한다. 정치광고는 상업광고에는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 문구의 끝판왕이었다. 현수막 정쟁이요, 깎아내리기 비방 경연에 방불했다. 생업을 위한 홍보가 아닌 정치광고 아닌가. 얼마든지 디지털 시대에 맞게 삼박하게 할 수 있을텐데 현수막이라니 그 구태의연함에 기가 찼다. 내용은 또 얼마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가. 한창 글눈이 트여 간판의 글자나 거리의 글자를 보이는 대로 또박또박 읽는 6살 손녀는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글자의 뜻을 부지불식간에 물어댄다. 할머니 탄핵이 뭐예요? 친일매국 뭐예요? 민생은? 각성하라는? 대답하기 부끄러워 말꼬리를 다른 데로 돌린 적이 많았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구청에 신고 전화한 친구가 있었다. 정당 활동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하거나 설치하는 현수막은 허가가 필요없어 함부로 붙여도 되는 법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단다. 그러면 그렇지 법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저희를 위한 법을 은근슬쩍 잘도 만들었구나 공분했다. 전국민이 같은 생각이었을 테고, 지속적인 민원이 와글와글했다는 뉴스, 인천과 광주의 지자체가 따가운 민원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법적 공방이 있었다는 뉴스, 그 후 난립해 지저분하던 현수막이 작년 봄부턴가 좀 숙지막해진 듯했다. 국회의원 그들도 낯 뜨거워 자제하기로 했나 싶었더니 개수와 게첨 장소의 제한을 두는 가이드라인이 새로 만들어졌다나 뭐라나….4월의 국회의원 선거를 두고 작년말부터 오는 전화와 문자는 더 심각하다. 시시때때로 오는 여론 조사 전화를 차단하기 위해 스팸 차단 앱을 깔았다. 전화번호 아래에 여론조사, 혹은 선거홍보임을 알려주어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있어 유용하고 고마운 앱이었다. 그러나 가히 폭탄 수준인 문자는 차단할 방법이 없다. 광고문자와 달리 무료수신거부 전화번호가 없는 문자가 더 많다. 무작위로 보내는 것이라면 불편하고 나의 정보를 알고 보내는 것이라면 두렵기도 하다. 해가 바뀌면서 새해 인사를 시작으로 오기 시작한 문자는 설 명절 대목을 맞은 듯하다. 설연휴 잘 보내시라, 잘 보내고 있느냐, 잘 보내었냐며 나날이 알뜰살뜰 챙기는 설날 전후의 문자들. 연휴 마지막 날엔 명절증후군 없는 연휴 마무리하시고 내일 또 힘차게 시작!하란다. 수십 명의 국회의원 예비후보에게서 하루 수십 건의 문자가 쉼없이 띵똥거리는 것, 여간 큰 스트레스가 아니다. 알림 소리가 싫어 꺼 두었다가는 정작 요긴한 메시지를 놓치게 되니 켜둘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문자 폭탄의 해방구는 어디 없을까. 귀찮고도 심란하다.

2024-02-14

문경 돌리네 습지

우정구 논설위원 습지는 물이 흐르다 흐름이 정체되어 오랫동안 고이는 과정에서 생성된 곳을 말한다.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같이 물살이 세고 빠른 곳에는 습지가 잘 발달하지 않는다. 넓은 강 주변이나 하구, 갯벌같이 물이 느리고 고이는 곳이어야 습지가 발달하기 좋은 곳이다.문경 돌리네 습지가 지구촌 습지 보전을 위한 국제협약기구인 람사르 사무국이 인정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국내서는 25번째며 경북에서는 처음이다. 람사르 습지 등록은 지질·지형학적으로 희귀하거나 생물서식지로서 가치가 높아야 인정이 된다. 돌리네 습지의 생태학적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문경 돌리네 습지는 일반 습지와는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엉뚱하게 산 정상부에 습지가 위치해 있고, 습지 발달이 어렵다는 석회암지대에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석회암지대에 형성된 습지로서는 국제적으로도 희귀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석회암지대 습지로는 유일하다.돌리네 습지는 전체 면적이 약 15만평에 이른다. 습지 둘레가 3.2km에 달하고 보통의 걸음으로 둘레를 도는데 한시간 정도 걸린다.또 돌리네 습지 일대에는 수달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모두 932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생태계 보존상태도 우수하다.습지는 생물에게 다양한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힘도 있어 인류에겐 유익한 생태계다. 전 세계적으로 5∼8% 정도 차지하는 습지는 대기 중으로의 탄소 유입을 막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양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돌리네 습지는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을 받은 데 이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됨에 따라 경북의 새로운 관광명소로써 주목을 받게 됐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2-13

글로컬 시대… 지방공항 활성화는 필수

세계를 뜻하는 글로벌(Global)과 지역을 말하는 로컬(Local)을 합쳐 우리는 글로컬(Glocal)이라 부른다. 이는 우리시대의 지방화는 세계화와 필연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국가간의 상호의존도가 증가하면서 지구촌 사람들이 같은 생활권으로 수렴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21세기는 지방의 작은 도시도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도시로서 존립이 가능하다. 그래서 지방정부 차원의 국제화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외교활동을 펼치는 것도 글로컬시대에는 자연스런 현상이다.경북도가 포항경주공항과 울릉도공항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포항경주공항에 국제노선 부정기편 취항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방공항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생각이다. 국제선 정식 취항에 앞서 부정기편 취항을 준비하기 위해 중국의 남방항공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남방항공은 중국 국영 3대 항공사 중 하나로 전세계 40개국에 항공기를 띄우고 있는 회사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국토교통부에 관련 지침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또 2026년 개항 예정인 울릉도공항에 면세점 도입과 울릉형 통합교통서비스(MaaS)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국토외곽 먼섬 지원특별법’의 개정을 통해서 이를 추진한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의 편의 제공을 통해 울릉도 관광객 100만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지방공항 활성화에 대해선 중앙 일각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지방공항의 수요 부족과 적자운영 등을 이유로 들어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지방공항 활성화를 통해 관광객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지방공항 98개 가운데 67개는 지방정부가 관리해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 곳곳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85% 이상이 수도권에 머물다 떠난다는 것은 지방공항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탓이다. 교통이 불편한데 지방도시를 찾을 리가 없다. 글로컬시대에 맞는 지방공항 활성화 전략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2024-02-13

TK지역 ‘공천 콘텐츠’, 여당이미지와 연결

국민의힘이 어제(13일)부터 공천신청자 면접에 들어감에 따라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중진희생론’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대통령실 참모들은 어느 정도 공천받을지 등이 주요관심사가 되고 있다.어제 서울과 제주, 광주 등 ‘험지’를 시작으로 공천 신청자 면접에 들어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16∼17일 양일간 ‘텃밭’으로 꼽히는 TK지역 공천신청자 면접을 진행한다. 본선보다 예선전이 더 치열한 TK지역의 경우 대통령실 참모, 전직 국회의원, 인지도가 높은 원외 인사들이 대거 공천경쟁에 합류하면서 각종 흑색선전도 난무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비방 자제를 당부하고 있지만, 공관위에는 경쟁자간의 진정과 투서가 쇄도하고 있는 모양이다.TK지역 공천의 최대변수는 최근 PK(부산·경남)지역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중진희생론 적용과 대통령실 참모들의 공천 규모다. TK지역은 PK지역의 ‘낙동강벨트’와는 달리 험지로 분류될 만한 곳이 없어 중진희생론은 ‘불출마 요구’를 의미하는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PK지역과는 달리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중진희생론과 연결된 대통령실 참모 출신들의 공천여부도 국민의힘으로선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참모가 공천을 받게 되면 어느 지역구든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논란이 불거질 것이고, 탈락자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예상된다.TK지역에서의 공천내용은 사실 ‘국민의힘 개혁공천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고민이 클 것이다. TK지역에서 역량 있는 정치신인을 얼마나 많이 공천하느냐는 전국 총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신인을 발굴하자면 자연적 현역물갈이는 불가피하다. 지난 총선에서 TK 현역의원 교체율은 64%에 달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역량 있는 정치신인을 얼마나 많이 발굴하느냐에 따라 총선 승부가 갈리게 돼 있다. 그러나 현역 컷오프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후폭풍이 따라오는 만큼, 객관적인 수치가 뒷받침되는 투명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2024-02-13

또 다시 우려되는 ‘의료시스템 붕괴’

심충택 논설위원 새해들어 대구 수성구에서 ‘삼도부(三都賦)라는 베스터셀러로 인해 낙양의 종잇값이 올랐다’는 중국 서주시대 고사성어가 현실화하는 일이 생겼다. 수성구에 있는 일부 명문고에서 2024학년도 수능시험 전국 수석이 나오고 수도권 의과대학 진학률이 높아지자, 해당 학교주변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의대 열풍’이 낳는 특이한 현상 중의 하나다.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최근 2025학년도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매년 2천명씩 늘리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하자, 사회 전체가 ‘의대입시 블랙홀’에 빠지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의대정원 확대는 우리사회의 가장 민감한 이슈인 ‘사교육비 뇌관’을 건드리기 때문에, 어느 정부도 선거를 의식해 피해왔었다.정원 2천명 확대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자연계 모집인원 총 4천882명의 41%에 해당한다. 카이스트와 포스텍(포항공대) 등 5개 이공계 특수대학 모집정원 1천600명 보다도 많다.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는 자연계열 학생이면 누구나 의대진학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숫자다.사교육 시장의 큰손인 수도권 대형 입시학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미 ‘의대 마케팅’에 들어갔다. 그들로선 의대정원확대가 ‘황금알을 낳는 신시장’이기 때문에 정부정책에 두 손 들고 환영하게 돼 있다. 성적이 상위권인 초·중·고 학생들과 N수생(재수생 이상) 상당수는 입시학원의 새로운 수요자가 될 것이다. 대구학원가도 이미 의대반을 신설하거나 정원을 늘리고 있다. 일부 입시학원에서는 대학 재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의대재수 관련 문의가 급증하자 야간반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과학·산업계는 우수인재들이 너도나도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면 연구인력을 어디서 구할지 걱정이고, 재학생들의 대규모 자퇴가 예상되는 이공계 대학들도 비상이 걸렸다.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지역인재전형 확대 방침도 밝히자 약삭빠른 수도권 학부모들이 지방으로 자녀를 전학시키려는 움직임도 벌써 나타나는 모양이다. 2028학년도부터는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하려면 중학교도 해당 지역에서 나와야 한다.의료계는 지금 폭풍전야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는 내일(15일)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싫증난 개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격한 표현을 쓰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에서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전공의들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집단행동에 가세할 예정이다.반면, 정부는 ‘면허 취소’라는 카드를 꺼내며 강경대응할 방침이어서 의료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게 됐다.대구·경북 시도민은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시스템 붕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피부로 체험했다. 앞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의료계 파업과 정부 강경대응이 이어진다면 응급환자들이 진료도 받지 못하고 숨지는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2024-02-13

신(新)? 신(愼)!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설 명절이 지났다. 으레 즐거워야 할 음력설을 쇠고 나면 대한민국 곳곳에선 앓는 소리로 가득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 친지를 방문했다가 덕담(?) 아닌 독담(毒談)을 한 바가지 듣고 온 탓이다. 취준생에게 취업 이야기, 입시생에게 학업 이야기, 다른 형제자매와의 비교, 결혼 이야기, 난임으로 걱정인 부부에게 출산율 이야기, 여기에 더해 본인들 자랑질까지. 풀 세트로 받고 나면 그야말로 즐거워야 할 명절이 생지옥이 돼버리는 건 당연지사. 즐거운 시간만으로도 부족한 설, 왜 이렇게 아웅다웅하는 일이 많아진, 천덕꾸러기 명절이 돼버린 것일까?설은 ‘신(新·새로운)’의 의미를 지닌 순우리말로, 한해가 시작되는 새날 곧 설익은 시간을 의미한다. 익숙했던 시간을 지나 낯선 시간으로의 첫걸음을 떼는 날인 것이다. 우리는 보통 새로움 앞에서 긴장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에 떨며 초조해하기도 한다. 이런 불안함은 새해 전날 잠자면 눈썹이 센다고 믿으며, 밤새는 풍속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즉 잠을 자지 않으면 날짜가 바뀌지 않을 테고, 낯선 생경함과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으리란 믿음의 결과였던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익숙한 것이 좋지 새로운 것은 두렵고 불편하다. 그 불편한 날, 우리는 바로 가장 편안하고 마음의 안정을 주는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것이 설날이다. 즉,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감당하는 것,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며 설 차례도 지내면서 말이다. 미지의 시간이자 불안한 새해를 축하하되, 조상과 후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 소통하는 의식의 시간인 설.그렇기에 전통 사회에서는 이렇게 뜻깊은 날을 단 하루로 마감하지 않았다. 보통은 정월대보름까지 큰 신년 의례 기간으로 보았고, 이 기간에는 일월(日月)에 예를 표하기도 했고, 왕에게 도움을 준 동물들(돼지, 쥐, 말, 까마귀)에 대해 고마움으로 12띠 동물날을 정해 기념하기도 했다. 이 중 까마귀는 띠동물은 아니지만 ‘오기일’이라 하여 찰밥을 차려 특별히 고마움을 표했는데, 이 오기일은 다른 말로 슬퍼한다는 뜻의 ‘달도(601B悼)’라고도 불렀다. 이는 익숙함에서 낯섦으로 전환되는 기간의 정점인 보름까지는, 새로움에 대한 불안함으로 슬프고 걱정되니, 모든 일을 금하고 삼가 조심하며 꺼리는 ‘신(愼·삼가다)’의 기간으로 간주했음을 의미한다. 해서, 우리 선조들은 설날 호들갑스럽게 떠들거나 자랑 또는 타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남에 대한 배려가 아닐뿐더러 스스로에게도 합당하지 않는 일이자 새해맞이 태도가 전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편안함을 나누며 조심스레 불안함을 떨쳐야 하는 중요한 날, 덕담 아닌 독담을 주고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것도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지들로부터라면?바야흐로 설은 막 지났다. 그러나 아직 보름까지는 며칠 더 남아 있다. 현재 여러 이유로 명절 증후군을 끙끙 앓는 많은 이들, 이 新의 시간을 스스로 삼가고 자숙하는 愼의 시간으로 되새기는 노력을 해 보면 어떨까. 아마 푸른 청룡의 해가 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니.

202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