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34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배터리·바이오 중심)기금’ 조성은 대구·경북 경제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전지와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된 포항으로선 더 반가운 소식이다. 특화단지에는 정부공적자금이 우선 투입된다. 관련 법률안 개정을 통해 기금이 조성되면 저리 대출과 투자가 쉽게 이뤄질 수 있어, 철강산업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포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기금은 산업은행이 일정 규모의 자금을 펀드에 먼저 출자해 마중물 역할을 하면 시중은행이 뒤따라 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적립된다. 펀드에 시중은행이 참여하면 산은이 독자적으로 투자할 때보다 더 많은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현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한다”고 밝힌 이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까지 겹쳐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조 단위에 달했던 배터리 3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수천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당연히 배터리 3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포항지역 소재사들도 실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던 배터리 소재 기업 에코프로비엠이 ‘2차전지 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 캠퍼스에는 양극재를 양산하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이엠, 전구체 원료·제품을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수산화리튬을 제조하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산업용 산소와 질소를 양산하는 에코프로에이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하는 에코프로씨엔지가 입주해 있다.
그리고 포항은 지난해 6월 바이오특화단지로 지정된 이후, 기존 바이오 연구개발 인프라(세포막 단백질 연구소,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포스코 연구진)와 연계해 인허가 특례지원을 통해 국제적 바이오·백신허브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정부가 국회와 잘 협의해서 대규모 기금을 조성하게 되면, 포항지역 관련기업이 저리 대출 또는 지분 투자 형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위축된 지역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