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기반의 산업이 인간을 풍요롭게 한다면, 감수성과 상상력의 문화예술은 도시민을 행복하게 한다. 포항은 1970년대 포스코가 입지하면서 철강 산업 중심으로 한국 산업화를 이끌었다. 현재는 이차전지·소재 산업 육성으로 4차 산업혁명을 착근시키고 있다.
포항은 포항제철이 들어서기 전에는 전통적으로 수산업이 크게 발달했다. 울릉도에서 잡힌 오징어가 포항에서 타 지역으로 거래되었다. 이름 모를 주막집에서 소주에 취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던 나에게 영일만 횟집에서 재첩국에 취하던 달빛 아래에서의 밤이 잊혀지지 않는다.
포항은 경북 동부의 최대 도시이자 산업·국제 해양·문화 교류 중심도시로서 자리매김하였다. 이제는 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문화에서도 시민은 물론 국내외 분들과 소통하며 바람을 일으키는 환 황해 등대로 우뚝 서야 한다. 포항에 어울리는 영어 단어를 하나 고르자면, 바로 ‘Delight’(즐거움, 환희)다. 즐거운 도시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런던은 셰익스피어 연극으로 유명해졌고, 뉴욕은 브로드웨이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 예술 자원 중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분야는 단연 음악이다. 사람은 귀로 깊은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요일 낮 12시에 방영되는 ‘전국노래자랑’부터 저녁에 방영되는 ‘트롯 대왕’까지, 노래가 끝나야 비로소 일주일이 끝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외국인들에게도 음악은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랑스의 엑상 프로방스 페스티벌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오감의 향연이었고, 이탈리아 피렌체의 5월 음악제는 도시와 함께 꽃피우는 음악의 르네상스였다. 음악의 여러 장르 중 클래식과 팝은 모두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 나는 킬리만자로의 이상과 죽도시장 바닥의 현실을 동시에 추구한다. 그래서 남녀노소 대중 모두가 미칠 수 있는 ‘대중음악회’를 한여름 바닷가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5월 말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국제불빛축제를 열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환희! 포항’ 축제는 호주의 시드니에서 매년 열리는‘비비드 시드니!’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음악과 빛, 음식이 어우러진 3중주를 즐길 수 있다.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이 축제에는 한국 관광객만 5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환희! 포항’ 축제는 포항시·경북매일신문사·포항MBC가 공동 주최·주관을 하고 경북과 포항의 문화예술인들이 주도를 한다. 8월 1일부터 일주일 이상 개최하되, 모든 유관기관들이 조금씩 손해를 보며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포스코는 철로 제작한 야외 공연장을 마련해 주며,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의 안전성과 유익성을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행사 후원사가 된다. 출전 가수 라인업을 화려하게 꾸며야 한다. 날짜별로 트로트·힙합·재즈·팝 등으로 색깔을 달리한다. 조용필 가왕은 ‘창밖의 여자’를, 최백호 선배는 ‘영일만 친구’를 부를 것이다. 아바(ABBA) 같은 외국 그룹 뮤지션도 초청해 이 음악 축제에 불을 질러버리는 것도 좋다. 동해안에서 잡힌 생선들은 불티나게 팔리며, 숙박시설·식당가는 ‘시장 짱!’을 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