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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살 길, 농촌의 살 길, 청년의 살 길

등록일 2025-06-19 16:15 게재일 2025-06-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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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조​​​​​​​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일본은 한국에 찾아오는 문제를 10년 정도 일찍 겪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사례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2015년 5월 미국의 유력 신문 ‘워싱턴 포스트’에 ‘과소화와 고령화 추세에 맞서는 작은 마을’이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가 게재되었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이변’은 이렇게 해외 미디어에도 소개되었다. 그 이변은 이제 ‘마을 만들기’ 주류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농촌 살리기에 무엇을 할 줄 몰라 헤매고 있는 한국도 배울 바가 많다.

가미야마(神山)는 도쿠시마 현 도쿠시마시 중심부에서 하천을 따라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438번 국도를 차로 달려 마지막의 긴 터널을 빠져나가면 45분쯤 지나 도착할 수 있다. 해발 약 1000m 높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총 면적의 83%가 삼림이다. 10여 년 전 방문을 해보니 소백산의 품안에 안긴 경북 청송·울진이나 마이산에 둘러싸여 있는 전북 진안·장수와 분위기가 매우 비슷하였다. 마을에는 1급 하천 아쿠이 강이 흐르고, 시코쿠 12대 명소인 가미야마 온천이 있지만 그 외에 이렇다 할 관광지는 없다. 특산물로는 라임의 일종인 스다치 생산량이 일본 1위이지만 예전부터 마을을 지탱해왔던 임업은 이젠 찾아볼 수도 없다.

1955년 여러 촌(村)이 합병하여 형성된 가미야마는 당시 인구가 2만 명이었으나, 2015년 조사에서는 약 5300명으로 줄어들어 거의 4분의 1로 감소했다. 고령화율은 48%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과소화 마을이다. 일본 내에서는 소멸 가능성이 높은 지역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가미야마에 도시로부터 청년들이 속속 이주하고 있다. 2008년부터 8년 동안 최소 91세대, 161명이 넘게 이주했다. 그것도 웹디자이너, 컴퓨터 그래픽 엔지니어, 예술가, 요리사 등 창의적인 직업의 청년들이 많다. 더 특이한 것은 IT 벤처 기업이 계속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와 오사카에 본사가 있는 기업들이 가미야마에 분소 격인 위성 사무실을 만들거나 아예 새로운 본사를 만들기도 하는 데 그 수가 2011년 이후 16개를 넘었다. 

가미야마는 2015년 지방 재생 전략 수립을 계기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알차게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푸드허브 프로젝트(Food Hub Project)‘는 지산지식(地産地食) 원칙을 기반으로 농업 인력을 육성하고, 먹거리를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 농업 재생의 중요한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편백과 삼나무 같은 지역에서 자란 나무를 활용해 목수가 주택 단지를 조성하며,  쇠퇴한 임업을 부흥시키고 건설 인력을 육성하는 동시에 다양한 목적의 주거지를 만들어 마을을 새롭게 형성하고 있다. 지역 농업고등학교는 미래 리더를 양성하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정부, 민간, 주민, 이주자가 협력하여 진행되며, ‘가미야마 연대 공사’와 같은 기관은 열정적이고 다재다능한 젊은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한 시골이 어째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이번 여름휴가 때는 관계자들은 직접 방문해 보시라!

/신광조​​​​​​​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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