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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소통과 건강한 삶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인생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일까, 인생이란 여러 가지 말로 풀어낼 수 있지만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성공의 등식을 ‘성공=일+즐김+침묵’이라고 했다. 열심히 일하고 즐기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했다는 말을 들으면 좋겠지만 반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욕을 안 먹는 삶이 되면 후회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욕 먹는 경우를 보면, 말을 잘 못하여 오해를 부르고 갈등을 만들어 다툼이 생기고 후회를 반복하는 이가 주변에 의외로 많다. 이것은 대부분 사람간에 소통의 문제가 원인이 되곤 한다.‘내가 아는 지식을 전하고자 하는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사전적 의사소통의 정의라고 한다. 현실은 전하고자 하는 것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 인식이 커져 불협화음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부모와 자식, 형제간에도 소통이 참 어렵다. 직장이든 사회적 만남이든 사람간의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간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소통이 안 되어 남남처럼 사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것은 소통방식에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말은 사람의 품격을 재는 잣대다. 품격의 품(品)은 입구(口)자가 셋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입을 잘 놀리는 것이 사람의 품위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것이다. 논어에선 입을 다스리는 것을 군자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군자의 군(君)을 보면 다스릴 윤(尹) 아래에 입구(口)가 있다. 입을 다스리는 것이 군자라는 뜻이다. 세치 혀를 잘 간수하면 군자가 되지만 잘 못 놀리면 한 순간에 소인으로 추락한다. 대문호 톨스토이가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백번 중에 한 번 후회 하지만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하면 백번 중에 아흔아홉 번 후회 한다고 강조한다. 너무 잘 알아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강하면 소통은 어려워진다. 특히,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어떤 경우라도 소통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미국 스탠퍼드대학 심리학과 실험 사례를 보면, 한 사람에게 노래 3곡을 가사, 박자, 음률 등 한 달간 연습시키고 곡명 맞추기 시험을 했다. 단, 입이 아니고 드럼을 쳐서 20m 건너편에 100명을 세워놓고 3곡의 곡명을 맞추는 게임이다. 각 곡마다 맞춘 사람은 3명 정도 수준이다. 나는 정확히 전달했지만 상대의 상황에 따라 수용성이 달라져 어렵다는 것이다. 생각이 아름다운 사람은 마음도 인품도 아름답다고 한다. 내가 계산적이면 상대도 계산적일 수 밖에 없다. 내 중심 생각과 내 입장에서 세상을 보고 상대를 만나고 소통한다면 실패한다. 상대의 상황을 읽을 수 있고 다른 관점에서 다른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면 결과는 달라진다.소통은 상대중심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신을 낮추고 욕심을 버리면 상대에게 좋은 온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삶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상대의 상황을 듣는 지혜와 진정성이 있는 말투로 대하면 진정 마음이 통하는 소통이 되고 내 주위에 사람 향기가 나는 건강한 삶이 될 것이다.

2024-01-30

여의도 사투리 vs 서초동 사투리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정치권의 ‘사투리 논쟁’이 꼴불견이다. 경상·전라·충청도의 ‘지방 사투리’는 정감이 있지만, 정치꾼들의 ‘패거리 사투리’는 반감만 불러온다.여당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전·현직 야당대표를 비판하면서 ‘여의도(국회)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고 하자, 야당에서는 법비(法匪)들이 쓰는 ‘서초동(검찰) 사투리’부터 고치라고 했다. ‘내가 쓰면 표준말’이고 ‘남이 쓰면 사투리’라고 하니 ‘내로남불’이다.‘말’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사투리가 아니라 표준말을 써야 한다. 정치인들의 표준말이란 무엇인가? 권력의 원천인 ‘주권자의 언어’가 표준말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 민심을 모르거나 민심을 왜곡하면 사투리가 된다. 사투리가 매우 심한 정치인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의 모순조차 깨닫지 못한다. 패거리 사투리에 익숙해진 까닭이다.여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한 위원장이 총선에서 이기려면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국민은 여의도 사투리를 싫어하지만 서초동 사투리나 용산 사투리도 단호히 거부한다.여의도 사투리를 비판한 그가 ‘여의도 문법’으로 ‘여의도 패싸움’을 벌이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권력에 오염된 패거리 사투리를 쓰면서 그것이 국민의 표준말이라고 우긴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여당의 김웅 의원이 “우리 당의 문제는 여의도 사투리가 아니고 용산 사투리”라고 한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서초동 사투리는 ‘비민주적’이라는 것도 문제다. ‘검사 대 피고인’의 관계,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검찰조직문화에 익숙한 초보정치인들은 서초동 사투리를 고쳐야 진정한 민주주의자가 될 수 있다.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던 한 위원장이 경솔한 행동으로 사천(私薦) 논란을 빚은 것도 문제지만, 이를 빌미로 그의 사퇴를 요구한 대통령실의 위법적인 당무개입은 더 큰 문제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말한 대통령이 국민의 60% 이상이 요구하는 영부인의 ‘디올 백’ 의혹 규명을 외면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대통령실은 ‘몰카’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하지만, 국민은 ‘디올 백 수수’를 문제 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니체(F. W. Nietzsche)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여의도 사투리를 쓰는 괴물과 싸우다보면 어느새 서초동 사투리를 쓰는 또 다른 괴물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초동 괴물은 ‘강자에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해서 여의도 괴물보다 훨씬 더 저급하고 난폭하다’는 비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괴물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나부터 고쳐야 한다.2011년 12월,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박근혜는 “여당으로서 국민의 아픈 곳을 보지 못하고 삶을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석고대죄(席藁待罪) 했다. 민심을 제대로 알려면 남의 사투리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나의 사투리를 돌아보아야 한다. 성찰과 반성을 모르는 패거리 사투리는 표준말을 논할 자격이 없다.

2024-01-29

주목받는 한국 밥상

홍석봉 대구지사장 한국인의 밥상은 어느 나라의 식단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3대 영양소가 균형을 이뤄 신체에 필요한 적정 비율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곡식과 채소가 주식인 우리의 전통음식이 세계에서 건강한 밥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최근 K-팝 등 한류 바람의 영향이 크다.세계 최고의 건강 식단으로 꼽히는 지중해식 식단도 우리 밥상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지중해식은 채소 위주에 생선과 닭고기, 요구르트 등의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고 지방은 올리브유로 채운다.한국인은 비교적 뚱보가 적다. 적당한 몸매와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우리네 식단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식습관도 과식을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50, 60년대 굶주림을 면하고자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 조상은 주위에서 먹을 것을 찾고 온갖 푸성귀까지 먹어야 했다. 이것이 다양한 오늘의 먹을거리가 됐다. 건강 밥상도 조상 덕분인 셈이다. 채소와 곡물 위주의 식단과 어패류 및 미역 등 해산물이 곁들여진 밥상은 고른 영양분 섭취가 가능토록 해 균형잡힌 밥상을 제공했다. 우리 밥상은 열량을 과잉 공급하지 않는다. 주요 음식재료도 열량이 높지 않다. 조리 방법은 영양소의 파괴를 줄이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절묘한 조화다.배추와 무 등 채소를 갖은 양념으로 버무리고 발효시킨 김치는 세계인의 건강식품이 됐다. 김치는 각종 비타민과 산화 및 노화 방지 물질이 풍부해 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높여준다.최근엔 구미에서 수출한 냉동 김밥이 미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먹을거리 시장에 기린아로 떠올랐다. 한국산 만두와 라면도 큰 인기다. K-밥상이 세계인의 입맛과 건강을 돕는 아이콘이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29

논란 휩싸인 포스코 회장후보 5명, 내일 공개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압축된 5명의 명단이 내일(31일) 공개된다. 지난 24일 내부 5명, 외부 7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한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예정대로 31일 5명의 파이널리스트를 확정한다. 후추위는 다음 달 이들 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 회장 후보 1인을 정해 3월 주주총회에 상정한다.비공개에 부쳐진 숏리스트 후보군은 내부·퇴직자(OB)그룹과 외부 인사의 대결 구도로 짜여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현직 포스코맨 중에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이, OB출신으로는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 이영훈 전 포스코건설사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랜텍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이 거명된다.외부인사로는 LG에너지솔루션의 권영수 전 부회장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언급된다.재계에서는 내·외부 인사의 대결구도 외에도, 역대 포스코 회장 중 가장 많았던 ‘공대 출신 엔지니어’ 그룹과 현 최정우 회장과 같은 ‘경영·재무통’의 경합도 눈여겨보고 있다. 역대 포스코 CEO 중 황경로(2대)·김만제(4대) 회장과 최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대출신이다.문제는 차기회장을 선출하는 후추위의 모럴해저드다. 포스코그룹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인 후추위원 전원(7명)은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초호화 이사회를 열며 총 7억원에 가까운 경비를 쓴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있다. 수백만 원대 최고급 프랑스 와인을 곁들인 식사 한 끼에 2천만 원이 넘는 돈을 썼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최 회장이 연임포기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후추위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사외 이사들이 평소 과도한 혜택을 누린다는 사회적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후추위원들이 어떤 인물을 포스코 차기회장 후보로 결정하든, 공정성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2024-01-29

모빌리티 산업이 대구경제 혁신을 선도하길

대구시가 전국 최고의 미래 모빌리티 산업 중심도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민선8기 출범후 대구는 모빌리티, ABB, 비메모리반도체, 로봇, 첨단 헬스케어 등을 5대 신산업으로 규정하고 대구의 산업구조를 바꾸어 가고 있다. 그 중 모빌리티 산업은 자동차 부품사가 많은 지역의 강점과 기술혁신을 활용해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미래화하고 산업구조를 바꾸는 사업이다.모빌리티 산업은 현대사회에 있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핵심산업 중 하나다. 모빌리티 산업은 우리의 이동수단과 관련된 모든 측면을 다루는 산업이다. 자동차, 대중교통,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공유이동 수단은 모두 포함된다. 특히 이 산업은 교통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친화적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앞으로 교통혁신을 주도할 산업으로 주목을 받는다. 대구시는 올해 모터소부장 특화단지 추진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첨단산업 등에 1천39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글로벌모터 생산거점 조성, 모빌리티 모터혁신기술 육성, 특화단지 테스트베드 구축 등에 예산을 쓰고 지역기업의 시제품 제작 등 RD 활동에도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특히 2030년 TK 신공항 개항과 연계해 UAM(도심항공교통) 서비스 및 산업기반 구축에도 대비한다고 한다. TK 신공항 건설은 대구의 미래먹거리 발굴과 쇠퇴하는 대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신성장 동력이다. 하늘길이 열리는 신공항 개항에 맞춰 대구에서 모빌리티 산업이 꽃을 피운다면 대구의 미래는 밝다.30년 동안 GRDP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대구경제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대구의 산업구조 혁신은 다급한 과제다. 앞으로 신공항이 생기고 광주와 연결되는 철도가 놓이면 대구에 새로운 경제혁신의 바람이 일어나야 한다. 특히 지방도시 스스로가 경제주도권을 가지고 산업을 개척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모빌리티를 포함한 대구시의 5대 신산업 전략은 이런 점에서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대구시민의 기대도 크다.

2024-01-29

‘탄소국경세’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연말 우리나라의 한 유력신문에 ‘2023 소셜섹터 10대 뉴스’에 “한국 COP28 핵심 의제 ‘재생에너지 3배확대’ 동참”,“유럽연합(EU) 수입품 대상 ‘탄소국경세’ 시행확정”,“환경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등 기후환경관련 이슈가 무려 3가지나 들어갔다. 이 이슈들과 관련된 내부사정을 살펴보면 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국은 기후환경 관련 제도들이 잘 정비되어 이미 실천단계에 들어갔지만 우리나라는 실천을 위한 준비단계에서 많은 갈등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환경 관련 대응을 우리보다 수십년 앞서 진행해온 유럽 선진국가와 우리나라의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탄소국경세’는 2019년부터 준비한 제도로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생산·이송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EU지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으면 그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구매토록 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이 제도는 사실상의 추가 관세 성격의 ‘탄소세’ 부과이고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도 유사한 ‘탄소세’ 제도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어 수출중심의 경제체제인 우리나라는 피할 수 없고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장애물이다.EU는 ‘탄소국경세’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인데, 우선 대상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에 한정하였다. 2023년 10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는 전환기간으로 6개 품목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의무신고 하고,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이번 단계에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EU 총수출액 681억달러 중 ‘탄소국경세’ 적용 품목 수출액은 총 51억달러(약 6조8천억원)로 7.5% 정도이고, 이 중에서 철강이 45.5억달러(89.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상태 EU수출기업 탄소배출량에 ‘탄소국경세’를 적용할 경우 3천~5천억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상당한 가격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특히 경북 포항지역 일원에 위치한 포스코와 관련된 많은 기업들은 철강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으로 ‘탄소국경세’ 적용 직접 대상이 되며, 대구의 수출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 금속가공, 기계장비 관련 기업들도 간접적 대상이다. 이번 1월 31일이 EU ‘탄소국경세’ 최초 의무신고기한인데, 국내 관련 기업 숫자는 1천700개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8.3%는 ‘탄소국경세’에 대해 모른다고 답하였고, EU수출 실적이 있거나 진출계획이 있는 기업 142개 중 무려 54.9%가 ‘특별한 대응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져 허둥댈 상황이 곧 닥치게 된 것이다.이에 대응해 정부는 ‘범부처대응 전담팀’을 운영 중이라고 하는데, 대구경북에서는 보다 근본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제1차 대구광역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탄소중립 산업구조 혁신’, ‘그린에너지 전환’ 정책 등에서 제시된 사업의 실천이 ‘탄소국경세’ 대응 1차 해법이다.

2024-01-29

‘바이오 보국’과 ‘사이디오 시그마’

김기호 전 포스코인터내셔널 전무 바이오 보국을 향한 포항시의 열기가 뜨겁다. 포항시는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주목하고 착실한 준비를 해왔다. 사실 국내 지방 도시 중 포항만큼 바이오산업을 일으키기에 좋은 곳도 드물다.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비롯해 포스텍과 한동대, 포항테크노파크 등 뛰어난 바이오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세계 세 번째로 설립된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국내 최초의 식물 백신 상용화 시설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등 차별화된 바이오 인프라가 집적해 있으며, 그린바이오벤처캠퍼스, 해양바이오메디컬 실증연구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포스텍 의과대학과 스마트병원 설립에 포항시민 30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도 바이오 보국을 향한 시민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바이오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다. 그런 맥락에서 포항시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를 이끌던 지난 2020년 6월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스마트 헬스케어 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한미사이언스-포항시-경상북도-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4자 간의 MOU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폭한 데에는 임종윤 사장의 당시 결단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임종윤 사장의 판단은 선구적인 혜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임종윤 사장은 2020년 11월 ‘사이디오 시그마(CYDIO CIGMA)’라는 신용어를 내놓으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K-바이오의 진로를 선도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CYber education(사이버 교육), DIgital bio(디지털 바이오), Oral bio(오럴 바이오), CIty bio(시티 바이오), Green bio(그린 바이오), Marine bio(마린 바이오) 등 여섯 분야의 이니셜을 조합한 것이다. 임종윤 사장은 ‘사이디오 시그마’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지로 포항을 지목했다. 세계 각지에서 바이오 관련 사업을 펼쳐온 임종윤 사장의 눈에 포항의 잠재력이 포착된 것이다.하지만 한미약품그룹의 창업자인 임성기 회장이 타계한 후로 그룹 경영권이 불투명해지면서 임종윤 사장의 ‘포항 프로젝트’가 뜻대로 전개될지 물음표가 붙었다. 다행스럽게 ‘포항 프로젝트’의 주체가 임종윤 사장이 이끌어 온 코리그룹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그룹 회장이 2009년 홍콩에 설립한 RD 및 바이오 헬스케어 기술투자 기업으로 기업 가치가 1조2천억원 수준에 이른다.‘사이디오 시그마’는 K-바이오가 나아갈 길과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에 도전하는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도 정부도 바이오제약산업을 새로운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기업-대학-지방정부-중앙정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포항에서 ‘사이디오 시그마’를 실현하는 것은 한국 바이오제약의 새 역사를 쓰는 일이라는 점에서 임종윤 사장의 웅대한 포부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4-01-29

평안도의 가옥, 백석의 시 ‘가즈랑집’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백석(1912~1996)은 평북 정주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을 다녀온 후 경성에서 영어 교사로 지내다가 만주 일대를 유랑하며 작품을 발표했다. 향토색 짙은 토속적인 소재를 평안도 방언으로 재구성해낸 탁월한 시인이었다. 해방 이후 고향에서 시작에 전념했으나 ‘사상 이외 문학성도 중요하다’는 그의 신념 탓에 1957년 즈음 북한 문단에서 숙청되었다. 협동농장으로 추방되어 시쓰기를 중단한 후 농부로 암흑의 삶을 살다가 1996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슴’(1936),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1938), ‘서행시초’(1939) 등의 시집과 동요집을 남겼다. 그의 시는 모두 일제강점기에 쓰였고 시집들도 그때 발간되었다. 그가 경성에 머무는 동안 만났던 그의 영원한 연인 기생 김자야와의 짧고도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심금을 울려준다.그의 시는 전통적인 고향마을의 생활 속 소재들인 동식물, 민속, 음식 등 전반에 걸쳐 방언 시어들의 파편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나라를 잃은 한 예술가가 탐해온 아릿하게 멀어져 가는 옛것에 대한 습속과 습성과 대상이 고향이라는 한 정점에 몰려 있다. 옛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지향하는 구심력과 동경과 경성이라는 모던한 현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그의 시작품 속에는 옛것과 추억과 현재성이 보석처럼 알알이 박혀있다.그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즈랑집’이라는 시는 고향 촌락의 다양한 추억과 전설이 함께 어울려 빚어내는 작품이다. ‘가즈랑집’은 이 작품의 배경인 셈인데, 오래되었고 낡아 귀신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타날 듯한 집이다. 시인의 유년 시절의 추억인 가즈랑 고개의 무당 할머니가 살았던 추억의 현장이다. 쇠메를 든 도둑과 ‘승냥이’가 출몰할 만큼 외딴 집이다. 아슴한 기억의 공간을 배경으로 얽힌 몇 가지 에피소드로 엮어진 서사적 구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즈랑집’이 단순한 가즈랑 고개에 있는 낡은 집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 ‘가즈랑’의 어원은 일본어 ‘가스라(かずら,葛·蔓)’이다. 칡덩굴이 뒤덮여 있는 오래되고 낡은 집이라는 뜻이다. 산짐승인 승냥이가 슬며시 지나가고 가끔은 산적도 출몰했던 가즈랑 고개에 얽힌 전설같은 추억으로 서사화된 작품이다. 교묘하게 ‘가스랑 고개’와 칡덩굴을 뜻하는 일본어 ‘가스라’가 일치하는 배경이다.산짐승이 가축을 물어간 이야기를 들려주던 신당집 가즈랑 할머니가 태어나자마자 시렁에 올리면서 명이 길게 오래오래 살도록 시렁귀신에게 수양아들로 팔았다는 시인의 태생적 비밀과 성장하면서 경험했던 시골 토속 음식을 기억한다. 유년기의 경험인 “울다가 웃으면 밑구멍에 털 난다”는 개구쟁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와 과거와 현재를 가로세로로 서사를 얽어낸다. 그 이야기 속에는 토속적인 방언들로 꼭꼭 메워져 있다. 이 시에서는 동물이나 식물 이름, 음식 이름, 가옥 이름, 민속과 관련된 이름 하나하나에서부터 질병 이름, 놀이 이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평안도 방언들이 나타난다. 마치 평안도 민속어사전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토속어가 오롯이 모여서 한 편의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깽제미(꽹과리), 구신집(귀신집), 당즈깨(당세기, 고리짝), 수영(수양, 데려다 기른 아들이나 딸), 아르대즘퍼리(아래쪽에 있는 진창의 펄)는 평안도 사람이 아니면 그 뜻을 새기기도 힘든 방언들이다. 돌나물김치나 백설기, 도토리묵과 도토리범벅은 알 만한 음식이름이다. 그러나 제비꼬리, 마타리, 쇠조지, 가지취, 고비, 히순, 물구지우림, 둥굴레우림, 광살구, 당세는 식용 나물이거나 독초를 식용으로 가공한 나물음식의 이름을 평안도 사람이 아니면 누가 알까. 백석의 시에는 특히 평안도의 가옥구조와 관련된 매우 다양한 방언이 등장한다. ‘가즈랑집’을 비롯하여 옛 가옥을 구성하는 다양한 시어로 그려내는 마을의 골목골목이 정겹다. ‘곱새녕(이엉), 곱새담(풀, 짚으로 엮은 담), 돌 능와집(얇은 돌조각으로 이은 지붕), 딜옹배기(아주 작은 자배기), 섬돌(토방돌), 아르·(아랫목), 아릇간(아랫방), 울파주(대, 수수깡, 갈대, 싸리 등으로 엮어놓은 울타리), 재통(변소), 마가리(오막살이), 국수당(서낭당)’과 같이 옛날 서민들이 살았던 산골마을의 민속적인 전경이 펼쳐진다. 칡덩굴이 뒤덮인 외딴집 ‘가즈랑집’을 중심으로 하나의 민속마을을 복원해 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평안도 방언이 구사된 백석의 시이다.

2024-01-29

신의 피가 흐른다는 알렉산드로스의 최후

기원전 356년 7월 폭풍우가 쏟아지던 날 밤, 마케도니아 왕 필리포스 2세는 전쟁터에서 알렉산드로스 출산 소식을 들었다. 이때부터 그는 아내 정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우리 속담에 ‘친아버지 도끼질하는 데 가지 말고, 의붓아버지 떡 치는 데 가라’란 말이 있다. 아버지 눈 밖에 난 알렉산드로스 옆에는 어머니 올림피아스가 있었다. 그녀는 어린 알렉산드로스에게 신의 피가 흐른다고 믿게 했다.기원전 336년, 향년 46세였던 필리포스 2세가 피살당하자, 알렉산드로스는 군부의 강력한 지지로 왕위에 오른다. 알렉산드로스는 어린 그를 얕본 그리스 도시들의 반란을 잠재운 뒤 동방으로 눈 돌린다.기원전 334년, 22세의 알렉산드로스는 왕위에 오른 지 2년 만에 페르시아 원정길에 오른다. 그의 옆에는 동갑내기 명마 부케팔로스가 있었다. 그라니코스강 전투를 시작으로, 미트레스, 판퓨리아, 프리기아, 카파도키아를 점령하면서 손쉽게 아나톨리아를 완전정복한 뒤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페르시아 해군 본거지 키리키아를 향해 진군하는 도중에도 저항 없이 수도 타르수스에 도착하였다.알렉산드로스는 그곳에서 풍토병 키리키아열병에 걸리고 말았다. 여름이 지나면서 회복 기미를 보였다. 이때 다리우스 3세가 대군을 이끌고 진격해 왔다. 알렉산드로스가 이소스로 떠난 뒤였다.기원전 333년, 두 군대가 이소스에서 마주했다. 군사력에선 우위에 선 다리우스 3세였으나 전술 면에서 알렉산드로스가 한 수 위였다. 다리우스는 상처를 입고 도망쳤다. 알렉산드로스는 티루스를 7개월이나 걸려 힘들게 점령하고, 기원전 332년 가을, 남쪽으로 내려가 이집트의 나일강 어구에 ‘알렉산드리아’ 도시를 세운다. 기원전 331년, 페르시아 옛 수도였던 페르세폴리스로 향했다. 이들은 성문을 활짝 열며 자비를 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잔혹했다. 알렉산드로스는 병사들에게 약탈을 허용했다. 약탈은 재물, 살육, 강간, 방화를 동반한다. 죽음을 부르는 비명은 검은 연기와 함께 페르세폴리스 하늘을 메웠다.신의 피가 흐른다고 믿었던 알렉산드로스는 100여 년 전, 신성한 아테네가 페르시아에 의해 화마에 휩싸였던 과거를 떠올렸다. 바빌로니아와 이집트 예술의 결정체, 화려하면서 왕권을 드높인 왕궁, 장엄한 도시가 화마에 휩싸인 채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즐기며 자신의 신성성을 확인하였다. 이때 그도 엄청난 금은보화를 손에 넣는다.한편 페르시아 대왕 다리우스는 박트리아 총독 베소스의 배신으로 비장한 죽음을 맞이한다. 다리우스 시체를 확인한 알렉산드로스 분노를 샀다. 원수를 갚는다는 명목으로 힌두쿠시산맥 넘어 베소스를 추격했다. 도망친 베소스 역시 그가 그랬듯 스피타메네스 배신으로 사로잡혔다. 그는 코와 귀가 잘려 나가고, 다리우스 3세가 죽은 장소에서 처형된다.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를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강행군에 지칠 대로 지친 군사가 문제였다. 전리품도 챙겼겠다, 다리우스 3세가 죽었으므로 고향에 돌아가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는 동방의 패자가 되고 싶었다. 기원전 327년, 드디어 카이바르 고개를 넘어 인도 펀자브 지방에 들어서면서 히다스페스강에서 코끼리로 중무장한 포로스 왕과 일전을 치른다. 열세에도 불구하고 적의 힘을 역이용해 승리를 거둔다. 이때 알렉산드로스의 명마 부케팔로스가 치명상을 입는다. 기원전 326년 6월, 태어난 지 서른 해, 그와 함께한 지 18년이 되던 해다.알렉산드로스는 갠지스강 계곡에 도착했다. 그러나 병사들은 미지의 땅으로 들어가는 데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들은 지쳐 있었다. 더한 것은 그들도 인간이기에 가슴에 벌집처럼 숭숭 구멍을 뚫어버린 향수병이었다.“나를 따르라!” 알렉산드로스의 외로운 외침은 의미를 잃었다. 결국 대단원의 원정을 마쳐야 했다. 선택! 병사들에겐 귀향이란 정곡을 찌르는 판단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발길을 돌렸다. 피를 부르며 질풍노도처럼 밀고 왔던 그 길을 내려 걷는 그의 가슴은 허무 자체였다.정신력이 시들하면 체력도 함께 떨어진다. 그의 신은 신으로서 영역을 딱 거기까지만 허락했다. 회향을 거듭하며 바빌론에 도착했다. 일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알렉산드로스는 부케팔로스가 죽은 3년 뒤 기원전 323년, 33살의 나이로 말라리아에 걸려 그곳에서 객사한다.메타인지, 즉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가 중요하다. 알렉산드로스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신의 영역에 가둠으로써 기능을 잃었다. 풍토병에 걸렸을 때, 부케팔로스가 죽었을 때, 부하들이 회향을 주장했을 그때 하늘의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후 치세를 쌓든, 악정을 펼쳤든, 33세 젊은 나이로 객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4-01-29

선거를 치르려면 돌팔매라도 맞아라

김진국 고문 국민 10명 중 7명(69%)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엠브레인 퍼블릭 조사다. 윤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도 63%가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는 뉴스가 터지자 보수층이 경악했다. 이러다 총선이 쫄딱 망하게 생겼다는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겨도 되는 일이 없었다. 국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서다. 총선을 기대했는데, 그것마저 말아먹을 분위기다.바둑을 둘 때 훈수꾼이 되면 자기 급수보다 2, 3급은 더 잘 보이는 법이다. 막상 돌을 쥐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욕심이 앞선다. 실수로 놓은 돌에 집착하게 된다. 이미 저질러놓은 실수를 인정하기 싫다. 어린아이는 본성에 따라 움직인다. 철이 든다는 건 감정을 조절하고, 절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 9단이 별 건가. 욕심과 집착, 사적 인연에 얽매여 사리 판단을 흐리지 않는 경지에 이르면 9단이다.이번 사태에서 가장 노발대발한 사람은 누구일까.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KBS에 나와 “바보같이 뒤통수를 맞고 다니느냐는 말을 할 사람은 김 여사뿐”이라고 말했다. 친윤계 의원들이 “피해자에게 왜 사과하라고 하느냐”, “사과하면 민주당 공격을 받아 선거에서 불리해진다”라는 말을 흘릴 때도 김 여사가 떠올랐다. 이 바람에 그동안 사사건건 거론된 영부인 국정 개입설을 더 많은 사람이 사실이라고 믿게 됐다.윤 대통령은 조만간 KBS와 대담하면서 ‘명품 백’에 대해 해명할 생각인 모양이다. 최순실 사태로 궁지에 몰려 있던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규재TV’ 인터뷰가 생각난다. 박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은 하지 않고 유튜브 방송과 대담한 건 참으로 엉뚱했다. 스스로 조롱거리가 됐다.기자회견을 거부한 것은 대통령의 답변이 궁색하다고 인정한 꼴이다. 유튜브 방송을 선택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고립됐음을 보여주고, 상황을 편협하게 왜곡되게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그런 지경에서도 귀를 열지 못하고, 극단적 지지자로부터 위로받고 싶었던 셈이다. 그러니 사과를 제대로 못 했고, 그것도 여러 번 실기(失期)했다.문재인 전 대통령도 기자회견 대신 방송 대담을 선택했다. 2019년 5월 KBS와 임기 2년을 정리했다. 그것마저 찬양 일변도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문빠’들은 인터뷰 기자를 공격했다. 퇴임 직전에도 JTBC의 손석희 사장과 대담했다. 그것을 본 시청자들은 문 전 대통령을 ‘별에서 온 사람’ 같다고 했다. 여론과 동떨어진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탓이다.기자회견으로 정면 돌파하는 게 옳다. 현실에 눈감고, 칭찬만 들으면 행복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명한 대통령이라면 현실에 발을 디뎌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옷 로비’ 때 ‘마녀사냥’이라며 화를 냈다. 그러다 보궐선거를 망쳤다.‘명품 백’ 사건은 대통령실이 지적한 대로 비열한 공작이다.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명품 백을 선물해놓고, 그걸 몰래 찍어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하니 복장이 터질 일이다. 그러나 불법이냐 아니냐,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는 법정이 아니다. 지극히 공적인 대통령 부부와 국민 사이의 문제다.더구나 이 폭로가 없었다면 영부인은 최재영 목사에게 대북 강연도 시키고, 대북사업도 도와주었을 것 아닌가. 대통령 부인이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과 그렇게 긴밀히 접촉하고, 수상한 사람이 몰카를 들고 대통령 부인을 만나도, 방송할 때까지 몇 개월을 모르고 있어도 괜찮은 건가. 아니면 더 큰 일이 터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대담이 아닌 기자회견이어야 한다. 그와 별도로 김 여사까지 직접 사과하면 더 좋다. 선거 이후를 생각한다면 무엇이 두려운가. 돌팔매를 맞지는 못하더라도, 진심을 담아 설명하고, 사과해야 국민의힘이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자신을 비우고 양보할 줄 아는 그런 영부인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1-28

기록물 산책

이준걸 전 국사편찬위원회 사서실장 금세기 최고의 지성 아놀드 토인비에게 한국의 어느 석학이 조심스레 한국 방문을 청하자 즉각 무안을 준다. 그 도전과 개혁의 늙은 역사가의 대답은 단호했다. “천년이나 한 왕조가 존속한 그런 꽉 막힌 역사를 지닌 나라에 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오만해지면 그 어떤 비판도 비난으로 들리고, 독선에 빠지면 그 어떤 잘못도 소신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여운은 한동안 뇌리에 감돈다. 그리고 그에게 다시 물었다. “만약 지구가 멸망해서 다른 별로 이주할 때 오직 한 가지만 가져가야 한다면 무엇을 가져가겠느냐”고 하니 천하의 옹고집인 그도 촌각의 망설임도 없이 “한국의 가족제도인 ‘족보’를 가지고 가겠노라”고 대답했다.사실 책은 무생물이기는 하나 입 없이 말하는 살아있는 정혼(精魂)의 응결체로 얼이 담긴 그 서적을 두고 어느 지성인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선물로 받지 않고 인간의 정신으로 창조해 낸 그 수많은 물건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다”라고 한 말은 인간이 언어동물로 남아 있는 한 변함없는 만고의 진리이다.집필자는 항상 편식은 몸을 상하게 하지만 편견과 곡학 그리고 표절의 낙인은 천형(天刑)보다 무서우며 때로는 붓을 꺾게도 하고 오히려 성명(性命·인성과 천명)까지도 해치는 흉악무도한 현상으로 뒤돌아 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보편타당성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학문은 사실에 기초한 ‘해석’에 치중하다 보면 흔적을 찾아 본체에 접근하는 외곬이 있을 뿐 타협을 모른다. 그러므로 학문탐구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창조의 길이며 고독한 구도자의 길이다.책은 언제나 미래지향적이라 미진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모자람은 보태고 넘쳐 남은 깎기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덧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인(古人)을 사귀게 되고 수백 년 뒤의 벗에게 자신을 확인시키는 것도 책만이 내 비치는 묘한 아량의 매개체이다.책 속에 빛깔은 없다 하나 학문의 연마에 따라 눈 큰 사람에게는 문장의 광채가 눈부시게 비쳐 그 문채가 선명하게 어릴 것이다. 그리고 책의 소리는 열린 귀에는 들려 책의 기운이 꿈틀 거려 서권기(書卷氣)가 이글거리고, 문자의 향기는 천지간으로 퍼져 오래 머물며 난향 백리에 그 십 배를 더한 묵향천리라고 하나 덕향(德香) 만 리에는 아직 못 미친다.‘화안(畵眼)’이란 글에 그림 재주는 타고난다. 다만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한다는 독만권서(讀萬卷書)에 행만리로(行萬里路)라는 글귀가 보인다. 사실 독서는 심성을 풍요롭게 하는 보충일 뿐 아니라 본성까지도 개조하고 변환하는 힘을 가진 영물체이다. 그러므로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을 가 보라는 말이 있다.미국 의회도서관에 수년 전에 인류 최초로 개발한 유물전시회에 세계 최고(最古)의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세계기록유산)을 소개했다. 지난 1천년 동안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문화사적 사건으로 금속활자 인쇄술은 한국인이 처음 발명했다. 그리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발명해 문명을 혁신시켰다는 서구인들의 일반 상식과 달리 최고의 금속활자는 한국인이 발명하였다”는 내용의 광고를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워싱턴 포스트’지에 크게 실었다.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독창적인 언어 문자와 가옥 구조의 온돌 및 의복과 음식 그리고 세시 풍속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고, 한국이란 본질의 실상을 알고 보면 우습게 보다 가는 큰 코 다치는 문명의 자긍심이 대단한 예사롭지 않은 나라임을 알게 될 것이다.2024년으로부터 578년 전에 태어난 ‘한글’은 기계식 타자기에 입력이 용이한 음소문자(音素文字)체계로 무려 1만2천여 자의 소리 값을 가져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정보기술(IT) 시대에 적합한 문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 외에도 지적 보고로 대표적인 것은 ‘팔만대장경판’으로 1236년에 시작해 1251년에 완성한 16년이 걸린 노작이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은 1392년부터 1863년까지 472년간의 시정기(時政記)이며, ‘승정원일기’는 1623년부터 1910년까지 288년간의 시정기록으로 위의 3종류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와 같은 기록의 문화유산은 인류의 자존심이고 인류의 생존 흔적이다.이러한 나라의 역사를 그토록 오랫동안 편년체로 기술한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유구한 전통을 가진 문명의 민족만이 기록 유산으로 남긴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사실 세월에는 망각이란 허상이 찾아오고, 기록에는 추억이란 실상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비단 천년에 신라지 만 년’이란 말은 그만큼 제지술의 발전은 서책 간행에 큰 영향을 미쳐 기록문화에 많은 진전을 보았다는 의미이다.이 모두가 세계사적 정신문명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튼 기록에서 해가 뜨고 기록에서 해가 저문 집념어린 노작에다 외곬의 깊은 뜻은 “무딘 붓이 총명을 이긴다”는 일념으로 살아 온 우리 조상들이 문명의 선각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2024-01-28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분노한다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18세기 후반 석탄 에너지를 핵심으로 하는 1차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일어났다. 석탄에너지 기반의 영국 산업은 철도와 증기선을 바탕으로 5대양 6대주에서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하고 20세기 전반기까지 세계를 지배하고 세계 문명을 선도했다. 20세기 석유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산업은 1차 세계대전 끝나는 시점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시점까지 25년 정도에 걸쳐 석유 에너지 바탕의 2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선도국가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기후위기로 인해 1, 2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었던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가 계속 재생이 가능하고 탄소배출이 제로인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자연에너지”로 대체되고 급격하게 퇴출될 환경에 처해있다.현재 이러한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지역이 유럽과 중국이다. 1차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유럽은 다시 한번 글로벌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인 조류를 간파하고 총력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뒤늦게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의 중요성을 깨달은 중국이 국가적 과제로써 에너지 전환을 주도해 나가며 에너지전환의 세계 주요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미국은 기후위기 대응이 향후 번영과 경제 안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진단 아래 민주당 정권에서는 에너지전환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하지만 공화당 정권에서는 특정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발목 잡혀 아직 정권에 따라 혼미한 상태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교하면 미국 또한 시대 조류를 놓치지 않으려고 IRA(인플레 감축법) 등을 통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교토의정서가 협정될 당시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부터 6명의 대통령이 취임하고 정권이 네 번 바뀌었으나 에너지전환은 제자리걸음이고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막론하고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시대 조류에 대해선 눈을 감았거나 혹은 뒷걸음질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제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50%를 넘어섰고 중국도 30%를 넘어섰으며, 미국과 일본도 25%를 넘어섰고 OECD 평균도 35%를 넘어섰는데 우리는 아직 10%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재생에너지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생태계는 LNG에 원자력까지 보태서 에너지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한 것 같다. 산업 또한 핵심인 기후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뒷전인 채 주변부인 전기자동차, 2차 전지, 전기 배터리, 반도체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되어 핵심인 재생에너지는 빠진 채 주변부 중심의 산업정책 추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세계 주요 나라들이 모두 에너지전환을 위해 동(東)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선진국들이 왜 동으로 가는지 모른 채 LNG와 원자력을 껴안고 서(西)로 달리고 있다. 우리보다 후진국이라 생각했던 중국조차 재생에너지 시대야말로 이제 중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국력을 총집결해서 돌진하고 있는데 우리만 두 눈 감고 LNG발전소 짓고, 원자력에 목숨 거는 듯하다.문재인 정권의 탈 원전이 비난받는 것은 아직 수십 년 더 쓸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느닷없이 멈춰 세운 탓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외면은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비난받는 것이다. 2011년 블랙아웃 뒤 ‘GREEN GROWTH(녹생 성장)’를 부르짖던 이명박 정부가 추가 발전설비를 계획하면서 700만kW 이상의 발전소를 17조 원의 돈을 들여 석탄발전소로 계획하고 건설한 시대착오적인 패착으로 인해 아직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후진국을 헤매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역행은 에너지전환이라는 3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1960년대 들어서서 산업화를 시작한 우리나라는 다행히 산업화라는 시대 조류에 편승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적적으로 산업화를 달성한 시대적 행운아다. 그런 우리나라가 위정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무지와 무능으로 인해 탈산업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길을 잃고 미아가 된 듯하다. 산업화 시대의 막내로 탈산업화하기에 가장 좋은 산업조건을 갖춘 우리나라가 무지하고 무능한 지도자들 탓에 전 세계가 모두 동(東)으로 가는데 한국만 서(西)로 달리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지금이라도 “뒤로 돌아 앞으로!”라는 구령을 외쳐 시대 조류를 따라간다면, 국가가 의지를 갖고 더 빨리 움직인다면 에너지전환시대에 중국 못잖은 세계 주요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게 외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 머뭇거리다가는 영영 낙오자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정신 차려 방향을 똑바로 잡아간다면 아직 우리나라가 선도국가가 될 기회는 남아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만 에너지전환으로,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으로 나아간다면 말이다.

2024-01-28

공(空)과 색(色) 사이에서

김규종 경북대 교수 ‘반야심경’을 이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첫 번째 문장인 것 같다.“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깊게 행하실 때 오온(五蘊)이 모두 공(空)함을 밝게 깨우치시어 모든 고액(苦厄)을 뛰어넘으셨다.”여기서 ‘오온’이라 함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다섯 가지를 일컫는다. 대상을 보고,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판단하는 다섯 가지가 오온이다. 이 문장을 통찰할 수 있다면, 이후의 모든 내용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오온이 어째서 모두 공한지,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첫 문장이 막히기 때문에 이후의 전체 이해가 불가능해진다. ‘반야심경’에서 세간에 가장 널리 알려진 구절은 ‘색즉시공(色卽是空)’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무상정등각자(無上正等覺者)는 그 앞에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이란 전제를 제시한다.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고 한 연후에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란 명쾌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3년 넘어 4년이 가깝도록 나는 이 문장에서 꽉 막혀 멈춰 서 있다. 몇몇 사람에게 묻기도 하고, 책을 찾아 읽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기도 했으나, 딱히 명료한 깨우침은 구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근자에 ‘양자 물리학’에 관한 책을 읽다가 암시와 만난다. 뉴턴이 대표하는 고전 물리학과 달리 현대 물리학은 미시세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현대 물리학의 꽃이라 할 양자역학은 무엇보다도 빛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속성, 입자성과 파동성에 주목한다. 하나의 물질에 두 가지 속성이 있다는 것은 고전역학의 근본체계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영의 이중슬릿 실험으로 빛에 두 가지 속성이 있음은 200여 년 전에 확인되었으나, 20세기 20년대에 이르러 서로 상충하는 속성이 밝혀진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가 폭넓게 수용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서 발원하는 이른바 ‘슈뢰딩어의 고양이’는 아직도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첩과 관찰자란 개념이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예를 들어보자. 초저녁 하늘을 보면 보름달이 뜰 무렵 동남쪽 하늘에 오리온자리가 환하고, 북쪽으로는 카시오페이아자리가 선명하다. 카시오페이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북극성이 환하게 빛난다. 이들은 날마다 밤하늘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지만, 우리가 보지 않을 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리와 관계가 없을 때는 별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아인슈타인의 물음, 즉 “내가 저 달을 보고 있지 않다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는 사태의 핵심을 찌르는 구절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상호관계함으로써 존재하는 셈이다. 관찰자인 내가 없다면, 이 세상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다는 모순적인 결론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본체가 환하게 드러난다.김춘수 시인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일갈은 양자역학과 ‘반야심경’의 핵심을 관통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2024-01-28

극단적인 ‘증오정치’, 정치권이 해법 찾아라

중학생으로부터 돌로 머리부위를 가격당해 병원에 입원했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그저께(27일) 퇴원했다. 배 의원은 지난 25일 15세 소년에게 돌이 깨질 정도로 10여차례 이상 강하게 맞아 현장에서 피를 많이 흘렸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배 의원은 “이런 끔찍한 일이 국민 누구나가 너무나 무력하게 당할 수도 있는 치명적 위협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받은 지 23일 만에 10대 중학생이 대낮에 정치 테러를 저지른 일이어서 우리 사회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다.정치권은 연이은 테러가 ‘정치적 증오심’에 의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정치가 상대를 증오하고, 잘못된 언어로 국민에게 그 증오를 전파하는 일을 끝내지 않는 한, 이런 불행한 사건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배 의원이 당한 일은 명백한 정치테러”라고 했다.이번 사건은 피의자가 중학교 2학년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크다. 배 의원 신원을 확인하고서 잔인하게 뒷머리를 습격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본 많은 국민은 피의자에게서 극단적인 증오심을 읽을 수 있었다. 외신(AP통신)도 “이번 피습은 한국의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에 대한 우려를 더욱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우리 사회의 증오정치 문화는 정치인들이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딸’이나 ‘태극기부대’ 같은 극성 팬덤을 정치인이 지지세력으로 의지하니까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 여야 정치인끼리뿐 아니라 그 지지층까지도 서로 대화를 거부한 채 상대를 죽이고 싶어 하는 상황이 됐다.이런 풍토가 지속되면, 더 심각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정치인부터 증오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자제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여야 지도부가 총선 공천 때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언어를 사용한 정치인에게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2024-01-28

달빛철도 국회 통과, 균형발전의 모범사례로

영호남 1천800만 시·도민이 염원한 달빛철도가 국회를 통과했다. 기재부 등 수도권의 반대에 부딪혀 폐기될 뻔했으나 천신만고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이 법의 통과로 영호남 남부권 경제의 기반을 다질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가 크다. 수조원이 투입되는 달빛철도는 수도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지역발전을 통한 지역중심의 신경제권을 이룩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지난해 8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261명의 국회의원이 이 법을 공동 발의한 것도 지방시대가 열려야 한다는 염원 때문이다. 수도권 일극화로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국정과제에 부응하는 정책으로 적합하다는 것이다.그러나 기재부와 중앙언론 등은 경제성이 없고 예타면제 등은 포퓰리즘이라며 끝까지 반대해 법 통과를 어렵게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정치권을 압박하고, 강기정 광주시장과 소통 협력하면서 법 통과를 재촉했다. 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기재부를 설득하는 등 영호남 정치권의 공로도 크다.영호남 10개 지역을 통과하는 달빛철도가 놓이면 동서간 교류가 확대되고 대구에서 광주까지가 한시간대 생활권으로 바뀐다. 통과지역을 중심으로 경제와 관광, 문화교류 바람이 일면서 남부권경제에 큰 활력이 생길 것이 예상된다. 특히 대구는 2030년 완공 예정인 신공항과 연계됨으로써 공항 중심의 신산업 구축에 큰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홍 시장은 “국가균형발전의 제도적 토대가 마련됨으로써 지방서도 새로운 미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평가했다. 대구시의회도 균형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법으로 환영을 표시했다.철도가 개통되는 2029년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춰 성공적 안착을 유도해야 한다. 영호남 철도사업이 수도권의 시각과 달리 균형발전의 모범사례로 남도록 지역에 혁신적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국토균형발전은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지역정지권은 역량을 키우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2024-01-28

깨진 유리창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어떤 건물이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건물주가 건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그 앞에 하나둘 쓰레기를 갖다버리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은 돌을 던져 다른 유리창을 깨는 일들이 생기면서 급기야는 그곳의 모든 유리창이 깨진다. 건물은 버려진 건물로 인식돼 이 일대는 강력범죄가 일어나는 무법천지로 변하게 된다.깨진 유리창 이론은 낙서나 유리창 파손과 같은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론을 근거로 한때 지하철 치안이 엉망진창이었던 뉴욕시가 범죄를 줄여나가는 데 성공을 거두게 된다.깨진 유리창 이론에 입각해 생겨난 것이 무관용의 원칙이다. 사소한 규칙위반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과 질서를 초반부터 엄하게 잡겠다는 뜻이다.미국의 대부분 명문 사립학교는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원칙 즉 무관용의 원칙이 지켜진다고 한다.평소 착실한 학생일지라도 마약·음주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학교에서 추방을 당한다. 1차 경고 등 몇차례 구원의 기회가 주어지는 우리사회 분위기와는 다르다. 무관용의 원칙은 명확한 원칙과 일관성이 장점이다.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정치테러를 보면 우리사회의 근본 기강이 흔들린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앞으로 어떤 일이 또 더 벌어질지 불안해지기도 한다. 깨진 유리창처럼 우리사회가 방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28

탄핵이 능사는 아니다

유영희 작가 며칠 전, 이언주 전 국회의원이 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25%라면서 이 정도면 탄핵 수준이라고 말하는 영상을 보았다. 언제부터 대통령 탄핵 이야기가 나왔는가 살펴보니, 검색으로는 2023년 6월부터였다. 그러다 11월이 되면서 탄핵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 지지도 추이를 찾아보았다.문재인 전 대통령은 첫해에 7, 80%에서 점차 내려가기는 했으나 임기 내내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마지막까지 41.4%로 퇴임하였다. 2012년에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2014년을 포함해서 임기 내내 4, 5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다가 2016년 10월에 11%대로 떨어진 후 11월에 한 자리 숫자를 기록하면서 탄핵되었다.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하던 해 1년 동안 내내 23% 정도를 기록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초창기에 60% 지지율을 기록한 적은 있으나 그 후 임기 전반에 걸쳐 20% 대가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의회에서 탄핵 소추를 받기는 했으나 지지율이 낮아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임기 후반 2년간 지지율은 20% 중후반 대가 많았다. 이보다 더 지지율이 낮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10%대였다.동영상 하나로 이렇게 뜻하지 않게 역대 대통령의 재임 기간 지지율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이런 기록을 보면, 10%대도 있었고, 탄핵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였다.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다고는 할 수 없으나 아무리 봐도 탄핵될 만큼 치명적으로 낮은 것은 아니다. 지금 지지율이 25%라고 탄핵을 꺼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대통령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심각할 경우에만 할 수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의회나 헌재가 파면한다는 것도 부담이고, 탄핵 이후의 혼란과 비용 등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당한 정책 결정이나 정치적 무능력으로 야기된 행위로는 탄핵할 수 없고 국민에게 확실한 이익이 있을 때만 해야 한다. 정책의 부당함이나 무능이라는 기준은 다툼의 여지가 많아서 이런 일로 탄핵하면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분열과 갈등에 빠진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여러 행보를 보면 민망한 것이 많다. 영국 여왕 조문에 참석하러 갔다가 정작 참배는 하지 않는 해프닝도 있었고, 파리에서는 기업 총수를 불러 폭탄주를 돌렸다는 등의 뉴스에 얼굴이 붉어진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은 더 큰 실책이다. 10위권 안에 들던 경제 성장률 세계 순위가 작년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대출을 부추기는 부동산 완화 정책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도 크다.그렇지만 법을 아는 사람이 25% 지지율을 근거로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더러,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의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탄핵이라는 방법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뿐이다. 정치인들은 정도를 지키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2024-01-28

혁신의 성공을 위한 트라이앵글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많은 회사가 지속 발전하고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그 시대에 필요하거나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의 혁신활동을 도입한다. 제철업의 경우도 초기 도입기에는 일본기업의 품질개선 방법인 제로디펙트 활동을 시작으로 성장기에 들어서는 현장 설비 개선을 위한 자주관리 활동을 거처 성숙기는 데이터에 근거한 일하는 방법의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모토로라사의 경영혁신 방법론인 식스시그마를 도입 추진하였다.2000년대부터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이 식스시그마 경영혁신 활동을 유행처럼 도입하여 추진하였으나 현재도 지속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식스시그마를 경험한 사람이 본인 업무에 부분적으로 적용하거나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구축과 연계하여 분석기법을 사용하여 공장을 자동화 지능화 하는데 일부 활용하는 정도이다. 이는 한번 도입한 혁신활동이 그 회사 고유의 문화로 자리매김하여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란 매우 어렵고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방증일 것이다.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혁신활동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만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Top의 혁신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 표명과 리더십의 발휘이다. 토요타 자동차의 사례를 보면 1937년 자동차 회사가 설립되면서 시작한 도요타생산방식(TPS)으로 불리는 혁신활동을 87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위기가 있을 때마다 도요타생산방식의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경영진이 앞장서서 주창한다. 일례로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일가족 4명을 태운 렉서스 승용차가 급가속으로 4명이 사망한 사고로 촉발한 페달게이트라 불리는 리콜 사태가 있었다. 도요타의 경영진이 미국 청문회에 출석하여 해명과 사과를 하고 전세계에 1000만대가 넘는 리콜을 실시하였다. 이듬해 8월 토요타 조 후지오 회장은 전 일본 도요타자동차 관리자 수천 명을 모두 한 곳에 모아서 도요타생산방식의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눈물을 흘리며 강조하였다.둘째는 혁신이 일과 일체화되어야 한다. 토요타자동차의 경우는 한 축은 필요한 물건을 낭비없이 생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조달기간(Lead Time)을 단축하는 생산성 향상과 직결되어 있다. 또 한 축은 팔리는 물건만 생산하기 위해 불량이 발생하면 설비가 자동으로 정지하고 불량을 만들지 않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람의 지혜를 발휘하는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종적으로 이 두 축은 생산원가를 줄이도록 작용한다.셋째가 혁신 활동을 잘 이해하고 지속할 수 있는 인재를 꾸준히 양성하는 것이다. 토요타 직원들은 토요타생산방식의 창시자인 오노 다이이치의 몇 대 제자라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현 토요타 아키오 회장을 포함한 1대 제자가 3명이 있고 이 3명이 각기 3명씩의 제자로 명맥이 이어진다고 하였다.도요타 자동차를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수도 없이 벤치마킹하고 따라하고자 하지만 쉽게 안되는 이유는 일관되게 경영진이 강조하고 일과 혁신이 일체화되어 개선을 통해 사람이 성장하고 이를 지속 전승하는 문화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2024-01-28

시민을 위한 녹색복지, 그린웨이의 끊임없는 확장

이강덕 포항시장 지금은 한겨울이라 다소 한적하지만 날씨가 조금이라도 풀리면 철길숲을 따라 걷는 수많은 시민들의 활기찬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혈액 순환과 면역력 강화 등 걷기 운동의 탁월한 건강 효능이 알려지고 있어 철길숲을 내딛는 시민들의 건강한 발걸음이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시숲은 심신에 안정을 줘 우울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알려진다. 이뿐 아니라 도심 열섬 현상과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효과 또한 상당하다고 한다.산업화 시대에는 도시 구조에서 속도와 효율성만이 강조됐지만, 지금은 얼마나 쾌적한 정주여건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는지가 도시 경쟁력의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특히, 도심 속 숲과 공원의 가치가 갈수록 부각되면서 여가와 휴식을 위한 녹색 공간의 존재가 도시의 품격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우리시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웨이 프로젝트’는 회색 산업도시로 알려진 포항을 지속가능한 녹색 생태도시로 변화시켜 누구나 살고 싶은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변화시켜 나가는 미래 비전이다.포항시는 2016년부터 바다와 산, 도심을 3대 축으로 철길숲과 미세먼지 차단 도시숲, 해안둘레길, 자연휴양림 등 다양한 ‘녹색 복지’ 인프라를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대표 사업인 철길숲은 동해남부선 폐철도 부지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 선형 도시숲이자 그린웨이의 중심축이다. 우현동 유성여고~유강 정수장까지 총연장 9.3㎞ 구간이 조성됐고, 지난해 10월 상생숲길 인도교가 준공되면서 형산강 남쪽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편리하게 닿을 수 있게 됐다.이 길을 따라 수많은 나무와 꽃을 심고, 운동기구와 분수 등을 설치해 마치 ‘내 집 앞 정원’처럼 시민들이 애용하며 큰 사랑을 보내 주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철길숲을 따라 노후화된 주택과 공터가 말끔한 카페와 식당으로 바뀌고 골목상권에 뜨거운 활기를 불어 넣어 자연스레 도시 재생도 이뤄지고 있다.국내외 녹색도시·경관 분야 평가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철길숲은 포항의 자랑이자 자부심이기도 하다.이와 함께 송도솔밭과 오어지, 형산강 둔치 등 도심과 강변, 해수욕장 등 곳곳에도 맨발걷기 좋은 맨발로(路) 등 다양한 둘레길과 도시숲을 마련했다.특히 도시숲과 문화·행정 공간이 융합된 북구청사, 미활용 학교부지를 활용한 양덕 나무은행 등 창의적인 녹색 공간의 조성으로 도시에 짙푸른 생명력을 더하고 있다.그린웨이 추진 이후 지금까지 축구장 95개 넓이인 67만여㎡의 녹지 공간을 새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 드렸다. 아울러 10년 동안 총 2천만 그루 나무 심기 운동도 연계해 추진 중이며 지난해까지 7년 간 목표를 초과 달성한 1천851만 그루를 심었다.이를 통한 막대한 탄소 흡수 효과로 기후 변화 대응력을 높이며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를 위해 포항을 더 푸르게 가꿔가고 있다.도시 전체를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생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그린웨이는 앞으로 더욱 확장할 방침이다. 먼저 수십 년 간 아스팔트로 덮여있던 학산천의 생태 복원이 올해 마무리 되면 물길을 따라 사람이 모이는 수변도시로 탈바꿈할 예정이다.아울러 천혜 바다풍경을 즐길 해안둘레길 112㎞ 전체 구간의 완성을 앞둔 가운데 포스코대로 그린워크, 희망대로 가로숲길 등 녹색 보행망을 단절 없이 이어가고 또한 늘려갈 계획이다.시민들이 그린웨이를 걸으며 행복한 웃음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녹색 생태도시’로 변모할 포항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2024-01-28

평행선

가을 공원길, 나란히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눈부시다. 두 분은 오늘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을 맞춰 왔을 것이다. 자신의 속도를 고집하지 않고 손을 꼭 쥔 채 걸어가는 등 뒤로 석양이 비춘다. 남편과 나는 보폭이 맞지 않았다. 함께 길을 걸을 때 저만치 앞서간 남편은 뒤를 돌아보며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시간의 굴레를 풀어놓은 산길에서는 쉬엄쉬엄 걷고 물 맑은 여울에서는 발이라도 담그고 싶었다. 느릿하고 맛갈지게 걷고 싶은데, 남편의 성화에 이끌렸다.남편은 매사에 반듯했다. 책이든 가구든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있어야 했다. 상자 안에 정리하고 차곡차곡 줄을 맞추는 것을 좋아했다. 남편이 지나 간 자리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잘 못 건들면 흐트러질까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었다. 때로는 그런 모습이 숨 막혀 일부러 흩트리기도 했다. 내가 지나간 자리는 언제나 어수선했다. 대충 개놓은 옷가지와 선반에 질서 없이 올려놓은 그릇 그리고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뒤섞인 신발들, 충동구매를 한 옷가지가 나뒹구는 옷장, 남편은 볼 때마다 속 시끄럽다며 잔소리를 해댔다. 그러면 나는 적당히 흐트러진 것이 인간답다고 볼멘소리를 했다.살아 온 환경이 달랐던 우리는 씀씀이에서도 부딪혔다. 남편은 알뜰하고 나는 헤픈 편이었다. 때로는 계획 없는 지출이 스트레스 해소라는 소득이 되기도 하는데 남편에게는 통하지 않는 계산서였다. 결혼 초 남편과 어느 장터에 기차 여행을 갔다. 장터로 안내하던 철길은 추억으로 이끄는 길이 되었다. 도시에서 들을 수 없었던 엿장수 가위 소리에 귀가 열렸다.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흥정하는 모습, 골목을 돌면 나는 ‘뻥’소리, 먹어 보라고 과일을 건네는 농부의 손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시간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공간을 만나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들었던 풍경을 만났다.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를 만나고 애니메이션에서 본 그림과 마주쳤다. 우리는 계속 흘러가는데 이 곳은 어느 순간 멈춰 버린 듯 낡아 있었다. 이 공간을 담고 싶었다. 간이역에 잠시 정차한 기차처럼 멈추고 싶었지만 남편은 충동구매는 안 된다며 모든 공간을 뒤로 물리며 갈 길을 향했다. 나는 여행지보다 가는 길을 더 좋아했다. 가까운 곳보다 지루할 정도로 먼 목적지가 좋았다. 느리게 걸으며 목적지까지 걸어가길 원했다. 들꽃을 보며 웃기도 하고, 비가 오면 처마 밑에 잠시 쉬어 가고도 싶었다. 감당 할 수 없는 속도에 조금씩 지쳐 갔다. 크기가 다른 기차 바퀴처럼 어느 하나가 밀려날 것 만 같았다.남편을 따라 계획을 세워 보았다. 지키기가 쉽지 않았다. 계획표대로 책을 읽으려 하면 열어 놓은 창가에서 신문지 팔랑거리는 소리가 거슬렸다. 어느 세월에 이 책을 다 읽나 싶어 괜스레 뒷장을 뒤적였다. 계획을 세우기만 하면 뭐하나, 노안은 오고 시력은 점점 나빠지고 몰입 할 수 없는 핑계만 가득했다. 우리는 다투었다. 감정으로, 언어로 밀어냈다. 인도와 차도처럼 늘 경계선이 있었다. 남편의 속도에 맞춰 보려고 애를 썼다. 나의 속도로 살아도 손해 본 적이 없는데 자꾸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평행선은 나란히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김경아 작가 도돌이표 같은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은 내가 흘려 놓은 것을 줍기 시작했다. 내가 빼 놓은 것을 챙겼다. 내가 벌여 놓은 틈을 메웠다. 내가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걷도록 내버려 두었다. 굽이진 길을 돌아 나올 때는 오히려 자신을 낮추어 주었다. 내게 맞는 보폭이 나를 당당하게 걷게 했다. 서로의 걸음을 인정하고 나니 똑같은 속도가 아니라도 마음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쉼 없이 전진하는 게 헛걸음이 될 때도 있었다. 같은 속도로 꼭 성공해야 한다는 법칙도 없다. 사람마다 오르려고 하는 봉우리가 다르고,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다. 함께 돌아보며 늦춰 주고 당겨 주면서 생각의 보폭을 맞추어 가는 것이 부부였다.남편과 함께 걸어온 시간을 돌아본다.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어느새 보폭이 비슷해졌다. 이제부터는 우리의 평행선은 이탈 없이 내일로 갈 것이다. 나란히 손을 잡고 인생의 소실점으로 가는 노부부처럼.

2024-01-28

통일의 전망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이 된 이후 통일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그 첫 번째는 김일성이 사망한 때였다. 반도의 북쪽을 손아귀에 틀어쥐고 절대존엄으로 군림하던 ‘위대한 어버이수령’이 죽었으니 엄청난 충격과 혼란과 변화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머지않아 통일의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김정일 세습체제가 들어서서 전과 별로 다를 게 없이 굴러가고 있었다.김정일이 죽었을 때도 또 한 번 통일에 대한 기대로 온 나라가 술렁거렸다. 후계자를 키울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터라 정치 경험이 없는 이십대 후반의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 하는 예측이었다.더구나 3대에 걸쳐 세습을 한다는 것도 마땅한 명분이 아닐 터라서 권력의 분화와 다툼이 일어나고 체제의 붕괴를 가져와서 통일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러나 그런 기대마저 이복형을 죽이고 고모부를 처형하는 등의 잔인함을 보이며 일축해 버렸다.그렇다고 김정은 체제가 안고 있는 불안 요소가 다 가신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무절제한 생활로 인한 고도비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방불케 한다. 실제로 한동안 중병설에 사망설까지 나돌았다. 만약 김정은이 건강 문제로 쓰러지면 이번에는 선대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거라는 전망이다. 백두혈통이라는 여동생이 있고 십대의 어린 딸이 있지만 그들이 권력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터이니 마침내 김일성 일가의 세습체제가 종식을 고하지 않을까.그와 동시에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불만과 원성이 분출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첨단기기의 보급으로 더 이상은 외부의 정보를 차단할 수 없게 되어 젊은 층에서부터 세습체제에 대한 회의와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더구나 인민들은 헐벗고 굶주리는데 지도자란 놈은 몸을 못 가눌 정도로 호의호식하고 나라의 살림을 거들내면서 미사일이나 쏘아대는 짓을 두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천오백만 북한 주민들을 빈곤과 압제에서 구해내는 것이 더 시급한 통일의 과제이다. 얼마 전 김정은은 대한민국을 ‘같은 민족의 남측’이 아니라 ‘적대적인 다른 국가’로 간주하겠다고 강조하고,‘점령·평정’해 ‘편입’할 대상이라고 선언을 했다.‘그동안 같은 민족이라고 봐줬는데 이젠 무자비하게 도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김정은이 그렇게 선언한다고 남과 북으로 갈라진 혈족의 연이 끊어지는 건 아니다.통일을 위한 우선의 전제조건은 김정은 세습체제의 종식이다. 그것이 통일로 가는 길이다. 김정은에게 타격을 주고 인민들이 더 이상 세습독재에 굴종하지 않고 분연히 들고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남한부터 뜻과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2024-01-25

세월의 흔적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교직을 떠난 후 얼마간 무언가 모를 우울증이 있는 듯하여 ‘제2의 밝은 삶’을 사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갖자고 마음을 잡았다.책도 많이 읽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나름대로의 취미생활도 해보지만 무엇보다 대화의 상대가 줄어들었으니 웃음이 줄었다. SNS에 많이 떠도는 말이 생각났다.‘자주 웃어라. 혼자서 거울과 대화도 하며 웃는 연습을 하라.’그래서 요즈음 혼자 운전할 때는 차 안에서 큰 소리로 웃고, 집에서는 거울을 보며 소리 없이 표정으로만 크게 웃곤 한다. 그러면 참으로 기분도 좋아짐을 느낀다.자주 거울을 보게 되면서 내 얼굴이 조금 이상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세수할 때만 거울을 잠깐 볼 뿐이었는데 요즘 자주자주 보니 주름살도 많아졌고 살도 많이 빠졌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한다.그뿐 아니다. 얼굴 모양이 좀 이상하다. 바르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자연스레 힘 빼고 보면 얼굴이 삐딱하니 왼쪽으로 기울었다. 따라서 목과 윗몸도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바로 하면 두 눈썹 선과 입술선이 평행이 아니다.눈썹을 수평으로 하면 입부분이 왼쪽으로 올라가니, 턱을 오른쪽으로 조금 움직여야 콧날과 인중, 그리고 입술의 중심이 맞는다.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아! 그래. 40년 이상을 교단에 서서 분필로 칠판에 글씨를 써왔지. 나의 전공이 전기공학, 그중에서도 이론 과목이 많아서 수학공식으로 문제를 풀고 복잡한 회로를 그렸다 지우며, 인문 계통과는 달리 말로만으로는 강의가 안 되는 분야다. 분필을 쥔 오른팔에 힘주고 몸을 반쯤 학생들을 향해 비틀고 방정식을 풀어가며 입으로 설명을 해야 하니, 자세가 왼쪽으로 기울고 턱이 돌아가게 된 것이리라. 한번 강의에 칠판 서너 번은 지우게 되니 오랜 시간 반복적인 몸짓이 나의 얼굴을 살짝 비틀어 버린 것이다. 이것을 신체기억(Body Memory)이라고 하던가. 나의 인생에는 ‘세월의 흔적’이리라.그래서인지 최근 치과에 가서 임플란트를 하면서 검사해보니 이빨도 아래위가 잘 맞지 않고 음식도 한쪽으로만 씹었던 흔적이 보인단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부터 자세도 삐뚤었던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을 때 나는 바르게 한다고 자세를 잡았는데도 사진사는 자꾸 교정을 해주었던 일이 기억난다.‘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했던가. 위의 사실을 미루어보아 ‘습관이 바뀌면 몸도 외모도 바뀐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면 얼굴이 바뀌고 걸음이 바뀌어 상(相)이 바뀌었으니 나의 운명도 바뀌었다는 말인가. 어디 외모뿐이랴, 신체의 각 기관과 생각하는 틀과 성격도 바뀌었겠지.오랜 세월 반복된 비뚤어진 자세가 나의 얼굴과 뼈를 불균형으로 바꾸어 버렸음을 깨닫고 몸에 남은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 없겠지만 이제까지 잘못된 일상의 행동과 몸짓, 보고 듣는 관점을 고쳐서 바른 자세와 자신을 낮추는 배려로 남은 인생을 잘 갈무리하여 건강한 삶을 살아가려한다.

2024-01-25

경북도의 필수의료시스템 구축 성과내길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 때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어 응급확진자들이 입원실을 찾아 전국을 헤맨 아픈 경험이 있는 경북도가 지난 24일 취약한 공공의료 현안을 극복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북도는 이미 지난해 5월 대구권 상급종합병원과 도내 지방의료원 3곳(포항·김천·안동의료원), 경북도의사회, 경북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 등 총 13개 기관을 구성원으로 하는 ‘공공보건의료 협력 강화 추진단’을 발족시켰다. 새해에는 924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추진단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필수 공공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경북도는 우선 3개 지방의료원의 현안해결에 예산을 집중시키기로 했다. 지방의료원의 낡은 시설을 보강하고 건강검진센터를 현대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방의료원의 중환자실과 분만실, 소아진료실은 응급수술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소아환자의 응급조치를 위해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도내 권역별 종합병원 4개 곳(포항성모병원, 동국대경주병원, 안동병원, 순천향대구미병원)에 소아응급실을 설치한다. 지방의료원 산부인과와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에는 반드시 전문의가 진료하도록 할 계획이다. 안동의료원의 경우, 지난해부터 경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진(3~4명)을 파견받아 그동안 전문의가 없어 중단됐던 인공 신장실 운영을 재개했다.경북도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비수도권 지방정부 중에서도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가장 많이 체감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지금도 지역간의 공공의료 인프라 격차는 할 말을 잃게 할 정도로 심각하다. 여전히 필수 의료 인력이 수도권에 몰려있어 비수도권 종합병원은 필수진료과목조차 운영하기 어렵다. 코로나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은 언제 닥칠지 모른다. 이에 대처하려면 필수의료의 최전선에 있는 공공병원이 상시적인 의료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경북도가 올해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공공의료시스템 강화정책이 큰 성과를 내서 주민들이 어디에 살든 필수적인 의료혜택만은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4-01-25

딥페이크(Deep Fake)

우정구 논설위원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 영상이나 음성을 만드는 기술이다.이 기술은 연예인이나 유명 정치인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몸에 합성해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어 딥페이크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높다. 특히 딥페이크가 범죄에 악용될 경우 법적, 제도적 장치가 뒤따르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몫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지난해 우리나라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AI 기술의 발전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진위를 구별하기 힘든 합성사진이나 영상물의 유포가 총선을 앞두고 대거 유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지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민주당 소속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사칭한 딥페이크 음성이 유포돼 주 정부가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허위정보는 민주주의를 중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보고 각 주마다 규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지금 우리는 발전하는 기술이 주는 혜택과 위험 사이에서 고심 중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양면성을 어떻게 수용하고 균형을 잡아갈 것인지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 필요하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한 각종 범죄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 마련은 다급한 문제이다. 딥페이크가 아니더라도 가짜뉴스 하나로 선거의 판도가 바뀌는 큰 혼란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총선을 앞두고 더 교묘해지고 비밀스런 가짜뉴스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딥페이크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서둘러져야 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25

이준석이 불 지핀 무임승차

홍석봉 대구지사장 노인 인구의 급증은 저출산 못잖게 우리 사회의 큰 부담이다. 노인 인구는 지난 10년간 크게 늘었다.2023년 말 현재 주민등록인구상 65세 이상 인구는 973만411명이다. 10년 전인 2013년에 비해 348만 명, 55.7%가 늘었다.노인 인구의 급증은 선거 판세를 좌우할 정도다. 노인 인구는 21대 총선 직전 해인 2017년에 비해서도 약 237만명, 32.3% 급증했다. 70대 이상 인구(632만명)가 20대 인구(620만명)를 넘어서며 인구 비율이 역전됐다.노인 인구 비율은 2025년 20%, 2036년 30%, 2050년 40%로 점점 높아진다. 갈수록 선거에서 노인 입김이 더 세진다.노인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노인 관련 정책이 쏟아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치판 사정은 그렇지 않다. 노인은 갈수록 찬밥신세다. 예전엔 선거철에 반짝 대우를 받았다. 선량 후보들은 노인정을 찾았고 고개 숙였다. 이젠 아니다. 보수진영 외에는 노인은 표가 안 된다며 무시하기 일쑤다. 보수 성향이 짙고 노인층 다수가 보수인 현실이 그렇게 만들었다.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무임승차가 도입된 1980년대만 해도 노인 인구는 4%가 안 됐다.하지만, 지난해 19.2%까지 급증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하철 무상 이용 혜택을 폐지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무임승차 제도가 수명을 다했다며 폐기를 선언했다. 또 노인 정책의 재설계 필요성을 얘기했다.이에 대한노인회장이 “패륜아 정당을 만들겠다는 망나니 짓거리”라며 노발대발했다.지하철은 노인들의 친근한 교통수단이다. 오죽하면 ‘지공거사(지하철 공짜로 타는 사람)’라는 말까지 나왔겠나.노인 무임승차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출발했다. 한데도 우리 사회는 노인들의 공짜 탑승을 백안시한다.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편견은 순전히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지자체 탓이다. 도시철도 당국들이 운영 손실을 무임승차 탓으로 돌린 것이 결정타다. 수십조 원의 누적 적자 등 운영 손실의 책임을 무임승차에 전가한 것이다. 힘없는 노인들만 덤터기 썼다.2014년 한국교통연구원이 내놓은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 보고서엔 노년층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이 노인 건강 증진과 우울증 감소, 교통사고 감소, 복지비용 축소 등에 도움을 준다고 분석한 바 있다.대한노인회 회장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도시철도는 승객이 있든 없든 운행해야 한다. 한 칸에 노인 몇 명 더 탄다고 해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반면 노인들의 도시철도 이용은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의료비용 절감은 덤이다. 보건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공공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도시철도 적자는 지자체에만 맡겨둬서는 답이 없다. 지자체의 획기적인 경영 개선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는 백년하청이다. 도농 간 형평성 제기도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농촌을 운행하는 버스와 택시도 1천 원 택시 등 노인은 거의 공짜다. 정치 시즌만 되면 휘둘린다. 노인은 서럽다. ‘이제 고마 해라’.

2024-01-25

방폐물특별법 제정 마지막 기회 놓치면 안돼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영구처분장 건설을 근거로 담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용후 핵연료가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 자칫하면 원전가동이 중단될 위기인데도 여야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회 산자위서 11번이나 공전을 거듭했지만 끝내 법안 상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이어서 현재로선 이번 회기내 법안 상정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법안 발의는 야당인 민주당이 먼저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입장을 바꾸며 법안처리를 미루고 있다. 민주당은 탈원전을 전제로 하지 않는 영구방폐장 건설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원전의 계속 운전과 신규원전 건설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학계 등은 방폐장 건설이 정파적 이유에서 다툴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원전지역 주민들은 더 불안해한다. 영구 방폐장 건설이 늦어지면 기존 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을 추가로 건설할 수밖에 없어 주민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1978년 고리1호기 가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사용후 핵연료처리를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방폐장 부지확인 시도도 9차례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는 사이 국내 24기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가 발전소 내 임시 저장시설에 쌓여 포화상태를 눈앞에 두고 있다.특별법은 고준위 방폐물의 운반·저장 등 관리부터 최종 처분까지 전과정을 사회적 합의 아래 안전하게 관리하자는 법안이다. 방폐장 건설에는 부지 선정 절차에만 13년이 걸리고 최종 완공까지 37년이 걸린다고 한다. 국내 원전은 임시저장시설을 감안하더라도 2030년에는 원전 가동이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다.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19일 “고준위방폐장은 정파적 문제가 아니라 민생의 문제라며 조건없는 법 제정”을 촉구했다. 국회는 영구방폐장 건설없이는 원전의 미래도 없다는 생각으로 회기 내 법제정에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2024-01-25

방송대학, 그 청렬한 학창의 갈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배움에는 끝이 없다. 어쩌면 사람의 일생은 전 과정이 배움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어나서 걸음마를 배우고 말을 배우며, 학교엘 가서 공부하고 기술을 익히며 예의범절을 알고 공중도덕을 지키게 된다.직장에서 일을 배우거나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배우면서 사랑을 쌓아 가기도 하고 세상살이의 풍파를 겪으며 지혜를 더해 가기도 한다. 이렇듯이 사람은 태어나서 일생을 마감하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가르침과 배움이 이루어지기에 평생교육 또는 평생학습이라 하는가 하면, 배움에는 끝이 없고(學無止境) 배움의 바다는 가없다(學海無邊)고 하기도 한다.그러나 농사짓는 일에도 때가 있듯이 배움에도 때가 있는 법이다. 배우고 익힘의 과정이 사람마다 다 같을 순 없겠지만, 가정·학교·사회로 이어지는 교육과 학습의 시기는 대부분 엇비슷하여 또래나 동년배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면서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敎學相長)하듯이, 사람은 주위의 자극이나 영향을 받아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일으켜 애써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 하고 끝없이 배움의 끈을 놓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 배움에 대한 즐거움과 깨우침에 대한 열망으로 자긍심을 고취하며 쉼 없이 자아실현을 추구하게 되는지도 모른다.하지만, 배움이란 누구나 쉽게 접할 수는 있어도 개개인이 유익한 성과를 거두기는 결코 쉽질 않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을 거치면서 교육과 학습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온라인 비대면 학습에 대한 줌(Zoom)교육시스템이 강화 정착되고, 유튜브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한 사이버 학습콘텐츠가 다양화되면서 교육과 학습방식의 일대 변혁을 가져왔을 정도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청강과 학습에 임할 수 있으니, 불과 몇 십년 전만해도 상상하기조차 힘든 변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40~50년 전부터 다소 빈약하고 미비한 학습여건에서도 원격교육과 출석수업에 임하며 학문탐구에 매진해온 사람들이 있었다면?이러한 측면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1972년 개교한 대한민국 최초의 원격대학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온라인 시대를 예견하며 미래형 대학교육의 실재를 구현, 선도해왔다고 할 수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한창 진행되던 70, 80년대부터 고등 원격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여 배움의 기회를 놓쳤거나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교육기반을 조성해서 사회 각계각층의 인재를 육성, 배출해왔다. 또한 대학 졸업 후에도 어학이나 관심학과에 편입학하여 전문지식 확충과 자기계발의 선순환을 제시하는 평생교육의 기틀을 다져서 ‘자기 발견의 감동’을 일상적으로 체득하도록 하고 있다.힘들게 배우고 어렵게 취득한 학업성과는 결코 쉽게 없어지질 않는다. 더욱이 주경야독으로 고단함 무릅쓰고 배움에 대한 의지와 희망으로 학업의 고락을 함께한 학우들은 친구나 학습동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동문들이 수십년 간 뜸해졌다가 최근 재회와 결속의 마음을 나누고 있어서 고무적이다.전국이 캠퍼스인 방송대학이라는 청렬한 학창의 갈피에서 동학(同學)의 웃음꽃이 봄꽃처럼 환하게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2024-01-24

한옥의 겨우살이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대한 추위가 매섭다. 지난 며칠은 겨울답지 않게 겨울비까지 내려 포근한가 싶더니 어제오늘은 제법 춥다. 이럴 땐 집안에만 있고 밖엘 나가지 말아야 한다. 나이 들어선 더욱 그렇다. 주말 이틀을 집안에서 단 한 걸음도 나가지 않은 채 틀어박혀 지냈다. 그러다 문득 모두의 집이 걱정되었다. 그 동네 묘골의 집들은 모두 한옥이다. 외관으로는 한옥고택이지만 엔간한 집들은 겨우살이를 위한 채비를 해 두었다. 툇마루나 큰 마루에도 나무나 유리로 된 문을 달아내었다. 겨울 냉기와 바람을 적당히 막아야 실제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옥의 미관을 크게 해치지 않은 선에서 한 장치다. 그러나 우리 집은 겨울바람과 추위에 온전히 노출된 집이다. 온전히 옛집 그대로의 모습을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겨울 지낼 요량으로 방안에 커튼을 달거나 비닐막이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작년 겨울, 모두의 집에서 몇 번 잔 적이 있었다. 바깥에서 씽씽 바람소리 들렸으나 방바닥이 따뜻하니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나 4중으로 된 문의 틈새로도 칼바람이 들었다. 바늘구멍으로 든 황소바람을 실감했다. 보일러의 온도를 최대로 높여 방바닥은 뜨거운 데도 코끝은 시렸다. 이불을 함부로 차대는 어린 손주들 챙기느라 밤새 잠을 설쳤다. 그곳에서 자고 오면 애들은 어김없이 감기에 들어 고생했다. 올핸 아예 갈 생각이 없었다. 겨울 석 달은 없는 집 삼으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세와 수도세는 더 많이 나오고, 보일러의 기름은 수시로 점검해야 할 정도로 많이 쓴다. 혹시 수도가 얼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약하게 물을 틀어 두었다. 화장실엔 동파를 막으려 라디에이터를 켜두고 방안의 냉기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려 보일러도 틀어두어야 한다.예전 어렸을 적 외갓집의 겨울이 생각난다. 오래된 고택이었다. 아궁이에 잔뜩 군불을 넣고 방엔 이불을 넓게 깔아 온기를 가두었다. 아궁이의 숯을 가득 담은 청동화로를 방 한쪽에 두고 방안을 덥혔다. 그 화로에 밤을 구워먹었다. 외할아버지께서 고방에서 내주신 꽁꽁 언 홍시도 화롯전엔 얹어 녹여 먹었다. 화로의 불씨가 거의 꺼질 때면 멀리 머리맡으로 밀쳐두고 두꺼운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덮고 잤다. 방바닥은 발이 닿으면 뜨겁지만 머리맡의 자리끼에 살얼음이 끼고, 코끝은 시렸던 겨울밤이었다. 아랫목의 온기가 가실 무렵, 새벽이면 외할머니는 군불을 다시 한 번 넣으셨다. 제일 큰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화장실은 밤엔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곤히 주무시는 외할머니를 깨웠다. 촛불을 켜 든 외할머니를 앞세워 화장실엘 갔다. 외할머니는 노래를 부르거나 이야기를 하면서 추위와 무서움에 떠는 나를 안심시켜 주셨다. 그 날 후론 방 밖 툇마루에 요강을 갖다 두셨다. 무서움은 덜했으나 한기는 여전했다. 주방과 화장실이 실내에 있는 우리의 한옥은 그에 비하면 얼마나 편리한가. 뜨거운 방바닥에 코끝 쨍하게 시린 추억이 아련하긴 해도 아파트의 안락함에 길들어진 나에겐 한옥의 겨우살이가 두렵고 버겁다.

2024-01-24

흩어 놓는가, 모아 내는가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1992년, 미국을 뒤흔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폭동(L.A. Riot)’. 백인경찰들이 흑인운전자 한 사람을 사정없이 폭행했던 동영상이 알려지면서 시작되었던 도시 소요. 흑인, 아시안계와 히스패닉계를 포함하는 유색인종에 대한 미국인들의 태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고, 한국교포들에게도 미국과 미국인에 대해서 두려운 마음을 가지게 하였다. 피해 당사자 로드니킹(Rodney King)은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모든 소란에 혼란스러운 심경을 한마디로 요약하였다. “우리 그냥 어울려 살 수 없을까요? (Can we just get along?)”피부색이 다르다는 외적 차별조건을 극복할 방법이 정말로 없겠냐는 그의 안타까움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끊임없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해 내는 능력은 인간이라면 거의 본성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출신이 다르고 피부가 다르며, 성씨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며, 키와 몸무게 그리고 혈액형이 다르다. 겉으로도 다르고 속으로도 다르다. 느낌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며 사상이 다르고 이념도 다르다.하나의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다른 겉모양과 속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이상 어울려 살아야 한다. 피해자 흑인 한 사람의 저 외침은 오늘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가. 우리는 어울려 살아낼 수 있는가.‘다르다’는 데서 시작해서 ‘틀리다’는 생각에 이르면 구별을 넘고 차별에 이르러 질시와 혐오, 폭력과 불공대천의 경지에 이른다.파국으로 치닫는 일이 발생하지 않고 조절하며 견제하도록 우리에게는 ‘정치’라는 장치가 있다.정치는 권력을 획득해 행사하는 활동이지만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이해를 조정해 질서를 바로잡는 일을 하도록 국민이 위임한 행위인 것이다. 정치인들은 그렇게 하고 있는가. 정치인이 쏟아낸 한마디 말이 질서와 조정을 불러오기는커녕, 오히려 단절과 불화의 도화선이 되고 분열과 등돌림의 단초가 된다면 그는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싸움꾼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정치인 당신은 화목의 씨앗을 찾아내는가, 아니면 분열의 기운을 조장하는가.사회가 조정과 타협을 통해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돕는 또 하나의 기제가 ‘언론’이다.사실을 밝혀 알려 여론을 형성하면서 민주주의가 구현되도록 사회적 공론의 장과 소통의 텃밭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흥미를 끌거나 충격적 사실을 전달하는 데 머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기초가 될 접점을 찾아내고 대화의 토대를 불러와야 한다. 사실과 문제를 알려내는 데 기여해 왔지만, 앞으로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에도 집중해야 한다.다른 나라의 언론계는 ‘해결책 저널리즘’이라 부르는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사람은 어차피 모두 다르다. 다른 모습과 다른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며 보듬고 포용할 때 민주주의로 가는 싹이 튼다. 갈등이요 분열이었을 다른 존재들을 정치가 조절하고 언론이 담아내야 한다. 흩어놓는 정치와 언론은 그만 보았으면 한다.

2024-01-24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폐지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시는 지난해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했다. 시민들은 환호했다. 휴업일 변경 영향은 금방 나타났다. 대구시 분석결과 규제 완화 조치는 소매업과 대형마트 등 매출도 동반상승하는 등 지역 상권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청주시가 3개월 뒤 대구시의 뒤를 따랐다.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 등 의무휴업일 변경에 동참하는 지자체가 속출했다.정부도 마침내 지난 22일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키로 했다. 정부가 국민과 함께 생활규제 개혁 방안을 논의, 대표적인 규제인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없애 평일에 휴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참에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도 허용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은 2012년 3월, 전주시의회가 처음으로 조례로 제정해 시행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대형마트 영업규제는 당초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주말 휴무는 평일 쇼핑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 등에겐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게다가 각종 소비자 조사결과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 및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게 나왔다. 정책 전환이 불가피했다.의무휴업 규제 폐지는 최근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다양한 소비 채널의 등장과 함께 영업형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규제 실효성이 낮아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 법과 제도도 바껴야 한다. 이제 국민들의 주말 장보기가 훨씬 편해졌다. 나들이 선택지도 넓어졌다. 우리 생활 속의 이러한 각종 규제는 하나씩 찾아 없애야 한다. 그것이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