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하의 장돌뱅이다. 바람 따라 떠도는 떠돌이다. 전국 방방곡곡 ‘가슴에 사랑 안고 달 가듯’ 간다.
올해는 ‘경북 방문의 해’다. 동해선 등 5개 철도 노선이 동시 개통된다. 태백산맥의 수려한 자연경관, 청정 해변과 금강송 숲 어우러진 동해안, 고즈넉한 전통이 깃든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면 시름이 사라지고 마음 부자가 된다. 관광 프로그램과 콘텐츠, 그중 첫 번째는 친절이고 두 번째는 식도락이다. 음식만큼 뇌리에 남는 것이 없다.
어느 지역을 다니든, 주민들 생각하며 8색조(色調) 수선화를 준비한다. 자식 교육비 걱정하지 않고, 가끔 부부 손잡고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어서다.
전라도는 양념류 채소와 젓갈, 유배 문화 영향으로 음식이 발달했다. 경상도 음식은 담백하다. 내륙으로 가면 짜진다. 자식들 오랜만에 집에 올 때 먹이는 마음으로 음식을 장만해 보자. 나를 울린 대구·경북 8가지 음식이다. 관광 코스 식단 메뉴에 넣자. 또 수도권 등 전국에 식당을 열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고, 지역 이미지메이킹을 하자.
① 소고기: 경북에서 가장 강한 음식 재료는 소고기다. 특히 영주 등 소백산 기슭에서 자란 소고기 맛은 살살 녹는다. 대구에는 광주 생고기에 해당하는 ‘뭉티기’가 있다. ‘뭉티기’ 한 접시에 소주 한 병이면 부러울 게 없다. 무를 듬뿍 넣고 대파를 송송 썰어 넣은 빨간 소고기 국도 참 맛있다.
② 고등어: 고등어에 굵은 소금을 뿌려 간 맞추는 ‘간잽이’는 예술가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보들보들해 자반만으로도 밥 한 공기가 부족하다. 고등어 무조림·묵은지 찌개에 또 한 공기다. 안동에 가면 헛제삿밥, 안동 국시, 안동찜닭에 안동소주로 천국에 온 듯하다.
③ 꽁치: 구룡포에 가면 쫄깃 쫀득한 ‘과메기’ 맛에 취해 인생이 익고 사랑이 익는다. ‘과메기’를 세 번 먹으면 거친 겨울 바다도 두렵지 않다. 꽁치는 회로도, 연탄불 찌개로도 끝내준다. 포항 바닷가에 홀로 앉아 ‘영일만 친구’를 부르면 날이 새고 해가 뜬다. 전남 강진·해남지역에서 나는 김국을 곁들이면, 매출이 두 배로 는다.
④ 물곰: 영덕 강구항이나 죽변항 바닷가 식당에서 파는 물곰 지리국은 지난밤 음주로 인한 쓰린 속을 달래는 데 최고다. 전주 콩나물 해장국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술꾼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⑤ 돌미역: 울진과 영덕 등의 돌미역은 산모의 건강 회복에 최고지만, 맥주 안주로도 좋다. 자연산 홍합으로 미역국을 끓이면 바다를 통째로 먹는 기분이 든다. 돔이나 민어 미역국도 소고기 미역국보다 더 맛있다.
⑥ 닭: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냉장고가 없던 시절, 닭고기를 장(醬)에 보관했다. 오래 묵은 장에서, 장을 먹은 닭을 꺼내어 떡국을 끓이면 백년손님인 사위가 오면 닭을 잡는 이유를 알 수 있다.
⑦ 송이버섯: 강원도와 더불어 경북 북부 지역에서도 송이버섯이 꽤 난다. 맛과 향기, 그리고 약효가 절묘하게 결합된 최고의 식품이다. 소고기 송이구이도 귀하지만, 샐러드로 만들면 가을 별미가 된다.
⑧ 토란: 토란은 땅의 달걀이다.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식품이다. ‘토란 속대 숙회’도 별미다. 닭고기를 삶은 육수에 알토란을 넣은 뒤, 닭고기를 결대로 찢어내어 삶은 알토란을 돌려 담으면 고급스럽고 몸에도 좋은 음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