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의 조각을 손에 쥐고 살아간다. 어떤 조각은 금세 자리를 찾아가지만 어떤 조각은 어디에 끼워야 할지 몰라 한참을 헤매기도 한다. 때때로 맞지 않는 조각을 억지로 끼워 넣으려 하다가 뒤엉켜 버리는 순간도 있다. 결국 모든 조각은 저마다의 자리가 있음을 자각한다.
어린 시절 색색의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가 하나둘 맞춰지며 선명한 그림이 되어가는 퍼즐 맞추기를 좋아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퍼즐 한 조각을 들고 침침해져 가는 눈으로 끼워넣고 있을 때가 많다. 어린 시절 단순한 놀이처럼 여겼던 퍼즐이 이제는 삶의 은유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조각이 흩어진 채 시작되지만 차근차근 맞춰 가다 보면 선명한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다.
삶의 조각들은 내가 원하는 순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어떤 날은 순조로웠고 계획했던 일들이 잘 진행되어 조각이 맞아떨어지는 쾌감을 느낀 순간들도 있었지만 애써 끼워 넣은 조각이 어긋나고 방향을 잘못 잡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도 있었다.
내 삶의 조각은 언제나 하나가 빠져 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맡아야 할 가장의 자리에 엄마가 있었고 집 안의 엄마 자리는 늘 부재중이었다. 기형도 시인의 ‘엄마 생각’이라는 시에 나오는 시구처럼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난 늘 엄마를 기다리는 자리에서 하루를 보냈다. 하교하는 길에 소낙비가 내려도 내게 우산을 가져다주는 보호자는 없었다. 내 삶의 퍼즐은 완성되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 빈 공간이 못 견디게 신경 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 조각 하나가 없는 모습 그대로가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완벽할 필요는 없었고, 때로는 빠진 조각 하나의 이야기로 의미가 짙어지기도 했다.
빠진 조각을 찾기 위해 나의 여정은 더 단단해졌다. 처음에는 그것이 사라진 채로 남겨지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조각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나는 인내하는 법을 배웠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법을 익혔다. 때로는 엉뚱한 곳에서 실마리를 찾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 앞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단순히 조각 하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을 찾기 위해 걸어온 모든 과정 속에서 자신이 성장해 갔던 것은 아닐까.
누군가에 기대어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스스로 답을 찾아내고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갔다. 미완의 조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그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이 되어 가기 위해 뾰족한 부분은 깎아내고, 네모진 부분은 둥글게 다듬으며 점점 독립적인 자아로 성장했다.
어쩌면 퍼즐은 처음부터 미완성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든 조각이 완벽하게 맞춰져야만 그림이 완성된다고 믿지만 사실 인생이라는 퍼즐에는 처음부터 빈 공간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된다. 빈틈이 있다고 해서 그 그림이 불완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그 여백이 우리를 더 성장하게 만들고 새로운 조각을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것을. 결국 중요한 것은 모든 조각이 다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과정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의미 있는 한 조각을 발견하는가일지도 모른다.
비어 있는 퍼즐판을 바라본다. 몇몇 조각은 이미 제자리를 찾아가 또렷한 그림을 이루었지만 아직 맞춰지지 않은 빈 공간들을 끝까지 다 맞출 수 있을까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 빈자리조차 하나의 계단임을 안다. 언젠가 알맞은 조각들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을 것이고 설령 몇 개의 조각이 끝내 남더라도 그것이 곧 나만의 그림으로 남을 것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조용히 다음 조각을 맞출 순간을 기다린다.
/김경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