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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92%가 “정치적 갈등 심각하다”고 인식

등록일 2025-02-05 20:15 게재일 2025-02-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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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회갈등 요인은 ‘빈부격차’가 아니라 ‘진보·보수 간의 진영싸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전국적으로 번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일촉즉발의 충돌위기에 놓인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지난 2014년 이후 매년 사회갈등과 사회통합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어제(5일) 발표한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92.3%가 여러 사회적 갈등 사안 중 정치영역에서의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답했다. 보사연이 이날 발표한 자료는 지난 2023년 6∼8월 19∼75세 남녀 3950명을 상대로 면접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정치적 갈등성향을 구체적으로 보면, 71.41%는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르면 함께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할 의향이 없다’고 했고, 58.2%는 ‘진영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나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나 지인과 술자리에 같이할 의향이 없다’는 사람도 33.02%에 달했다. 기타 사회갈등 요인으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82.2%), 노사갈등(79.1%), 빈부갈등(78.0%),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갈등(71.8%), 지역갈등(71.5%) 순으로 조사됐다. 보사연의 조사시점이 1년 6개월 정도 지난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정치적 갈등 수준은 훨씬 심각할 것으로 짐작된다. 과거 사회실태조사에서는 주로 사회갈등 요인 1순위는 ‘경제적 양극화’가 꼽혀왔지만, 정치적 성향이 압도적인 갈등요인이 된 것은 윤 대통령 취임이후 계속된 여야간의 정쟁(政爭)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갈등의 변수로 ‘정치권력’을 꼽은 사회학자는 막스 베버다. 경제적 요인(자본가와 노동자)을 사회변동의 원인으로 본 칼 마르크스와는 달리 베버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변수(주로 정치권력)가 사회 내 갈등을 촉발한다고 봤다. 베버의 갈등이론이 우리사회를 분석하는 유효한 도구가 되는 셈이다.

정치적 갈등은 물론 여야 정치인들이 원인을 제공했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유튜브 채널이나 방송의 시사·대담 프로그램 탓도 크다. 팩트체크 없이 증오 섞인 말을 마구 내뱉는 패널들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에 빠지게 한다.

일부 공영방송의 경우 패널의 편향성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흔적은 보이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논평하기보다 자신의 진영논리에 따라 상대를 비난하는 거친 토론으로 일관한다. 시청자 중에는 특정 패널의 토론이 시작되면 아예 채널을 돌려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무차별적으로 방영되는 정치 프로그램 속에서 국민이 건강한 이데올로기를 가지려면 스스로 정보의 진위를 선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는 수밖에 없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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