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머지않아 찾아뵙겠다”며 정계 복귀를 시사했다. 차기 대선 도전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여진다. 앞으로 여당내 경선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한 전 대표가 정계복귀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 입장을 밝힌 이후 당내에서 ‘탄핵 찬성파 책임론’이 거세지자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그 이후 잠행을 하며 ‘출사표’ 성격을 지닌 책을 쓰는데 주력해 왔다.
그는 잠행 중에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조갑제 닷컴 대표 등 보수·진보 진영 원로 인사를 두루 만나며 정치 행보에 관한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계 정치인들도 최근 그의 등판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그의 지지모임인 ‘언더73’(1973년생 이하 소장파)은 이달들어 유튜브 채널 ‘언더73 스튜디오’를 개설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김상욱·김소희·김예지·진종오·한지아 의원 등이 소속돼 있다.
관심사는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그가 배신자 프레임을 극복하고 여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느냐다. 그는 당 대표 사퇴 전까진 당내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배신자 프레임에 갇히면서 지지도가 당내 군소후보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국민의힘 경선룰은 민심(국민여론조사)50%, 당심(선거인단여론조사)50%를 반영해 후보를 뽑는 방식이다. ‘역선택’을 감안해 경선룰을 바꿀 가능성이 있지만, 민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더라도 당심을 얻지 못하면 경선에서 이길 확률이 낮아진다. 그가 윤 대통령 탄핵에 동조한 이후 친윤계에선 그를 마치 원수 보듯 하고 있다. 경선이 시작되면 집단적으로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 공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유승민 전의원 사례와 닮았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정치 복귀를 선언한 그를 향해 “윤 대통령이 탄핵과 구속을 당하고, 당이 분열되고, 보수가 이렇게 몰락한 계기를 만든 장본인”이라며 비난했다. 그의 정치적 중도성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사한 것도 핸디캡이다. 오 시장은 이미 조기대선에 깊숙하게 몸담은 상태다.
지금 국민의힘 지지율은 그가 대표직에 있을 때보다 상승추세에 있다. 계엄선포 이후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우호 기류가 퍼졌고, 일부 지지율은 민주당을 앞서는 결과까지 나왔다. ‘반윤’의 대명사처럼 돼 버린 한 전 대표가 끼어들 공간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헌재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될 경우 ‘당심’이 요동칠 가능성은 있다. 그 시점에서는 ‘당선가능성’이 경선의 최대변수가 될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여당의 취약지점인 중수청 (중도·수도권·청년) 지지세를 이어간다면,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등을 돌린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