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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 사랑해, 미안해

등록일 2025-02-13 18:22 게재일 2025-02-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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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대전의 한 초등학교 선생이 같은 학교 8살 1학년 여학생을 무참히 살해한 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도 같은 학교 내에서…. 뉴스를 접하는 순간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이냐!’ 하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곧 뉴스와 SNS를 달구는 사건의 진상을 대하며 교사의 범행, 아이의 안타까움에 비통한 마음으로 학교 현장의 정신병을 읽어야 했다.

미술학원에 오지 않았다는 신고를 받고 학부모와 경찰이 휴대폰 위치추적으로 겨우 사건 현장을 찾았으나 이미 때는 늦었고 아이는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우울증을 겪고 있던 40대 여교사가 돌봄교실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어린 여학생을 교내 시청각실로 유인하여 준비해둔 칼로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자신도 자해했다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사건이다. 교사는 학생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그냥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우발적 범죄도 아닌 계획범죄임이 분명하고 조현병이라는 정신분열 상태도 의심된다. 이 교사는 우울증 증세로 병가를 신청하였으나 곧 20여 일 만에 복직하였고 사건 며칠 전에 컴퓨터를 부수고 다음 날 동료 교사를 폭행하는 등 교직자로서 자질은 물론 인간성 자체를 상실한 듯하다. 그러나 학교는 교육지원청의 권고를 듣고도 강력한 통제를 하지 못하여 이런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학교는 교육을 위한 곳이고 교사의 덕목은 제자를 사랑하는 일이 우선이며, 열정과 친절, 배려로 제자들을 사회에 우뚝 서도록 가르쳐야 하지만, 교육의 뜻에서 가르치는 교(敎)도 중요하지마는 정신적 가슴으로 품어주는 육(育)이 특히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이번 ‘하늘이 사건’은 학교폭력을 넘어선 살인 사건이니만큼 교사의 정신 건강 관리와 학생 안전문제에 있어 교육계 전반에 걸쳐 교육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교실은 신성한 학문의 전당이니 스승과 제자는 서로의 정을 나누는 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요즘 학생 수 감소에 의한 교직의 불안감과 학부모의 갑질로 인해 교직이 극한 직업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으니 교사들의 정신적 안정에도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

12일 교육부장관은 17개 시도교육청 교육감 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가칭 ‘하늘이 법’ 추진을 제안하였고 국회도 당정협의회를 거쳐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였으니 이제 학교도 교사도 학생들도 모두 안전하고 사랑 가득한 교육환경 속에서 가르침과 배움을 엮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본 바와 같이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교사 자격이 염려되는 교사를 휴직 또는 파직시킬 수 있도록 ‘질환교원 심의위원회’ 활동도 강화되면 좋겠다. 질병 휴직과 복직에도 전문의료진 진단을 의무화하고 비뚤어진 일탈 행위에도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예방법, 아동복지법 등을 보완하여 안전해야 할 학교, 사랑과 배려가 넘치는 학교가 되도록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겠다.

영정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린 소녀 김하늘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하늘아 사랑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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