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면 포항의 바닷가에는 특별한 겨울 별미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과메기’다.
예로부터 이 지역에서는 긴 겨울을 준비하며 신선한 생선을 보관할 방법으로 자연건조 방식이 발달하였고, 그 결과 지금의 과메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과메기는 이제 단순히 포항 지역의 특산물을 넘어,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겨울철 별미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주로 포항이나 경상북도 동해안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전국의 마트나 백화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겨울철이면 어디서든 과메기의 쫄깃하고 깊은 맛을 즐길 수가 있다.
특히 현대적인 포장 기술과 유통망의 발달 덕분에 신선한 상태로 과메기를 전국 각지로 배송할 수 있게 되어, 집에서도 손쉽게 포항의 겨울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제조 방식에 따른 과메기 종류
과메기는 만드는 방식에 따라 크게 ‘통 과메기’와 ‘배지기 과메기’ 두 가지로 나뉜다.
각각의 제조 방식과 맛에는 고유한 차이가 있어, 입맛에 따라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전통 방식의 통 과메기는 생선의 내장만 제거한 후 통째로 말려 만드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과메기의 형태를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생선이 숙성되면서 과메기 본연의 깊고 진한 풍미가 특징이다. 더욱 부드럽고 묵직한 식감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
반면, 베지기 과메기는 생선을 반으로 갈라 포를 떠서 말리는 방식으로, 바닷물과 일반 민물을 섞어 세척 한 후 짧은 기간에 균일하게 건조한다.
겨울철 바닷가 바람과 일교차에 의해 생선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점점 쫀득한 식감과 깔끔한 풍미가 강해져, 과메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통 과메기에 비해 베지기 과메기는 수분이 더 빠르게 제거되어 쫀득한 식감이 강조된 과메기다. 또한 크기가 작고 손질이 쉬워 다양한 요리에 손쉽게 활용하기에도 적합하다.
△과메기의 손질
해풍에 잘 말려진 과메기를 맛있게 즐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얇은 껍질을 벗기는 과정이다.
얇은 막처럼 된 껍질을 벗기면 속살이 드러나고, 마치 기름이 발라진 듯 윤기가 흐르며 더욱 먹음직스러워진다. 과메기는 11월에서 2월까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기간에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제철 음식이다.
△과메기의 건강한 효능
과메기는 고소하고 쫄깃한 맛뿐만 아니라, 풍부한 영양성분 덕분에 겨울철 건강식으로도 주목 받는 음식이다.
과메기에는 음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불포화지방산 중 뇌 기능 활성 물질인 EPA와 DHA 함량이 높으며,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혈액 순환과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을 준다. 또한,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겨울철 면역력 증진에도 좋다.
겨울철 건강을 지키고 포항의 바다를 느끼고 싶다면, 제철 과메기로 따뜻한 밥상을 차려 보는건 어떨까?
△과메기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 제안
과메기의 매력은 그 자체로 즐기는 풍미도 좋지만, 다양한 조리법으로 응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김과 노란 속배추, 쪽파, 마늘, 고추, 생미역과 꼬시랭이를 곁들여 먹는 방식이 잘 알려져 있지만,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요리로도 응용되고 있다.
1. 과메기 무침
과메기를 채 썰어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소스에 버무려 만든 무침은 식욕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미나리와 무, 배를 채 썰어 넣으면 과메기의 고소한 맛과 무의 아삭함, 배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2. 과메기 라이스페이퍼 롤
영양이 풍부한 과메기에 노란 알배추, 해초, 적채를 더해 라이스페이퍼로 감싸 한입에 즐길 수 있게 만든 핑거푸드로 과메기의 고소함과 신선한 채소의 조화가 부담 없이 맛 볼 수 있는 요리로 각종 행사나 시식회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3. 과메기 전
과메기를 먹기 좋게 잘라준 후 밀가루를 가볍게 묻혀주고 청양고추와 홍고추 다진파, 소금으로 간을 맞춘 계란물에 적신 후 팬에 노릇하게 부쳐준다.
고소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맛이 과메기의 조화를 이룬다. 반찬이나 술안주로도 손색없는, 누구나 즐기기 좋은 요리이다.
4. 겨자소스를 곁들인 과메기 미니김밥
김을 네 등분한 다음 소금과 참기름으로 비빈 밥을 한 스푼 정도 펴주고, 과메기와 단무지, 당근, 등의 야채를 올려서 작게 말아 준다.
겨자소스를 찍어 먹으면 과메기의 풍미와 겨자의 알싸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겨자소스 만들기: 식초 2큰술, 설탕 2큰술, 물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발효 겨자 적당량
5. 과메기 강정
과메기를 한입 크기로 밀가루를 가볍게 묻힌 후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다. 마늘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강정소스 5큰술 정도 넣어 소스가 바글바글 끓으면 튀긴 과메기를 넣어 재빨리 가볍게 버무려 준다. 땅콩 분태와 검은깨를 뿌려 마무리 한다.
※강정소스 만들기 : 간장 150g, 고운 소금 25g, 물엿 300g, 설탕 150g
모든 재료를 섞어 약한 불에서 설탕이 녹을 정도로만 저어 가며 약하게 끓여 강정소스를 완성한다. (센 불에서 끓이게 되면 넘칠 수 있으니 주의한다.)
※TIP : 강정소스는 가볍게 묻히는 정도로 버무려 주어야 바삭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완성된 강정이 굳기 전에 한번 더 버무리듯 서로 떨어트려주면 더 이상 달라 붙지 않아 완성도가 높아진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외식산업학 박사 △안동 1호 조리기능장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연구원장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겸임 교수 △(주)예미정별채 수석셰프 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