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생토란 들깨나물

등록일 2024-10-29 19:24 게재일 2024-10-30 17면
스크랩버튼

서리가 오기 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은 각종 채소를 말려 보관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호박, 박나물, 토란대 등을 만들어 두기에도 적합하다.

여름철에는 햇볕이 강하고 습도가 높아 채소가 쉽게 상하기도 하지만, 가을의 신선한 기온은 채소를 말려 보관하기에 안성맞춤인 때이다. 이렇게 말린 채소는 맛과 영양이 농축되어, 제철이 지나도 그 풍미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말린 나물에는 나물의 본디 성분에 햇빛이 더해지기 때문에 천연의 비타민D가 생겨난다는 사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땅의 달걀이라는 토란(土卵)이 제철이다. 고사리나 산나물, 고춧잎 등 대부분의 채소를 말릴 때는 삶아서 말리지만, 토란대는 가을볕에 생(生)으로 말리는 게 특징이다. 생토란대의 고유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도 이맘때가 아니면 절대 맛보기 힘들다.

경상도에서는 토란대 수확철이 되면 토란을 다듬을 때 나오는 속대를 삶아 초장에 찍어먹는 ‘토란속대 숙회’를 별미로 친다. 토란대에 둘러싸인 속대는 특유의 노란색을 띠고, 삶아 놓으면 부드러운 식감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봄철 새순나물 별미로는 두릅을 손꼽는다면, 가을철은 ‘토란속대’라고 할 정도로 귀한 나물로 대접 받아왔다.

토란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활성화하여 장내 불순물 배출과 염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특히 토란대에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A 등의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세포의 산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제거 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항산화작용은 면역력 강화에 이로울 뿐 아니라, 불면증 개선에도 긍적적인 영향을 미친다. 토란은 이러한 효능 덕분에 오래전부터 가을철 건강을 지키는 귀한 식재료로 널리 인정받아 왔다.

생토란 들깨나물.
생토란 들깨나물.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어온 토란은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식문화 속에 깊이 자리해 있는 관계로 조리방식이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서울. 경기 지방에서는 토란의 뿌리인 알토란을 사용해 시원한 탕을 끓여 명절 음식으로 즐겼으며 그 맛이 특별해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리로 자리 잡았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주로 토란대 나물로 제사나 명절음식으로 올라가다가 이후 육개장이나 매운탕, 민물요리 등 찌개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로 쓰여졌다.

1670년경 조선시대에 쓰인 ‘음식디미방’에서는 토란을 이용한 독특한 ‘수증계(酥篜鷄)’라는 요리가 소개되어 있다. 이 요리는 닭고기를 삶아 그 육수에 알토란을 함께 삶은 뒤, 닭고기는 결대로 찢어 담고 그 주변에 닭 육수에 익힌 알토란을 돌려 담는 방식으로 준비된다.

시대와 세대를 거쳐 전수된 토란을 활용한 조리법은 이제 다양하다. 특히 토란 요리에 들깨 가루를 함께 넣으면 구수한 맛이 한층 더해질 뿐 아니라, 토란대에 부족한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을 보충해 줄 수 있어 맛과 영양 두 가지를 모두 챙길 수 있는 훌륭한 음식 궁합이 된다.

가을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신선한 생토란을 활용해 즐겨보는 것도 가을의 또 다른 묘미다.

◆생토란들깨나물

△재료 : 데친 생토란 600g, 들깨가루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국간장 2큰술, 고운 소금 1작은술, 물 2/1컵, 참기름 1큰술, 통깨 약간

△만드는 법

1. 토란 손질 : 토란의 껍질을 벗기고 한입 크기로 잘라준다. 그런 다음 끓는 물에 토란을 넣고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준다.

2. 토란 볶기: 데친 토란 600g, 마늘 1큰술, 소금 2/1작은술, 국간장 2큰술, 참기름 1큰술을 함께 넣어 조물조물 간을 맞춘 다음 약불로 1분 정도 더 볶아 준다.

3. 들깨가루 넣기 : 2번의 토란이 부드럽게 숨이 죽으면 육수 또는 생수를 2/1컵 부어주고, 국물이 뽀얗게 돌도록 들깨가루 3큰술을 고루 뿌려 준다.

4. 마무리: 국물과 들깨가루, 그리고 토란이 서로 잘 어우러지게 저어준 다음, 약불에서 국물이 자작해지도록 5분 정도 더 끓여 준다.

5. 완성 : 국물이 자작하게 졸아들면 그릇에 담아 통깨 또는 깨소금을 고명으로 뿌려 완성한다.

Tip: 생토란 손질법

토란대를 고를 때는 굵게 자라 탄력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겉면이 깨끗하고 빛깔이 진한 녹색을 띠고 있어야 신선한 토란대이다.

토란 줄기를 실온에 하루 정도 놓아두면 약간 시들면서 수분이 줄어들어 껍질을 쉽게 벗길 수가 있다 .

토란대의 껍질을 벗길 때는 비닐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토란대에 뮤신이라는 성분이 있어 피부에 닿으면 일시적인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장갑을 끼고 손질하는 것이 안전하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외식산업학 박사 △안동 1호 조리기능장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연구원장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겸임 교수 △(주)예미정별채 수석셰프 겸 대표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

박정남의 전통음식 이야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