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들이 떠오른다. 팥죽, 설렁탕, 군밤, 군고구마와 함께 늙은호박 요리는 겨울철 우리의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었던 겨울철 별미들이다.
그중에서도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늙은 호박 요리는 특별한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밀가루 풀을 넣어 걸죽하게 만든 호박범벅, 그리고 호박국과 달달한 늙은 호박전의 맛은 추운 겨울을 견디게 해주었던 소박하면서도 깊은 맛의 상징이었다.
△늙은 호박의 특징과 역사
늙은호박은 여름철에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 숙성시킨 호박으로, 겉이 단단하고 진한 주황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정식 명칭은 청둥호박으로도 불리는 이 호박은 15세기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유럽과 아시아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에 일본을 통해 전해져 주요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특히 호박은 오랫동안 저장이 가능하고 단맛이 강해 다양한 요리와 저장 음식으로 활용되었으며, 이러한 이유로 조선시대와 그 이후 식량이 부족한 시기에 늙은 호박은 중요한 구황식품으로 사용되었다.
△지역별 사랑받는 늙은 호박요리
늙은 호박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고유한 지역 음식에 활용되어왔으며, 특히 각 지방에서는 독특하게 조리하여 지역 특유의 맛을 살리고 있다.
늙은 호박과 싱싱한 해산물을 배추, 무와 함께 버무린 서해안의 ‘호박게국지’나 늙은 호박을 소금에 절여 무청과 버무린 충청도의 ‘호박 섞박지’는 지역 김치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대표적인 예다. 그 외에도 제주도의 향토음식인 ‘갈치호박국’이 있으며, 경상도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늙은호박을 사용하여 ‘호박전’을 만들어 먹어왔다.
△늙은 호박의 저장성과 영양가치
여름에 수확 하지 않고 추위를 거쳐 숙성된 늙은 호박은 식물의 자연 숙성 과정에서 장기 저장에 적합하게 변화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겉껍질은 단단해지고, 맛은 깊어진다. 특히 이맘때가 되면 단맛이 더욱 깊어져서 여러 요리에 두루 활용하기가 적합하다.
늙은호박은 베타카로틴, 비타민C,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무엇보다 현대인의 식단에 알맞은 건강식품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늙은 호박이 지닌 노란빛은 천연의 베타카로틴 성분에서 비롯된다. 이 베타카로틴은 우리 몸에 들어오면 비타민A로 전환되어 시력을 보호하고, 각종 눈 관련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가 있다.
△기름을 활용한 영양흡수 극대화
호박의 베타카로틴은 지방에 녹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기름과 함께 섭취할 경우 카로틴의 흡수율을 더 높일 수가 있다.
기름과 함께 사용하면 영양소의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늙은 호박을 활용한 요리 중 가장 적합한 것은 바로 호박전이다. 호박전은 늙은 호박의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을 살린 경상도의 전통적인 요리로 기름을 사용해 조리하기 때문에, 베타카로틴의 흡수율을 높여 맛과 건강을 모두 만족 시키 수 있는 요리법이다.
△쫄깃하고 달콤한 늙은호박전
<재료>
늙은 호박 600g, 부침가루 3컵, 찹쌀가루 1컵, 물 3컵, 설탕 2큰술, 소금 1작은술, 감미료 2/1작은술
<만드는 방법>
1. 호박 채 썰기 : 손질된 호박의 절반은 곱게 채 썰어 주고, 나머지 반은 강판 또는 믹서기에 갈아준다.
2. 절이기 : 채 썬 호박에 설탕 2큰술과 소금 1작은술을 뿌려 10분 정도 절여준다. 절이는 동안 호박에서 수분이 나오며 자연스러운 단맛이 더해진다.
3. 반죽 준비 : 절여진 호박에 부침가루와 찹쌀가루를 넣고, 호박에서 나온 물과 추가 물을 사용해 반죽이 부드럽고 끈적하게 될 때 까지 섞어 준다.
4. 전 부치기 :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중 약불로 예열한다. 반죽을 한 스푼씩 떠서 팬에 올리고, 양면이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부쳐 낸다. 전의 크기는 한입 크기 또는 취향에 맞게 조절한다.
5. 양념장 만들기 : 간장 4큰술, 고춧가루 1큰술, 다진 파, 마늘, 참기름, 통깨
※늙은호박 손질 요령 및 보관법
1. 호박 자르기 : 호박의 꼭지가 달려 있는 반대편 중앙 배꼽처럼 움푹 들어간 부분이 늙은 호박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이므로, 그 부분을 기준점으로 삼아 칼집을 넣어 자르면 편리하다.
2. 반으로 자르기 : 1번에서 칼집을 넣은 부분을 기준으로, 골이 파인 부분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듯이 반으로 잘라준다.
3. 속 파내기 : 반으로 갈라진 부분의 호박씨와 속을 숟가락으로 긁어 낸다.
4. 네 등분 하기 : 반으로 잘라진 호박을 다시 반으로 잘라 네 등분 하거나, 더 작은 조각이 필요하면 용도에 맞게 잘라 준다.
5. 껍질 벗기기 : 잘린 호박은 필러(칼)를 사용해 껍질을 벗기거나, 껍질이 두꺼운 부분을 칼로 다듬어 준다.
6. 보관하기 : 손질한 호박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냉동 보관하여 필요할 때 꺼내어 사용하면 편리하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외식산업학 박사 △안동 1호 조리기능장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연구원장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겸임 교수 △(주)예미정별채 수석셰프 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