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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대한민국 건각이 되어라!

등록일 2025-02-13 20:01 게재일 2025-02-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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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조​​​​​​​​​​​​​​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신광조​​​​​​​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건각(健脚)이란 튼튼하고 잘 뛰는 다리나 그런 다리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 영호남 지역은 대한민국의 두뇌나 복부보다는 두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영호남이 건강하고 튼튼해야만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과거 영남 지역은 새마을운동을 통해 조국의 근대화와 산업화에 이바지했고, 호남 지역은 5·18 민주화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영호남은 오랜 기간 자신보다 나라와 국민을 살리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왔다. 하지만 최근정치라는 권력에 취해 영남이라는 한 다리는 우측으로, 호남이라는 한 다리는 좌측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그 결과 나라는 제대로 뛰지 못하고 갈지(之) 자 행보를 하고 있다.

인간 세상을 움직이는 문제와 이를 풀어가는 길에는 딱딱한 ‘힘’과 부드러운 ‘정(情)’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 요소의 농도와 결합 방식이 지역성을 연출하고 삶의 모습에 반영된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영남 사회가 수직적인 힘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면, 호남은 수평적인 정이 앞서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제도적 질서를 중시하는 반면, 후자는 좀 더 인간적이고 감성적이며 일상적이다.

정의 특질인 ‘내유(內柔)’에 강한 호남인과 힘의 특장인 ‘외강(外强)’에 익숙한 영남인이 어떻게 협력하고 제휴할 것인지는 양 지역의 발전은 물론 국가 발전에도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다. 현재 나라는 극심한 양극화와 단절에 휩싸여 있으며, 이념·지역·계층·남녀·세대 간의 심각한 갈등으로 인해 경직된 대치 상태에 놓여 있다.

나라의 기둥인 영남과 호남이 수평과 수직을 결합·융합해 십자가의 원리로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나라가 망할 것이다.

현재 영호남은 정치라는 독이 든 성배(聖杯)에 마취되어 있다. 영남은 빨간색 술에 취해 있고, 호남은 파란색 술잔에 정신이 나가 있다. 원래 정치란 건강한 상태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48:52 또는 그 반대의 팽팽한 승부를 펼친다. 깻잎 한 장 차이의 승부를 펼쳐야 정치인들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된다.

내 고장 전라도는 예수가 출마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의 옷을 입지 않으면 시의원조차 되기 어렵다. 경상도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물 경쟁이 아닌 편싸움으로는 지역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정치에 대한 몰입을 줄이고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100년 이상, 국민이 먹고살아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력과 반도체이다. 영호남이 국가 전력 공급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영남은 이미 잘 하고 있다. 그러나 호남은 전기 생산 단가가 10배 이상 더 드는 재생에너지에만 매달리고 있어 답답하다. 반도체 산업은 기업의 부동산 투자 장래성, 연구 인력 선호 등을 이유로 수도권 외에는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연구 인력, 전력, 용수의 삼박자가 요건이다. 전력과 용수는 영호남이 수도권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남은 것은 연구 인력 문제인데, 지방 대학이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인재를 육성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일본 남쪽의 구마모토가 반도체 생산의 메카가 된 것처럼, 우리의 영호남도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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