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새마음 새 각오로

등록일 2024-12-26 19:59 게재일 2024-12-27 18면
스크랩버튼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아기 예수가 태어나 이 세상에 밝은 빛을 내려준 성탄절도 지나고 이제 더 밝은 세상이 오기를 기대하며 뱀띠의 해 을사년(乙巳年)을 맞는다. 국내외적으로 모두 어수선한 가운데 31일 자정에는 서울 보신각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묵은해의 액운을 떨치고 새해를 기원하는 타종식이 열린다.

경북도는 영덕 강구 삼사해상공원에서 ‘2025 도민화합 새해맞이 타종식’을 하며 경북대종을 33번 두드린다. 이에 앞서 송년음악회와 함께 ‘청사(靑巳)조형물에 소원지 붙이기’도 하고 광장에서는 먹거리 부스도 열어서 심야의 추위를 녹여주며, 고래불과 대진해수욕장에서는 해돋이 손님맞이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경주는 신라 대종과 봉황대 일원에서 가수와 성악가의 식전공연과 함께 타종식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포항시는 호미곶 한민족해맞이 축전을 준비하여 ‘너와 나의 빛, 상생의 2025’를 슬로건으로 5년 만에 해넘이 행사도 하고 미니 불꽃 쇼와 함께 자정에 카운트다운을 하며 해돋이 축제가 계속된다. 버스킹 페스티벌, 월월이청청 등으로 젊은 세대의 참여를 유도하고 화합과 도약의 마당을 즐기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행사 모두 추운 겨울밤 야외에서 하며 포항과 영덕은 해풍도 예상되어 방한복은 물론 모자 장갑 등을 챙겨야 하고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또 상생의 손 뒤로 솟아오르는 새해 첫 일출을 보며 거대한 가마솥에서 끓여내는 떡국을 먹으며 국가의 안위와 가족의 건강과 평온을 빌어보자. 일출시간은 오전 7시 32분, 날씨는 맑음이다.

새해는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맺어진 지 120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을 꼬드겨 양보를 받아 강제로 체결한 불평등조약이다. 그 뒤 36년간 식민통치를 당한 쓰라린 역사가 있는데, 현재와 같은 미·중·러의 국제관계 속에 북한까지 거들고 있는바, 그때의 늑약(勒約)이 스멀스멀 뇌리에 스치는 것도 국내 정치계가 염려되는 마음 탓일까? 대통령 탄핵과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에 따른 국격 하락의 위험성과 경제 불확실성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지도 벌써 3년이 되어가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도 2년째, 지금도 가자 지구에는 폭격이 끊이지 않아서 이번 성탄절의 베들레헴은 2년째 크리스마스트리가 없고 순례객과 여행객들이 한산하다고 한다.

이렇듯 불행한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교황청은 25년마다 시행되는 희년(禧年·jubilee)을 맞아 성베드로 성당문을 열고 옛날 유대인들의 노예를 해방했듯이 희망과 용기로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을사년에 나라를 잃고 일제의 억압을 받아 나라의 분위기가 흉흉하고 스산하다고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생겼다지만, 뱀은 지혜롭고 야망이 있어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이끌어 사태에 굴하지 않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지녔다고 여기고 있으니, 이번 을사년에는 그 역사를 거울삼아 국민 모두 새마음 새 각오로 이 나라를 반듯한 모습으로 세계 속에 서게 해야 할 것이다.

금요광장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