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세상읽기 ①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지혜가 필요할 때 의외로 답은 고전에 숨어 있습니다.
선조들의 빛나는 통찰과 지혜는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정곡을 찌릅니다. 세상살아가는 이치는 어찌보면 동일한 것이기 때문일까요? 오랫동안 인문학 스타강사로 활동했던 신동기 박사의 고전으로 알아보는 세상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생각의 높이가 커져야 사회가 발전합니다. 세상을 향한 깊은 통찰을 담은 고전에서 삶의 실마리를 푸는 단초를 발견하기를 기대합니다.
고전은 우리에게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자세를 요구합니다. ‘옛것을 익혀 거기에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 바로 공자의 그 온고이지신입니다.
정치론은 윤리 수준에 머물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같은 사서에 속하는 ‘맹자’에서는 정치를 현실적·논리적으로 다루고, 공자 역시 ‘논어’에서 정치를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민주주의 원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맹자는 ‘맹자’ 〈진심장구하〉 편에서 말합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社稷)이 그다음이고, 임금이 마지막이다.”
나라의 주인은 결국 백성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맹자는 백성들의 뜻을 좇는 것이 정치라 말하고 있습니다.
“걸·주 임금이 천하를 잃은 것은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며, 백성을 잃은 것은 바로 백성들의 마음을 잃었다는 것이다. 천하를 얻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백성을 얻으면 천하를 얻은 것이다. 백성을 얻는 방법이 있으니, 백성들의 마음을 얻으면 곧 백성을 얻은 것이다.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이 있으니, 백성이 바라는 것을 백성과 함께 행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맹자 당시는 신분제 왕정 사회였습니다. 그러나 신분제 사회라 할지라도 양심 있는 지식인이라면 시대·상황 불구하고 ‘사실’과 ‘논리’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모든 인간 안에 스며있는 올바른 이성’에 근거하는 자연법 사상에서 처럼, ‘정치’를 ‘그 땅에 몸을 붙이고 사는 백성이 주인이다’라는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통하는 개념으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공직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맹자’〈만장장구하〉 편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벼슬은 가난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지만 때로는 가난 때문이기도 하며, 결혼은 부모를 봉양하기 위한 것이 아니지만 때로는 봉양 때문이기도 하다.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벼슬을 하는 자는 높은 자리를 사양하고 낮은 자리에 머물 것이며, 높은 급여를 사양하고 낮은 급여에 머물러야 한다. 높은 자리를 사양하고 낮은 자리에 머물고 높은 급여를 사양하고 낮은 급여에 머무르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바로 문지기나 야경꾼과 같은 직책을 맡는 것이다.”
공직을 맡는 것은 기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원칙적으로 이 말은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장차관·지방자치단체장 등과 같은 고위직, 검·판사 등의 판관, 국회의원·광역 혹은 기초의회 의원과 같은 공직에는 맞는 말입니다.
국가 살림을 맡으면서 수많은 이들의 삶을 돌보고, 법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신의 위치에서 인간의 선악을 재단하고, 한 사회의 대원칙을 정하는 것과 같은 일은 숭고하면서도 사람들 중 극히 일부만이 갖는 매우 특별한 명예입니다.
돈을 벌 욕심이면 마땅히 자기 사업에 나서야 할 일이고, 먹고 살기 위해 공직을 선택했다면 그냥 낮은 자리에 만족해야 합니다. 고위직의 재량권이나 판관직의 재량 및 판결권을 선물로 거래하거나 전관예우로 장사하고, 나라의 규칙을 정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개재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국가 시스템을 교란하고 국가자산 횡령, 국민복지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입니다. ‘국가로부터 주어진 지위를 팔아 사익을 취한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나라를 파는 반국가적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대학》〈전문10장〉에서 맹헌자라는 인물이 말합니다.
“수레를 타는 대부는 닭이나 돼지 키우는 데 관심을 두지 아니하고, 한여름 대사 때 얼음을 쓸 수 있는 경대부는 소나 양을 키우는 데 관심을 두지 아니한다.”
(畜馬乘 不察於雞豚 伐冰之家 不畜牛羊)
높은 공직을 맡는 것은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높은 뜻을 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세 번째, 국민의 단결에 대해서입니다. 정치인들은 국가 위기 시 흔히 국민의 일치단결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국민의 일치단결은 요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알아서 저절로 되든지 안되든지 하는 것입니다.
맹자가 ‘맹자’ 〈양혜왕장구상〉에서 양혜왕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영대를 만들 계획을 세워 일에 착수하니 백성들이 모여들어 하루가 안되어 영대가 완성되었구나. 계획할 때 너무 서둘지 말라 하였거늘 백성들이 나서서 하루 만에 일을 마쳤도다’ 하였습니다. ·중략 ·문왕이 백성들의 노고로 누대를 세우고 연못을 만들었는데 백성들이 오히려 그것을 기뻐하여 누대를 영대라 하고 연못을 영소라 부르며, 왕이 사슴·물고기·자라 키우는 것을 즐겁게 여겼으니, 옛사람은 백성과 함께 즐겼습니다. 그래서 진실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일치단결’은 그 일이 ‘옳고’, 기본적으로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 나옵니다. 주왕조의 기틀을 다진 문왕은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 백성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누각을 세우고 연못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누각과 연못을 서둘러 만들었고 그 규모가 작다고들 했습니다. 자기 것을 자기가 만드는 데 그 누가 기쁜 마음으로 나서지 않고, 그 누가 만들기를서둘지 않겠습니까?
네 번째, 일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입니다. 증자가 《중용》 〈제20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일은 미리 대비하면 제대로 이루어지고 대비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말할 것을 미리 정해 놓으면 차질이 없고, 일할 것을 미리 정해 놓으면 곤란할 일이 없고, 움직일 것을 미리 정해 놓으면 골치 아플 일이 없고, 방법을 미리 정해 놓으면 궁지에 몰릴 일이 없다.”
사람이 일반 동물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이성’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성’의 핵심은 ‘논리와 사실’에 입각한 ‘추리’ 능력입니다. 자연은 인과관계가 선명합니다. 사회는 어느정도 인과관계적입니다. 신이 아닌 인간이 예언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이용해 자연과 사회의 변화를 합리적으로 예측해 볼 수는 있습니다.
공자는 ‘논어’ 〈위령공〉 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멀리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운 날에 반드시 근심할 일이 생긴다.”
합리적인 예측을 통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일을 잘 하기 위한 상책입니다. 물론 합리적인 예측 이전에 먼저 그렇게 예측하려고 평소 신경을 쓰고 노력하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필자 신동기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산업리스(주) 및 동사 일본 현지법인인 KDB Lease (Japan) Co., Ltd.에서 리스금융, 국제금융을 담당하였다. 팀장 퇴직 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단국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 청계서당 연수과정(2년)을 수료하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인문학 범주화(15가지 주제)를 시도해 기업·정부기관·대학·방송 등에서 강의해 왔다. 2008-16년 신구대학교 글로벌경영과 겸임교수, 2019-20년 건국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로 〈신동기의 인문학 15개 주제〉를 강의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3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 사업』 기획위원 및 심사위원을 지냈다.
저서로는 《부모의 인성 공부》《아주 낯익은 지식들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오늘, 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갑니다》(공저)《울림》《SNS인문학》(공저)《이 정도는 알아야 할 정치의 상식》《오래된 책들의 생각》《생각여행》《네 글자의 힘》《독서의 이유》《해피노믹스》《인문경영으로 리드하라》《회사에 대한 오해와 착각을 깨는 인문학적 생각들》《인문학으로 스펙하라》《미래사회 리더의 경영 키워드》《직장인이여 나 자신에게 열광하라》가 있다.
그 외 다수의 오디오북과 《진순신의 삼국지 이야기》《나는 사람에게 투자한다》 등 18종의 번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