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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도서관의 무한 변신

홍석봉 대구지사장 시카고도서관은 진로, 결혼, 퇴직 등 시민들의 생애주기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이 도서관은 모든 연령대 시민들이 궁금한 것을 묻고, 고민의 해답을 찾는 것이 목표다. 심지어 노숙자를 위한 공간이나 방과후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도서관이 지혜의 보고에서 벗어나 생활의 보고로 바뀌고 있는 듯 하다.요즘 공공 도서관은 인터넷 카페, 북카페, 디지털라운지, 3D VR 체험존을 갖춰 연령층에 맞게 욕구를 충족해준다. 각종 콘서트와 명사 특강 등 인문과 예술 및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감성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악기, 숲, 미술작품 등을 갖춘 이색 도서관도 곳곳에 있다. 도서관의 변신은 끝이 없다.대구중앙도서관은 2023년 7월 재개관과 동시에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도서관은 1919년 개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곳이다. 이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이 오는 3월부터 전국 처음으로 ‘늘봄형 도서관 학교’를 운영한다. 공공도서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돌봄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돌봄 서비스에는 학생들의 독서습관 형성과 학습능력 향상은 기본이다. 여기에 학부모의 양육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교과와 연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연 속 그림책 놀이 연극, 교과연계 통합독서, 어린이 토털공예, K-팝 댄스 등 프로그램을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다.도서관이 단순히 책 읽는 공간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교육 돌봄 서비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책을 통한 삶의 지혜뿐 아니라 소통과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만능 도우미로 무한 변신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22

여기서는 거기서와 많은 것이 다르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김포공항으로 한국을 떠나기까지 무척이나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했다. 겨울이 되자 밀린 일들을 어떻게든 소화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12월까지도 정말 복잡하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 했는데, 1월이 되어서도 2023년 13월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학술대회를 하나 치러내야 했다. 탈북작가들 연구에 관한 것인데, 나는 몇 년 동안 이 일에 어떻게든 매달려 왔다고도 할 수 있다. 이지명, 도명학, 김정애, 설송아, 김유경 같은 작가며 시인들이 그렇게 귀해 보일 수 없었다. 한반도 같은 현실에서는 이 작가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도모한다는 느낌만으로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되는 것이다.‘K 학술 사업’이라는 게 있어, ‘개설 한국현대소설사’라는 것을, 동영상을 여덟개를 찍어야 하는데, 겨우 두 개를 준비해 놓고는 여행 이후로 일정들을 다 미뤄 놓아야 했다. 한국현대소설사라는 것도, ‘개설’밖에는 쓸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식사, 모방사와는 다른 종류의 것을 써야겠다고 마음은 먹었던 것이, 이번에도 과연 내실은 없이 시간만 채우는 것은 아닌지 무척 걱정을 해야 했다.13월 초에는 나 말고 세상도 어지럽기만 했다. ‘아포유’나 ‘아메리카고조선’ 같은 유튜버들은 텔레비전 방송사들이나 여타 유튜브 방송이 송출한 동영상들을 정밀 분석하며 과연 사태의 진상은 어떠냐를 두고 보름이 넘도록 화제를 이어갔다. 여행을 준비하는 틈틈에도 사태의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다른 것은 시간적으로도 여행 기간에 절대 불가능하다고 느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정말 잠시라도 한국에서의 모든 것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직항으로는 비행기삯도 비싸기는 비싸지만 차라리 경유해서 가는 편이 떠나는 절차로서 적절하다고 생각한 것도 같다.다행히 미국 비자는 지지난 해인가 ESTA 비자를 받아놓은 것이 있어 큰 수고는 덜었다.늘 그렇듯 촉급하게 서두르는 것도 싫어 이번에는 세 시간쯤 여유를 두고 김포공항으로 향했건만, 아니나 다를까 전철역에 다 가서야 여권을 빠뜨린 것을 깨달았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을, 몇 번을 이곳저곳 뒤진 끝에 드디어 찾기는 찾았다.김포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여행가방에는 허영자 선생의 시선집 한 권만 달랑 들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중국의 문학이론서의 한국어 번역본 감수할 것 복사본뿐. 그렇게 태평양을 건너서 나흘째. 생각한다. 여기서는 거기서와 많은 것이 다르다. 풍경도, 사람들 살아가는 것도, 사고방식도, 주제도. ABC마트 옆에 딸린 카페에서 아이스카라멜 마키아토를 하나 시켜놓고 앉았다. 커피 맛만은 다르지 않은 것 같은 것은 다만 착각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나는 이런 곳에서 살 수도 있었을 것을, 다만 우연으로 바다 건너에서 모든 문제들 속에서 살아온 것이었을 뿐인지도. 돌아가서, 그냥 매이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시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갓 먼지처럼 바람 속으로 와서 머물다 가는 것이다. 지금 이곳의 내 생각과 느낌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 다시 한 번 ‘상대성’의 진리를 가슴에 새겨 본다.

2024-01-22

중대재해법, ‘바다낚시 명소’도 문닫게 한다

바다낚시 명소인 포항영일만항 북방파제가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뜨거운 감자 신세가 됐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해 9월 포항시에 ‘영일만항 북방파제를 폐쇄할 예정’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국민생명보호’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이다.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하청 업체를 포함해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에게는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 내용 중 형사처벌 근거가 되는 경영진 과실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의도를 가진 ‘고의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더라도 재해만 발생하면 대부분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산재 발생 가능성이 큰 사업장의 CEO들은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게 산업계 반응이다. 행정기관과 길이 500m 이상인 대형 방파제도 이 법 적용을 받는다.포항시 입장에서는 북방파제 낚시명소에 연간 관광객 20만명이 찾아오는데다, 그동안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친수관광지로 조성했기 때문에 해수청의 방파제 폐쇄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 영일만 바다 중간에 있는 북방파제와 육지를 오가는 포항낚시어선협회와 인근 용한리 상인 반발도 심했다.포항사회의 분위기가 심상찮자 최근 해수청은 포항시에 ‘북방파제를 위탁 관리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포항시가 조례제정을 통해 동빈내항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선례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포항시가 펄쩍 뛰었다. 포항시장 역시 중대재해법의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일만항 북방파제는 감성돔, 뱅어돔, 전갱이 등 고급어종이 많이 잡혀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다. 이곳이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폐쇄될 위기에 처한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현장을 무시한 국회의원들의 법제정 때문이다. 오는 25일부터는 그동안 법 적용에서 제외됐던 50인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법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 모든 사업장이 이제 ‘영일만 북방파제 신세’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2024-01-22

에코프로의 지방출신 인재경영 주목

지역의 젊은이가 해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가운데 비수도권 출신의 인재경영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대기업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포항에서 이차전지사업을 벌이는 에코프로는 임직원 10명 중 9명이 비수도권 출신이다. 시가총액 30위 내 기업 가운데 지역인재 비율이 90%에 달하는 기업은 에코프로가 유일하다.1998년 설립된 에코프로는 한 명의 여직원을 둔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지금은 3천400명을 고용하고 시가총액 60조원, 매출 6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작년 말 기준 에코프로의 직원 3천362명 중 지방에 주소지를 둔 직원이 3천17명(89.7%)로 밝혀졌고, 수도권에 주소를 둔 직원은 345명(10.3%)에 불과했다. 또 지방에 소재한 대학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원이 2천867명으로 전체의 85.3%다. 우수한 인재확보를 위해 서울에 본사를 둔 많은 대기업과는 전혀 다른 인재활용 모델이다. 비수도권 출신 인재중심으로 경영을 해도 기업의 성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모범적 사례다. 지금 지방도시 대부분은 인구소멸의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지역출신 젊은이가 매년 수 만명씩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들면서 수도권은 집값이 폭등하고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반면 지방은 청년인구가 줄어 경제력이 노쇠하고 있다. 도시가 노령화되고 인구감소로 소멸을 걱정한다.에코프로의 지방인재 경영은 이런 지방소멸의 문제에 대응할 대안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방에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면 젊은이가 지역에 정착해 인구소멸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뜻이다. 지방정부는 에코프로와 같은 대기업을 많이 유치하는데 전략을 집중해야 한다. 수도권의 인구집중은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율을 늦춰 저출산율을 더욱 심화시킨다. 서울의 합계출산율(0.59명)이 이를 입증한다. 지방으로 기업과 인재가 모여드는 선순환 구조로 바꾸는 것이 지방소멸을 막는 해법이다. 에코프로의 지방출신 인재경영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

2024-01-22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김진국 고문 자기가 잘해 이기는 선거는 별로 없다. 경쟁상대가 실수해 당선되는 후보가 많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봐도 누가 더 비호감인가를 다투는 선거였다. 그러니 실수를 안 하는 게 중요하다. 말 한마디가 전체 판도를 뒤집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입단속을 한다.4월 총선 결과는 어떨 것 같으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수도권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한쪽으로 쏠린다. 조그만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곳이 많다. 그런데 전체 의석의 절반이 몰려 있다. 작은 실수 하나가 바람 방향을 뒤집어 놓을 수 있다. 바람 방향은 늘 바뀐다. 가장 큰 변수는 실수로 만든 악재(惡材)다.슬픈 일이지만 지금 민심을 움직이는 변수도 이런 악재다. 지금 드러난 최대 악재는 ‘영부인 리스크’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명품 가방’도 그중 하나다. 그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게 ‘이재명 리스크’다. ‘응급의료 헬기’가 특히 아프다.선거에는 언제나 악재가 따른다. 중요한 것은 그런 악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악재도 잘 대처하면 오히려 호재(好材)가 되는 일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장인의 좌익 전력을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라는 말로 뒤집어버렸다. 사상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에서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기회로 만들었다.거꾸로 악재를 덮고, 만회하려다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을 드러내 마음을 얻을 수도 있고, 거짓으로 거짓을 덮으려다 점점 더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성경에서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도 죄를 인정하지 않았으면 반전(反轉)이 없다. 노 전 대통령도 사실을 인정했기에 뒤집기가 가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20억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2년 뒤 당선됐다.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테러당한 건 큰 사건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대처가 잘못돼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선거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테러의 배후에 현 집권 여당이 있다는 틀을 짜놓고 몰아간다. 민주당은 “백범 김구, 몽양 여운형 선생 이후 초유의 암살 미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너무 성급하다.더구나 이 대표가 응급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간 것이 악재가 됐다. 한국은 ‘특권’을 정말 싫어하는 사회다. 조그만 차별도 못 참는다. 보통 사람은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받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응급실을 쇼핑하는 모양을 보여줬다. ‘피해자’가 순식간에 ‘특권층’이 됐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이 그대로 보여준다.민주당은 이것을 다시 반전시키려고 무리한다. 일반 국민은 이번 사건에서 백범이나 몽양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커트 칼 테러를 떠올린다. 민주당은 “경찰은 무엇이 두려워 정치테러 범죄의 진상을 축소하고, 은폐하느냐”고 주장했다. 혹시라도 다른 배후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억지로 몰아가면 역풍만 일으킨다. 민주당은 ‘당대표정치테러대책위원회’라는 걸 만들었다. 정치적 음모가 있다고 단정했다. 사건 직후 문자로 사건 보고를 한 대테러종합상황실 공무원을 고발했다. 소방본부 보고 문서에 ‘목 부위 1.5센티미터 열상’이라고 적혀있는데 ‘1센티미터’로 축소했다는 것이다. 무슨 큰 차이인지…. 피의자의 당적과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따지다 직접 공개했다. 공공장소인 현장을 물청소한것, 피습 당시 입었던 와이셔츠가 수술 폐기물과 함께 버려진 것도 은폐라고 의혹을 제기했으나 해프닝으로 끝났다.이재명 대표는 당무 복귀 직후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주어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를 지목한 말이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도 이번 테러와 연결해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응급헬기 비난 여론을 포함해 자기 잘못으로 야기된 여론도 ‘펜으로도 죽여보려는’ 정권의 의도라고몰아간다. 열성 지지자라면 몰라도 일반 민심은 따라가기 힘든 비약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1-21

야누스의 눈을 가진 우리

이희정 시인 혼자서 색종이를 접는 날이 많아졌다 세상을 좋아하던 엄마가 미웠다 시샘은 발이 빨라서 따라갈 수 없었다 엄마를 접었는데 마귀할멈이 보였다마음속 독사과가 고개를 쳐들었다시샘은 천사의 날개를 잃어버린 아이였다접혀진 색종이의 뒷면이 궁금했다엄마의 뒷모습에 익숙해질 무렵이었다표면은 거짓이란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인은주, ‘시샘의 뒷면’ 전문 (가히 창간호)사랑도 분석이 될까? 사랑에는 창조적인 모습과 파괴적인 모습이 있다. 사실 세상을 살면서 겪는 많은 일에 두 모습이 모두 들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사랑의 신 에로스가 가진 화살은 똑같은 화살이 아니다. 금과 납으로 만든 사랑과 미움이라는 두 종류의 화살이 있다.여기 사랑 안에 상처받은 아이가 산다. 짐작건대, 내향적인 아이는 엄마를 좋아하지만, 바깥으로 바쁜 외향성의 엄마와 사랑을 갖기에 충분하지 않다. 종종 아이는 심리라는 내면의 집에 혼자 거주한다. 동물학자 로렌츠의 흰 기러기 실험에 따르면, 새끼는 어미가 일정한 크기로 보여야 안심한다. 맨 처음 자신에게 각인된 어미의 크기가 있어서, 그 크기보다 작게 보이거나 크게 보이면 새끼들은 불안해한다. 새끼 오리들이 어미 뒤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뚱거리며 따라가는 모습, 그 사소한 장면에 자연의 오묘한 법칙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펼치는 삶의 장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의 눈에 엄마는 크고 멀어서 보이지 않는다. 시인이 접는 색종이의 접힌 내면으로 들어가 보자.자주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는 종이접기를 한다. 기다리는 견딤이 반복되는 아이는 화가 나기 시작한다. 욕구나 욕망은 해소되지 않으면 대상에 대한 집중이 커지고 충동성이 높아진다. 해서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엄마를 접었는데 / 마귀할멈”이 보이고, “마음속 독사과가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다. 사랑과 증오는 다르지 않다. 사랑이 없으면 증오가 없고, 증오가 없으면 사랑도 없다.인은주 시인의 ‘시샘의 뒷면’은 호주의 M.L. 스테드먼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The Light Between Oceans’의 한 장면을 불러오게도 한다. 영화의 주 배경인 바다가 있는 풍경의 등대는 ‘야누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야누스는 로마신화에서 문의 수호신이다. 문은 생명과 계절의 시초를 주관하는 신으로 숭배되었다. 영어에서 1월, January가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영화에서 아이를 잃은 한 모성이 보상으로 타인의 아이를 취하는 죄를 범한다. 끝과 시작의 경계에 있음을 뜻하는 ‘타인의 아이를 훔쳐 기른다’라는 행위의 양면성을 야누스의 등대를 통해 상징하고 있다.이렇듯 세상에는 여러 유형의 어머니가 있다. 자녀를 중심에 놓고 사는 어머니와 자신의 사회적 성취를 중심에 두는 어머니, 친모 같은 계모, 계모 같은 친모 등 종종 사회 일각에서 충격을 주는 신데렐라형 계모의 유형들이 있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 또한 등대가 비추는 측면에 왜곡해 인식하기도 한다. 인은주 시인의 시적 자아는 야누스의 등대처럼 자신의 깊은 심연과 반대쪽의 그늘까지도 비추고 있다. 우리의 눈은 밖을 향해 있다. 외부는 잘 보지만 스스로는 보지 못하기에.그녀가 접는 종이접기의 시간은 시인의 창작공간과 같은 위치임을 짐작하게 한다. 문명화된 “표면이 거짓이란 걸”을 견딜 만큼 강해질 때까지, 우리의 눈이 에덴동산에 충분히 머물도록 내버려 두면 어떨까.“시샘은 발이 빨라서 따라갈 수 없었다”

2024-01-21

영양군, 인구소멸위기를 국책사업으로 이겨내다

오도창 영양군수 지난 2023년 영양군의 사망자 수(281명)는 출생자 수(29명)의 10배나 된다. 한때 인구 7만791명(1973년)을 기록했으나 어느새 전국 최고수준의 인구감소율 77.4%를 기록하며 해가 거듭될수록 인구감소는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심리적 인구 마지노선인 1만6천명 선이 붕괴되면서 이제는 지자체 존립에도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주 산업인 농업은 고령화 여파로 일손 구하기가 더 힘든 실정이 되었고 다른 산업을 유치하기에는 교통 인프라를 비롯한 지역 기반의 열악함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어쩌면 일자리·소득·인구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대규모 국책사업 밖에 없다는 엄중한 현실을 군민들도 인정하며 양수발전소가 반드시 유치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양수발전소는 남는 전력을 이용해 펌프로 고지대 저수지에 물을 퍼 올려 저장한 다음 필요한 시기에 물을 이용해 발전하는 시설이다. 저수지를 만들면 해당 지역 마을 주민이 이주할 수도 있고 발전소 건설 과정에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등 피해가 있어 양수발전소는 대표적인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시설로 꼽힌다. 하지만, 이미 과거에 몇 차례 국책사업 유치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지역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영양군민 모두가 뼈저리게 실감하며 양수발전소 유치가 지역을 살릴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과거 예천에서 근무했던 시절 예천군이 양수발전소로 지역과 상생하며 주민들이 많은 수혜를 받는 것을 눈여겨보며 언제가 영양군에도 양수발전소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머리속에 염두해 두고 있었다. 그리고 영양군수로 취임하며 지난 2020년 7월 양수발전소 영양군 유치 계획을 수립하는 등 선제적으로 유치를 준비했다.언제 발표될지 모를 정부 계획을 기다리기에는 여유가 없어 최적의 입지 조건을 찾아 발품을 팔며 관내 곳곳을 수차례 답사에 나섰다. 아쉽게도 적합한 후보지를 찾지는 못하였으나 우리의 이런 노력을 지켜본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 정밀 검증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대용량의 부지를 발굴하게 되었다.그리고 2023년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되며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위한 사전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4월 24일 드디어 한수원(주) 측에서는 영양군에 사업 추진의사를 타진해 왔고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나섰다.그 소식을 가장 먼저 사업대상지 주민들과 군민들에게 전했다. 민간 주도의 유치위원회는 유치활동에 속도를 높였다. 결의대회부터 범군민 서명운동(서명률 86.47%)과 주민여론조사(찬성률 96.9%)를 통해 양수발전소 유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우리는 9개월의 대장정을 끝으로 유치 확정이라는 해피엔딩을 이뤄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선제적인 대응과 천혜의 입지조건 그리고 최고의 주민 수용성까지 모든 것이 더해져 소중한 결실을 거뒀다. 무덥고 추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치활동과 관련된 행사 때면 어김없이 참여하는 군민들의 노력과 고생이 양수발전소 건립으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발전소 건립에 따른 150여 명의 정규 일자리 창출과 936억 원의 각종 지역발전 지원금이 우리 지역의 정주여건을 개선할 것이다. 순수 1조 6천억 원 규모의 건설비 투입은 지역 중장비, 숙박시설, 식당 등의 우선 이용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며 매년 14억 원의 지방 세수도 확보하여 지역 살림살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이처럼 양수발전소 유치로 영양군은 미래를 향한 도약을 다시금 준비하고 있다. 유치 확정으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조기에 양수발전소를 건립해 지역에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차질 없는 준비로 한수원과 협업을 통해 당초 일정보다 2년을 앞당겨 조기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올해 신년 사자성어는 ‘휴수동행(携手同行)’으로 정했다. 그간 유치 과정 중 겪었던 모든 경험과 특히 우리가 보여준 화합은 인구소멸위기에서 벗어날 미래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며 올 한 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손을 맞잡고 함께 간다면 영양군의 희망찬 내일에 좌절은 없을 것이다.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는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는 새로운 항해를 이어나갈 것이다.

2024-01-21

개딸 전체주의와 용산 전체주의 대결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 정치에서 전체주의 비판이 수시로 등장한다. 전체주의(totalitariannism)는 개인은 전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반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다. 2차 대전 전후 많은 인명을 앗아간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나치즘이나 파시즘은 대표적 전체주의이다. 레닌이나 스탈린 역시 공산 혁명이란 허구적 전체주의 이념으로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켰다. 우익 독재나 좌익 독재의 이면에는 전체주의라는 반민주적 악마가 숨어 있다.오늘날 21세기 흔히 ‘이데올로기 시대’는 끝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나라 정치판에는 아직도 상대를 전체주의로 몰아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인 민주당을 전체주의세력으로 규정한 바 있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개딸 전체주의’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선포하였다. 이에 뒤질세라 야당 역시 윤석열 정부를 향해 검찰 독재정권이라 부르며 ‘용산전체주의’라고 받아치고 있다. 이 나라 양 극단 정치의 바탕에는 상호 포용키 어려운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자주 회자되는 개딸 전체주의부터 살펴보자. ‘개딸’은 ‘개혁의 딸’을 줄인 말인데 그 어감이 매우 좋지 않다. 우리 가정에 개가 반려견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의 일원이 된지 오래지만 개판이나 개떡처럼 접두어 ‘개’는 아직도 추잡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개 딸은 지난 대선부터 이재명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여성 열성당원을 지칭한다. 이들은 당내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이낙연 지지자들을 ‘수박’으로 불렀다. 이들은 수박의 초록색 겉과 붉은 속이 다르듯 상대를 비난 비판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들은 지금도 반명이나 비명 세력을 수구 보수적 사이비 수박 세력으로 간주한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도 개딸로부터 2년간 수모를 당했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어느 민주당 집회에 잠시 참관한 적이 있다. 그들은 이재명 당 대표가 등단, 발언하자마자 ‘옳습니다.’를 외쳤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의 언행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이에 반하는 세력을 용인치 않는다. 정치인들은 이런 열광적 지지그룹이 필요하지만 사당화 등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야당은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를 ‘용산 전체주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용산 대통령실은 여당과 정부 권력의 중핵축이다. 정부 출범 이후 집권당에 대해 용산은 항상 우위를 점했다. 당정관계를 수직적 구조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권 출범 시부터 이준석 전 대표는 징계를 당하고, 당대표 후보 안철수, 유승민, 나경원은 모두 후보를 포기하였다. 여론상 최하위였던 김기현 후보만이 당 대표에 당선되었다. 최근에는 검찰 출신 한동훈 법무장관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격 취임하였다. 이를 두고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치 않았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집권 여당의 당 조직이나 인사에서부터 정책 결정에 이르기까지 용산의 힘이 작동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회 청문회를 무시한 인사권 남용, 김건희 특검법에 이르기까지 법률안에 대한 계속된 거부권 행사는 용산 대통령실의 위세를 잘드러낸 것이다. 이를 야당은 윤석열 정부를 상명하복의 ‘용산 전체주의’라 비난하고 있다.여야의 이러한 상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극한 대결의 정치로 연결된다. 전체주의는 상대를 적대화, 악마화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여야는 겉으로 민생과 실용정치를 내세우면서도 상대를 전체주의 사슬로 매도하여 정쟁만 유발한다. 미국에서 1960년대 상대 정적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죽이는 맥카시적 수법이 이 땅에 재현된 셈이다.상대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치 않고 저주의 대상으로 삼는 곳에서 상생 정치는 살아날 수 없다. 물론 이곳에 당내의 민주주의도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더욱이 4·10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자당의 승리만을 위한 이념적 팬덤 정치는 더욱 갈등정치만 조장한다. 정치인이 선도하고, 언론이 방조하고, 시민 사회마저 갈라진 상황에서 민생이나 상생 정치는 결코 회생될 수 없다.강서 보선 패배 후 대통령은 이념보다 민생 우선의 정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의 모습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의 백주의 테러 사건도 진보당 강성희 의원의 돌출사건도 모두 한국적 갈등 정치가 초래한 비극이다. 이론적으로는 양극정치에서 중도층이나 무당층이 캐스팅 보트를 쥐면 양극 대립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적 정치 풍토에서 건전한 중도층은 독자적 정치 세력을 형성할 수 없다. 결국 선거의 막판에는 중도층이 좌우로 편향되기 때문이다.최근 제3의 중도 정치를 표방하면서 여러 개의 신당이 창당되고 있다. 이들이 과연 양극 정치 해소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기대난망이다. 제3의 빅텐트는 치기도 어렵고, 치더라도 선거용 임시 천막일 뿐이다. 정체성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타협이나 상생의 정치가 자리하려면 우선 상대를 전체주의로 몰아가는 이념정치부터 걷어 치워야 한다.

2024-01-21

신체증상장애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가슴이 답답하다”, “열이 치밀어 오른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숨이 차다”, “속이 미식거리고 토할 것 같다”, “배에 가스가 차고 속이 더부럭하거나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된다”, “입이 쓰고 입맛이 없다”, “목에 무언가 걸린 것 같다”, “머리가 무겁고 아프다”, “어지럽다”, “몸에 통증이 있다”, “쉽게 피로하다” 등의 증상으로 병·의원에 가서 이 검사, 저 검사 다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 거나 ‘신경성’ 또는 ‘스트레스성’이라는 말을 들었나요?그렇다면 이는 ‘신체증상장애(Somatic Symptom Disorder)’일 가능성이 높다. 신체증상장애 환자들은 한 가지 이상의 신체 증상으로 고통스럽거나 일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만, 신체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시행한 검사에서는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신체증상장애를 가진 분들은 본인은 아픈데 검사상 아무것도 나오지 않거나 검사소견에 비해 증상의 호소가 심하다는 말을 들으니 답답한 마음이다. 또, 주변 사람들로부터 환자의 신체증상이 꾀병 또는 엄살로 오해하게 만들기도 하니 억울하기도 하다. 그래서 신체증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의사를 신뢰할 수 없게 돼 용한 의사를 찾으러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는 소위 ‘닥터쇼핑(Doctor shopping, 의사 순례)’을 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또한, “뭐라도 원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비싸다는 검사도 마다하지 않고 한다.신체증상장애의 유병률은 5~7%로 추정된다. 이렇듯 신체증상장애는 흔하지만 신체증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 장애의 특징이기 때문에 신체증상장애를 가진 분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보다는 내과, 신경과, 마취통증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타과 진료만을 찾는 경우가 많다.신체증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신체증상들을 과도하게 위협적이고 위험하게 생각하고 정상적인 신체감각조차 재앙적으로 해석하고, 어떠한 신체적 활동이 신체에 해를 입힐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신체적 활동을 과하게 회피하고, 신체적 증상에 대한 반복적인 검사와 의학적 도움과 안심에 대한 반복적 추구 행동 등을 한다.신체증상장애의 원인은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환경적 요인 등 다양하다.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신체감각에 대한 과민함, 통증 역치의 저하가 대표적이다. 즉 이전에 불편함이나 통증으로 느끼지 않았던 자극들이 통증 역치가 낮아지면서 불편함이나 통증으로 느끼게 된다. 또한, 생물학적 요인으로 자율신경기능 이상이 원인이다. 자율신경은 인체 전반에 분포하여 인체의 기능을 조절하는데 자율신경기능 이상이 오면 다양한 신체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심리적 원인으로는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부정적 감정, 우울, 불안, 분노(화), 질투 등의 힘든 감정을 자신이나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본다.사회환경적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서구 사회보다 신체증상장애 비율이 더 높다. 서구 사회에서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경향이 높은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을 “어른답지 못하다”며 참고 억누르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배경과 ‘우울, 불안’ 등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 ‘정신질환자’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여성들은 신체증상을 남성보다 더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체증상장애도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또한 우울장애,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다른 정신과적 장애에서도 신체 증상이 흔히 동반된다. 그러나 우울장애에서는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또는 일상 활동에 대해 흥미나 즐거움 상실 등의 핵심 우울 증상들이 있다는 점에서 신체증상장애와 구별된다. 범불안장애에서는 주요 초점이 대개 신체 증상이 아니고 다양한 사건, 상황, 활동에 대한 걱정이다. 공황장애에서 신체 증상들은 급격한 공황발작 삽화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지만 신체증상장애에서는 신체증상에 대한 생각과 불안이 지속적이다.신체증상장애의 예방을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부정적 감정을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울고 싶을 때 무조건 참기보다 오히려 잘 우는 것이 좋다. 또한 산책, 운동, 명상, 이완요법 등이 도움이 되고, 과식, 술, 담배, 커피 등을 절제하는 것이 좋다.신체증상장애는 조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나아질 듯 하다가 사소한 자극으로 악화되는 만성적 경과를 보이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 신체증상장애 환자들은 진단을 받지 못하고 여러 병원 돌아다니거나 심지어 비의학적인 방법을 하면서 조기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신체증상장애를 가진 사람 중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환자는 3%에 불과하다고 한다.신체증상장애의 치료는 전문적인 정신과적 치료를 조기에 그리고 꾸준히 받으면 여러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고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고 치료될 수 있다. 우리가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소를 잃고 소와 관계없는 곳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듯이 건강을 잃어 병을 얻었으면 그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2024-01-21

이순신의 협상 리더십, 노량해전

장광일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주말을 맞이해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다. 지난 영화 ‘명량’, ‘한산: 용의 출연’을 보고 감동하여서인지 후속작인 이 작품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노량은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해전이었으며 왜선 200여 척을 파괴하고, 왜군 2만여 명을 전사시킨 최대의 해전이었다.이 해전에서는 승리하였으나, 장군은 왜적의 총에 맞아 전사하는 아픔이 있는 해전이다. 이 해전의 특징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이 지난 1598년 11월 명나라 장수 진린이 이끄는 명나라 수군과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힘을 합쳐 일본으로 퇴각하는 왜군을 섬멸했다는 것에서 더욱 가치가 있는 해전이다.명랑해전은 결단력 있는 강인한 리더십으로 12척의 배로 133여 척을 왜선을 격퇴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으며, 한산도 대첩은 ‘학익진’ 등 적재적소에 창의력의 진수를 보여 주며 대승을 거두어 도요토미의 수륙병진 전략을 무력화시켰던 동시에 조선 수군이 남해의 제해권(制海權)을 장악하는 전기를 만들어냈고, 노량해전은 명나라 장수 진린이란 장수의 마음을 사로잡아 함께 왜군을 물리침으로 전쟁을 마무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기업에서 혁신적인 도전 과제를 추진할 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필자는 이순신 장군에게 그 해법이 있다고 했다. 이는 첫째, 최악의 상황에서도 변화를 정확하게 예견하고 대응하는 장군의 준비된 모습, 둘째,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하는 휴먼 네트워크, 셋째, 우리의 민족문화 유산이 된 이순신 장군의 기록 정신을 배우면 된다고 했다.이순신 장군이 백전백승의 승리를 위해서 노력한 강인한 리더십도 훌륭하지만, 노량해전에서 보여 준 진린과의 협상 리더십은 더욱 값지고 빛이 났다. 그의 정신을 들여다 보면, 첫째, 상대를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배려정신이다. 1598년 7월 16일 진린의 본대가 고금도 진영에 도착했을 때 성대한 환영연회를 베풀어 주었고, 빼앗은 왜선과 왜적의 수급을 모두 진린에게 주어 감동을 주었다.둘째, 결코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 정신이다. 전쟁이 마무리된 시점에 “왜군을 공격하지 말자”라는 진린의 의견에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끝까지 나가 싸울 것을 강조하였으며, 항상 앞장서서 싸우는 이순신 장군의 기개에 진린의 마음이 바뀌었다.셋째, 될 때까지 끈질기게 설득하는 담대한 정신이다. 장군은 이번 전투에서 승리해야 명나라의 해양 방어가 튼튼해지고, 개인에게도 개선장군의 명예가 주어진다는 점을 강조해, 결국 진린의 마음을 바꾸는 데 성공한다. 탁월한 생각이 탁월한 현실을 창출하는 것이다. 23전 23승 전승의 원동력은 바로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생각과 탁월한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한다.리더는 협상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 자신의 대안에 대한 상대의 인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정확히 파악해 내 편으로 만들어 신뢰와 지지를 얻어내고, 최종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목표를 이루어내는 능력을 배양해야겠다.

2024-01-21

동물농장의 딜레마는 극복할 수 있다

유영희 작가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로 습격당했다. 범인 김모씨는 작년 4월부터 범행을 준비하면서 작성한 ‘남기는 말’에 의하면, 총선에서 이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면 좌경 세력에게 국회가 넘어가고,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좌파 세력에게 넘어가게 될까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범행을 기획했다고 한다.자기와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무찔러야 할 적이라고 생각하거나 대표 한 사람이 죽으면 자기가 원하는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은 범인 김모씨 한 사람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보수만 그런 것도 아니다. 김모씨와 반대되는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은 여당 대표가 사라지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사람들이 이런 비합리적인 신념을 갖는 것은 평소 한쪽 편향의 뉴스만 보기 때문이다. 김모씨는 월간조선을 32년간 구독했고 평소에도 보수 유투브를 시청했다고 한다. 그 사람뿐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한쪽 편향적인 뉴스만 보고, 나와 의견이 다른 매체를 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 많은 사람이 자기 구미에 맞는 뉴스만 편식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절대시하고 상대를 향해 적개심을 불태운다.저술가 홍일립은, 국가 운영의 토대인 헌법과 법률에 동의하지 않았으면서도 국가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국가의 비천한 기원을 망각했거나 아니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정당하지 않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국민이 무지하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눈이 번쩍 뜨인다.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의 관점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동물농장의 나폴레옹 돼지 일당은, 농장의 동물을 동원해 그들을 학대하는 인간 농장주를 몰아낸 후 자기들이 다른 동물을 착취한다. 나폴레옹 일당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다른 동물이 무지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동물주의를 표방하는 동물 일곱 계명을 만들고 모두에게 외우게 했을 때 말, 오리, 염소, 양 등은 암기하지 못했다. 돼지들이 일곱 계명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수정해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것을 아는 유일한 동물 당나귀 벤자민은 침묵했다.홍일립은 이런 문제가 해결되려면 ‘사실 복원’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국가의 딜레마-국가는 정당한가’에서 특정 정치가나 이념을 신격화하지 말고 객관적 사실을 복원하여 이성적으로 판단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이 무지하다면, 사실을 복원하여 자기 신념의 정당성을 판단하자는 홍일립의 주장은 실현되기 어렵다. 자기가 좋아하는 뉴스만 보고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사실 복원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홍일립은 사실 복원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도덕적 작업이라고 했을 것이다.그래도 희망은 있다. 동물농장은 수십 년 전 일이고, 당나귀 벤자민은 혼자였지만 지금은 신념의 정당성을 판단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나 또한 신념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기의 신념을 절대시하지 않고 사실 복원에 힘쓰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더디더라도 내일은 사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2024-01-21

사람을 보낸다는 일

김규종 경북대 교수 오고 가는 것이 인생사 필연의 불가피한 과업이라 하지만, 심성이 여린 사람에게 이것은 극한의 과제일 수 있다.어느 시인은 나에게 오는 사람은 그 하나가 아니라, 온 우주가 온다고 기막히게 노래했지만, 그것은 축복일 경우에 한한다. 내게 오는 그나 그녀는 축복이기도 하지만, 재앙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이기에 그러하다!“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 (去者不追 來者不拒)”는 옛말이 있다.멋진 말이다. 하지만 이것을 실천할 사람은 많지 않다.떠나려는 사람은 한사코 막고자 하고, 마음에 없는 사람이 들이닥칠라치면 끝까지 거부하려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 때문이다. 하되, 삶의 근간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좋은 이치나 결말은 없다!한 주일 전, 불귀의 객이 된 사람 하나를 보내는 자리에 함께했다. 강원도 양양 어느 촌구석에서 마지막 자리를 한 것이다. 아침 7시가 되기도 전 캄캄한 새벽녘에 다섯 사람이 승용차 편으로 고속도로를 달린다. 여섯 시간 가까운 여정을 동행한 것은 겨울비와 진눈깨비였다. 마른 날씨보다 우리의 심사를 달래주는 천상의 진객(珍客)이 고마웠던 하루!그를 추억하는 가족과 우리와 그의 또 다른 지인들이 모여서 끓인 한겨울의 얼큰한 섞어찌개가 눈과 비와 눈물과 서정으로 끓어 넘친 하루를 새삼 돌이킨다. 산골(散骨) 자리 전에 맞은 곰치국과 차가운 소주 한 잔은 먼 길 달려온 우리를 위한 소박한 잔칫상! 그래, 다시 올 수 없는 길 떠나는 이를 위한 술 한 잔 어찌 아끼겠는가?!길지 않은 생을 투박하고 정직한 육체노동으로 일관한 그이의 웃는 얼굴이 벽면에 붙어있고, 그 앞에 정갈한 제상(祭床) 준비돼 있다. 그를 추모하는 글 읽노라니, 돌연 말문이 막히고 눈물이 앞을 가려 종잡을 수 없다. 그렇다! 사람은 타자의 운명이 아니라, 근본 제 운명의 가혹한 손길에 말문과 숨길이 막히는 법이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나니.눈과 비가 잦은 올해, 우리의 장엄한 강원도의 깊은 산골엔 곳곳에 짙은 눈이 흔적을 남기고, 그곳 어디선가 고라니와 멧돼지의 숨길마저 느껴지는 것 같다. 삶은 근본 죽음을 매개로 성립하나니, 가고 옴은 근본 정해진 이치 아니던가. ‘가기만 하고 오지 않는 것은 없다(無往不復)’는 주역 ‘계사편’의 말씀은 얼마나 따사로운 위로인지!그날 홀린 사람처럼 온종일 꾸역꾸역 무엇을 입으로 자꾸만 처넣는 낯선 자아를 보면서 이건 또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었다. 사람 하나 보낸다는 일은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러나 그가 떠난 길을 언젠가 모든 우리가 따를 것은 명약관화한 것! 시간의 빠르고 늦은 차이를 뺀다면, 그 본질은 불변 아니던가!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를 새삼 확인하면서, 13시간이 넘는 여로(旅路)를 마치고 돌아온 촌집의 적막은 새삼 깊고 너른 것이어서 쉽게 잠들지 못하였던 바다. 하되, 삶이란 본디 불가사의한 것 아니더냐! 이튿날 큰소리로 외친다. “편히 쉬시게. 다시 만날 그날까지!”

2024-01-21

가난한 대구직장인… ‘신산업 개척’이 해결책

대구직장인의 평균 연봉(3천580만원)이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연봉이 최고 높은 지역은 서울(4천683만원)이 아닌 울산으로 4천736만원이었다. 17개 시·도 중 대구보다 평균연봉이 낮은 지역은 제주(3천570만원)와 강원(3천577만원)뿐이었다. 경북은 4천50만원으로 대구보다 530만원 많았다. 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22년 시도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현황’에 따르면, 근로자의 평균 연봉수준은 울산, 서울에 이어 공무원이 많이 거주하는 세종(4천492만원)과 경기(4천281만원) 등이 상위에 랭크됐다. 비수도권인 부산(3천639만원)과 광주(3천667만원)도 평균 연봉이 4천만 원에 미달했다.울산직장인의 급여가 전국 시·도 가운데 해마다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대기업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대구지역은 상대적으로 산업구조가 외주·중소기업 위주기 때문에 급여수준이 낮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21년 기준 대기업 직장인의 월평균 소득은 중소기업(266만원)보다 2배 이상 많은 563만원에 달했다.특히 산업별로 평균소득이 높은 직장은 금융·보험업(726만원), 전기·가스업(663만원), 국제·외국기관(515만원) 순인데, 대구에서는 해당업종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대구는 지난해도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1992년 이후 30년 넘게 받아 드는 성적표다. 대구시는 현재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산업구조 재편을 위해 5대 신산업 분야(ABB, 반도체, 로봇, UAM, 헬스케어)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놀랄만한 성과도 내고 있다.지난해 대구의 1분기 기준 경제성장률은 3.8%로 전국 평균 0.9%보다 4배 높게 나타났다. 취업자 수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인 126만 명을 기록했다.청년 고용 증가율은 4.2%로 광역시 중 1위였다. 대구가 계속 신산업 분야 개척에 속도를 내서, 앞으로는 전국 직장인들이 부러워하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2024-01-21

거부할 수 없는 AI 물결

우정구 논설위원 2016년 3월 9일. 바둑계 세계 최정상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전 세계적 주목거리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세돌의 승리를 점쳤으나 5번의 대국 끝에 알파고가 4대 1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머지않아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미래기술 경연장으로 소문난 전시회다. 올해도 세계 150여개국에서 4천 개가 넘는 기업들이 저마다 신기술을 자랑하며 각축전을 벌였다. 올 CES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인공지능(AI)이다. 산업계도 “올해는 AI 기능을 적극 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삼성의 AI폰 출시가 AI 상용화의 원년을 가르키는 뉴스로 등장했다. AI 기능이 탑재된 삼성의 갤럭시 S24 시리즈는 AI 기능이 탑재된 폰으로서는 세계 최초다. 삼성 AI폰은 통화 중 실시간으로 13개국 언어가 동시 통역되는 기능이 장착됐다.스마트폰 개발 하나만으로 우리의 삶은 이미 과거 수백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진 세상을 살고 있다. 4차 혁명시대를 맞아 AI 기술을 중심으로 세상이 또한번 바뀔 것 같다. 기술의 발전이 필연적으로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내겠지만 지금은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두려움도 없지 않다.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사람의 일을 도와줘야 할 AI가 되레 사람의 일거리를 뺏어 갈지도 걱정이 된다.CES에 참관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좋든 싫든 우리는 이제 인공지능 시대에 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상이 바뀌는 대전환 시대를 살아갈 각자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21

대기업 주4일 근무제, 중소기업엔 꿈 같은 일

포스코가 철강업체 최초로 이번 주부터 주 4일제 근무에 들어간다. 지난해 포스코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 따른 조치로 이제부터 직원들은 2주간 총 80시간 근무를 채우면 2주차 금요일부터 통째로 쉬게 된다.포스코의 주4일 근무제는 대기업으로서는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한 달에 1∼2회 4일제 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 SK텔레콤 등보다는 진일보한 제도여서 관련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이번 제도 도입으로 포스코 직원들은 2주에 한 번씩 목요일 저녁에 퇴근한 후 일요일까지 연속으로 휴가를 하거나 개인적 삶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주 4일제 근무는 직원들의 만족도 향상과 이직률 감소 등의 장점이 있으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와 근로자에 대한 임금삭감 부담 등의 문제점도 있다.포스코는 생산성 감소 부분에 대해서는 포항·광양제철소를 통한 탄력적 운용과 AI 기술도입 등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 최초로 시행하는 제도란 점에서 제도 도입성과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포스코는 주 4일제 근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확대하고 젊은 세대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 4일제 근무가 아직은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에는 경제여건상 성숙이 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특히 경제적 여건이 미치지 못하는 중소기업으로서는 꿈같은 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상대적 박탈감이 근로자의 사기를 떨어뜨릴까 봐 걱정도 된다.대기업의 주 4일제 근무가 근로자의 만족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 운용에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주 4일제 근무를 시작했고, 우리도 근로자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주 4일제 확대는 바람직하다. 다만 이 제도가 기업간의 위화감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상호 공동의 노력이 병행돼야 순탄할 수 있다.

2024-01-21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홍석봉 대구지사장 피비린내 나는 형제의 난을 일으키며 제위에 오른 당 태종 이세민은 인재경영에 몰두했다. 자신에게 수 백 차례 이상 간언하며 속을 뒤집기도 한 위징(魏徵)을 내치지 않고 받아들였다. 할 말을 하는 신하들을 곁에 두고 소통하며 자기검증을 했다.‘덕행을 쌓은 군주는 귀를 거스르는 말을 듣고, 얼굴을 살피지 않고 하는 간언을 좋아한다. 군주가 충신을 가까이 하려면 의견을 제시하는 인사를 후하게 대우하고, 참언하기 좋아하는 자를 질책하며, 간사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다.’(정관정요)태종은 제위에 있던 23년 동안 방현령, 두여회, 위징 등 인재를 등용, 국정을 잘 다스렸다. 문화를 꽃피워 ‘정관의 치’로 부리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그를 위대한 인물로 만든 것은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君舟人水 水能載舟 亦能覆舟).’는 정치 철학이었다.22대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는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리고 공천 작업에 들어갔다. 총선 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간다. 오는 4월 10일의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결과에 따라 국정의 틀이 바꿔 질 수도 있다. 여야가 총력을 쏟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30%대를 오르내리며 바닥을 기고 있다. 취임 2개월여 만에 40% 선이 붕괴된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은 좀체 반등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게걸음이다. 정권 심판론이 정권 안정론보다 우세한 탓이다. 원인은 대통령에게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8월 이후 공식 기자회견을 갖지 않고 있다. 최근 기자회견 필요성과 가능성이 부쩍 높게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불통을 지적받는 이유다.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도 윤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하고 있다. 특검 거부권 행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60~70%나 된다.대통령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의 벽’인 국정지지율 40%대를 뛰어넘고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총선 패배시 바로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협치 부재, 인사 파행,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 독단과 불통이 초래한 일이다. 부정적인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긍정 평가받는 항목은 결단력과 추진력, 뚝심이지만 지지율 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단적, 일방적, 불통이라는 평가 극복이 최우선이다.당 태종은 열린 마음과 소통으로 명군이 됐다. 어떤 방식으로 인재를 모으고 그들의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지를 알았다. 대통령 자신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지 않고는 답이 없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참모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 “지당한 말씀입니다”만 외치고 있는 듯하다. 김정은의 침략 위협이 가중되고 있고 국제 정세는 긴박하게 돌아간다. 경제도 선진국형 불황에 빠졌다. 세계 최악의 출산률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위징 같은 바른 소리를 하고 방울을 달아 줄 참모가 필요하다. 이에 앞서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

2024-01-18

이차전지 취업박람회…취준생 관심 대박나길

이차전지 특화도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포항에서 이차전지산업에 관심이 있는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올해 처음으로 취업박람회가 24일 열린다. 경북도와 포항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포스텍이 주최하고 포스텍 링크사업단이 주관한다. 이차전지 분야의 우수 인재 확보와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는 이번 행사는 이차전지 분야로 특화된 행사란 점에서 특별히 시선을 끈다.LG에너지 솔루션, 롯데머티리얼즈,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BM, SK에코플랜트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등이 채용 상담 부스를 운영한다.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준생들에게는 모처럼 좋은 취업기회가 주어져 MZ세대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포항은 철강산업도시에서 미래산업인 이차전지 특화도시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포항에는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 등 이차전지 국내 주력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고, 2027년까지 12조1천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또 국내서는 유일하게 광물가공·전구체·양극재·음극재·리사이클링에 이르는 이차전지 소재 전주기 생태계가 구축될 예정이다.포항은 블루밸리국가산단과 영일만산업단지를 중심으로 2030년에는 양극재 100만t 생산과 매출액 70조원을 이루고 1만5천명의 고용창출을 통해 글로벌 이차전지 생산기지로서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르려면 정부의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 지난 17일 포항을 방문한 산업통상자원부 강경성 차관은 국가의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포항서 처음 열리는 이차전지산업계의 취업박람회는 신산업으로 경제 영역을 넓혀가는 이차산업 분야의 인력만을 채용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포항이 전국 최고의 이차전지 특화도시란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하고 젊은이들이 미래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포항으로 몰려올 수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철강도시이자 글로벌 이차전지 특화도시로서 성장해 가는 포항에서 여는 취업박람회가 국내 많은 젊은이가 찾는 취업박람회로 대박 나길 바란다.

2024-01-18

북한의 겁박

우정구 논설위원 새해 들면서 북한의 대남 협박 수위가 최고 수준에 도달한 느낌이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히고 “전쟁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절대로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북방한계선 인근의 포병 사격과 탄도미사일 발사, NLL 불인정 등 새해들어 보이는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불안을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다. 우발적 군사충돌이 일어날까 염려하는 이도 있다.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현 정부에 부담을 주려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분석한다. 최근 북한의 도발위협과 관련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며 국민이 북한의 위협과 공갈에 휘둘리지 말아 달라고 라디오 방송에서 말했다. 전쟁에서 심리전이 주는 효과는 상당하다. 오랜 옛날, 전쟁에서 헛소문을 퍼뜨리거나 적의 포로를 잔인하게 죽여 시신을 공개하는 것 등은 적의 사기를 위축시키는 일종의 심리전이다.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은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확성기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보다 대북방송이 더 위협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러나 날로 수위가 높아지는 북한의 대남 위협을 말뿐일 것으로 여기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거친 표현들이 허세가 아닐 수 있다고 한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북한을 견제하는 우방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국내적으로는 모두가 유비무환의 정신을 굳건히 하는 것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1-18

대구시 ‘공직문화혁신’ 巡航한다니 다행

대구시가 부당한 관행과 대우, 과중한 업무로 MZ세대로부터 외면받는 공직사회 쇄신을 위해 내놓은 ‘근무 혁신 4대 과제’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홍준표 시장 취임 후 시작한 근무혁신 실천과제는 자율성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새내기 공무원들의 가치를 공직문화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전국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대구시에서는 최근 젊은 공무원의 퇴직률이 증가하고 지원자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대구시에서는 1990년대 이후 출생한 공무원 기준, 2022년에는 65명 중 17명, 지난해에는 89명 중 8명이 퇴직했다. 공무원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8년 5천761명이던 2030세대 공무원 퇴직자 수가 지난해 10월 기준 1만1천67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낮은 보수가 주된 원인이지만, 경직된 공직문화와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도 한몫했다. 대구시는 우선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온 인사철 떡 돌리기를 자제하도록 했다. 공직사회에는 타부서로 이동한 직원을 잘 봐달라는 의미로 직전 부서의 모든 직원이 이동한 직원의 새 부서로 찾아가 떡을 돌리는 문화가 있다. 연가 사용도 필요에 따라 눈치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부서장의 대면결재 없이도 연가를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사용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목표다. 부서장 지시에 따라 마지못해 참석하는 저녁 회식문화도 가급적 없애기로 했다. 자택 주소, 가족관계 등 사적 정보도 최소 범위에서 공개하도록 했다.대구시가 낡은 조직문화로 인한 청년 인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세심하게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지방정부 정책이 효율적으로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공무원의 의식이나 행태를 비롯한 조직관행을 쇄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 공직자는 그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복지부동·무사안일 문화에 젖어 있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을 것이다. 공직사회가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결국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4-01-18

탈당 사태를 빚는 붕당(朋黨)정치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4월에 있을 총선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듯 정치판에서는 탈당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를 필두로 하여 6명이 이탈하였고 정의당에서는 4명의 의원이 탈당 선언을 하여 각각의 연합체를 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종착지는 제3지대 통합신당이 될 것이라는 정계의 예상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한 4명 정도가 빠져나와 개혁신당을 꾸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은 아직도 몸을 사리고 있지만 공천 방향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면 자신의 입지를 보고 탈당하는 의원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들이 모두 모여 신당을 꾸리게 되면 그 ‘빅텐트’ 아래 모이는 정치인들은 각자의 이익을 찾는 모습 또한 시끄러울 것이 염려된다.우리의 정치판을 보면 좌파와 우파, 정파(政派)와 당파(黨派) 등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듯한 이합집산의 형태를 보여왔다. 헌법 제8조에는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가 보장되며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가의 보호와 자금 보조 등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은 ‘동일한 정견을 가진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하여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로서 현재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50개이다.우리나라 정당의 변천사를 따라가 보면 크게 서너 개의 줄기가 보이지만 그 갈라진 명칭이 너무 많고 비슷해서 머리가 복잡해진다. 제헌국회를 지나고 자유당, 민주당, 통일당으로 시작한 정당은 유신정권과 5공화국을 거치면서 커다란 맥을 형성하게 되었다. 민주공화당, 신한국당의 흐름을 받은 한나라당은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국민의힘으로 바뀌면서 22년 2개월의 최장 기록을 세웠고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새정치민주연합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어 오면서 자신들은 초창기의 민주당 정신을 승계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국회는 국민의힘 113석, 더불어민주당 164석, 정의당 6석과 통합진보당, 기본소득당, 한국의희망이 각각 1석을 차지하고 있다.학문적 정치적 이해 관계의 붕당정치는 이조시대의 사색당파(四色黨派)가 대표적이다. 선조 때 영남 사림파인 동인과 기호 훈구파인 서인으로 갈라져 사상과 이념 차이로 싸웠고 광해군과 숙종을 거치면서 남인·북인과 노론·소론으로 왕권의 승계를 지키고 사익 또는 자기 집단의 이익 추구를 위해 분란을 일으키다가 영·정조의 탕평책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붕당은 고려가 원조라고 한다. 스승의 가르침을 놓고 편을 갈랐고 문벌, 종교, 민족성 등에서 차이가 나면 심각한 당파싸움을 했었다. 현재는 정치집단의 의견이 다를 경우 싸우게 되는데 국내문제이면 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도 끝나게 되지만 반일 친중 등 해외 문제의 다툼이면 국가 안보에도 위협을 가하는 것이니만큼 잘 해결해야 한다. 미국의 민주당은 200년, 영국의 보수당은 180년의 역사를 가지는데 우리는 20년도 안 되는 동안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당을 바꾸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타산으로 이합집산을 하면서 일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인들의 붕당 생태를 막을 수는 없을까?

2024-01-18

한동훈과 이재명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한동훈이 정치권의 새로운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다분히 극적이고 역설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처럼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그가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한 것은 자신의 의도나 노력 때문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권의 주구가 되기를 거부하고 몇 번이나 좌천을 당하는 수모를 견뎌낸 것이 전화위복의 요인이 된 것이다. 한직으로 밀려나 있던 그가 일약 법무부장관으로 발탁이 되면서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국회에 불려나가 다수의석인 야당의 온갖 공세에도 밀리지 않고 대응하면서 결기와 역량을 보여주었다. 정권이 바뀌었으나 여소야대 국회의 전횡과 곳곳에 포진한 지난 정권 잔재들의 반발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 여권의 기대주로 떠오른 이유이다.한동훈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와 대척점에 있는 이재명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두 사람은 성장배경부터가 전혀 다르다. 한동훈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환경에서 모범적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일류대학에 진학하고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반면 이재명은 스스로 “제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라고 했듯이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소년공 생활도 하면서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치고 대학에 들어갔다. 물론 좋은 환경에서 반드시 인재가 나오는 것이 아니듯 열악한 처지라고 훌륭한 인물이 되지 말란 법은 없을 터이다.한동훈은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지만 선민의식이나 특권의식 같은 건 없어 보인다. 장관이 되어서도 비서가 차문을 열어주는 걸 마다했고, 미국출장길에도 일등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을 타고 갔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도 깍듯이 대하는 등 겸손과 친절이 몸에 밴 사람이라고 한다. 그에 비한다면 이재명은 특권의식에 절어 있는 것 같다.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 같은 공직에 있을 때는 공무원을 마치 개인 집사처럼 부리면서 법인카드를 함부로 유용하는 등 특권을 행사했고, 최근 피습사건이 있었을 때 부산에서 서울로 전원하면서 119헬기를 이용한 것도 특권의식의 발로라 할 것이다.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한동훈은 20여 년 공직생활 중에 일체의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았음은 물론 부동산투기나 음주운전, 위장전입 같은 허물도 전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은 한동훈과는 극과 극이라 할 정도로 불법과 비리의 온상이었다. 공무원자격사칭, 음주운전, 특수공무집행방지, 선거법 위반 등 전과만도 4개인데다 현재 기소되거나 수사 중인 범죄 혐의는 열 가지가 넘는다. 이 두 인물이 나란히 여당과 제일야당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동훈이 급부상한 것은 고인 물 같은 정치권에 맑은 물길은 터줄 새 인물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말처럼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새로운 문법의 정치를 열어가기를 바란다.

2024-01-18

춘분(春分)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네 번째 절기가 춘분(春分)이다. 태양의 황경이 0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3월 20일(음력 2월 11일)이다. 음력으로는 2월의 절기다.춘분은 경칩(驚蟄)과 청명(淸明)의 중간에 있는 절기다. 이날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이 황도(黃道)와 적도(赤道)가 교차하는 춘분점(春分點)에 이르렀을 때다. 태양의 중심이 적도(赤道) 위를 똑바로 비추어서 양(陽)이 정동(正東)에, 음(陰)이 정서(正西)에 있어 거리가 가장 짧은 때라서 춘분이라 한다.춘분의 한자를 풀이하면 ‘봄을 나누다’라는 뜻이다. 흔히 밤낮의 길이가 같은 날이라고 말한다. 낮이 조금 더 길다. 이때부터는 날씨가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다. 아직 음력 2월이라 바람이 많이 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직도 바람은 차다. 이는 바람신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꽃샘’이라 한다.춘분 이후 본격적으로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봄을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풍습이 전해져 왔다. 춘분에 씨앗을 뿌리면 잘 자란다는 속설이 있다. 또한 개구리가 울기 시작한다고 하여 그 소리를 듣고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꽃이 피고 나뭇잎이 돋아나며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열리면서 활력을 되찾는 시기다.농경사회에서는 날씨의 변화를 잘 예측하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춘분날의 날씨를 보아 농사의 풍작과 흉작, 그리고 수해와 가뭄을 점치기도 했다. 이때는 목(木) 기운인 양(陽)이 왕성하기 시작하니 음(陰)의 지배를 받는 것을 더 좋게 여겼다. 그래서 이날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으면 음양의 조화가 잘 되어 질병이 없고 곡식이 잘 자란다고 믿었다.춘분은 음력 2월이므로, 주역으로 보면 뇌천대장(雷天大壯)괘다. 대장(大壯)의 대(大)는 양(陽)이고, 장(壯)은 왕성하다는 뜻이다. 위에서는 천둥이 치고, 아래에는 하늘이 있는 모습이다. 즉, 하늘 위에서 벼락이 치는 모습의 대장(大壯)은 그 기운은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한 것이다.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형상이다.잡괘전에서는 ‘대장괘는 멈춘다’라고 했다. 힘이 넘쳐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 힘이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된다면 힘이 넘칠수록 이롭다. 하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곳으로 간다면 피해는 심각해지는 것이다.결국은 절제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힘을 써야 하는 이유다. 마치 하늘 위에서 우레가 치는 것이 대장(大壯)괘니, 군자는 이것을 보고 예(禮)가 아니면 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군자는 넘치는 힘을 보고 자신을 절제하여 도리에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이다.우리는 흔히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을 한다. 마치 호사다마(好事多魔)와 같다. 좋은 일이 생기면 나쁜 일도 있기 마련이다. 어떤 현상이 나타날 때는 반드시 조짐이 먼저 나타난다. 이 조짐은 미세하고 은미한 것이기에 반드시 마음을 깨끗하고 고요히 해야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묘(卯)월에 태어난 사람은 음의 성질이 있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경우,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잘 고려해서 현명하고 이상적인 판단을 내리는 힘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내면에는 이해타산적인 마음도 숨어 있다. 하지만 토끼가 뛰어다니듯 명랑하고 부지런한 성격의 소유자다.새로운 일을 추진할 때는 자신감이 있게 행동한다. 어떤 난관에서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의 뜻을 펼치는 기운이 있다. 특유의 유연성으로 문제 해결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장점이 있다. 너무 자신만만하기에 자칫 실수하여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 단점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춘분을 전후해서 세계 여러 곳에서 축제를 연다. 옛날에는 마을에서 춘분제를 지내면서 풍요와 행운을 기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춘분제는 삼국시대에 시작됐으며, 조선시대에도 계속되었다. 봄을 상징하는 꽃은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벚꽃을 소재로 삼는 벚꽃축제를 으뜸으로 여겼다.중국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극락세계에서 다시 태어나는 극락왕생의 기간으로 여겼다. 또 일본에서는 춘분을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날로 여겼고, 벚꽃축제를 즐기는 공휴일로 삼았다. 중동지역에서는 춘분을 ‘누루즈’라고 부른다. 우리의 설날 같은 명절이다. 기독교에서도 춘분은 대단히 중요하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있던 파스카(유월절)가 이스라엘 전통에서는 춘분축제에 해당했다. 기독교의 부활절도 춘분을 기준으로 날짜가 정해진다. 춘분이 지난 뒤 보름달이 뜨는 날 다음에 오는 일요일이 부활절인 것이다.춘분은 전 세계인이 즐기며 기념하는 축제날이다. 그만큼 봄을 중요시했고, 한 해의 시작점으로 보았다. 이때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고, 새 생명이 발동하는 중요한 절기이기 때문이다.

2024-01-17

손바닥

윤명희 수필가 문틈으로 노란가방이 먼저 들어온다. 호박죽이다. 같이 먹자는 친구의 전화를 미리 받은 나는 손부터 내밀었다. 사무실에 들어오던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내 뒤의 그를 아는 척했다.“어머나, 00씨 맞죠? 오랜만이네요. 30년만인가?”반갑게 말을 건네는 그녀와는 달리 그의 얼굴은 살짝 당황한 기색이다. 서로 아는 사이냐고 묻는 내게 그는 멋쩍은 웃음과 몇 마디의 말로 대충 얼버무렸다. 친구가 오래전 인연들을 꺼내자, 그는 주머니의 담배를 꺼내며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나는 그녀에게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눈으로 물었다. 예전에 같이 일한 동료라고 했다. 전혀 반갑지 않아 보이는 그의 표정에 나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는 평소에 가끔 내 사무실에 왔다. 일이 먼저였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았다. 그를 더없이 반듯한 사람이라고 평하자, 친구가 씩 웃는다.“왜? 아니야?”그녀는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 생각이나 했겠냐며 세상 좁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나는 유리문 너머로 그를 찾았다. 그는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가겠다는 손짓을 하고는 사라졌다. 보이고 싶지 않은 그의 지난 시간보다 예고도 없이 부닥친 그의 마음이 내게로 왔다.20년도 훨씬 더 전, 남해에 있는 사량도에 가는 길이었다. 바다색이 하늘만큼 눈부셨던 날, 모처럼만에 떠나온 여행지가 섬이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한껏 부풀기에 충분했다. 친구들의 수다에서 빠져 나온 나는 배 후미 난간에 턱을 괴고, 배가 지나온 길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새우깡을 받아먹던 갈매기도 더는 따라오지 않았다.육지가 눈에서 사라진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나는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낯익은 얼굴이 나를 보고 있었다. 잘못 봤나? 안경을 바로 하고 다시 봐도 큰댁 아주버님이 확실했다. 생각지도 않은 만남에 정신없이 인사부터 했다. 놀라기는 서로가 마찬가지였다. 맞받아 인사하는 그의 눈이 내 옆을 살폈다. 그 눈길을 따라가자 한 남자가 보였다. 조금 전까지 프로펠러가 일으키는 물살을 내려다보던 남자다. 그 남자도 흘낏 그를 돌아보았다. 마치 불륜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그 남자와 나는 ’오늘은 산행하기에 참 좋은 날씨네요’ 정도의 지나가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겠지만, 보이지 않는 진실보다 보이는 그림이 먼저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의아한 눈빛을 한 아주버님과 헤어진 나는 괜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가 집으로 돌아가서 조금 전에 본 그림을 슬쩍 흘린다면? 그저 나를 봤다고만 해도 어떨까? 만들어지지도 않은 시댁식구들이 끌고 갈 이야기가 신경 쓰였다.남편을 찾아 나섰다.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배안에는 지리망산을 오를 등산객들의 엇비슷한 옷들로 얼른 눈에 띄지 않았다. 선실에서 다리 펴고 내 친구들과 얘기 중인 그의 팔을 끌어당겼다. ‘형님? 여기서 형님을 만났다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의 그를 끌고 아주버님을 찾아다녔다. 그 많고 많은 날과 시간 중에 하필이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그것도 망망대해를 달리고 있는 작은 배의 후미에서 만나다니.실은 사량도에 가자는 내 말을 남편은 처음에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몇 번 권해도 친구들과 잘 다녀오라고만 할 뿐, 갈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혼자 가도 되지만, 이름난 섬을 그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우리 둘이 내는 회비의 몇 곱절해도 절대 그 먼 섬을 다녀올 수 없다며 몇날며칠을 졸라댔다. 마지못해 따라와 구세주가 되어 준 남편에게도 그날은 오래 기억되었다.친구와 나는 호박죽을 먹으며 보이지 않는 진실과 보이는 그림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참동안 얘기를 나누다 그녀가 잠시 밖으로 나갔다. 손을 닦으며 들어온 그녀가 화장실 입구에 원래 CCTV가 있었냐고 물었다. 공동화장실에 개인적인 쓰레기를 갖다버리는 이를 찾기 위해 얼마 전에 달아놓은 것을 봤나보다. 친구는 어딜 가나 쳐다보는 저 물건 때문에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우리의 흔적이 안 보이는 곳은 어디 없냐고 묻기에 나는 손바닥을 내밀었다.

2024-01-17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대한민국이 사라진다. 2750년이면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통계적 예측이 있다. 모든 상황이 지금과 같을 경우, 일본이 3000년이면 소멸할 것이며 우리나라는 그보다 일찍 지도에서 없어질 것이라 한다. 옥스퍼드대의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 교수의 실증적 예측에 따르면, 인구소멸로 인해서 사라지게 될 최초의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 한다. 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저일 뿐 아니라 OECD 국가들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00 아래로 떨어진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다지만 분명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와 관련하여 또 다른 심각한 사회현상이 주목받는다.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5년 147만쌍에 달했던 신혼부부 숫자가 2022년에 103만으로 떨어져 30%나 감소하였다. 아직 신혼일 적에 출산을 미루는 경향도 두드러져서 초혼 신혼부부 가운데 자녀가 없는 부부가 4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출산을 두려워하고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은 날이 갈수록 대책 마련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출산율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으로 주택가격, 전년도출산율과 사교육비를 들었다.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는 까닭은 결국 ‘돈’이라는 셈이다. 물론 타당하다. 경제적 여건이 인간활동을 추동하기도 하고 제약하기도 하지만 돈 때문에만 출산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지나친 부분이 없지 않다. 거꾸로 보아, 돈이 많으면 아이를 많이 낳을까. 그렇게만 보이지도 않는다.데이터로 해결해 보자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의 관찰과 논의도 자료와 근거, 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고민을 떠올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없이 의견에만 기대어 내어놓았던 적이 없다. 뜬금없이 ‘데이터’를 들먹이는 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잘못 짚은 게 아닌가 싶다. 즉, 경제여건과 데이터만으로 오늘의 저출산과 결혼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어쩌면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숨어있지 않을까. 돈으로 해결한다지만, 제시되는 해결책을 아무리 들어보아도 그리 흡족한 수준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신혼부부에게 경제적으로 무엇을 얼마나 도와주면 걱정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결혼을 기피한다 하여 결혼식 비용과 혼수 일체를 지원하자는 주장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자는 기본 전제는 그리 적절하지도 타당하지도 않아 보인다.결혼과 출산을 경제적 결정 과정으로만 볼 수 있을까. 육아와 돌봄을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가. 꿈과 사랑이 잉태되고 무르익어야 하고, 삶을 바라보는 비전과 희망에 싹을 먼저 틔워야 한다. 선배 어른들이 돈이 많아 오늘의 청년들이 태어났던 게 아니다. 경제적 기본여건을 고민은 하되, 미래를 향한 꿈이 자랄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토양을 길러내는 게 중요하다. 돈 때문에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다. 내일을 열어갈 소망과 꿈이 영글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사회현상을 경제문제로만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2024-01-17

정치판의 ‘떴다방’

홍석봉 대구지사장 정치판에 ‘떴다방’이 다시 등장할 조짐이다. 22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도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결정하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진척이 없다. 여야는 ‘병립형’과 (준)연동형을 두고 협의 중이다. 하지만, 양당의 이해가 얽혀 타결 가능성은 작다. 결국, 현행 제도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지난 총선 때 국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복잡함과 위성정당 출현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선거 후에는 군소정당의 이합집산으로 정치 피로감을 더했다. 당시 위성정당을 포함해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비례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배분하는 현행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탄생했다. 유사 정당이 속출했다. 급조된 많은 위성 정당이 등록, 유권자들의 선택을 방해했다. 민주당이 정의당 등 3곳과 밀어붙여 만든 선거제도였다. 계산법이 너무 복잡해 전문가들조차 헷갈렸다.국민의힘은 과거 선거 제도인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의견이다. 지역구 의석 수는 상관없이 비례대표 47석을 정당 득표율대로 각 당이 나눠 갖자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거부하고 있다. 21대 총선 당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일방 도입한 원죄를 인정해야 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비례연합정당’이 꿈틀대고 있다. 기본소득당 등이 참여한 ‘개혁연합신당’이 민주당에 비례 연합 정당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야당 원내대표도 동의하는 모양새다. 한 중진 의원은 비례 연합 정당을 지지한다며 한발 더 나갔다.정치권이 위성정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위성정당은 정치권의 야합이 낳은 기형아다. 그 폐해를 겪고도 또 기형아를 낳으려고 한다. 정치 혐오만 자꾸 쌓여간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17

與공관위 최대과제는 ‘공천후폭풍’ 막는 것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16일 첫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공천룰을 확정했다. 과거 보수정당은 공천룰도 정하지 않고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본 적이 많아 ‘밀실공천’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은 오는 29일부터 6일 동안 총선출마 후보자를 모집한다. 공천룰에서 주목되는 항목은 당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텃밭(영남권, 서울 강남 3구, 강원권)·험지(수도권, 호남권, 충청권)’를 4개 권역으로 나눠 운영한다는 점과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현역의원에 대해 페널티를 주는 부분이다. 당초 경선의 반영 비율을 당원 50%, 일반 국민 50% 적용하던 방식에서 ‘험지’에 한해 민심의 비율을 80%로 상향 조정했다. 민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는 취지다.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 강원권은 종전비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리고 3선 이상 현역이 하위 평가를 받게 되면 최대 35%의 감점을 받게 해 경선을 통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공천 신청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부적격’ 기준도 강화했다.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 폭력 경력이 있으면 후보자격이 없다. 음주 운전은 2018년 12월 18일 ‘윤창호법’ 시행 이후에는 1번만 했어도 부적격 판정된다.이번 공천룰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조기에 낙천해 이탈하는 의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게 보인다. 거의 대부분 현역의원들을 경선에 참여시킴으로써 탈당 및 무소속 출마의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현재 5개 신당 모두가 공천탈락 현역들을 한 명이라도 더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3월 하순 현역의원 숫자’로 정당기호를 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여당 공천 탈락자들의 이탈표를 노리고 ‘쌍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공천탈락자들의 이탈을 막을 유일한 해법은 공천룰에 따라서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후보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과거처럼 위인설관식 밀실공천을 했다가는 당이 본선에서 엄청난 후폭풍을 만날 수 있다.

2024-01-17

전기요금 차등제 균형발전 이루게 설계돼야

정부가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는 지역별 차등전기요금제 도입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산자부는 올 6월부터 시작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근거해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달리 받을 수 있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이 제도가 도입될 시 발전소 가까운 지역에 사는 주민은 송전비용이 덜 드는 만큼 전기요금을 덜 내고 발전소와 거리가 먼 지역은 요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전기요금 차등제는 원전 등 전력발전 시설이 소재한 영호남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진작부터 시행을 요구한 제도다. 국내 전력사용량 1위인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겨우 8.9%다. 그러나 원전이 집중 몰려있는 경북은 201.4%, 부산은 216.7%, 전남 171.3%, 울산 102.2% 등으로 수도권과 동일한 요금을 매기는 것 자체가 불평등하다. 그리고 송배전망 설치로 인한 비용과 주민 갈등의 문제도 적지 않게 일어나 전기요금 차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특히 전기 요금차등제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대기업 등이 전기요금이 낮은 지역으로 옮겨갈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지역에서는 차등제 시행을 주장했다. 반도체나 데이터센터 등 미래형 신산업의 경우 대규모 전력원을 필요로 한다. 원전지역 지자체들은 전기요금 차등제로 인한 지역 경제활성화에도 기대감이 크다.하지만 요금 차등제 실시로 요금 부담이 늘어날 지역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료 차등제를 둘러싸고 지역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생길 수도 있다. 차등제 수혜지역 경계를 두고 형평성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시행령 준비에 나선 정부가 용역을 통해 충분한 검토를 하고 정밀한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요금과 절차 등 전기료 체제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당국은 만반의 준비로 새로운 제도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시행령 마련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특히 이를 계기로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경제활성화가 이뤄지도록 정부와 해당 지자체들도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해야 한다.

2024-01-17

턱관절 이상과 통증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턱관절이 아픈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지옥이 따로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이 아프다고 한다.턱관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턱관절 뿐만 아니라 두통이나 어지럼증 그리고 손이 떨린다, 턱이 떨린다, 몸의 감각이 이상하다 등의 이상증세를 같이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턱관절 문제는 단순한 턱관절만의 문제가 아닌 목 어깨 팔의 종합적인 문제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턱관절 문제라면 병원에서 주는 간단한 소염제나 진통제 혹은 물리치료로 해결이 된다. 실제로 이런 경우는 간단하게 치료되고 재발 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간단한 소염 진통제로 해결이 안되고 지속되는 턱관절 통증은 목 어깨 팔 상부 전체적인 문제를 해결해줘야 좋아진다.지금 당장 등을 많이 굽히고 목을 앞으로 뺀 다음 입을 벌려 보자. 입이 잘 벌어지지 않고 턱에 무리가 가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등을 펴고 턱을 당긴 다음 입을 벌려 보자. 입이 훨씬 많이 벌어지고 쉽게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턱관절의 높이는 경추 1번과 2번의 높이와 일치하고 이는 항상 같은 레벨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도 몸을 쓰는 노동직도 전부 등이 굽고 목이 앞으로 나온 일자목이 되어 상부 경추와 턱관절의 높이가 달라진다. 목이 앞으로 빠져 있어 턱을 벌릴 때 부하가 많이 실리고 이에 관절에 염증이 발생하고 오래되면 아탈구 그리고 관절에 변형이 오게 된다. 오래되고 심해질수록 턱의 통증은 심해지고 잘 낫지 않는다.굽은등과 일자목을 교정하고 상부 경추 1번과 2번 그리고 턱관절의 가동술을 늘리는 추나를 기본 치료로 아픈 턱 주변의 교근을 풀어줄 수 있게 침과 약침 부항 등으로 치료를 하면 된다. 심하지 않은 사람은 몇 번 치료로 유의미하게 통증 감소가 일어난다. 그러나 최대한 좋아질 수 있게 끝까지 치료를 해야 한다. 턱관절은 조금 괜찮다고 다시 방치하면 다시 반복될 수 있고 만성으로 진행된다. 만성으로 진행되면 턱관절의 근육과 힘줄의 긴장과 염증으로 관절의 작은 변형이 오게 될 수 있다.평소엔 항상 등과 어깨를 펴도록 하고 뒷머리쪽의 뼈와 목이 연접되는 후두하근 부분을 자주 눌러 마사지를 해주고 또 목 옆의 흉쇄유돌근과 사각근을 만져서 풀어주면 도움이 된다. 물론 아픈 쪽의 턱관절을 자주 만져서 주변 근육을 풀어줘야한다. 귀 위쪽의 측두근도 같이 풀어주면 좋다. 시간이 될 때마다 자세를 바로 하고 꾸준히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 좋다.음식은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섭취를 하고 몸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자극적인 음식을 안먹는게 좋다. 목과 어깨 등의 틀어져 있는 곳이 풀리고 교정되고 근육이 풀어지면 턱관절이 좋아지고 같이 생긴 두통이나 어지럼증 등의 이상 증상도 좋아진다. 턱관절 치료는 척추 교정과 치료의 마지막이고 꽃이라 할 만큼 중요하다. 척추 질환 뿐만 아니라 전신의 모든 병의 치료를 턱관절 위주로 보는 곳도 있을만큼 중요한 곳이니 아프면 빨리 치료를 받고 해결하는 것이 좋다.

2024-01-17

손주들과 극장 나들이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며칠 전 며느리가 손자를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찍은 사진을 가족 SNS에 올렸다. 학교에 올라가는 손자의 뒷모습이다. 사진 속 손자의 등짝엔 무거운 가방의 무게만큼이나 크게 툴툴거리는 소리도 보였다. “이게 무슨 방학이야 라고 하면서 갔네요”라는 며느리의 문구에 왈칵 안쓰러움이 밀려들었다. 맞아 왜 아니겠어…. 모름지기 방학은 평소 맘껏 못했던 것을 누리는 해방구가 아닌가.늦잠도 자고 뒹굴거리면서 놀아야 한다. 학교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다양한 체험이나 여행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 어렸을 적엔 방학 내내 외갓집, 이모집, 큰집으로 가서 실컷 놀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시대 나의 손자는 방학임에도 방학을 누릴 수 없다. 한 달 남짓의 방학 중 단 3일을 쉬고는 다시 등교한 것이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방과후 수업을 위해서다. 학기 중이라면 급식을 할텐데 방학 중엔 그것도 없어 도시락을 무겁게 메고 학교에 간다.월요일과 목요일엔 컴퓨터, 화요일엔 미술, 수요일엔 주판, 금요일엔 로봇과학, 토요일의 축구까지 일주일을 꽉 채운 방과후 수업. 9시에 돌봄교실에 들렀다가 오전에 시작하는 수업을 마치고 돌봄교실에서 점심 먹고 친구들과 좀 놀다가 학원엘 간다.학원에서는 수학과 미술, 피아노 등등을 공부하고 마치면 또 태권도장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저녁 6시가 훌쩍 넘는다. 수업을 하는 것 빼고는 학기 중과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한숨도 돌릴 수 없는 손자의 방학 스케줄은 듣는 나도 숨이 막히는데 저는 오죽하랴. 그러니 이게 무슨 방학이야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느리가 보낸 사진과 사연은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단 며칠만이라도 손자의 숨통을 트게 해주고 싶었다. 평소 며느리의 육아와 교육에 전혀 간섭을 하지 않는 철칙을 한 번만 깨고 싶었다. 며느리에게 부탁 아닌 협박을 했다. 단 며칠만이라도 쉬게 해주자. 이런저런 체험도 하고 여기저기 놀러 다닌 후, 학교에 열심히 다니겠다는 다짐을 받자. 힘들지 않겠냐는 며느리를 안심 시킨 후 스케줄을 짰다. 유치원 다니는 손녀의 방학과 겹쳐 같이 데리고 다닐 수 있었다.계획 중의 하나는 극장 나들이였다.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찾았더니 마침 상영중인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공중예의를 지켜야 하는 극장에서 혼자 둘을 감당하기는 벅찰 듯하여 안사돈을 소환했다. 안사돈도 흔쾌히 동참하셨다. 안사돈은 나의 도발을 적극 지지하셨다. 애들의 빡빡한 스케줄에 숨가빠하셨고, 며칠을 외갓집에서 머물게 할 수도 없음에 안타까워하셨던 터였다. 손자와 같이 모바일로 사전예매를 했다. 자리를 찾아 지정한 것도 손자였다.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통통 튀듯 걷는 발걸음에 신남이 묻어있었다. 커다란 팝콘과 핫도그를 사 들고 자리를 스스로 찾고, 자리도 제 마음대로 지정한다. 쉼없이 재잘거리며 간식을 맛있게도 먹던 손자는 영화가 시작되자 몰입하여 팝콘도 핫도그도 옆에 앉은 할머니도 잊어버린다. 잠시라도 방과후 수업도 학원 수업도 잊었으면 좋겠다.

2024-01-17

울릉도 주민이 생각하는 ‘호들갑’…독도에 대한 언론의 태도

울릉도 주민들은 일본이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는데 대해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울릉도 주민들이 지켜내야 할 ‘당연한 우리의 텃밭’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독도에 대한 정부와 언론 반응에 대해 정작 해야 할 일에는 무심하거나 침묵하다가 별일 아닌 일에 호들갑을 뜬다고 생각한다.  지난 14일 KBS1 ‘KBS 뉴스9’ 북한이 올해 처음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EEZ 경계로 주장하는 일본의 입장이 담긴 그래픽 지도를 10초가량 송출했다. EEZ(배타적경제수역)는 연안으로부터 200해리 수역 안에 들어가는 바다를 뜻한다. 연안국은 수면으로부터 해저까지 생물과 무생물 자원 이용에 대한 관할권이 인정된다. 다른 국가의 배 또는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영해와 다름없는 권리가 미치는 곳이다. 따라서 KBS가 독도를 우리나라 200해리 수역 밖으로 표시했다. 그러자  KBS 방송을 비난하는 보도를 40여 언론에서 50여 건을 다뤘다. 물론 KBS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난 1일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 강진이 발생을 때 울릉도 독도에 쓰나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보도한 언론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일본 서해에서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하면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도달하는 곳이 독도다. 이날 일본 방송은 독도에 쓰나미 영향이 미친다는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면 그곳에 거주하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쓰나미로 인한 독도와 울릉도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의무는 외면하고 일본이 독도해일 도달과 영향을 지적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듯하다. 태풍 진로 정보도 한반도를 지나면 우리나라는 영향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그때 독도와 울릉도는 태풍의 한가운데 놓이는데도 우리 언론은 모두 외면하고 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이 나올 때마다 정부와 언론은 비난성명을 내며 난리법석이지만, 정작 독도를 어떻게 관리하고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맞서 독도 울릉도 주민과 관광객들의 생활안전보호 등 실효적 지배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202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