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캄캄하다. 밤이 깊어 앞이 안 보인다.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에서 나라가 길을 잃었다. 할 일은 태산인데 국가가 표류하는 중이다. 국민의 불안과 좌절이 커져가는 이때, 어디에서 길을 찾고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 터인지 혼돈스럽다. 새해를 맞이하며 여느 때 같았으면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야 할 시기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희망은 멀리만 느껴지고 불확실과 두려움이 모두를 짓누르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기의 순간은 새 도약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고 나아갈 방향을 재정비하는 일이 아닐까.
누구보다 정치와 언론이 태도와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국민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념과 당략에 얽매여 갈등과 반목만 반복할 때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회복시키고 안정된 일상을 찾도록 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과 가치를 존중하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국민이 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실수에서 비롯하였다. 실수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뿐 아니라 캐나다와 미국, 프랑스와 독일 등지에서 지도자의 성향이 문제로 나타난 일이 바람직하지는 않아도 없는 일은 아니다. 과거를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되짚어보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냉철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나라의 경쟁력을 지키고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현상만 유지해서는 더 이상 미래를 기약할 수가 없다. 경제, 교육, 환경, 외교,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국민이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을 새롭게 세워야 하고 모든 정책이 국민 일상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희망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희망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이자 원동력이다. 새해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간이다. 지금이야말로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사욕과 당리당략을 버리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작고한 지미카터(Jimmy Carter) 전 미국대통령이‘우리는 그냥 마구 섞인 잡탕밥(melting pot)이 아니라 아름다운 모자이크(beautiful masaic)를 만들어야 한다. 다른 사람, 다른 생각, 다른 희망, 다른 꿈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사회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더 나은 미래는 서로 다른 성향을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는 신뢰와 공감의 공동체를 세울 때 비로소 가능하다.
밤이 깊어도 새벽은 온다. 짙은 밤하늘에 별빛이 두드러지듯, 어둠 가운데 희망을 발견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어지러운 혼란과 복잡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과 기대로 넘치는 내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역사 가운데 증명했듯이, 오늘의 어둠이 내일의 광채로 살아 나기를 기대한다. 역시 희망이 화두다. 어둠에서 기어이 희망을 들어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