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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독립영화, 인디플러스

등록일 2025-08-06 16:58 게재일 2025-08-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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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본사 고문

극장가에 ‘다양성’이 사라졌다. 이름난 배우, 검증된 감독, 흥행 공식에 충실한 영화들이 멀티플렉스를 독점한다. 대작 영화 한 편이 개봉하면 전국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잠식하는 ‘스크린 독과점’은 낯익은 풍경이다. 저예산 영화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 다양성을 지우는 통에 영화산업 전체의 창의성과 생명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병폐가 생겨버렸다. 경직된 산업구조 한복판에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있다. 독립영화. 대규모 자본, 물량공세 마케팅과 화려한 스타시스템과는 한참 먼 자리에서 독립영화는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한 삶의 숨결과 세상의 맥박을 포착한다. 노년과 어린이, 장애인과 성소수자, 이주노동자와 환경 이슈 등 비주류 목소리와 소외되던 이야기가 들린다. 자본논리로는 성립되지 않을 실험과 시도들이 영화라는 그릇 안에서 호흡한다.

독립영화가 모두를 구원하겠나. 제작비는 턱없이 부족하고 상영 기회도 매우 제한적이다. 홍보력도 미흡하고 유통망도 답답하다. 관객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 인내와 집요함이 필요하다. 그런 자리에 영화 본연의 정신, 곧 사회와 인간을 사유하고 질문하는 예술로서의 독립영화가 살아 숨 쉰다. 독립영화는 ‘가능성’의 씨앗이다. 낯선 감독과 작가, 배우들이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한다. 봉준호, 박찬욱, 김보라, 윤단비 등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이들 역시 독립영화현장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갈고닦았다. 독립영화는 한국영화산업의 최전선이자 미래를 담보하는 인큐베이터다. 상영작 리스트를 살피면, 상업영화관의 그것에 못 따라갈 까닭이 없다.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전국에 흩어진 독립영화전용관들이 실마리가 아닐까. 포항에도 소중한 공간이 있다. ‘인디플러스포항’. 수도권 집중 문화 지형에서 포항은 소외된 도시다. 영화산업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인디플러스포항’은 도시에 문화적 숨통을 던진다. 놀랄만큼 낮은 관람료 삼천오백원은 가격정책을 넘어, 넓게 열린 문화공간을 지역에 선사하겠다는 선언이다. 상영되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속깊은 생각거리와 오래 남을 여운을 남긴다. 극장일 뿐 아니라 영화를 매개로 지역문화 생태계를 새롭게 짜겠다는 움직임이다.

어려움도 크다. 관객 기반이 취약하고 운영수지는 바닥이다. 전국의 독립영화관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상황에서 ‘인디플러스포항’이 걸어가는 길이 험난하다. 그런 판에 이 극장의 존재가치는 오히려 높다. 개별 독립영화가 만드는 파장이 소박하지만, 다른 시선, 다른 감각, 다른 세계를 향한 문을 열어젖힌다. 예술의 역할이며 영화의 본질이 아닐까. 산업은 성장을 목표로 수익을 겨냥한다. 영화는 사람의 이야기이며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어야 하고 공감을 나누고 연민을 실어야 한다. 독립영화는 영화의 본질을 되새기며 최선을 다한다. 상영관 인디플러스는 영화의 다짐과 기억을 지역에서 살아있게 한다. 상업영화만큼 화려하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우리 삶의 여러 가닥과 높낮이를 돌아보게 하는 잔잔한 매력과 스토리의 벅찬 감동이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할리우드의 영광이 저물어 간다는 소식도 있다. 독립영화가 영화로의 관심을 불러 모을지 누가 알겠나. 우리가 그 문을 두드려야 하는 이유다. 
 

/장규열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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