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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음식

등록일 2025-01-09 19:33 게재일 2025-0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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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철 수필가

장염과 식중독은 비슷하다. 설사와 복통, 구토와 발열이다. 노로바이러스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건 식중독이 아니라 장염을 말한다고 알면 된다.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에 의해 발생하기에 살모넬라, 대장균 같은 독한 녀석들 이름이 나온다. 장염이나 식중독 구분은 병원에 맡겨놓으면 되고 우선 중요한 것은 상한 음식이나 비위생적인 음식을 아깝다고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에겐 절대적인 말이다. 젊을 땐 어느 정도의 균을 퇴치할 능력이 몸에 존재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줄어 조금만 이상해도 탈이 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식중독균은 끓여도 죽지 않는다. 끓였다고 안심하고 먹다간 큰일 난다. 옛날엔 다 먹었는데 괜찮다고 우기지 말고 제발 젊은 사람이 시키는 대로 그냥 하면 된다.

“한겨울엔 괜찮다. 옛날엔 다 먹었다.” 이런 말씀을 하던 어머니가 식중독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만큼 오래된 음식은 먹지 말라고 했건만 노친네 고집이 장난이 아니다. 버리기엔 아깝다고 먹은 음식 때문에 병원비만 수천 배 더 들어갔다. 돈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온 식구들이 병간호하랴 병문안하랴 난리였다. 자식들이 서울서 내려오고 부산서 올라오고. “엄마가 자식들이 보고 싶어 상한 음식을 억지로 먹었나 보다.”라고 동생들이 위안을 주지만 모시고 있는 우리 부부는 좌불안석이다. 어떻게 모셨으면 상한 음식을 엄마에게 드렸냐고 야단을 치는 것 같다. 특히 엄마를 모시고 있는 장남인 나는 집사람에게 더 죄인이 되고 만다.

집에서 엄마와의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제일 큰 문제가 위생 문제이다. 걸레 빨다가 음식 만지고 하는 통에 손녀들이 기겁한다. 청소도 하지 말고 음식도 하지 말라고 애원해도 들은 체 만 체이다. 냄비 태워 먹은 것이 열댓 개가 넘고 집안이 메케한 탄 냄새가 가실 날이 없을 정도다. 어머니 손맛은 자식들에게나 통하는 말이다. 주면 주는 대로 먹었던 시절. 즉 아주 익숙한 맛이란 뜻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니의 음식 솜씨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나 역시 집사람 음식 솜씨를 잘 모른다. 신혼 때는 정말 이상한 음식을 먹으라고 들이민다고 생각할 정도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 엄마 손맛에 익숙한 나로선 엄마한테 가서 좀 배워오라고 할 정도였다. 지금 우리 애들은 지네 엄마 음식 솜씨를 환상적이라 극찬을 하지만, 거의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나로선 어쩌다 먹는 집밥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진짜 그정도로 맛있다면 흑백요리사에 나갔을 것이다. 결론은 우리가 엄마의 손맛이라고 하는 이야기는 익숙한 맛이란 이야기이지 결코 맛이 진짜 있거나, 위생과 결부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상위에 놓인 된장찌개에 온 식구들이 입에 빤 숟가락을 넣던 시절은 지났다. 이젠 앞접시가 일반화된 시대이다.

‘꼰대’. 권위적인 나이 많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으며 다른 사람은 항상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노인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꼰대를 오늘의 단어로 소개하면서 풀이한 내용이다. 노인들도 이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시대정신에 맞게 사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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