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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금

등록일 2025-07-24 18:59 게재일 2025-07-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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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철 수필가

장례 행사가 끝난 뒤 망자의 혼백을 평안하게 하도록 지내는 제사를 우리는 우제(虞祭)라고 하며 세 번 지내기에 삼우제라 한다. 그래서 우린 “삼우, 삼우”하는 것이다. 간혹 어떤 이는 ‘삼오’라고 말하는데 잘못 알고 있는 경우다. 똑같이 헷갈리는 것이 ‘부조(扶助)’이다. 이것을 ‘부주’라고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부조”라고 고쳐주면 ‘알아서 들어라.’ 라는 핀잔만 돌아오기에 요즘은 그냥 알아서 듣는 편이다. 장례식장에 꽃을 보낸다면서 조화를 화환으로 이야기해도 그러려니 한다. 과거에는 봉투에 한문으로 부의(賻儀)라고 써달라고 부탁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에 인쇄된 봉투가 비치되어 있고, 축의금과 조의금 구분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어버려 부고장이나 청첩장에 ‘성의 보내는 곳’으로 입금하면 끝이다.

세상 살면서 유효기간이 없는 것이 딱 하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건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들어오는 부조 명단과 액수이다. 이건 끝까지 간다. 완전히 ‘기부 앤 테이크’이다. 부조금을 받지 않겠다는 사람은 큰 재벌이거나 고관대작들이나 호기에서 하는 행위이고 대형할인점 할인쿠폰 지갑에 쟁기고 사는 서민은 그런 짓을 잘 하지 않는다. 문제는 부조가 다 빚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한 만큼 남도 하게 되고 내가 하지 않으면 남도 하지 않는다. 역으로 말하면 내가 부조하지 않는다는 것은 받을 마음도 없다는 뜻이다. 나는 했는데 상대방은 하지 않고 있으면 둘의 관계는 아주 묘해진다. 그리고 분명히 해야 할 만큼 돈독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배신감마저 생기게 된다. 갑을 관계에 있는 거래 관계에선 큰일 치고 난 뒤 거래 끊어지는 경우가 제법 많다.

그래서 비록 갚아야 할 빚임에도 부조를 거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것이 생각보다 뒤끝이 강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안다. 물론 생뚱맞게 단체 문자 톡에 뜨는 부고장이나 청첩장은 예외이다. 고등학교 동창이라지만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데 무슨 문상을 가겠는가. 부고장은 이해가 간다만은 청첩은 또 다르다. 단체톡에 청첩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일이 청첩(請牒), 즉 손님으로 와서 축하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야 가는 것이다.

자식들 결혼 시키는 나이이자 부모님 돌아가시는 나이엔 많이 바빠진다. 한 달에 부조금으로 나가는 돈이 장난이 아니다. 특히 정년퇴직에 별반 돈벌이가 없는 이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몇 푼이라도 벌지 않고 놀러 다니기엔 상당한 지출 액수가 한동안 계속될 조짐이 있어 사람 구실하고 살기 위해선 남 눈치 볼 필요 없이 무조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형님, 들어온 부조금을 형제자매간에 어떻게 배분했습니까?” 이젠 부조금 배분문제 말이 많은 모양이다. 갚아야 할 빚이기에 누구 앞으로 들어온 건지 배분 작업을 하는 것이다. 어떤 집안에선 남는 돈 전부를 집안 돈으로 묶어 공동경비로 했단다. “난 그냥 남는 것 전부 어머니 다 드렸어.” 배분하는 게 이상하게 추잡스럽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땐 장남이란 게 마음이 편하다. 따라준 동생들과 제수씨들에겐 고마울 뿐이다.

/노병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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