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돋았으나 예년과 같이 밝고 희망찬 아침이 아니다. 지난 연말 일어났던 제주항공 참사가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에 밀려와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는 연말연시에 정치계의 계엄 잡음 또한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탓이다. 대통령 체포 명령이 5시간 대치 속에서도 성사되지 못하고 재차 시도를 계속하는 체포-사수의 공방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갉아내고 있으니 ‘새해답지 않은 새해’를 맞고 있는 심정이다.
이렇듯 나라가 두 쪽으로 나누어진 듯하니, 날씨도 두 쪽인 듯…. 소한(小寒) 집에 대한(大寒)이 놀러 왔는지 서해안엔 강풍과 함께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며 눈발이 날리고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는데 이곳 동해안에는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산불을 조심하라니 작은 나라가 이렇게 날씨마저도 갈라지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안쓰럽다.
올해는 ‘푸른 뱀’의 해, 을사년이다. 천간(天干) 을(乙)과 지지(地支) 사(巳)는 각각 나무와 불의 기운을 상징하며 생동감과 도전을 의미한다. 또 뱀은 통찰력과 직관력을 가진 겨울잠 자는 동물이라 을사년은 ‘지혜로운 변혁 새로운 시작’으로 해석되니 그 잠에서 깨어나 나라를 바로 일으켜주었으면 한다.
세계보건기구 WHO의 앰블럼에는 지팡이를 감고 있는 뱀이 그려져 있는데 고대 그리스인은 ‘치유의 신’, 불교계에서는 비와 땅을 관장하는 ‘풍요의 신’으로 여기고 있으니 올해에는 푸른 뱀의 기운을 받아 사회적 육체적 모든 병이 없어졌으면 한다. 마침 올겨울부터 호흡기 질환이 급격히 늘고 있어 가뜩이나 의료대란으로 인해 패닉 상태가 되어있는 전국 병원들이 포화상태를 염려하고 있으니 이것 또한 을사년의 기운으로 사라지길 바란다.
지난 6일 포항상공회의소는 신년인사회를 가졌다. 국내 사태로 인한 민생경제의 내리막과 트럼프 차기 정부가 벼르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으로 부의 양극화와 지방소멸 위기에 따른 저성장 진입을 우려하는 얘기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올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회의는 태평양 연안 21개국에서 6천여 명의 경제인들이 참석하는 국제행사이니만큼 잘 계획하고 추진하여 세계로의 날개를 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려는 꿈을 키우자. 또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국회의 예산 삭감으로 어려워진 듯하지만 우리 경북의 힘으로도 큰 고래가 물을 뿜어 올리듯 동해안 해저에서 석유가 솟아오르게 할 수 없을까?
어디 그뿐이랴. 1월1일부터 개통한 포항∼속초간 166.3㎞ 동해중부선 운행으로 동해안이 새로운 활력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푼다. 한반도 호랑이의 척추 위를 달리는 iTX 철마가 대구, 부산에서 업고 온 기운으로 울진 삼척까지 달려 새로운 동해안 시대를 열 것이며, 아울러 연말에 포항-영덕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포항은 동해의 중심으로 일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새해를 맞이하여 포항시는 사자성어 ‘총화전진(總和前進)’을, 시의회는 ‘운외창천(雲外蒼天)’을 내걸었으니, 근래 철강산업의 부진으로 조금 위축되었을 산업역량도 회복시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