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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화 분업화 시대 의미

등록일 2024-12-29 18:41 게재일 2024-12-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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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우리나라에서 전문화 분업화된 결과는 비교적 짧은 시기에 사회 문화와 기업의 본질에 있어 많은 영향을 미쳤다. 70년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형님 동생 온 가족이 농사에 매달려 사계절을 쉴 틈 없이 일을 하는데도 늘 배고픔에 서러웠다. 모내기철이 되면 초등학생도 논에서 못줄 대기를 해야 했고, 가을이 되면 탈곡기에 낱알을 털어내고 남은 볏짚을 날라야 했다. 모내기 같은 농번기에 노동력이 집중됐기에 지금의 유연 생산체제인 소인화 개념의 품앗이를 통해 일시적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였으나 고단함은 나아지지 않았고 수확량의 변화도 더디기만 했다.

이제는 전 국민의 5%만 농사를 짓는데도 쌀이 남아돌아서 오히려 골칫거리인 아이러니한 시대에 살고 있다. 온 가족이 농사에 매달리지 않아도 배곯을 일이 없으며, 여가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워라밸을 더 중요시하며 풍요의 열매를 누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이런 풍요를 한강의 기적이란 말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우리 민족의 저력을 이야기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분업화 전문화를 통한 생산성의 획기적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기적이 아닌 경영의 성과인 것이다.

이앙기는 모내기에서 초등학생의 노동력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은 높고 생산 비용은 획기적으로 절감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는 이앙기도 필요 없이 드론을 이용하여 볍씨를 직접 파종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농사에도 고전적 개념의 농부가 필요 없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우리가 인식 못 하는 사이 사회는 ‘전문화’와 ‘분업화’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문화와 분업화는 인풋 대비 아웃풋을 극대화하여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경쟁력이 약한 고리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 사회와 기업도 변화하는 전문화, 분업화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더 큰 위협은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 뉴스를 타고 있다. 드론이 적군 지역을 정찰하여 탐지된 군인의 항복을 받아내고, 프로그램된 시퀀스에 따라 명령을 아주 건조하게 수행하는 모습이 현실에 구현되고 있다. 앞으로 전문화는 군에서 변화가 더욱더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이제는 백만 대군, 십만 대군이니 하는 숫자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미래 군대는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은 개를 먹이는 것이며, 개는 인간이 컴퓨터를 못 만지게 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아웃풋을 내기 위한 전문화 분업화된 첨단 시대를 풍자하는 유머 속에 담긴 통찰이다.

불의 발견은 인류 최초의 발견이고 인류 문명의 출발이었다. 불을 자연에서 어렵게 얻었던 시대를 지나 불을 쉽게 다루게 되면서 인류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 중요한 불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도구를 인류가 발명한 것은 불과 150여 년 전이었다. 인간은 무려 5만 년 동안 불씨 보관 방법을 두고 전전긍긍했던 것이다. 이런 누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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