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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울어라”

등록일 2024-12-26 18:37 게재일 2024-12-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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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조​​​​​​​​​​​​​​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신광조​​​​​​​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역사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 일으켜 세우는 자가 있다. 그런 창조적 소수자가 있을 때 역사는 희망을 가진다.”

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이다. 창조적 소수자는 역사 앞에 겸허하다. 공동체가 가야 할 시대정신과 소명의식으로 무장한다. 열정과 몰두가 가져다주는 상상력이 뛰어나다. 감수성이 빚어내는 눈물도 많다.

민주주의는 다수가 지배하는 사회이지만, 창조적 소수자가 세상과 사회발전의 조타수 역할을 한다. 개혁적이고 창조적인 자가 사회를 이끄는 에너지를 선사하면, 공동체는 이륙(離陸)하여 날게 된다. 창조적 소수자는 지위도 학벌도 부(富)도 명예도 변변찮은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창조적 소수자인 전남 함평 출신 시인 박노해는 선린상고 까까머리 시절 “내가 희망을 갖고 사는 한, 내 자신이 희망이다. 길을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라고 일기장에 썼다. 한평생 희망이 되고 새 길이 되는 삶을 살았다. 공동체 발전의 불씨는 창조적 소수자에 의해 던져진다. 이 불씨를 공동체 구성원들이 잘 지펴 큰 불꽃으로 만들기만 하면 지역사회는 발전의 길을 가게 된다.

19세기 캘리포니아는 골드러시로 ‘기회의 땅’이 되었다. 당시 미국 동부의 콧대 높은 사람들은 캘리포니아를 돈과 섹스만 난무하는 곳으로 폄하하며 여행을 꺼렸다. 그러나 캘리포니아가 변방에서 벗어나 낙원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LA 시청의 새내기 공무원이 제안한 ‘겨울 장미 퍼레이드 축제’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한겨울 차가운 지역인 동북부의 많은 이들이 따뜻한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지는 장미의 향연을 질투하였고, 캘리포니아는 꿈으로 가득 찬 무지개가 되었다.

“파리만 첨단인가?”라는 도전적인 제목의 프랑스 남서 해안 지방 신문 편집국장 칼럼은 조용하기만 했던 칸과 니스 해변에 예술과 첨단 과학기술을 융합시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기술 혁신 도시 ‘소피아 앙티폴리스’를 탄생시켰다.

‘레 미제라블’을 보면, 빅토르 위고가 말한다. “오늘의 문제는 싸우는 것이다. 내일의 문제는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는 제값을 다하고 죽는 것이다.” 주인공 장발장은 내내 본분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이 글을 쓰면서, 행여 내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시간만 낭비하고 손해만 봤다”라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쓴다. 타인의 희망을 위해 흘린 땀과 눈물만이 시간 속에 남고, 모든 것은 다 가뭇없이 사라진다. 결국 추운 겨울날 연탄 한 장처럼 타올라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싶은 ‘사랑’만이 희망이다.

5년 전 ‘판도라’라는 영화 한 편을 보고 결정한 망국의 탈원전 정책으로 울진 원자력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취업이 막혀 희망을 잃어버렸다. 탈원전 시위를 벌이다 만난 학생들을 껴안고 울었다. 학생들은 첫 월급을 타서 겨울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새벽길을 나서는 아버지에게 내의 한 벌 사드리는 것이 희망이었는데 좌절되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이 더욱 푸르름을 낸다. 북풍한설을 이겨내고 서로 자축하는 날이 분명 올 것이다. 우리는 어제 뿌린 씨앗으로 오늘을 살고, 오늘 심은 나무로 내일의 열매를 거둘 것이다. 맨 처음 울기만 해서는 안 된다. 외롭고 힘들더라도 끝까지 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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