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성찰의 정치로 희망의 새해를

등록일 2024-12-30 19:25 게재일 2024-12-31 19면
스크랩버튼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한 해를 돌아보는 마지막 날이다. 성찰과 반성은 발전의 원천이다. 맹자(孟子)는 정치의 기본을 ‘자반(自反)’, 즉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이라 했고,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는 ‘성찰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하면서 ‘성찰이 곧 희망’이라고 했다. ‘절망의 정치’를 ‘희망의 정치’로 바꾸려면 반드시 ‘비판적 자기성찰’이 있어야하는 까닭이다.

정치인들은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인의 소명을 망각하고 권력에 혈안이 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권력이라는 마약’에 중독되면 초심을 잃고 괴물이 된다. 작은 권력보다는 큰 권력, 초선의원보다는 다선의원이 ‘권력의 노예’로 전락할 위험성이 훨씬 더 크다. 정치인들의 자가당착·표리부동·내로남불 행태는 권력욕 때문에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되었다는 반증이다.

먼저 여당의 정치행태를 보자. “비상계엄은 중대한 잘못”이라고 지적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탄핵에는 ‘부결이 당론’이라고 했다. 자가당착이다. ‘친윤 좌장’이라는 사적 관계가 공적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게다가 친윤 의원들이 공격하는 ‘배신자’는 누구인가? 민의에 역행하여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인가, 아니면 그것을 막은 국회의원들인가? 국민 70%가 요구하는 탄핵에 반대한 의원이 배신자인가, 아니면 찬성한 의원이 배신자인가? 누가 누구를 배신했다는 말인가? 동료를 배신자로 낙인찍기 전에 먼저 자신이 진짜 배신자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권력만 쫓는 불나방’은 결국 불에 타서 죽지만, 민의를 받드는 정치인은 결코 죽지 않는다.

야당의 정치행태는 또한 어떤가? 계엄과 탄핵의 책임은 물론 대통령에게 있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야당의 입법권력 폭주였다. 이재명 사건의 담당 판·검사들을 겁박·탄핵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 탄핵까지 서슴지 않으니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법원과 헌재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교활한 ‘법꾸라지(법+미꾸라지)’행태는 또 어떤가? 이재명에 대한 재판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지연시키면서 윤석열 탄핵심판은 온갖 정치적 압력으로 판결을 독촉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 정치행태는 전형적 내로남불이자 자기모순이 아닌가? 지금 민주당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공정과 정의에 대한 자기성찰이다.

이처럼 독선과 아집의 ‘극단적 양극화 정치’는 민주주의를 죽이는 망국의 길이다. 성찰을 모르는 정치인들이 대권을 잡는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람만 바뀔 뿐, 정치는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멸의 정치’에서는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권모술수가 지배하지만, 성찰을 통한 ‘상생의 정치’에서는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적 노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성찰 없는 권력은 괴물’이기 때문에 정치인은 권력을 탐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 권력만 쫓아다니는 ‘불나방 정치’는 저물어가는 저 석양에 묻어버리고, 새해에는 ‘성찰의 정치’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세상을 보는 窓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