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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 않은 죽음이야 없겠지만…

등록일 2024-12-30 19:25 게재일 2024-12-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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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살 부비고 살며 일생 눈물과 웃음을 함께해 온 식구는 부정할 수 없는 공동의 운명체다. 식구 가운데 하나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건 인간에게 뼈가 저리는 고통과 상실감을 준다.

그래서다. 부모형제가 죽은 상가(喪家)에 가보면 여자들은 호곡하고, 남자들은 소리 없이 운다. 동서와 고금이 다를 바 없다. 비록 그 죽음이 예견되고 준비된 것이라 할지라도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누이를 잃는다는 건 견디기 힘든 아픔이다.

그런데, 식구의 죽음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난데없이 닥친다면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남아있는 자들의 슬픔은 얼마나 클까?

지난 29일 제주항공 비행기가 무안공항에서 추락했다. 탑승자 중 생존한 사람은 겨우 2명. 179명의 아까운 목숨이 충돌에 의한 충격과 화마(火魔)에 휩싸여 사라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불의의 사고였다. 현장은 참혹했다.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에 모여든 탑승자의 식구들은 차가운 시신으로 변한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 손자와 손녀, 사위와 며느리를 마주해야 했을 터. 유족들의 놀라움과 서러움은 통곡과 혼절로 이어졌다.

희생자 중엔 겨우 세 살배기 아기와 대학입시를 끝낸 10대 후반 학생들도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까지를 한꺼번에 잃은 한 여성은 끝내 넋을 잃었다고 한다. 자식을 앞세운 참척(慘慽)의 아픔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릴 유족들 앞에선 어떤 말도 하기가 어렵다. 그저 이번 사고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빌고,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 조치가 있기를 바랄 뿐.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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