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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민의힘, 잡음 접고 ‘정치혁신 비전’부터 내놔야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내부불협화음이 심각하다. 마땅한 대선후보가 부재한 것에 더해 주목받는 선두 서울시장 후보가 없다는 점이 갑론을박의 원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주 양상을 보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문제를 놓고 이견이 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상승세에 있는 정당지지율을 굳히기 위한 ‘정책 정당’으로서의 미더움이다. 정치공학적 잡음을 털고 ‘정치혁신 비전’부터 장만해 내놔야 할 때다. 안철수와의 통합 문제로 일부 중진들과 부딪치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한 라디오방송에서 “안철수 대표가 독자적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어도 이길 자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 야당 민주당 조순 후보가 무소속 박찬종 신드롬을 잠재우고 낙승했던 역사를 소환하기도 했다.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1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3.5%로서 민주당의 29.3%보다 높았다. 그러나 깊숙이 들여다보면 국민의힘이 안정적으로 민심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의힘을 떠받치고 있는 확고한 정책적 신념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정권의 실정에 의한 반사이익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선거가 임박했으니, 대세 조짐이 있는 안철수 대표와의 통합이 시급하다는 강박관념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섣부른 정치 공학이 현실정치에서 화를 부르는 경우는 귀하지 않다. 정치판에서 원 플러스 원(1+1)이 반드시 2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김종인 위원장이 당 소속 의원 전체에게 보낸 ‘공공선(公共善) 자본주의’ 보고서를 주목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국민의힘은 국민이 미래를 꿈꾸며 따를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지향점을 찾아내어 제시해야만 한다. 흘러드는 민심을 담아낼 그릇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정 인물 중심으로 좌충우돌해 온 한국 정치의 폐해를 청산할 때가 됐다. 정책좌표가 설정되고, 뜻을 합치면 야권통합은 저절로 된다. 선후(先後)를 잘못 헤아려서 모처럼의 이 지지세를 허망하게 뒤집고 부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1-01-12

흰 황소의 걸음으로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런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도 의젓하던 옛 동네어른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님들, 수국 같던 웃음 많던 나의 옛 누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김사인 시인은 ‘아무도 모른다’라는 제목의 시에서 옛 동네어른들, 옛 누님들의 부재를 이렇게 노래하였다. 요즘 젊은이들은 ‘런닝셔츠’라는 말은 알아도 ‘런닝구’라는 말도 알까? 혹 런닝구를 안다 해도 런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 좁은 골목길에 모여 앉아 장기와 바둑을 두거나 동네 어귀를 스스럼없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나이 지긋한 이들의 과거 기억 속에서만 아스라이 물안개처럼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202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여느 해와 다름없이 시작되었지만 ‘쥐죽은 듯’ 왔다가 전 세계를 팬데믹의 혼란 속으로 휘몰아 넣었던 ‘태산명동’(泰山鳴動)의 쥐띠 해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우리는 2020년에 많은 것을 잃고 없이 보냈다. 종무식도 망년회도 없었다. 제야의 종소리 또한 들리지 않았다. 망년회니 제야종이니 하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 힘든 한 해가 갔다. 사라졌다기보다 스러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해의 바뀜이다.2021년이다. 시무식도 새해맞이 모임도 없이 벌써 열흘이 넘게 날들이 흘러가고 있다. 소걸음으로 걸어가자고 하지만 아직 그 걸음이 무겁고 힘겹다. 도통 새로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검은 왕관 코로나가 머리를 짓누르며 새해 새 느낌의 부재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를 주고받기가 무안하다. 건강하자는 서로 간의 덕담이 무색하다. 희망을 노래하고 밝은 날을 꿈꾸며 웃음을 나누던 연초가 그리운 올해는 지난해와 더불어 매우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하릴없이 2021년의 1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희망 노래를 입안에 감추기는 이르다. 우리에게는 아직 또다른 1월 1일이 있다. 설날이다. 아직 한 달이나 남았다. 십간(十干)의 경(庚)과 신(辛)은 오행(五行)으로 보면 금(金), 오방색(五方色)으로 보면 흰색이 되어 신축년(辛丑年) 올해를 흰 황소의 해라고 한다. 문화권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동양에서 흰색은 상서로운 색으로 여겨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스스로를 ‘흰 옷 입은 겨레’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불렀다. 누를 황(黃) 글자의 황소를 ‘희다’라는 형용사로 수식하는 것은 모순형용이라고 이견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황소는 누렁소가 아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에서도 황소는 다 자란 큰 수소를 일컫는다. 어원적으로도 황소는 ‘한쇼’에서 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므로 ‘흰 황소’라는 표현을 가지고 딴지 걸 일은 아니다.이상국 시인은 시 ‘내일로 가는 소’에서 어둠을 물리칠 강인한 소의 걸음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산 넘어 가시덤불 / 어둠 밟고 가는 힘을 보아라.”황소걸음으로 저기 흰 황소가 오고 있지 않은가. 서두를 필요 없다. 지혜와 힘을 모으고 조금만 더 버티자. 이제 곧 다시 둘러앉아 새 희망과 꿈을 노래하고 가시덤불 걷어낼 새 쟁기를 벼릴 날이 우리 앞에 온다.

2021-01-12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산자부 용단 있어야

한국수력원자력이 다음 달로 예정된 신한울원전 3·4호기의 공사계획 인가기간 연장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했다. 신한울 3·4호기는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월성 1호기가 폐쇄되고 천지·대진원전의 건설계획이 취소되면서 국내 원전산업의 마지막 보류로 여겨져 왔던 사업이다. 신한울 3·4호기의 공사계획 인가 연장 여부에 따라 국내 원전산업의 불씨가 남느냐 하는 중대 고비가 된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당연히 국민적 관심도 높다.한수원은 지난 2017년 2월 정부로부터 신한울 3·4호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으나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아직까지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신한울 3·4호기는 2022년과 2023년 말 차례로 준공할 예정이었다.특히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7천900억원의 사업비가 진행된 사업이어서 산자부의 발전사업 인가 여부에 따라 법정소송 등 파장도 만만찮을 전망이다.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시작 초기부터 관련 업계를 포함해 원전지역 주민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저항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한국의 원전산업을 매몰시킨다는 지적도 받았다. 최근에는 산자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월성원전 1호기의 경제성 조작과 증거인멸이 드러나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부가 무리하게 탈원전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검찰의 수사와 법정 소송 등 산자부의 원전 리스크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떠나 원전산업에 대한 국가적 이익을 광범위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시점이 됐다. 원전 1기의 경제적 효과는 약 50억달러라 한다. 만약 이를 수출시 중형차 25만대, 스마트폰 500만대를 판매한 것과 같다.또 세계 최고의 국내 원전기술이 사장되고 원전관련 기술자가 떠나가는 원전 생태계 자체가 소멸되는 현상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오랜 기간 집적한 국내 원전산업의 회복도 어려워진다. 업계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1∼2년내 2천여개의 중소기업이 줄도산 할 거라 한다. 국민의 70% 이상이 원전에 찬성하는 여론조사도 있다.정권에 따라 왔다갔다 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 관련부처의 과학적이고 합당한 판단이 필요할 때다. 신한울 3·4호기 건설로 최소한 침몰하는 국내 원전산업을 막는 산자부의 용단이 있었으면 한다.

2021-01-12

화수분

이솝우화에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어느 농부가 농장에 들어온 거위를 잡아먹지 않고 집 기둥에 묶어 놓았더니 거위가 다음날 황금알을 낳기 시작해 부자가 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욕심이 생긴 이 농부는 어느 날 한꺼번에 황금알을 얻겠다는 생각으로 거위의 배를 칼로 가른다. 그러나 거위는 황금알은 커녕 보통의 거위처럼 죽고 말았다.이를 각본한 또다른 이야기가 하나 있다. 한 아주머니가 집으로 굴러들어온 황금거위에게 사료를 많이 주면 황금알을 더 많이 낳을 거로 생각하고 먹이를 잔뜩 주었다. 그런데 거위는 살이 너무 많이 쪄 알을 하나도 낳지 못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두 이야기는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되레 일을 망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보물단지를 가르키는 말이다.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만든 거대한 물통을 하수분(河水盆)이라 했다. 너무 커서 수십만 군사가 먹을 황하의 물을 담고 써도 물이 줄지 않았다고 한다. 하수분에서 재물이 자꾸 새끼를 치는 화수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필요한 물건을 화수분에 넣으면 그 안에서 새끼를 치고 다시 재생산되는 화수분은 오래전부터 가난한 사람의 소망 단지다. 서양에서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 다 들어준다는 알라딘의 요술램프와 비슷한 이야기다.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살포해야 한다는 여당 지도부의 의견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반기를 들었다고 한다. 국가 빚이 천문학적인데 “재정을 화수분처럼 봐서는 안 된다”는 경제관료의 소신 발언이다. 문제는 국민 세금인 국가재정을 아직도 화수분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이 많다는 것이다. 그의 소신이 관철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1-12

낙태죄 폐지 이후 나아가야 하는 것

2021년 1월 1일부로 낙태죄가 입법 공백 상태에 놓였다.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대체 입법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체 입법 기간을 지난 현시점에선 낙태죄 일부 효력이 상실되었고 명확한 대체 입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사실상 낙태죄는 폐지된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완전한 폐지는 아니다. 현재 입법이 공백으로 놓여 있기 때문에 의료계와 여성계 전반적으로 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는 선별적 낙태 거부를 선언하였고, 이에 따라 병원과 의료진마다 낙태 가능 여부나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또한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과 법적인 보호 장치가 없어, 빠르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그간 임신 중지가 필요한 여성들은 암암리에 인터넷 사이트나 비공개 카페를 통해 임신 중지에 관련된 정보를 얻었다. 미프진과 같은 유산 유도제를 비밀리에 구하고, 잘못된 방식으로 복용하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응급실을 찾는 여성 또한 적지 않았다. 앞으론 이와 같은 상황을 줄이기 위해 누구나 간편하고 빠르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임신중지를 위한 각종 정보와 자료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상담이나 구체적인 의료 가이드라인 또한 의료진과 전문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제정되어야 한다.낙태죄 폐지를 말하는 여성들은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분명한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재생산 권리는 성관계, 임신과 출산 여부와 시기, 자녀의 수 등 출산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여 여성이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모자보건법 14조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유전으로 정신 장애나 질병이 있을 시,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혈족이나 인척간의 임신, 임신 지속이 모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시에만 임신 중단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강간, 준강간의 경우 입증이 어려웠으며, 여성의 입장에서는 신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여겨졌다. 또한 과거 국가 차원에서 산아 제한 정책을 펼치며 오히려 임신 중단의 범위를 허용하는 법으로 기능했다. 새로 개정되어야 하는 모자보건법의 방향은 임신과 출산이 더는 국가의 인구 정책 수단이 아닌, 개인의 선택이자 권리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남녀의 결혼 제도 없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선택하는 ‘자발적 미혼모’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방송인 사유리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고심 끝에 결혼하지 않고 엄마가 되기로 결정했다”고 말하며 임신 소식을 알렸다. 산부인과 검진 결과 자신의 난소 나이가 48세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서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녀는 원치 않는 결혼 대신, 자신이 직접 아이를 선택하여 낳아 기르는 것을 택했다.중국 광저우에 살고 있는 이에하이양은 갈색 머리와 하얀 피부, 푸른 눈을 가진 아이를 안고 있다. 밝게 웃는 아이의 얼굴은 얼핏 보아도 서양인에 가깝다. 28살, 사랑하는 남자는 없지만 아이를 갖고 싶었던 이에하이양은 외국으로 가서 정자를 직접 고른 뒤 자신의 딸인 ‘도리스’를 낳았다. 홀로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였고 몇 년 뒤 놀라울 만한 성과를 이끌어낸 그녀는 자신의 경제적 여유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책임감을 고려한 뒤, 스스로 임신과 출산을 결정했다.그녀들은 자신의 의지로 출산을 택해 새로운 가족 형태를 꾸렸다. 과연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과 우려를 내비칠 수 있겠지만, 누구도 한 가정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개인의 행복을 정의할 수 없다.아직 임신 중단 세부 절차나 구체적인 법안 등 남아 있는 문제로 갈 길이 멀다. 낙태죄가 사라진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실질적이면서도 유용한 법안들이 마련될 수 있도록 개인의 지속적인 관심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이나 문화, 교육 등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임신중지에 취약한 여성에게, 같은 고민을 나누는 친구에게, 여성 스스로가 신체 결정권을 내릴 수 있는 날이 어서 주어지기를 바란다.

2021-01-11

참사람 장경식

북극한파와 함께 폭설이 쏟아진 지난 6일, 제주도에서 부고 하나가 날아들었다. 제주 ‘봄 연구소’ 장경식 소장이 새해 첫 날 뇌출혈로 쓰러진 후 결국 세상을 떠난 것이다. 역사나 인명사전에 등재될 수 없는 한 개인이지만, 이 땅에서 60년을 지내온 그의 삶을 공적인 사건으로 기록하고 싶다. 그는 사회적 약자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며 특히 제주 지역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그가 지향한 ‘발전’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연대의 감각이 지역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봄비처럼 퍼지는 일이었다. 아내인 봄 정신건강의학과 신윤경 원장과 함께 그 봄비의 마중물이 되어 왔다.‘장경식 추모’ 단체채팅방에는 2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슬픔과 위로를 나누며 고인을 추억했다. 빈소에는 대안학교인 제주 볍씨학교 학생들이 한달음에 달려와 생전 고인이 좋아했던 노래 ‘그대와 함께 평화가 되어’와 ‘아침이슬’을 울먹이며 합창했다. 유가족들은 너무 이른 이별에 황망해 하면서도 더운 파도처럼 밀려오는 조문객들의 손을 잡고 의연하게 슬픔을 견뎠다. 청소년, 이주노동자, 영세상인, 가톨릭 신부, 스님, 작가, 교수, 음악가, 공무원 등 수많은 이웃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발인일에는 솜뭉치 같은 함박눈이 하염없이 내렸다. ‘장경식의 친구들’은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손에 손 잡고 하늘 향해 “안녕, 안녕!” 외쳤다. 고인이 어떠한 삶을 살아 왔는지 짐작할 만하다.2008년, 아내와 제주도로 온 후 이주민이라는 제한적 위치에도 아랑곳 않고 ‘불의 전차’처럼 달리며 지역을 위한 활동들을 펼쳤다. 그가 걷어 부친 굵은 팔뚝은 척박한 땅을 일구는 개척의 호미나 다름없었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활달한 생명력이 우렁우렁 넘치는 그의 호탕한 웃음은 끝내 여러 장벽과 빗장을 열었다. 아내가 개원한 봄 정신건강의원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돌봄’, ‘들여다봄’, ‘새싹이 돋는 봄’이라는 뜻의 봄 연구소를 열어 지역민들에게 인문학을 통한 마음 치유와 회복을 선물했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볍씨학교 등을 물심양면 후원하며 아동과 청소년 봉사에 힘썼다. 또 제주에 온 예멘 난민들을 향해 혐오와 적대감이 일어날 때 그들을 위한 거처를 마련하고, 지역사회 인식을 바꾸어 난민들이 안전하게 정착하도록 밤낮없이 일했다.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유목민’이라는 인문학 모임을 이끌며 독서와 영화 감상, 명사 초청 강연 등을 펼쳤고 그 모든 활동 안에는 반드시 토론이 자리 잡게끔 했다. 그가 꿈꾼 세상은,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다양한 생각들이 막힘없이 흘러 큰 바다를 이루고, 그 바다에서 생명과 평화가 탄생하는 ‘행복의 나라’였다. 그는 물리적인 연대보다 정서적, 정신적 연대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연대를 위해 불쏘시개, 마당발, 스피커를 자처했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감정표현에 거침없으며, 주관이 뚜렷하고 고집 센 데다 ‘투머치토커’라 때론 일부러 피해야했지만, 그는 어린아이에게도 늘 배우려 했고,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에도 귀 기울이는 열린 사람, 넓은 사람이었다.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재야운동가 백기완 선생,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인권운동가 서승 교수 등을 아버지처럼 모셨고, 청소년, 어린아이, 여성, 이주노동자를 살뜰하게 챙겼다. 단체채팅방 인원의 몇 배나 되는 사람들이 그에게 신세를 졌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이었다. 막걸리와 꽃과 사람을 뜨겁게 사랑한 참사람, 장경식 소장은 레비나스가 말한 타자 윤리, 타자에 대한 무한 책임이라는 비대칭적 관계를 온몸으로 살다 갔다.그는 떠났지만, 그가 수많은 이들에게 남긴 감명은 늘봄처럼 환한 빛이 되어서, 그를 기억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변의 10명에게, 그 10명이 다시 10명에게, 그렇게 또 10명, 10명씩 빛을 나눌 때, 볍씨학교 학생들이 그의 영전에 바친 노래처럼, 제주를 넘어 “온 누리 흘러넘치는 평화의 물결”이 될 것이다. 그렇게 계속 살아 있을 것이다. 안녕, 안녕!

2021-01-11

청동기시대 경주人, 신라시대 경주人

“신라” 하면 떠오르는 도시는 당연히 “경주”일 것이다. 경주는 월성, 동궁과 월지 등 궁궐은 물론이거니와 대릉원에는 높디높고 크디큰 신라시대 고분이 자리하고 있다. 이뿐이겠는가? 신라시대 유일한 별을 관찰했다는 첨성대, 9층목탑이 위엄있게 자리했을 대사찰 황룡사, 지금도 법등을 이어져 오고 있는 유명한 불국사, 분황사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문화유산이 자리한 곳이다. 그렇다보니 “경주=신라”로 통하게 됐다.그러나 경주지역에 신라가 자리하기 전부터 경주에는 선사시대 경주사람들이 살아왔다. 사람이 불을 이용하기 시작한 구석기시대에서 빗살무늬토기를 만든 신석기시대를 거쳐 무문토기를 만들고 청동을 다루기 시작한 청동기시대에도 말이다. 천년고도로 알려진 경주에선 천년보다 더 오랜 기간 청동기시대 경주 사람들이 살아왔다. 잘 알려져 있지 않았을 뿐이다.청동기시대는 학자마다 견해의 차이는 있으나 보통 기원전 13~10세기에 시작됐다. 이 시기에는 농경이 본격화 되면서 한곳에 머무는 정주취락이 증가하고 무문토기와 각종 마제석기가 널리 사용된다. 물론 시대명이 말해주듯 청동기 제작기술이 발달하면서 청동검, 청동거울, 청동도끼 등 각종 무기류, 의기류 등이 등장한다. 청동은 구리(80~90%), 주석(10~20%), 납, 아연 등을 섞은 합금으로 당시 이러한 주조술은 매우 고도화되고 혁신적인 기술이었을 것이다. 아마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그리고 역사책에서 한손에는 비파형동검을 다른 한손에는 팔주령(청동방울)을 들고 반짝반짝 빛나는 청동거울을 목에 건 청동기시대 사람을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이 지니기에는 매우 고가의 상위 1% 사람들이 지닐 수 있는 귀중품이었다고나 할까?경주지역에도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람들이 거주했던 주거지, 사후에 묻힌 무덤 그리고 간절한 소망을 기원했던 의례유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거지는 방형 또는 원형의 구덩이를 판 후 나무기둥을 세우고 풀 등의 초본류로 지붕을 이어 집을 짓고 살았는데 주로 구릉이나 하천 근처에서 확인된다.경주 인동리·금장리·신당리·충효동·용강동·모량리 등지에서 청동기시대 주거지가 조사됐다. 양북면 봉길리 13-1번지 유적에서는 비파형동검이 출토되기도 했다. 무덤으로는 석장동 876-5번지에서 묘역을 표시한 지석묘와 화장묘로 추정되는 수혈이 확인된 바 있는데 수혈 내부에서 목탄과 인골편이 확인됐다. 의례관련 유적으로는 화곡리에서 청동기~통일신라시대 제단이 확인된 바 있다.정여선학예연구사최근의 발굴조사 중에서 주목되는 청동기시대 유적으로는 경주문화재연구소와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공동으로 조사한 경주 구황동 지석묘가 있다. 구황동 지석묘는 황룡사와 분황사 사이에 위치하는데 아마 이들 사찰은 잘 알고 있어도 그 사이에 커다란 상석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의 육안조사를 통해 청동기시대 지석묘의 상석으로 여겨져 왔을 뿐이다. 사실 진흥왕과 선덕여왕 때 창건된 신라 사찰사이에 청동기시대 상석으로 추정되는 50톤 이상의 큰 돌이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2005년 분황사 발굴조사 중 청동기시대 석관묘 3기가 확인됐고, 내부에서 마제석창과 석촉이 출토된 적이 있다. 또한 신라시대 원지(園池)로 분황사 동쪽에 위치한 구황동 발굴조사에서는 청동기시대 주거지도 확인된 적이 있다. 즉, 신라시대 사찰이 들어서기 전 이 일대에는 이미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증거가 남겨있었던 것이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지금도 야트막한 잔디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구황동 지석묘이다.구황동 지석묘는 지난해 5월부터 여름이 끝나가는 그 해 8월까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공동 발굴조사를 했다. 과연 이 큰 돌의 정체는 무엇일까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갖고 시작한 발굴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거대한 돌이 드러나고 그 아래로 돌을 받친 작은 돌(지석)이 확인됐고, 주변에서 청동기시대 무문토기편이 확인된 것이다. 청동기시대 유적으로 추정만 됐던 큰 돌이 청동기시대부터 이 자리에서 꿈적하지 않고 세월을 버텨온 것이다. 또한, 돌 주변으로는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는 석렬이 상석을 따라 방형으로 돌아가는 양상이 확인됐다. 청동기시대 경주사람들이 만든 커다란 돌이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큰 돌의 존재만이 아니라, 신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소망을 비는 신성한 장소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황룡사와 분황사를 답사하게 된다면 꼭 한 번쯤은 사찰 사이 벌판에 오롯이 서있는 구황동 지석묘에 들러 청동기시대 사람과 신라시대 사람을 상상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2021-01-11

처음으로 미술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학문으로서의 미술사는 그 역사가 길지 않지만, 미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오래됐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미술은 사람에 대해 많은 것들을 이야기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사가 먼저 살펴보는 대상은 미술작품이지만, 미술작품을 통해 진짜 관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시대’이다.미술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시각적 창작물이다. 음악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창작한다면, 미술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미지를 창작한다. 물론 이러한 구분도 지금에 와서는 모호해져 버렸다. 장르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미술은 늘 모습을 바꾸며 어디론가 흘러가기 때문에 하나로 잡아 놓을 수 없다. 사람이 변하고, 시대가 변하듯, 미술도 변한다.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책이나 설명을 참고하곤 한다. 도움은 되겠지만 설명을 통해 작품을 보려는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글은 정보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해 주는 장점이 있지만 의미를 제한해 버리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미술을 보는 목적은 지식이나 정보습득에 있지 않다.미술을 본다는 것은 미술가들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본다는 뜻이다. 미술가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몇몇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먼저 벗어나야할 편견은 시각적 익숙함이다. 예컨대, 시각적 익숙함은 사과가 빨갛거나 초록이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림 속 사과가 꼭 그런 색일 필요는 없다. 미술가는 원하기만 하면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사과를 그릴 수 있다. 하지만 그림 속 사과가 실제 사과를 모방하기만 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오히려 현실에서 불가능한 사과가 더욱 흥미롭다.또 하나의 편견은 지식이다. 모든 지식이 편견은 아니지만 고정되고 확고한 신념은 편견일 가능성이 높다. 우물 안에서 바라본 하늘이 하늘 전체일 수 없다. 보고 싶은 대로 짜 맞춰 보려하거나, 알고 있는 지식을 미술에서 확인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미술의 참맛을 즐길 수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태도를 버려야 보는 것이 즐거워진다.아주 자주 미술가의 유명세가 미술작품 보는 것을 방해한다. 유명한 미술가의 이름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무기는 없다.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몇 개의 선이 유명한 미술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순식간에 그것은 걸작처럼 취급된다. 여기에 전문가들이 합류해 그럴싸한 양념을 뿌린다. 검증할 수도, 반박할 수도 없는 미사여구로 극찬이 이어진다. 이 같은 논평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검증하는 것은 불필하다. 이것은 유명한 미술가가 그은 선이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그 이름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위선이거나 거짓이다.작가의 유명세와 함께 작품 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작품의 유명세이다. 미술과 상관없는 수많은 스토리가 루브르의 ‘모나리자’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만들었다. 장사진을 이룬 인파 속에서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모나리자의 실물을 확인하고 싶은 이유는 단지 이 그림이 유명하기 때문이다.특정 작품에 유명세를 입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신기록을 달성한 천문학적인 작품가격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라든지, ‘한국 미술품 최고가’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일순간 유명세를 탄다. 작품과 작품의 가격이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누구도 작품성을 정확히 계산해 작품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비싼 작품이 꼭 훌륭한 작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일일이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미술을 둘러싼, 하지만 미술 그 자체와는 무관할 수 있는 편견들이 너무나 많다. 이것들을 하나씩 걷어내 버리면 미술이 조금씩 더 선명하게 보인다. 미술 자체가 선명하게 보일수록 보는 즐거움은 더욱 커지게 된다./김석모 미술사학자

2021-01-11

정조의 애민(愛民)과 세금 도둑들

강희룡 서예가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 속에 규장각직제학 정지검이 국왕의 언행을 법에 따라 기록해 후일 반성의 자료로 삼자고 건의함으로써 기록된 책인 일득록(日得錄)이 있다. 이 ‘일득록6’에 ‘백성이 굶주리면 나도 배고프고 백성이 배부르면 나도 배부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를 보면 정조의 애민(愛民)사상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정조는 숙빈 최씨(영조의 어머니)의 묘소가 있는 소령원 부근 논에서 추수한 벼를 대궐 뜰에 가져다가 말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벼를 말리다가 낟알이 자리밖에 떨어져 있으면 내시를 꾸짖으며 하나라도 주워 올리게 하고는 ‘하찮게 보이는 낟알 하나라도 농부들이 갖은 고생하며 키운 것이니 참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그래서 나는 밥을 먹을 때 물에 말아 남긴 것까지도 내시들이 먹기 싫어 땅에 버릴까 봐 배가 불러도 매번 다 먹는다.’ 하였다. 직접 농사짓는 현장을 가지는 못했더라도 한해 농사지은 벼를 손 위에 올려놓고 살피면서 백성들이 겪는 고통을 헤아리는 성군으로서의 정조의 모습이 그려지는 대목이다.백성들이 고생하며 지은 곡식 한 톨 버려지는 것을 아까워한 정조의 자세를 오늘날의 위정자나 고위공직자들에 비추어 볼 때, 이들도 과연 국민들을 그렇게 보고 있을까라는 물음이 든다. 오늘날에는 농산물 대신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생활의 발전을 위해 각자 소득 일부분을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한다. 이 세금의 역할이 분명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여 각종 세금을 만들어 거둬들이는 것이다. 이 세금을 태풍에 비유한다면 태풍은 비록 자연과 많은 시설물들을 훼손하고 생명을 앗아가지만 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적조현상을 완화시킨다. 세금 역시 강제로 빼앗기는 것 같지만 국가안보나 공익시설 설치, 복지향상으로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향상시키며 빈부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유럽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세금이라고 한다. 우리 역시 세금을 적대하고 세율을 올린다는 뉴스를 들으면 격렬하게 반응한다. 자기가 번 돈을 스스로가 아닌 정부가 개입하여 일부 가져가면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세금 없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설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세금이 많다고 불평하기 전에 세금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어떤 혜택을 받고 세금이 없는 세상을 한번 상상해본다면 세금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이 조금씩 변화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세금을 가장 아깝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일 안하는 국회다.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영향으로 국민들의 경제토대와 삶이 무너져 피폐해진 이 마당에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 수당은 인상되어 일인당 1억5천만원이 넘으며 구속돼도 월 1천만원 가져간다. 거기다가 8명이 넘는 보좌관 연봉을 합치면 천문학적인 세금을 서로 멱살 잡고 싸우며 도둑질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이 가장 아름다운 기부금으로 여겨질 때, 그 나라는 진정한 민주주의며 선진국일 것이다. 정조가 백성을 사랑했던 애민사상을 위정자들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2021-01-11

변혁의 리더와 그림자 리더

양만재포항지진 11·15지열발전 공동연구단부단장새해 지인이 나에게 책 선물을 했다. 주역을 해석한 책이다. 그 주인공은 포항시에서 2년여간 근무한 송경창 부시장이다. 신년부터 경북도 환동해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내가 기억하는 송 본부장은 2년여 포항시에 근무하면서 포항시 발전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흔히 ‘부’자 달린 지위는 있으나 마나한 자리로 평가하는 관행이 있다. 하지만 송 본부장은 부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때로는 능동적인 자리매김을 하였고, 때로는 이강덕 포항시장을 지원하는 ‘그림자 리더’로서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보기 드문 가변성을 지닌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포항지진특별법안 통과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국회의원들 앞에서 포항시민의 지진피해와 재건 방향을 심의할 때, 그는 흔들림 없이 간결한 담론으로 포항시민 고통과 법안의 긴급한 필요성을 대변했다. 깊은 내공 없이 하기 힘든 일이었다. 더욱 인상적인 역량은 또 있다. 지진특별법안에 대해 정부가 70% 수준으로 결정할 즈음에 80% 수준으로 끌어 올렸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20% 책임이 있다는 증거를 포착해 국무총리 관계자들과 지진구재 심의위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축적된 역량을 발휘했다.포항시가 철강산업도시에서 전기 배터리 산업에로 변혁할 수 있는 기업들을 유치하는데도 송 본부장은 이강덕 시장이 배터리 기업 CEO와 관계를 맺고 신뢰를 구축하는 촉진자로서의 리더십을 무대 뒤에서 수행했다. 바로 ‘그림자 리더’로서 인정받을 부분인 것이다. 간부 직원들과 함께 포항시가 직면한 주요한 현안을 두고 대처 방안을 숙의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흔적을 남겼다.나와 처음 만남은 2019년 포항지진에 관한 정부조사단 발표 이후 대처 방안을 두고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시장 그리고 송 본부장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시작됐다. 그 이후 송 본부장과 오랜 지인처럼 서로 편안한 대화를 했다.그가 특별히 나에게 새겨준 인상이 더 있다. 내가 만난 공무원 중에서 보기 드물게 개방적인 마인드와 태도이다. 현안에 대한 학술논문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의 책상위에 책과 보고서가 가득했고 외국학술 자료도 거부감 없이 요구하고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또 하나. 그는 4차 산업에 남다를 관심과 지식을 보유하여 그 분야에 독특한 감수성을 보였다. 공직자라면 갖춰주길 바라는 덕목을 실제 실천했다는 사실이다. 포항시의 직원들을 상대로 특강하고 관련 포럼에 참석하고 책을 통해 늘 새로운 정보와 지식 습득에 익숙한 공직자의 행동을 SNS 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남겼다. 포항시가 전기배터리 산업의 전진 도시로 발전하는데 적지 않은 공로는 그가 오랫동안 축적한 학습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송 본부장이 안동이 아닌 포항시에 위치한 환동해본부의 근무지로 임명받은 것이 나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나만이 행복한 일이 아닐 것이다. 포항시민은 물론이고 경북도민에게 행복을 주는 공직자이기에 그렇다. 그가 환동해본부장으로서 우리 포항시민과 경북도민을 위해 또 다른 창조적 흔적을 남기리라 확신하고 기대한다.

2021-01-11

‘윤석열 현상’의 정치적 함의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권력투쟁의 한복판에 ‘검찰총장 윤석열’이 있다. 그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역설한다. 정권안보의 선봉장, 추미애는 검찰총장 직무정지와 징계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사법부는 그 조치들이 모두 부당하다고 효력을 정지시켰다. 징계권자인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은 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윤석열에 환호한다. 그는 대선후보 지지율 1·2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윤석열 현상’이다.윤석열은 정치인이 아니라 공무원이다. 그것도 대통령이 임명한 현 정권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법치·공정·정의를 역설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도 예외 없이 수사하고 있다. 정권과 협력하면 보장되어 있는 ‘꽃길’을 거부하고 권력의 야만과 싸우면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국민의 뜨거운 박수는 ‘국민의 검찰’로서 정도(正道)를 걷는데 대한 지지와 감사의 표현이다.‘윤석열 현상’이 주는 정치적 함의(implication)는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메시지는 정부여당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그를 유력한 대권후보로 키워준(?) 것은 바로 폭압적인 현 정권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지속적인 협박은 부패한 권력의 반증이었고, 그에 대한 압력이 강해질수록 국민의 지지율은 빠르게 상승했다. 또한 법원은 ‘문재인의 정의’가 아니라 ‘윤석열의 정의’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 정권의 윤석열 찍어내기는 법적·정치적으로 완패했다. 정권이 걸핏하면 내세우는 ‘선출된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권력’일 뿐이다. 위임한 권력을 남용할 경우 국민은 선거를 통해서 응징한다. 최근 실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정권교체 51.8%, 정권유지 38.8%로 나타나고 있다. 개혁을 외치던 정권이 이미 개혁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한편 야당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크다. 대선 여론조사의 선두권에 오른 야당 후보는 없다. 정치의 뜻을 밝히지도 않은 윤석열이 가장 유력한 야권주자로 부상했다. 게다가 거대 여당의 폭주에 제동을 건 것은 야당이 아니라 윤석열이었다. 야당은 여전히 고언(苦言)의 수용에 인색하여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못하고 있다. 나라의 미래에 대한 큰 비전과 전략은 없고 작은 권력에 탐닉하는 소인배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윤석열과 제1야당 중에 누가 ‘국민의 힘’이 되고 누가 ‘국민의 짐’이 되고 있는가? 윤석열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인 것은 ‘야당의 무능’도 한 몫 했음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윤석열 현상은 ‘한국정치의 슬픈 자화상’이다. 정치인들의 위선과 궤변에 지친 민심은 여야 정치권을 떠나고 있다. 마음 둘 곳 없는 국민들이 정의를 찾아 나선 길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가 바로 권력에 굴하지 않는 ‘사나이 윤석열’이었다. “그냥 편하게 살지 왜 이렇게까지 살아왔는지….”라는 그의 탄식은 ‘정의를 위한 고통’으로서 국민에게는 희망이었다. 정치권은 ‘윤석열 현상’을 ‘윤석열 대망론’과 연계하여 권력의 논리로 폄훼하지 말고 그 정치적 함의를 제대로 깨달아야 할 것이다.

2021-01-11

챗봇 이루다

이루다는 스타트업 기업인 스캐터랩이 지난 달 선보인 20살 인공지능(AI) 챗봇 캐릭터로, 출시 한 달도 안 돼 이용자 40만 명을 모았다.이루다는 스케터랩이 지난 2016년 내놓은 ‘연애의 과학’앱에 이용자들이 집어넣은 카톡 대화를 데이터 삼아 개발됐다. 연애의 과학은 연인 또는 호감 가는 사람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집어넣고 2천∼5천원 정도를 결제하면 답장 시간 등의 대화 패턴을 분석해 애정도 수치를 보여주는 앱이다.실제 인공지능으로 카톡 대화를 분석해 줘 유료인데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10만명이 넘게 다운로드받을 정도로 인기였다. 이루다가 어느 챗봇보다도 자연스러운 말투였던 것도 실제 연인의 대화를 기반으로 했기에 가능했다.이루다가 논란이 된 건 인종, 성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표출하면서부터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한 사용자가 이루다와의 대화에서 레즈비언과 게이에 대해 질문하자 “진심으로 혐오한다. 진짜 화날라 그래”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사용자가 “흑인이 왜 싫은데”라고 묻자 이루다는 “모기같다. 징그럽게 생겼다”고 했고,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오 절대 싫어 미치지 않고서야”라고 답했다. ‘여성전용헬스장’에 대해선 “시러 거기 여자들 다 줘패고 싶을 듯”이라고 대답했다.논란이 커지자 업계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차별과 혐오는 걸러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스캐터랩측에서는 “출시 이후 사용자들의 부적절한 대화를 발판으로 삼아 더 좋은 대화를 하는 방향으로 학습을 시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그러나 인공지능이 아직 사람처럼 자연스런 대화를 잇기 어렵다는 사실에 왠지 안도하게 되는 게 필자만의 감상일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11

김정은의 ‘핵 협박’ 메시지가 위험한 이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제8차 당 대회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선언하면서 핵잠수함 개발을 비롯한 무력발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문재인 정권 임기 마지막 해 국정 지지도 하락추세를 막아내기 위해 북한의 요구에 무리하게 응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 심각한 위험요소다. 이런 흐름이 미국 바이든 정권의 기조와 부딪칠 경우, 국가안보에 중대한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김정은 위원장은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실질적 핵보유국으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첨단 군사 장비 반입 및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김정은의 이런 언행에 대해서 통일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번영의 새 출발점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최대의 관심 사항은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문재인 정권이 앞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냐 하는 대목이다. 지난 11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당선이 확정되자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통해 남북대화 재개 여건을 성숙시킬 필요가 크다”고 말한 바 있다.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월 필리버스터 토론에서 미국을 향해 “자기들은 5천 개가 넘는 핵무기를 가지고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문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최근 “올해는 김정은 답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도 “솔직·대담한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답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머지않아 집권당 내에서 김정은 답방을 위해서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가망이 짙어졌다. 송영길 의원의 핵무기 발언 후폭풍에서 보듯이 미국은 우리 정부·여당의 언행에 대해서 한껏 예민해져 있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한미 관계가 더 이상 삐걱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알맹이라곤 하나도 없는, 오직 민심을 홀리기 위한 화려한 남북대화 이벤트는 중단하는 게 옳다.

2021-01-11

상주 열방센터 관련 미검자, 방역에 협조해야

개신교 수련시설인 상주 BTJ열방센터발 집단 감염세가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를 유발한 신천지 교회 때와 유사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년 가까이 우리 국민은 불안과 고통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불행한 일들을 겪어왔다.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타격을 받아 지금도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사업장 존폐 위기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 모든 국민이 정상의 일상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상주 열방센터는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지난 10월 실내 50인 이상 집회금지 방역수칙을 어기고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당시 방역당국이 이를 고발하고 집합금지 안내문까지 게재했으나 이후에도 아랑곳 않고 행사를 강행했다고 한다.이 시설에서 현재까지 진단검사를 받은 872명 가운데 154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그들 중 45명이 전국의 종교시설이나 모임에 참석해 351명에게 감염증을 전파한 것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열방센터를 방문한 사람이 145명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고 그 중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포항에서도 관련자 122명 중 7명이 확진자로 확인되는 등 대구경북에서 열방센터 n차 감염의 우려가 상당하다.문제는 2천837명의 열방센터 관련자 가운데 아직까지 70%가 검사를 받지 않고 있어 추후 열방센터 관련 n차 감염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이 위중한 상황을 인식,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열방센터 관련 대상자에게 검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일부는 방문 사실을 부인하거나 아예 전화를 꺼놓은 사례도 있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방역당국의 강력한 조치로 최근 코로나19 증가세가 다소 누그러들고 있다. 11일에는 확진자 수가 41일 만에 400명대로 떨어져 코로나 기세가 한풀 꺾인듯한 분위기다.코로나 확산세를 잘 관리해야 할 이때 상주 열방센터가 새로운 감염원으로 등장할까 두렵다.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2천명 가까운 열방센터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방역협조가 절박하다. 당국은 엄격한 법 집행으로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021-01-11

선동정치의 ‘먹이사슬’

안재휘 논설위원오랜 세월 지구촌 모범이었던 미국 민주주의가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도 훨씬 더 지독한 트럼피즘(Trumpism) 바이러스에 걸려 역사에 남을 오욕을 당하고 있다. 트럼피즘은 지난 2016년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제45대 대통령의 극단적 선동에 부화뇌동하는 지지자들의 광신주의를 뜻한다. 트럼피즘은 백인 보수층의 권익을 우선하는 국수적 정책을 선동하면서 세계를 선도해온 미국의 보편적 가치를 무참히 파괴해온 선동정치다.트럼프 시대에 지구촌은 이 트럼피즘에 입각한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허 언행에 몸살을 앓았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널뛰기식 돌발외교에 따른 북미 관계의 냉탕 온탕 변덕으로 한반도는 ‘북한 비핵화’라는 시대적 숙원을 둘러싼 널뛰기식 진동을 겪었다. 한때 한반도 평화에 획기적 진전을 기대하기도 했으나, 근본적인 변화는 단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한 채 교착상태 내지는 악화일로다.지난해 11월 치러진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표를 도둑맞았다’며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트럼피즘 바이러스에 중독된 지지자들은 급기야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쑥대밭을 만들었다. 트럼프는 늦어도 한참 늦은 ‘정권 이양’ 다짐을 내놓았다. 의사당 난입에 대해서 “그들이 책임질 일”이라는 트럼프의 비열한 모습에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의 극치를 본다.트럼피즘이 미국 민주주의를 무참히 망가뜨리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한걱정을 늘어놓는다. 팬덤정치의 폐해가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우리 정치의 현실과 정확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광신정치가 나라를 망가뜨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중국의 홍위병 사태와 독일의 나치즘이 남긴 상처는 깊고도 넓다.우리나라 팬덤정치의 병증(病症) 역시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있다. ‘태극기 부대(극단적 친박근혜계)’와 ‘대깨문(극단적 친문재인계)’이 문제다. 광신정치는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정신장애 군중들을 양산한다.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친조국 집회에서 우리는 이성이 완전히 마비된 중우정치의 막장을 보았다. 미국 민주주의의 망신이 우리에게 주는 자각의 신호는 명징하다.이제 더 이상 팬덤에 기대는 정치와 정치인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극단적 편견과 확증편향을 유도할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선동질 유튜버들의 범람은 위험수위를 넘긴지 오래다. 결국은 우리 유권자들의 책임이다. 현실적 이해관계까지 얽힌 저질 정치꾼들의 농간질에 놀아나는 국민이 문제인 것이다. 정치가 제자리로 돌아가려면 그들 앞에서 딱한 먹이사슬이 되고 있는 유권자들이 각성해야 한다. 국민이 현명해지지 않으면 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제발 더 이상 놀아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이렇게, 편향된 이념 장사꾼들의 흉계의 꼭두각시 놀음으로 나라를 망치는 열등 국민으로 치욕스럽게 살아갈 것인가. 아직 늦지 않았다.

2021-01-10

또 꼬이는 한일관계… 실용외교력 빈곤의 제물

법원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림으로써 떠름한 한일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떠올랐다. 한일관계의 악화는 역사 문제를 악용하는 양국 정치권의 불순한 선동 책략과 실용적 외교능력의 부재가 빚어낸 제물이다. 새해를 맞아 부디 이 지루한 소탐대실 게임을 종식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이 모색되기를 바란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며칠 전 재판에서 “일본 정부는 원고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재판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해 “반인도적 범죄 행위로서 주권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이번 판결로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다수다.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 판결과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추가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판결을 이행하기 위해 한국 내 일본 정부 자산 압류 등 조치를 하게 되면 지난번보다 훨씬 큰 파장이 예상된다.우리 정부는 지난번 강제징용배상 판결 때와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해결된 사안이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며 판결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항소조차 하지 않겠다고 한다.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일본 정부가 과거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역사적·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는 옳지 않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법원의 판결이라는 핑계로 능동적으로 한일갈등의 해법을 찾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강제징용배상 문제도 정부 차원에서 뒷짐을 지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지지율 하락 만회를 노리고 선동의 불쏘시개로 써먹기 위해 또다시 ‘죽창가’를 불러대는 일이다. 걱정거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1-01-10

동파·화재 잇단 동절기 사고 예방에 만전을

북극발 한파가 이어지면서 수도관 동파와 농작물 냉해, 화재 등 크고 작은 각종 재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주말 전국에서 신고된 동파 피해가 4천800여건에 달했다고 한다. 또 수도권에서는 정전사고까지 발생, 4천여 가구가 추위에 떨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한랭질환자도 발생하고 있으며 농작물의 냉해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전북 고창에서는 숭어 8만여 마리가 폐사하는 사고도 발생했다.대구와 경북도내 포항, 영천, 안동 등지에서도 동파사고 신고가 연일 접수되고 있다, 경주, 상주, 문경, 청도에서는 상수도관 동파에 따른 급수 지원도 했다. 영천 금호읍에서는 빙판길 교통사고가 발생해 60대 남성이 병원으로 이송됐다.포항에서는 주말인 9일 저녁 수천 톤의 쓰레기가 쌓여 있는 남구 호동 쓰레기 매립장에서 불이나 수십대의 소방차가 동원돼 화재 진화를 하는데 애를 먹었다.북극에 있던 찬공기가 남하하면서 시작한 북극발 한파로 대구와 경북지역도 꽁꽁 얼어붙어 있다. 낙동강이 3년만에 결빙 현상을 보이며, 대구경북 곳곳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넘나들어 하루종일 영하의 기온을 나타냈다. 지난주 경북 의성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1도까지 떨어졌다.기상청은 북극발 한파로 인한 강추위가 이번주 12일까지 지속되고, 13∼14일 사이에 평년 기온보다 조금 높아지겠으나 당분간 추위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한파까지 겹쳐 각종 재난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행정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요망되나 코로나19 사태에 행정력이 집중되면서 당국의 한파 피해관리가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때다. 지금의 추위가 지속된다면 수도관 동파사고뿐만 아니라 농작물과 양식장 냉해 피해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행정당국이 서둘러 사전 지도와 홍보로 피해를 줄여나가야 한다.농가나 개인도 사전 준비로 막을 수 있는 사고는 막아야 한다. 그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에 보온재를 채우고 수도관과 수도계량기도 보온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실내온도 유지와 외출시 방한복 착용도 실천하고 동절기 빙판사고 예방을 위해 감속 운전도 해야 한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위기에서 잘 벗어나야 한다.

2021-01-10

주객 전도된 경찰

“손님이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한다”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10원짜리 동전 주화 중 구리 함량이 많은 2006년 이전 발행 동전의 경우 액면가는 10원인데 발행 비용은 무려 40원이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논란이 한동안 일었다.밥값 아끼고 비싼 커피 마시는 것이나 물건값보다 배송비가 더 많이 더는 경우 등등 우리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객전도 현상이다. 비슷한 말로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이나 “배보다 배꼽이 크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 “도둑이 도둑이야 한다”는 등의 속담이 있다.경찰 조직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권력 기관이다. 나라마다 국민의 재산과 안녕질서를 위해 경찰 형태의 제도를 오래전부터 만들어 사용해 왔다. 국가의 기강 유지를 위해서 경찰제도는 예나 지금이나 필수적이다.조선시대에는 포도청을 만들어 도둑을 잡고 사회질서를 바로잡았다. 포도청의 포도대장 직급은 지금의 차관급인 종2품으로 했다. 민생의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부르는 것은 서민생활 보호와 직결된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경찰이 복면을 쓰고 금은방을 털었다는 뉴스는 충격이다.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들 뇌리에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생각이 먼저 스쳐 간다. 적반하장이고 주객전도다.경찰 한 사람의 범죄라기보다 경찰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한 나쁜 소식이다. 입양아 정인이 사건으로 경찰의 불신이 커진 데 덮친 소식이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거듭날 경찰의 뼈 깎는 각오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10

인생의 기본 값은 고통이다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최근에 가수 나훈아의 ‘테스 형’이라는 노래로 2천500여년을 소환되어 온 소크라테스, ‘테스형’ 가사에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가사가 나온다.그렇다. 사는 게 만만하지 않다. 힘듦의 연속이다. 간신히 버텨 큰 힘듦 없이 살아간다 싶을 때, 나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일이, 또 다른 힘듦으로 찾아온다.‘테스 형’이라는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까?” 왜냐하면, 인생의 디폴트 값(default value) 즉, 기본 값이 고통이기 때문이다. 고통에서 예외인 인생은 없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고통은 숙명이다.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고 말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당신은 행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행복은 고통 없는 삶일까? 아니다. 행복을 인생의 기본 값으로 생각하는 데에서 불행이 온다. 항상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한 것일까? 아니다. 앞서 말한 바처럼, 인생의 기본 값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만 행복하지 못하면 죽을 것처럼 힘들어 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잠깐이라도 고통이 완화되면 행복한 것이다. 잠깐이라도 행복감을 느낀다면 행복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많이 행복해야 행복하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세상을 살고 있는 한, 고통은 항상 존재하며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고통과 관련해 “삶이 있는 곳에 고통은 있다”,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곧 살아 있는 것이다”, “고통이 없다면 얻는 것도 없다”, “살면서 고통을 못 느끼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다” 등과 같은 경구들이 인용된다. ‘고통이 없는 세상’이야말로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다.물고기는 물이 없는 상태에서 헤엄칠 수 없다. 물고기가 헤엄치기 위해서는 물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새는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날 수 없다. 새가 날기 위해서는 공기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인간도 고통 없이 인생을 살 수 없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인생은 고해(苦海)이다. 인생은 거대한 고통의 바다이다. 고통의 바다에서 태어났으면 좋든 싫든 건널 수밖에 없다.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과 자유자재로 유유히 헤엄치며 사는 삶은 분명히 다르다.인생은 거대한 고통의 바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고통을 만나면 우리는 고통을 두려워하거나 고통을 회피하여 어떻게든 도망치려 발버둥친다. 우리의 태어남은 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고통은 인생의 기본 값이기에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이해야 한다.우리가 불행한 것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하기 때문이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고통 또한 우리가 부드럽고 친절하게 다루어 주기를 원한다. 인생의 기본 값이 고통이라는 것을 회피가 아닌 수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통을 수용하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마주하면서, 그 참된 의미를 아는 순간부터 새로운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그렇다면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유유히 헤엄치며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예를 들면, 어떤 사람에게 누군가가 강제적으로 “영하 20도의 날씨에 밖에서 2시간을 서 있어야 한다”면, 이는 고통이고 힘든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영하 20도의 날씨에 밖에서 2시간을 서 있는 다면 이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오랫동안 헤어진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고 제안받고 그 일을 본인이 선택하였다”면, 이 영하 20도의 날씨는 그리 고통이 되지 않을 것이고 힘들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희망이고 행복일 수 있다.그렇다. 수동적으로 받은 고통은 고통 그 자체이지만,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고통을 받을지 선택하는 것이며 무엇을 위해 그 고통과 마주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인생의 고통을 어떻게 인지하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고통이 행복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도 있다.고통을 두려워 하지마라. 고통을 회피 하지마라. 고통을 수용하고 인내하고 지혜롭게 마주하는 것이 인생이다. 고통 그 자체는 행복도 불행도 아니다. 고통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고통을 다루면 행복이고, 고통에 짓눌리면 불행이다. 고통은 자기실현의 주제이다. 고통은 더 큰 자기를 담을 수 있는 기회이다. 사람은 고통을 마주하면서 그 고통을 다루는 과정에서 자신이 성장하는 그 과정에서 행복이 온다.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우리의 태도이다. 당신은 지금 고통스러운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행복이 다가올 기회가 주어졌음이니 이는 축복이다. 잊지 말자. 당신의 고통은 그 어떤 것보다 의미 있다는 것을, 그 어떤 것보다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2021-01-10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성공조건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최근 코로나 사태로 항공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향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아시아지역 특히 동북아시아지역에 매우 큰 항공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첫 번째는 아시아국가의 높은 경제성장으로 인해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국가의 경제성장률이 연간 5~8%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두 번째는 아시아지역에서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는 아시아지역은 유럽이나 북미지역에 비해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상태에 있으나, 많은 아시아국가에서 저비용항공사(LCC)가 속속 출현하거나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과 항공시장 점유율 확대로 인한 항공요금 인하 효과는 항공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관광업계는 내다보고 있다.이러한 항공수요 증가추세에 발맞춰 많은 국내외 항공사들은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노선의 비중 축소와 직항(point to point) 노선의 비중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개별 국가들도 소수의 허브공항 육성 대신에 개별 지역마다 공항을 건설하고 육성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공항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따라서 아시아지역의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이 대구·경북지역에 있어야 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항공수요가 충분히 확보될 것인가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대구·경북 주요 도시로부터 편리하고 빠른 교통접근성만 확보된다면 항공수요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다만 인 바운드(in bound) 해외여객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합신공항의 건설과 함께 대구·경북의 관광자원 및 산업 인프라와 연계해서 많은 외국 여행객들과 화물(물류)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지역발전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들어 국제공항은 단순히 출입국을 위한 관문(gateway)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거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최근 공항을 중심으로 공항경제권이 많은 국가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항공수요(여객수요와 화물수요)의 증가로 인해 공항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천공항 주변에 물류산업, 바이오산업, 문화관광산업, 첨단제조업은 물론이고, 국제업무단지, 공항도시가 꽃을 피우는 현상을 볼 수 있다.특히 새롭게 건설될 통합신공항은 향후 항공시장 점유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노선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친숙공항으로 육성하고, 전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의 확대를 겨냥해서 국제 택배화물의 처리를 위한 물류공항으로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새롭게 건설될 통합신공항의 초기 활성화를 결정하는 첫 번째 관건은 대구·경북 주요 도시로부터 30~40분 내에 접근이 가능한 공항철도의 건설과 접근도로망의 확충이다.인천공항이 공항철도를 이용하더라도 서울로부터 1시간 이상 걸리는 문제로 인해 2000년대 이전 서울의 관문공항이었던 김포공항의 국제공항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도쿄의 관문공항인 나리타공항이 도쿄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져 1980년대 이전 도쿄의 관문공항이었던 하네다공항의 국제공항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으로부터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우리나라의 다른 지방공항들도 새롭게 건설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항공수요 확보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공항철도, 도로 등 관련 인프라 확충을 두고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충청권의 관문공항인 청주공항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역시 접근교통망의 확충이다. 청주공항의 경우 대전과 세종시로부터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공항철도 및 BRT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여기서 문제는 예비타당성조사이니 만큼, 특히 공항철도는 통합신공항의 초기 활성화를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대구·경북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반듯한’ 민간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비록 통합신공항이 군사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건설하는 것이긴 하지만, 군사공항 운영에 따른 제약 없이 민간공항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중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1본이 민항전용 활주로로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돼야 연간 1천만∼1천500만 명 정도의 항공여객수요를 처리할 수 있다.아울러 새로운 공항의 건설과 관련 인프라의 확충은 단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과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을 단계별로 구분해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이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연계하여 대구·경북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고려한 지역개발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모색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2021-01-10

진덕여왕릉에 오르다

새해 첫 나들이를 갔다. 코로나19가 더 번지는 바람에 사람 없는 곳을 찾다보니 인적드문 곳에 위치한 진덕여왕릉이 좋았다. 경주의 수 많은 유적지를 방문했던 우리도 이곳을 잘 몰랐고, 대중들조차 관심이 적은 곳이라 조용할 것이라 짐작했다. 역시 진입로부터 경주 시내가 아닌 한적한 동네로 접어들었다.반대 편에 차가 오면 길 한 쪽으로 피해서 기다려야 하는 시골길을 몇 번 구불거리니 길 끝에 주차장이 나타났다. 맞은 편 소나무 숲으로 오솔길이 나 있었다. 조용하고 가벼운 운동을 할 만한 곳으로 잘 고른 선택이었다.산책길에 우리뿐인가 했더니 사람들이 가끔씩 나타났다. 큰 개를 데리고, 또 마라톤 복장으로, 손을 꼭 잡은 커플은 옷까지 맞춰입고 길을 오른다. 산에서는 서로 인사를 나누며 지나치는게 일상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이내 사라졌다.우리가 진덕여왕릉에 오른 시간은 해거름 때였다. 능 주변에 소나무가 둘러서 있을거란 짐작에 나무사이로 드리운 햇살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역시나 한낮에 반짝였던 햇살이 오후에는 소나무 사이로 레이스커튼처럼 스며있었다. 어른어른거리는 햇살 사이로 봉긋한 능이 보였다. 발길을 멈추고 숨소리도 죽여가며 장관을 감상했다. 고요한 장면이 주는 행복이었다. 눈에 한껏 담은 다음에 그제서야 연신 카메라로 순간을 저장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오후 내내 능에 햇볕이 내려앉았다. 둘레를 천천히 거닐며 호석을 감상한다. 판에 새겨놓은 십이지신상이 세월에 깎여서 호랑이인지 토끼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올해가 소띠 해이니 소를 찾아볼까 하고 들여다보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28대 진덕여왕은 그 유명한 27대 선덕여왕의 대를 이은 두 번째 여왕이며 성골로는 마지막 왕이다. 자녀가 없어서 사촌동생이 물려받았던 것이다. 선덕여왕릉은 여러번 둘러보았었다. 능을 오르는 숲길에 소나무들이 늘어서있는 모습이나 산 중턱에 위치한 분위기가 거의 진덕여왕릉과 비슷했다. 선덕여왕릉의 둘레에는 모양이 다른 자연석을 이리저리 끼워 맞춰 만든 호석의 초기 형식이었다. 진덕여왕은 재위 8년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기록에 나와있는데 호석의 모습이 너무 발전된 형식이었다.선덕여왕, 진덕여왕, 그 다음 왕인 김춘추의 능인 무열왕릉에는 호석이 없다. 그 다음 왕이 누군가, 문무대왕릉은 경주 양북면 앞 바다에 있으니 호석이 있을리 없다. 호석을 보려고 더 찾은 31대왕은 신문왕이다. 신문왕의 호석은 자연석을 다듬어 반듯하게 만든 돌을 3단으로 쌓아 올렸을 뿐 아직 넓은 판에 십이지신을 새긴 것은 보이지 않았다. 33대 성덕왕의 능에 드디어 십이지신상이 나타났다. 그러니 28대 진덕여왕의 능을 만들 즈음에 유행할 형식이 아닌 호석이었다.김순희 수필가또 십이지신상의 조각 수법도 경주에 남아 있는 8기의 능묘 가운데서 가장 빈약하여, 진덕여왕의 능묘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둘레돌에 일정한 간격으로 박석을 깔고 그 밖에 난간을 세웠었으나, 지금은 없어진 부재가 상당히 많다. 무덤 앞에는 이외에 별다른 석조물이 없고, 후대에 만든 통로와 축대가 있다.과연 이 능이 진덕여왕이 맞을까? 아니면 후대에 누군가 능을 보수하며 바꿨나? 기록에는 “진덕여왕이 왕위에 있은 지 8년에 죽으니, 시호를 진덕이라 하고 사량부(沙梁部)에 장사지냈다”고 하였는데, 이 사량부는 경주시의 남쪽 흥륜사(興輪寺) 터가 있는 일대로 추정되어 현재의 현곡리와는 정반대의 위치가 된다. 이 곳에 누운 분은 과연 누구일까, 잠시 다니러 온 우리가 그 비밀을 알기엔 너무 큰 그림이었다.가벼운 산책을 나왔다가 역사의 깊은 곳까지 나들이를 가버렸다. 따스한 눈길을 보내던 햇살도 저물어 길을 잃기 전에 현실세계로 돌아오려고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길 끝까지 안내를 해주느라 소나무가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봄에 또 오겠다며 눈인사를 나눴다.

2021-01-10

울릉공항 등 미래 발전 위해 최선

김병수 울릉군수새로운 꿈과 희망의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꿈과 소망 모두 다 이루시고, 건강과 행복 가득하시기를 기원 드린다.지난해는 울릉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울릉경제의 근간이 되는 관광객이 급감했다.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은 울릉군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하지만, 이러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울릉군민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합심단결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군민의 불굴 저력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하는 한해였다.정말로 힘겨운 재난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묵묵히, 열심히 달려온 울릉군민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깊은 위로와 감사를 드린다.올해는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군민들께 약속드린 공약사항 이행과 각종 정책을 빈틈없이 실천하고, 군민 모두가 풍요롭고 행복한, 꿈이 있는 친환경 섬 건설을 위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울릉공항 개항, 대형카페리선 운항 등으로 관광수요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미래에 대비해서 중장기 마스터플랜 계획을 수립, 추진전략과 중점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지난해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해안 산책로 등 관광시설을 항구적으로 복구하고 우산국박물관, 남서일몰전망대 관광모노레일 등 새로운 관광 시설도 선보이겠다. 죽도 관광지 재개발과 울릉도 명산 성인봉(해발 987m) 원시림 탐방로 정비 등으로 기존 관광지를 친환경적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급변하는 관광패턴에 적합한 관광 마케팅을 선제적으로 해서 많은 관광객이 울릉도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소비 심리 위축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지역 특산물 판매도 관광산업과 연계해서 판매를 확대하여 지역 경기도 활성화되도록 하겠다.살기 좋은 농·어촌으로 탈바꿈하고자, 울릉 화산섬 비즈니스 플랫폼구축과 어촌뉴딜 300사업 등 중점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각종 농·어촌 정주기반 조성과 농·어업인의 소득 증대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울릉군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9월 연이은 태풍으로 피해복구비 813억 원이라는 크나큰 피해를 보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앞으로 울릉군은 태풍 피해복구를 신속히 추진해서 주민들의 불편을 없애고,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울릉소방서 신축예정 부지에 하루빨리 소방서를 유치, 응급헬기가 상주할 수 있도록 해서 군민들이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전심전력하겠다.군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군민의 삶의 현장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소통과 섬김으로 군민과 함께하고 군민이 풍요롭고 행복한 군정을 이끌어 나가고자 최선을 다하겠다.울릉공항이 개항되면, 울릉도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관광 섬으로 우뚝 설 것이다. 해상날씨와 관계없이 주민의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관광객 또한 100만 명대로 많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군은 울릉공항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하루빨리 완공될 수 있도록, 국토부, 부산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시행사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전 행정력을 집중해 나가겠다.공항공사를 하는 도중에도 가두봉 구간에 터널을 개설해 주민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공항 건설과 함께 침체한 지역 경기도 부양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울릉공항이 하루빨리 개항돼서 민족의 섬 독도와 함께 아름다운 울릉도를 전 세계에 알리고, 울릉군민도 바다만 바라보면서 더 이상 애태우는 일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울릉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내고자 적극적인 행정을 하겠다. 우리 공직자 모두는 그 약속을 지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2021년 울릉군의 미래발전을 향한 희망의 길에 군민 여러분께서 늘 함께해주시고 큰 관심과 성원 당부드린다.

2021-01-10

소한(小寒) 집에 대한(大寒) 들다

윤영대 수필가새해 벽두부터 북극발 차가운 기운이 남으로 밀고 내려와서 한반도 전역이 얼어붙었다. 서해안은 폭설까지 덮쳤다. 한파 특보가 전국 대부분 지방에 발효되고 포항도 영하 10도 이하로 곤두박질치고 전국이 영하권이다. 형산강이 얼고 울릉도엔 30cm 폭설이 내려 설국의 장관을 연출하고 제주는 57년 만에 한파경보가 내렸다. 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놀러 온 탓인가?‘소한 추위는 꾸어와서라도 한다’는 속담처럼 어디서 강추위를 한 보따리 꾸어왔는지 어제오늘의 추위가 매섭다. 우리나라의 겨울 추위는 대륙성 고기압인 저 북쪽 시베리아 기단의 활동에 기인하는데, 벌판에 하얗게 쌓인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대기의 하층 공기가 냉각되고 뭉쳐져 있는 그 힘을 대한 몰래 빌려온 것이리라. 찬 바람이 내려오면 농촌의 비닐하우스와 어촌의 양식장 냉해 관리도 힘들게 되어 걱정이고, 얼어붙은 도로의 블랙아이스로 인해 교통사고가 많아지고 눈 위를 걸을 때는 미끌어지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하며, 수도관 동파나 옥외 전기시설의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겨울이 펼치는 한파로 어차피 소한 땜을 한번 겪어야 할 것 같으니 외출 시 두껍게 차려입고 마스크를 꼭하고 모두가 각별한 주의로 이 겨울을 잘 지내야 하리라.추워지면 따뜻하게 하려다 보니 전열기들의 부하가 급증하여 전력수요가 늘어나게 되어 전력란도 우려된다. 현재 우리나라 평균전력 소비는 약 9천만KW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예비전력은 약 880만KW로 예비율 10% 정도로 다행이지만 한전에서도 석탄발전 감축과 LNG 306만톤 확보 등 안정적 전력수급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이러한 추위에 사회적 배려계층의 에너지 바우처도 확대 지원한다고 한다. 이래저래 한겨울 추위가 몰려오면 일상이 움추려드는 마음에 주위의 온도를 높이려고 애쓰지만 ‘적정 실내온도(20℃) 지키기’를 하며 에너지 사용을 적절히 잘 하여야 한다.삼한사온은 온대기후인 우리나라 겨울의 특징이다. 사계절이 있다는 것도 축복이고 겨울엔 춥고 따스함이 사나흘씩 반복되는 날씨의 추임새도 좋다. 겨울은 한 번쯤 추워야 한다. 그래야 흙 속의 해충도 죽고 나무들도 껍질을 두텁게 한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장작 등 땔감을 마련하고 문풍지를 바르고 했던 옛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폭설에 교통이 막히고 나들이에는 불편하지만 겨울엔 눈도 와야 된다. 겨울 가뭄이 들면 봄을 준비하는 새싹들의 목이 마르다.어제 아파트 정원에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보니 털복숭이 망울들이 올망졸망 달려있기에 몇 가지 꺾어서 가져왔다. 고깔 모양의 투명한 유리 화병에 꽂고 물을 주었더니 고맙다고 속삭이듯 생기가 도는 듯하다. 베란다에 잊혀진듯 놓여있는 화분에도 따뜻한 물 한 모금 주어 양지쪽에 두었다.‘대한이 소한 집에 와서 얼어 죽는다’는 말처럼 이 소한의 추위에 코로나 바이러스도 모두 얼어 죽어서 대한이 지날 때쯤부터는 좀 더 따뜻한 이웃들의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다. 추위에 좋다는 생강차 한 잔 달이고 비타민C가 풍부하여 겨울철 감기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황금색 귤을 까먹으며 이 겨울의 한파를 희망찬 마음으로 녹여보자.

2021-01-10

외로움이 우울증이 되다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1인 가구라는 단어는 언젠가부터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우리의 현실이 된 것이다.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2019년 기준)라고 하며, 그래서 그런지 거주공간들도 소형아파트나 소형주택이란 이름으로 작아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전해 들은 고독사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뉴스에도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고독을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해, 고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이런 고독의 문제는 대가족체제가 무너지고 핵가족화되고, 경쟁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잠재되어 있었다.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된 이후 어떤 사람들은 더욱더 고독해지고 그러다가 우울해지게 된다.최근에 필자는 60대의 1인 가구 여성을 심리상담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표면적인 호소는 잠을 못 잔다고 것이고 병원에서의 진단은 우울증이었다. 그녀를 세심하게 상담해보니 그녀의 문제의 본질은 고독이었다. 일찍이 사별하여 홀로 산 세월이 30년, 우연히 만난 이성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하고 그러다가 결별. 그리고 찾아온 집착 및 우울. 그녀의 고독이 우울증이란 질환으로 발전한 것이다.인간의 대표적인 부정적 감정인 우울, 불안, 분노는 심한 경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부적응을 초래하며 심지어는 생명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정신건강전문가들은 이러한 세 가지 감정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치료방법들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이 세 가지 감정만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상담현장에서 느낄 때가 많다. 즉, 외로움도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중요한 감정 중의 하나인 것이다.지금까지 외로움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정보와 광고가 넘쳐나고 SNS상의 구독과 좋아요가 넘쳐나지만 혼자 있는 공간에 오면 우리는 외롭다. 외로우면 그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무엇인가 행동을 취하게 된다.외로움 때문에 술을, 외로움 때문에 친구를, 외로움 때문에 게임을, 외로움 때문에 도박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외로움이란 감정도 인간의 적응을 위해서 진화론적으로 우리 내면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외로우므로 친구를 찾고 연인을 찾고 결혼을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외로움이 역시 오래가고 심하면 마음의 병이 온 것으로 생각하고 자가치유 내지는 심리상담센터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바야흐로 필요한 시대가 온 것으로 여겨진다.나의 ‘힐링을 노래하라’라는 책에는 100여 편 이상의 잠언시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시들은 외로운 그 어느 날 하나씩 쓴 것이다. 외로운 시간을 잘 보낸 긍정적 결과이다. 외로울 때 시를 쓰고 그 시는 책으로 출판되고, 출판되면 뿌듯할 것이고, 더욱더 외로움을 잘 즐기는 사람이 되는 선순환의 구조로 가는 것이다.외로운 시간을 잘 보내는 것, 그것이 당신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라.

2021-01-10

소를 생각한다

나는 소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나?어렸을 때 외할머니 댁은 나의 풍요로운 기억의 원천이다. ‘차부’에서 내려 고개를 하나 건너가면 나오는 첫 번째 집 외갓집엔 없는 짐승이 없었다. 소를 키우고 돼지를 키웠다. 뒤란에는 닭장도 있고 토끼장도 있었다. 그때 외할머니 댁에 사는 소는 누런 황소였다. 아침이면 부엌에서 소 여물을 쑤는데, 쇠가마에서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던 광경이 떠오른다.공주 살 때는 아직도 달구지가 다녔다. 행길에 말도 있고 소도 있었는데, 소달구지가 태연히 버스 옆으로 지나다녔고 길에는 소똥이 푸짐한 모양으로 떨어져 있기도 했다. 대전 살 때 소는 이제 흔한 짐승이 아니었지만 내가 사는 동네 건너편에 피혁공장도 있고 뭣보다 도살장이 있어 거기서 소를 잡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소 잡는 게 무슨 구경거리일 것도 없는데 한번쯤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지만 그 죄 없는 짐승 죽는 거 보러 차마 가지는 못했다.나중에 문단에서 사람들을 여럿 사귀었는데 그중에는 고흥이 고향인 작가 전성태도 있었다. 그가 ‘소를 줍다’라는 소설을 썼는데, 소를 못 가진 집에서 자란 아이가 홍수에 떠내려온 소를 기르다 아버지가 주인 찾아 주는 바람에 애닯아 하는 얘기였다. 지금 이 소설은 중학생들 보는 교과서에도 나온다.좀 지내다 보니, 시 평론도 하게 됐는데, 이시영 시인이 뭐라 하는 제목의 시를 쓰셨다. 정육점 주인이 육괴를 이리저리 다 처리하고 쉬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한 사람이 살기 위해 고기를 늘 다루어야 하는 생활의 정경이 자못 안쓰럽고도 역설적으로 평화롭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몇 년 전에는 백무산 시인이 소를 잡는 광경을 본 이야기를 시로 담아 읽었는데, 그 처참한 광경을 담담히 서술해 놓은 것이, 시가 보일 수 있는 한 진경을 그려놓은 것 같아 여러번 되풀이 음미해 보기도 했다.‘옛날’ 성실하고도 고독해 보이는 작가 황순원의 장편소설 가운데 ‘일월’이라는 것이 있다. 백정 집안의 피를 받고 태어난 한 인텔리 청년이 자신의 가문의 ‘비밀’에 정신적인 압박을 느끼는 이야기였다. 6·25 전쟁은 한국 사회에서 백정 계급을 최종적으로 해체시킨 역사적 사변이었을 텐데, 바로 그 뒷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 해도 좋았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 작가 시마자키 도손이 쓴 ‘파계’의 ‘비밀’과 소 잡는 풍경을 이어받은 것이었다.소는 말없이, 최후까지, 남김없이 주는 희생일 것이다. 소를 생각하다 보니, 올 한 해는 나보다 남을 위하는 삶을 살아봐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1-01-07

코로나시대, 도서관에서 책을 테이크아웃 하라

조정희 대구 수성도서관장톨스토이의 지혜를 얻는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생각을 깊이 해보는 숙고(熟考)이며, 두 번째가 경험에서 오는 것이며, 세 번째가 모방이 하나의 방법이라 했다. 우리는 지혜를 얻는 하나의 방법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며, 때로는 다양한 학문을 토대로 한 문화강좌와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하여 지혜를 얻을 수 있음을 알고 그 플랫폼으로 도서관을 활용했으며, 도서관 가까이에 사는 이들을 부러워하곤 한다.이처럼 지혜의 보고였던 도서관 이용마저 지난해 1월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위축되고 말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코로나가 소멸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모두들 숨죽여 있었으나 그 끝은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여름이 지나면서 전국의 도서관들은 북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 도서 택배서비스, 전자책 서비스, 부분개관 등 그동안 해보지 않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민에게 지혜의 책을 선물하고자 노력했다.대구 수성구 만촌1동에 위치한 수성도서관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RFID 기반의 스마트도서관 구현으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도서관 입구에 365일 무인자가반납기 1대, 자가대출반납기 3대 등을 설치해 이용자들의 자료이용(대출반납)에 편의성 및 효율적인 자료 관리로 시민들의 만족도 재고에 힘썼다.더불어, 바로 옆에는 올해 말을 개관목표로 대구시에서 지하 1층 지상3층의 대구생활문화센터 조성공사를 하고 있어 지역주민에게는 최고의 교육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완벽하리만큼 잘 가꾸어진 도서관을 전면 개방하지 못하고 부분개방만 하고 있는 안타까움을 어떻게 해소할까 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코로나19로 인해 이용자가 제한되는 도서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온라인의 역할이 확대된다고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이들의 정보격차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수성도서관 이용자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도서관의 안전 수칙에만 따라주면 이용자 여러분은 안전합니다.”

2021-01-07

‘MB·朴 사면론’ 역풍에 입지 좁아진 청와대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에 던진 ‘MB·朴 사면론’이 야릇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에 공감하면서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무슨 꼼수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했다. 그러나 뜻밖으로 일부 여당 의원들을 비롯해 친문 골수 지지층이 앞장서서 이 대표의 제안에 몰매를 가하고 이 대표가 한 발 두 발 물러서면서 흐지부지돼가고 있다. 사면권이라는 고유권한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 여지는 한없이 줄어들었다.사면 이슈에 관해 찬반이 팽팽한 국민 여론이 눈길을 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한 언론사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면 찬성 응답은 47.7%로, 반대 응답은 48.0%로 집계됐다. 무당층에서 찬성이 50.0%, 반대가 41.1%로 나타난 결과에 눈길이 간다.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사면론에 대해 “사과와 반성 없는 사면 복권은 국민들께서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면 논란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민주당이 사면에 ‘당사자 사과’를 조건으로 내걸자 옛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격앙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시중 잡범들에게나 하는 얘기”라며 발끈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두 전직 대통령을 노리개 취급한 것”이라고 격분했다. ‘원조 친박’ 이정현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극한 처지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벼랑 끝에 몰린 지지율 반전을 위해 정치화하는 것은 극악무도한 짓”이라며 흥분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사면은)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거리를 두고 있다.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다수의 횡포’ 늪에 빠진 한국 정치의 기류를 바꿀 극적인 전환점이 되려면, 대통령이 큰 눈으로 판단해 단행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이 중차대한 문제까지 ‘갈등 정치’의 먹잇감으로 악용하는 듯한 모습은 참으로 딱하다. 중도층의 찬성 여론을 깊이 읽는 게 옳지 않나 싶다.

2021-01-07

코로나 확산세 주춤, 방역 고삐 늦추면 안돼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정점을 지나 완만한 감소세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1주일 국내 코로나19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800명대에 머물러 이같은 정부의 분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지난주 월-목요일까지 확진자 수는 808명→1천46명→1천50명→967명으로 이어졌으나 이번 주에는 1천20명→751명→840명→870명 등으로 나타났다. 사흘 연속 1천명 아래에서 확진자가 유지되고 있어 확산세가 잦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국민의 협조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요양병원과 교회 등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한 집단 발생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어 신규 확진자는 언제든 1천명대로 다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감염원이 불분명한 전파가 늘고 가족간 전파도 크게 증가했다. 최근 1주일간 대구에서 발생한 확진 사례 260여건 중 가족간 전파가 100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의 연속이라 하겠다.정부의 강화된 방역조치가 2주간 더 연장되면서 영업장을 폐쇄한 업주들의 반발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사업종이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식의 정부지침에 대한 불만이다. 해당 업소로서는 생계가 달린 문제인 만큼 정부 당국의 보완 여부에 따라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중대본은 이 문제와 관련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반발시위를 의식, 자칫 방역에 구멍이 생길까 걱정이다. 방역지침이 쉽게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방역기준이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에 대해 실제적이고 정밀한 지침을 새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코로나 백신 접종이 다음 달부터 시작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아 국민이 궁금해한다. 정부는 구체적인 접종 계획을 하루빨리 밝혀 코로나 극복을 희망하는 국민에게 용기를 주어야 한다. 국민의 불편과 자영업주들의 막심한 피해를 감수하고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착오로 우왕좌왕해선 안 된다. 실효적 성과를 내기 위한 정부 당국의 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때다. 코로나 확산세가 꺾일수록 방역의 고삐를 더 조아가며 슬기롭게 헤쳐가야 한다.

2021-01-07

대통령, 어디 있나요?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대통령, 어디 있나요?”라고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 청와대를 오래 출입한 탓에 필자에게도 ‘타박성’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달리 대답할 말이 없다. 그저 “청와대서 근무중”이라 답할 수 밖에….돌이켜 보건대 문재인 정부들어 여러 정책들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집값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던 공약과는 달리 수도권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세입자 편들려고 만든 임대차3법도 역효과를 내는 바람에 서민들이 전세대란의 고초를 겪고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공시지가 현실화가 추진돼 종부세와 재산세가 크게 올랐다. 세금폭탄이다. 여기에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영세소상공인들의 목줄을 죄고있다.‘멀쩡히 근무 잘 하고 있는’ 대통령을 찾는 목소리가 처음 크게 들린 것은 지난 해 9월 서해상 실종 공무원에 대한 북한군 총격 사망 사건때였다.국민의힘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시위 첫 주자인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지금 어디 계신 건가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또 조국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임명해 검찰개혁을 한다며 검찰총수를 찍어내려다 법원의 제동에 막혀 허둥지둥하는 행태 역시 꼴불견이다. 정권 초기, 적폐청산에 앞장세웠을 때 그토록 신임하고 예뻐했던 윤석열 총장이 아니었던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의혹 등 권력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사를 멈추지 않자 법무장관을 앞세워 찍어내려다 실패한 모양새다. 대통령이 세운 총장, 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물러나라고 하지 않았을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했다. 정치적 부담을 덜려다 더 흉한 꼴이 됐다.동부구치소 생지옥사태는 어쩌면 필연적이다. 주무장관인 추미애 법무장관은 처음 확진자가 발생하고도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다가 확진자가 1천명에 이르고, 사망자까지 나오자 그제서야 슬며시 사과문을 냈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통령께서 구치소 특별 점검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한다. 백신확보가 늦어진 데 대한 국민들의 질타가 잇따랐을 때도 청와대는“대통령은 해외백신 구입하라고 수차례 지시했다”고 변명했다. K방역이 세계를 선도한다며 자랑하던 문 대통령이 아닌가. 대통령이 수 차례 지시했는데 아랫사람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면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레임덕이다. 또 만일 대통령이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 했다고 둘러댄 것이라면, 더욱 문제다. 레임덕보다 더한 거짓말이다.최근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애드벌룬으로 띄우자 강성‘친문’이 펄쩍 뛰었다. 대통령은 모른척 입을 다물었다. 대통령의 리더쉽이 아쉽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래서 홀로 묻는다. “대통령, 어디 있나요?”

2021-01-07

출산 장려금

로마가 멸망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그 가운데 인구감소도 한가지 요인으로 손꼽힌다. 로마제국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미혼여성에게 독신세를 물리고 공직 등용시에는 능력이 비슷하면 다자녀 가구에 우선권을 주는 등 적극적 출산장려책을 썼다고 한다.인구는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한 국가가 외국의 의존없이 자국내 경제활동만으로 살아가려면 적어도 1억명 정도의 경제인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인구 15억의 중국은 내수 경제로만 200년 이상 끄덕없이 버틸 수 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인구 5천만명에 불과해 국제경기 변화에 민감하다. 인구수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불황이 닥치면 국내경제 사정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인구수를 늘리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다급한 문제다.한국은 전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다. 187개국 중 187위다. 2020년 합계출산율이 0.8명이다. 가임여성 1명이 1명의 자녀도 낳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작년 연말 기준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질러 인구의 자연감소도 본격화됐다.인구감소 충격이 밀어닥친 지방도시들이 새해 들면서 출산장려금을 앞다퉈 올리고 있다. 경남 창원시가 전국에서 가장 큰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내걸었다. 결혼한 부부가 1자녀를 낳으면 1억원에 대한 이자를 면제해 주고 2자녀면 원금의 30% 탕감, 3자녀는 전액 감면해주는 정책이다. 이밖에도 전국의 많은 도시들이 새해 들어 출산장려금을 대폭 올리는 출산정책을 잇따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출산장려금 지급이 출산율 증가로 이어질지 알 수 없으나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도시의 위기감이 표출된 정책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아쉽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