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놀란 가슴으로 지켜보았다. 대선판에 나선 제1야당의 모습으로는 믿기 힘들도록 어지러웠다. 떠난다는 사람, 비난하는 목소리, 해체당한 대책본부, 나는 못 나간다는 외마디 반발과 사라져 보이지 않는 후보까지. 온종일 뉴스거리들이 관심을 끌었지만, 정치권의 갈등과 정치인들의 거취가 대상이었을 뿐 나라와 국민은 보이지 않았다. 정치는 왜 하는 것일까. 경제는 기업이 하고 교육은 학교에서 하며 나라는 군인들이 지키는데, 정치는 어떤 생산적인 일에 복무하는 것일까. 선거에 나선 이들이 ‘공약’을 내걸며 약속을 하지만 신실하게 지켜낸 약속이 얼마나 될까. 오죽하면 ‘공약이 그런 거 아니냐’며 스스로 깎아내리는 대선후보마저 있지 않았던가. 정치의 효용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국민을 배반하는가. 선거판에 나선 후보들이 선거일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후한 얼굴로 온갖 약속을 한다. 당신만 뽑아주면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이 들도록 멋진 약속에 기대를 걸고 표를 던졌지만, 선출된 후에 돌아온 것은 실망과 낙담이 아니었던가. 정치는 믿지못할 것의 대명사가 되고 정치인은 거짓말의 명수로 치부되었다. 신기한 일은, 그래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선거 때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얼굴들을 보고도 국민은 다시 또 속아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배반당하는 느낌에 길이 들었을까, 이제는 투표일이 한참 남았어도 믿기보다 속아주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거짓에도 흥분하지 않고 내로남불에도 노하지 않는 유권자가 되어버렸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는 그가 불공정하고 몰상식하여도 문제삼는 일은 거의 없다.
선거대책기구를 흩어놓았던 이는 개인이나 정당을 비난함을 넘어 국민을 향해 ‘국운이 다하였다’고 악담하였다. 나라의 운명이 다했다는 게 아닌가.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일이지만, 정치인에게 국운이 들먹거려지는 일을 용납해야 하겠는지. 그래봐야 어느 정당의 후보 한 사람을 도왔을 뿐이면서 그 일이 여의치 않았기로 ‘나라의 운명’을 탓하며 돌아서는 일은 용서하기 어렵다. 당신같은 소인배 한 사람의 험담에 나라의 운명이 기울지 않는다. 국민의 긴장이 느슨할 때면 저런 정치인들의 경솔한 행태와 가벼운 입담에 국민이 어지럽다. 나라와 국민의 내일을 생각하는 비전을 한 자락도 내어놓지 못하는 그들이 함부로 처신하고 입을 놀리도록 놓아둘 수는 없다. 정치가 올바르고 정직하게 나라와 국민을 섬기려면 국민이 깨어날 수밖에 없다.
국회에도 삼백에 이르는 의원들이 있다지만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정치권을 넘나드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려고 그 언저리를 돌고 있는 것일까. 개인적 욕망에 기댄 일신의 영달에만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함량미달이다. 슬그머니 돌아온 갑부의 정치복귀 소식도 적잖이 거슬리는데, 정치권이 깨끗해지려면 국민이 불꽃같은 경계심을 세워야 한다. 민주주의는 ‘보통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지향하는 게 아닌가. 국운은 갈 길이 아직도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