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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의 파도와 대한민국의 선택

등록일 2026-04-08 16:12 게재일 2026-04-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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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본사 고문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번 물러섰다. 최후통첩의 시한을 앞두고 ‘2주간 폭격 중단’이라는 시간을 벌었고, 그 대가로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했다. 겉으로는 긴장완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군사적 압박과 협상의 교차 지점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술적 후퇴다. 문제는 그 파장이 한반도에까지 미친다는 데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병목이다. 이곳이 흔들리면 국제 유가가 출렁이고,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곧바로 충격을 받는다. 지금 상황은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질서와 해상 통제권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이다.

이런 국면에서 한국의 선택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첫째는 동맹, 둘째는 시장, 셋째는 자율성이다. 세 축을 조정하는 것은 ‘국익’이라는 균형추다. 먼저 한미동맹이다.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보조를 맞추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동맹의 작동원리는 자동 개입이 아니라 선택적 협력이어야 한다. 군사행동에 대한 직접적 참여는 최대한 신중해야 하며, 대신 정보·후방 지원 등 비전투적 기여로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동맹의 신뢰는 유지하되, 불필요한 전장 개입은 피해야 한다.

둘째는 에너지시장 대응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교적 수사보다 물리적 대비다. 비축유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 장기계약 재조정이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적 전환 없이는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경제는 같은 충격을 되풀이할 것이다. 에너지 안보는 이제 경제정책을 넘어 국가 생존전략의 일부가 되었다.

셋째는 외교적 자율성이다. 한국은 중동에서 적대 당사자가 아니다. 이 점은 오히려 자산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이란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과의 외교 채널을 열어두는 ‘이중 트랙’이 필요하다. 갈등의 한쪽에 깊이 묶이는 순간, 한국의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중요한 것은 원칙의 문제다. 국제정치에서 도덕은 힘을 이기지 못한다는 현실이 있지만, 힘만 좇는 외교는 결국 스스로를 소진시킨다. 한국은 분명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원칙은 감정적 수사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 한국은 ‘줄타기’를 요구받고 있다. 이는 우유부단이 아니라 전략적 균형감각이다. 동맹을 지키되 종속되지 않고, 시장을 읽되 요동하지 않으며, 원칙을 말하되 무력하지 않는 진정성을 지켜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파도는 멀지만, 파장은 대한민국에 가까이 있다. 파장을 피할 것인가, 읽을 것인가. 국제사회의 역학 속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살려 국익과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행보가 정책의 방향을 혼돈스럽게도 하지만, 국격과 국익을 지키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중심을 가져야 한다. 이란, 사우디, UAE 등 중동지역 각국의 독특한 여건들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확인하여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원유시장 수입선 다변화에 초점을 두면서 시장 환경에도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위기임에 분명하지만, 기회로 만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장규열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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