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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좀 합시다

등록일 2022-01-04 20:11 게재일 2022-0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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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태수필가
조현태​​​​​​​수필가

어떤 여인이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살았다. 그녀는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생활비를 벌어들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딸은 어느 정도 성장하여 처녀가 되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소유한 물건을 하나씩 팔아서 근근이 끼니만 이어갔다. 마침내 남편의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오던 보석 박힌 금목걸이마저 팔아야 했다. 딸에게 그 목걸이를 주며 보석상에 가서 팔아오라고 했다.

딸이 목걸이를 가지고 보석상에 가서 보여주었다. 보석상은 세밀하게 감정한 후 왜 팔려고 하는지 까닭을 물었다. 처녀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어려운 가정 이야기를 했다. 보석상은 금값이 많이 내려갔으니 팔지 말고 나중에 팔면 더 이익이라고 일렀다. 그리고 처녀에게 얼마간의 돈을 주며 내일부터 가게에 와서 일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처녀는 날마다 가게에 나가 보석감정을 보조하는 일을 했다. 뜻밖에 그 일이 처녀의 적성에 맞아서 빠르게 일을 배웠다. 보석감정사 자격증을 딸 만큼 실력과 기술을 익혔다. 기술과 정직성이 소문나자 고객이 훨씬 더 많아지고 보석상이 더 번창하게 되었다. 당연히 보석상은 처녀에게 충분한 임금을 지불하게 되었고 모녀의 생계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몇 달이 지나 보석상은 처녀에게 제안했다. 이제 금값이 많이 올라 지금이 팔 적기라며 어머니의 그 금목걸이를 가져와보라고 했다. 처녀는 목걸이를 보석상에 가기 전에 자신이 직접 감정해 봤다. 그런데 그 목걸이는 금을 도금한 것에 불과했다. 가운데 박힌 보석도 미세하게 균열이 간 저급한 것이 아닌가. 어머니에게는 소중한 목걸이다. 지금 이것을 팔지 않아도 끼니 걱정은 없으니 잘 간직하는 편이 좋을 듯 했다.

이튿날 보석상이 처녀에게 목걸이를 가져왔으면 보여 달라고 했다. 처녀는 보석상에게 배운 대로 감정을 해보니 형편없는 목걸이였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 목걸이가 값어치 없는 줄 알았을 텐데 왜 똑바로 말해주지 않았냐고 물었다. 보석상이 미소 지으며 “만약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주었다면 내말을 믿었겠느냐? 아마도 어려운 처지를 이용하여 헐값에 사려한다고 나를 의심 했을 것이다.” 어쩌면 절망해서 살아갈 의지를 잃었을 수도 있지 않겠냐며 설명을 덧붙였다.

그때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했기 때문에 얻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봐라. 지금 너는 보석감정사 기술을 얻었고 나는 너의 성실과 신뢰를 얻었다. 스스로 진짜와 가짜를 알아보는 눈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는 교훈까지 얻었지 않느냐.

이미 임인년(壬寅年)이 시작되었다. 새해 첫날의 해돋이를 보며 올해는 더 나은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그저 막연하게 복되기만 바라지는 않았으리라. 나름대로 결심하고 야무진 계획이나 자료도 준비했을 터이다.

필자는 그 자료에 거짓말을 넣고 싶다. 상대방의 유익을 위한 거짓말.

자신의 판단력을 가진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도 거짓말을 통해 처녀에게 가르쳐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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