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찬바람과 미명의 어둠을 헤치며 집을 나섰다. 흑호(黑虎)해인 임인년 새해의 첫날에 떠오르는 아침해를 맞이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인근의 형산으로 향한 것이다. 초승달과 군데군데 새벽별이 빛나고 은륜(銀輪)의 안장을 호랑이등삼아 올라타 연일대교를 건너 국당리 쪽으로 페달을 밟으니, 역풍으로 체감온도는 낮았지만 기분은 약간 고조되는 듯했다. 형산 라이딩은 수 차례 즐긴 적이 있었는데, 새해 첫날의 해맞이로 벽두부터 오르기는 처음이었다. 여명으로 깨어나는 마을을 지나 완만하거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거친 숨을 뿜으며 업힐(uphill)하여 단숨에 산마루까지 올랐다. 먼동이 트는 동녘하늘이 주황빛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고, 밋밋한 등성이와 영일만 바다, 포스코, 시가지 그리고 바로 앞에 보이는 얼어붙은 형산강이 무채색 원근감의 화폭처럼 펼쳐졌다. 도시와 인접한 산에서 강과 바다를 볼 수 있고 도심과 촌락, 공단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형산(兄山)이 이색적인 해맞이 명소가 된지 십수년이 된 듯하다. 코로나 상황이지만 한 해를 의미있게 맞기 위해 형산갓바위 주변으로는 벌써 많은 해맞이객들이 운집하여 동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었다.
이윽고 붉은 광채가 짙어지면서 드디어 동해에서 갓 건져진 쇳물 같은 햇덩이가 산등성이 위로 서서히 떠올랐다. 임인년 새해의 햇살이 누리에 비치면서 2022년의 새날이 마침내 밝은 것이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 주변의 사람들은 짧은 탄성을 내거나 두 손을 모아 소원과 희망을 빌면서 경건하게 기도하기도 하고, 일출장면을 카메라에 담거나 인증샷을 하며 새해 새출발을 새롭게 다지는 것 같았다. 필자는 ‘호랑이 눈처럼 매섭게 현실을 직시하고, 소의 걸음으로 우직하게 나아간다’는 뜻의 호시우보(虎視牛步) 서예 족자를 펼쳐 마음을 다잡기도 하면서 건강, 웃음, 행복 등의 글귀가 쓰여진 연하장을 주변 해맞이객들에게 나눠주며 새해 덕담을 건네기도 했었다.
‘낮과 밤/어지러운 세상/긴 터널, 어둠 속/헤어나지 못할 세계/수 차례 왕복하다/너 자신을 잊어버릴지 모른다//동트는 밝은 아침/아름다운 마음/좋은 생각으로/늘 깨어 너를 지켜라//안식할 수 있는 밤과/희망의 새 아침이 있어 좋다//아침의 생각은 맑고 깨끗하여/네 영혼을 살찌우게 한다’
-염정화 시 ‘새 아침’ 전문
해마다 새해 첫날의 풋기운으로 새로운 다짐을 하며 보다 밝고 푸른 꿈을 그려본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가 않다.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뉴노멀이 되고, 미상의 바이러스 출현이 일상을 경고하며 삶과 생존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물질문명의 치중으로 잠재적인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신종변이 바이러스가 또 어딘가에서 파생하여 불안과 긴장 속을 파고들지도 모를 형국이다.
그래도 새해는 따스하고 희망적으로 맞을 일이다.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변화와 격랑이 예상되지만, 무엇보다도 코로나19의 종식과 불편부당, 불평등이 해소되고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으로 모두가 웃음짓는 날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개인적인 꿈과 사회적인 바람이 다운힐(downhill)하는 바이크처럼 방향과 속도 조절로 순조롭게 질주하고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